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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겨서 아쉽다” <커피메이트> 오지호
2017년 3월 2일 목요일 | 김수진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김수진 기자]
<미인>(2000) 등 다소 에로틱한 로맨스물로 스크린 데뷔를 한 오지호는 2006년 드라마 <환상의 커플> ‘장철수’를 통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어 <내조의 여왕>(2009)의 ‘온달수’, <추노>(2010)의 ‘송태하’를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생긴 외모’로 빚어진 역할의 한계는 불가피했고 결과적으로 친근함을 확보하기 위해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마다치 않는 노력을 보여 왔다. 이번 <커피메이트>도 마찬가지다. 에로틱한 로맨스도, 로맨틱 코미디도 아닌 범주의 이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단연 두드러진다. 그는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보여지고 싶은 걸까.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들었던 느낌과 최근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일단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가장 우려되는 점은 대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관객 분들이 지루해 하진 않을까 걱정됐다. 멜로 연기 자체도 쉬운 게 아닌데 심지어 오랜만에 도전하는 거라서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며칠 전 시사회에서 결과물을 봤을 땐 생각했던 것보다 미술이나 영상미 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듯해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이현하 감독님만의 스타일이 잘 드러났다. 여러모로 <커피메이트>는 애착 가는 작품이다. 배우로서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작품이라서 열정적으로 임했다. 평소 무료한 일상에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는 30대, 40대 여성 분들이 십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남성적인 성향이 강한 남성 분들은 이해를 못하더라. 물론 남성임에도 감성적인 분들은 우리 영화를 확실히 좋아했다. 뭐 이런 부분은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반응이든 겸허하게 수용하고 싶다. 특히 우리 영화는 관객들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영화라서 더욱 그렇다.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코드가 가득한 영화이기에 보는 분들의 세대나 경험 등에 따라 평가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멜로 연기를 오랜만에 해서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은데.
재미있었다. 만일 에로틱한 로맨스물이었다면 안 했을 거다. 물론 우리 영화가 어떤 행동보단 대사로 내내 전개되는 부분이 많아 보는 분들에 따라 답답한 점도 있겠지만 오히려 다른 멜로물에서는 표현하지 못한 부분들을 대사로써 디테일하게 드러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는 억지로 웃긴 상황을 만들어 내는데 우리 영화의 경우, 카페라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희수’와 ‘인영’ 두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리고 대사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이라서 관객 분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구성이 좋아 배우 입장에서도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연기했다.
대사가 많다 보니 연기력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기대 혹은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
스스로도 내 자신이 발음이 좋은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사가 많아서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촬영을 하면 할수록 발음보다는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우의 감정이 좋으면 대사가 조금은 틀려도 다 이해할 수 있고 알아 들을 수 있기 마련이다.

혹시 기존 멜로물과는 조금은 달랐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글쎄, 기존 멜로물과 달라서 출연하게 된 것보단 시나리오를 읽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결정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는데, 아마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의미에서 평온함을 느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결혼하고 나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지진 않았는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 하는 편이라 기준이 크게 달라지거나 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외모 때문에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한정적이었고 또 그런 이미지로 굳어진 점이 안타깝다. 감독님들도 날 캐스팅하고 싶은데 외모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오히려 그런 평가들 때문에 더욱 색다른 캐릭터를 맡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최근에 출연한 드라마 <오 마이 금비>는 총각이었다면 절대 출연하지 않았을 작품이긴 하다. 부성애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폭이 좁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 지점에서 보면 작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할 순 있겠다.

잘생긴 외모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말로 들린다.(웃음)
솔직히 내 얼굴이 좀 더 평범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쉽게 잘 어울리지 않을까. 또 지금보다 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고 말이다. 아무래도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얼굴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편한 것 같다. 그래서 나름대로 노력도 해왔던 게, 예를 들어 사극에 출연한 것도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다양한 작품에서 악역을 맡기도 했고, 예전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는 파마머리와 같은 파격적인 외모 변신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래서 실제로 본 분들은 화면과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내 외모의 한계를 깨는 시도를 매번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그런데 이현하 감독님은 오히려 잘생긴 외모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감독님이 날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현장 분위기가 좋았겠다.
감독님이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데도 평소 내게 형 같다고 말할 정도로 친하다. 함께 출연한 윤진서나 감독님은 자기 세계관이 뚜렷한 사람들이다. 내가 갖지 않은 것을 가진 느낌이랄까. 자유로운 영혼 같아서, 이들은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그런 지점에서 감독님과 윤진서는 동질감에 호흡이 잘 맞았고, 나와 감독님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다 보니 더 돈독해졌다. 예를 들어 연기할 때는 적절한 디렉팅으로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잘 이끌어 줬다. 그런 점에서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웃음)

