영화를 향한 유쾌한 열정 <군도: 민란의 시대> 하정우
2014년 7월 22일 화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예상했던 것보다 <군도: 민란의 시대>는 가벼운 느낌이 있어요.
제작보고회나 방송 인터뷰에서 <군도: 민란의 시대>는 아주 유쾌하고 통쾌한 영화라고 했는데 그 의미가 오락영화의 미덕을 두루 갖춘,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뜻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사회 분위기로 인해 <군도: 민란의 시대>가 굉장히 묵직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일 거라 오해한 분들도 있더라고요.

영화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있었나요?
아니요. 윤종빈 감독이 처음부터 전작들과 달리 관객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철저한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또 영화의 한 축에는 조윤이 있기 때문에 도치는 군도 무리들과 영화를 재밌게 끌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군도: 민란의 시대>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윤종빈 감독과 세 작품을 함께 하고 20대 중반부터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쌓아온 신뢰 때문이었어요. 세 작품을 하면 이 감독의 스타일은 어떻겠다, 어떤 걸 보여주고 싶구나, 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윤종빈 감독의 스타일은 어떤가요?
굉장히 직설적인 면이 있어요. 윤종빈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은 굉장히 입체적이라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연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재밌어요. 영화 속 인물들이 보이기 때문에 매력 있는 것 같아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연기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끝까지 귀염성을 잃지 않는 거요. 영화 속 현실이 무겁기 때문에 캐릭터를 무겁게만 표현하면 오히려 재미없고 단면적일 것 같아서 캐릭터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돌무치는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의 어벙벙하고 귀여운 느낌을 모델로 생각했고, 도치는 셰익스피어의 ‘오델로’를 생각했어요. 하지만 두 인물들의 베이스에 귀염성과 장난기, 유연함이 유지가 돼야 관객들이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고 제가 한 축을 잘 끌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했나요?
면도를 했어요(웃음). 2003년 대학 다닐 때 출연한 연극 ‘오델로’를 윤종빈 감독이 보러 왔는데 그 인연으로 윤종빈 감독과 서로 연락을 하게 됐어요. 윤종빈 감독이 배우 하정우를 처음 알게 됐던 작품이 ‘오델로’였기 때문에 그 캐릭터의 인상이 굉장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나 봐요. 그래서 윤종빈 감독이 지금의 도치 이미지를 선택한 것 같아요. 물론 영화의 베이스에는 조선 철종 13년이라는 시대상이 있지만, <군도: 민란의 시대>에는 분명 영화적 판타지가 있어요. 그리고 돌무치, 도치 캐릭터가 그런 판타지를 충족시켜줘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유연한 코미디 코드를 썼어요. 외형적으로는 삭발을 하고 수염을 붙이고 아이라인을 그렸고요. 돌무치는 긴 머리에 머리띠를 두르는데 그런 부분들이 리얼리티는 조금 떨어지지만 영화적 판타지로는 허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어요.

도치와 돌무치는 어떻게 차별을 두고 표현하려 한 건가요?
돌무치는 여동생 곡지와의 신에서 ‘귀엽구나!’라는 인상, ‘모자란가?’라는 의문, 그리고 ‘곡지와 참 각별하구나!’라는 느낌, 이 세 가지만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돌무치가 엄마에게 하는 ‘나 산에 가서 살까봐’라는 대사가 복선이지만,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도치와 돌무치 사이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관객들이 성장한 도치를 봤을 때 쾌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돌무치는 거친 외모지만 조금 모자라고 아이 같은 어설픔과 귀여움을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겨울 산 속 장면에서도 인간이기보다는 하나의 동물처럼 관객에게 소개되면 어떨까 싶었어요. 사자나 호랑이 말고 물개나 바다표범이 연상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물개의 느낌으로 눈을 크게 뜨고 목을 앞뒤로 움직여요.

왜 물개였어요?
너무 귀엽잖아요. 도치로 변한 이후의 액션과 거친 행보는 이미 영화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도치에게 다른 면이 있어야 관객이 영화를 조금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돌무치가 귀여움이라면 도치는요?
돌무치가 도치로 변하게 된 계기는 조윤을 죽여야 한다는 복수심이니 언뜻 언뜻 보이는 그런 에너지가 하나 추가된 거죠.
스킨헤드가 파격적이었어요.
현장에서 ‘산다라 박’이라고 불렸어요(웃음). 사실 그 머리모양이 엄청 고통스러워요. 한 쪽은 패치, 다른 한쪽은 가발이라 촬영 도중에 뗄 수가 없는데, 한 여름이라 땀이 폭포처럼 쏟아졌어요. 어휴, 정말 그 때 생각하면(웃음). 털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뜨니까 매일 머리를 면도해야 돼요.

모습이 파격적인데 스크린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은 없었나요?
캐릭터에 맞게 옷을 입는 거지 망가진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리고 삭발 자체가 사람들에게 그렇게 충격적이고 불쌍하게 다가갈지는 몰랐어요. 뒤짱구여서 두상이 나쁘지 않은데(웃음). 한 작품 끝나고 말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더 흥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면도 빼고요(웃음).

면도가 가장 고통스러웠나보네요(웃음).
그렇죠. 어떻게 연기하고 캐릭터를 만들지는 촬영 전 늘 고민하는 거지만 면도가 이 정도로 나를 방해할 줄 몰랐어요(웃음). 분장을 감당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매일 촬영장 가는 차안에서 기도했다니까요(웃음). 보통 메이크업하고 헤어하는데 3~40분 걸리는데 이건 3시간씩 걸렸어요. 머리랑 수염 붙이고 맨발에 짚신 신고 나가면 10년 전 화났던 일도 생각날 정도였어요(웃음). 아주 잠깐 나오는 신이라도 20분 촬영을 위해 세 시간 분장을 해야 되는 거예요. 촬영지라도 가까우면 말을 안 해요. 핸드폰도 안 터지는 산속 비포장도로로 들어가는데, 화장실 한번 가려면 3~40분은 나와야 했어요. 이동실 화장실은 여름에 박 터져요. 거긴 방독면 쓰고 들어가야 돼요. 복리후생이 제로였던 작품이었어요(웃음).

육체적으로 정말 힘든 영화였군요(웃음).
짚신 신고 자갈밭에서 액션 신을 찍으면 잘하고 싶어도 잘 안 돼요. 자꾸 미끄러지고요. 다른 사람들은 짚신 신을 때 버선 안에 깔창을 대는데 저는 맨발이었어요. 발바닥에 살색 깔창이라도 붙이려 했는데 그게 또 더운 거예요. 머리가 모자였으면 컷 할 때 벗기라도 하는데, 제 가발은 벗지도 못하니까 선풍기 앞에서 가만히 있어야 됐어요. 너무 더워 땀 어루러기가 났는데 치료하는데 4개월 걸렸어요.

힘들었겠지만 관객 입장으로는 자갈밭 액션 신이 좋았어요.
감독이야 좋죠(웃음). 친하니까 더 말 못해요. 여하튼 추억이죠. 지금은 이렇게 웃고 이야기 할 수 있는데 당시는 분위기 많이 안 좋았어요(웃음).
사극 연기는 의상 뿐 아니라 말투나 행동도 현대극과 많이 다르잖아요.
말 타는 것, 의상, 모두 익숙하거나 편한 것이 없는 거예요. 철저하게 그 당시 썼던 언어, 사투리를 쓰기 때문에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을 다 제어하게 됐어요. 또 현대물은 가로등이나 도시의 불빛이 있지만 그 당시는 불이 없기 때문에 밤 촬영하면 횃불을 많이 써요. 밤 촬영이라 시원하겠지 했는데 횃불 때문에 엄청 더운 거예요. 그리고 모기 파이팅? (웃음)

그래도 <롤러코스터> 연출 경험이 있어서 감독 입장이 더 잘 이해됐을 것 같아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심정은 이해가 가죠. 그러나 배우 입장으로는 힘들죠(웃음). 하지만 그건 내 안에서 해결해야 되는 부분이에요. 내가 선택한 부분이기 때문에 못하겠다는 이야기는 못해요. 제가 말을 타다가 사고 난 적이 있어서 윤종빈 감독이 어떻게든 신을 고쳐보겠다 했는데 도치가 말을 못타면 안 되잖아요.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하고 이겨내야 되는 부분인 거예요. 그래놓고 혼자 ‘아, 힘들다!’ 그래요(웃음).

연출 경험이 연기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그렇죠. <롤러코스터> 촬영 끝나고 전작 감독님들에게 다 사과를 했어요. 모니터 앞에 있으니까 내가 얼마나 모자라게 보였을 지가 보이는 거예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더 테러 라이브> <군도: 민란의 시대> 같은 경우는 더 협조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장편영화 30편 정도를 배우로서 참여했지만 그동안 난 정말 몰랐다는 부끄러움도 느꼈어요. 감독하면서 영화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이 나이 들어서도 영화에 계속 도전할 수 있는 동력을 준 것 같아요. 우디 앨런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영화라는 작업을 이제는 알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쉬지 않고 작품을 하게 된다고. 그 선배님에 비하면 저는 어리지만 그 분 말씀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출연작들의 흥행 성적이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라 연출에 중압감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오히려 좋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더 고민하고 연구하고 모르는 점은 더 드러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게 되고요. <허삼관 매혈기>를 준비하면서 전작 감독님들을 찾아가 모니터를 많이 받았어요. 특히 류승완 감독님 같은 경우는 <짝패>에서 연기와 연출을 같이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모니터부터 시작해서 대처 방법까지 많이 물어봤죠. <베테랑> 촬영하고 있는데도 도와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윤종빈 감독은 저랑 2박 3일 동안 숙박업소에서 시나리오 윤색 작업을 같이 해줬어요. 김용화 감독님도 신 바이 신으로 도와줬고요. 배우로서 영화 경험은 많지만 감독으로서는 아직 미진하기 때문에 70억짜리 영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많이 물어보고 체크를 하고 가야된다고 생각했어요.
인상이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는데 말끔한 느낌의 역할이 욕심나지는 않나요?
그런 건 없어요(웃음). 비주얼보다는 내가 작품 안에서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마흔을 넘어 중년이 됐을 때 <뉴욕의 가을> 같은 로맨스는 하고 싶어요. 영화 작업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제가 감독님들의 멋진 표현 도구로 쓰이는 것도 재밌는 것 같아요.

영화 작업의 어떤 점이 좋나요?
다른 얼굴을 하고 나와서 관객들과 미묘하게 밀고 당기기를 하는 거죠. 뭘 보여줄까? 어떻게 연기를 할까? 그 순간이 재밌고 완성된 작품을 바라봤을 때 또 다른 나를 보는 것이 재미난 거예요. 또 한 챕터가 끝났구나, 또 한 작품이 필모에 생기는구나, 그런 소소한 재미요.

감독으로서는 어떤 점이 좋나요?
내 스타일, 내가 재밌어 하고 보고 싶은 영화를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죠. 우디 앨런 영화나 <총알탄 사나이> 같은 코미디영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임원희씨가 나왔던 <재밌는 영화> 같은 영화가 재밌었어요. 그래서 작년 <롤러코스터>를 개봉했는데 뜨악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직은 내 코미디가 잘 안통하고 조금 더 쉽게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허삼관 매혈기>는 드라마지만 위화의 소설에서 보이는 코미디를 극대화하려고 포인트를 잡고 있죠.

하정우하면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생겼어요.
너무 감사해요. 그런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 더 열심히 해서 그 말을 증명하고 싶어요. 계속 작품을 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어려워지는 것도 있지만 그것이 또 저의 직업이고 사명이겠죠.

2014년 7월 22일 화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사진_권영탕 기자

(총 2명 참여)
masakiaiba
하정우씨의 도치 역할 정말 재밌었어요!! 오락영화라는 말이 제일 와닿네요^^ 다양한 방식이 영화에 많이 접목된 것 같아 신선했어요!! 가장 재밌었던 것은 도치의 나이!! 설마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보고 빵터졌네요^^   
2014-07-28 20:50
kiori5hd
군도의 하정우씨는 악역의 강동원보다 한 수 밑이 였던것 같습니다. 군도는 강동원을 위한 강동원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정우가 만들어 낸 역활은 그리 기억에 남지 않고 강동원의 역활만이 기억에 남네요. 개인적으로 하정우씨에게는 득이 되지 못할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좀 아쉬워요   
2014-07-2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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