가장 애정이 가는 신이 있다면 스포 없는 선에서 이야기 해줄 수 있는지.
‘희수’와 ‘인영’이 어느 정도 친해진 이후 함께 게임 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특히 쪽팔려 게임을 할 때는 길거리에서 람보 흉내를 내는 신이 있었는데 카메라를 숨겨 놓고 다큐멘터리처럼 찍었던 터라 실제 행인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 봤었다. 영화 속에 나온 행인 중에는 엑스트라 배우가 아닌 평범한 시민 분도 있다. 간혹 촬영 중간에 지나가다가 실제로 알아보는 분들도 있었고... 여러모로 인상 깊었던 촬영이었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땐 다 큰 성인 남녀가 카페에 앉아 빙고게임을 하고 쪽팔려 게임을 하는 게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이게 재미있을까 의문이 들더라.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보니, 그 상황이 이해됐다. 서로에게 호감 있는 남녀가 함께 있으면 무엇을 해도 재미있다. 이 신들은 아마 <커피메이트> 전체적으로 봐도 가장 밝은 장면에 속하는데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극중 ‘인영’의 배경은 드러나는데 ‘희수’는 그렇지 않다. 특별한 이유라도.
사실 원래 시나리오에는 ‘희수’의 배경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대사가 많아서 삭제됐다. 영화 내용과 큰 관련이 없으니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희수’는 과거 유학을 가서 잠시 한 여성을 만나지만 곧 헤어지게 돼 상처를 입은 남자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아야 될 인물이다. 그런 ‘희수’가 매일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공간이 카페였던 것이고 그곳에서 ‘인영’을 만나게 된 것이다.
‘희수’의 직업을 목수로 설정한 점이 굉장히 인상 깊더라.
다소 에로틱한 이미지의 남성 캐릭터를 만들려다 보니 목수라는 직업으로 설정된 듯싶다. 보통 옛날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청바지만 입고 상의를 탈의한 육감적인 남자 주인공들이 많이 나온다. 아마 그런 맥락에서 감독님도 ‘희수’의 직업을 목수로 설정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런 설정이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간략하게 ‘희수’는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는가.
외로운 사람이다. 동시에 과거 첫사랑에게 상처를 준 남자다. 그런 ‘희수’가 ‘인영’에게 접근한 이유는 동질감을 느껴서다. 영화 속에 ‘사람 사이의 자기장’에 대해 설명하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 사람들 사이에는 자기장이 있다고 하더라. 자기장의 작용으로 서로에게 이끌리고 호감을 가지게 된다고 하는데, ‘희수’가 ‘인영’에게 접근한 이유도 다 이 때문이다.

그럼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아내에게도 자기장 때문에 이끌렸다고 생각하는지.
그렇다. 결혼도 어떤 자기장에 이끌려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내를 처음 봤을 때 이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결혼 전에는 혼자가 편했고 결혼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 아내를 처음 보자마자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헤어지고 나서 하루 종일 머릿속에 아내가 떠오르더라. 일주일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면 그냥 결혼을 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흘러도 계속이 떠올랐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함께 살고 있다.(웃음)

극중 ‘희수’처럼 일탈을 해본 적은 없는지.
글쎄… 큰 일탈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웃음) 뭐 고등학교 때 싸워서 독서실에서 쫓겨나거나 가출했던 기억 정도?(웃음) 요즘은… 혼자 자유롭게 살다가, 가정이 생긴 이후 집에 가면 내 공간이 없다는 생각에 간혹 소심하게 일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총각 때는 거의 소파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던 사람인데, 결혼한 지금은 집안에 있을 곳이 없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낯설다.(웃음) 그럴 때마다 아내한테 일주일만 어디 다녀오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웃음)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에 출연해서 딸도 배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맞다. 당시 (신)동엽이 형은 극구 반대하더라.(웃음) 힘든 연예인의 길을 왜 굳이 가게 하냐면서 걱정했다. 난 사실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지만 이왕이면 내가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내 딸이 무언가를 이뤘으면 좋겠다. 배우를 하면서 힘든 시기도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는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았다. 내 딸이 연기로 남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또 배우를 하면서 여러 명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물론 딸이 안 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웃음)

그러고 보니 딸 서흔이는 많이 컸겠다.
딸 자랑 같아서 쑥스럽지만, 내 딸은 진짜 천재 같다.(웃음) 일단 내가 나가려고 하면 ‘아빠, 아빠’ 외치면서 운다. 사실 그 또래 아기들이 울 때 보통 ‘엄마’를 부르는데 신기했다. 또 집에 들어가면 옷장 앞으로 가고 그런다. 아빠가 들어오면 옷을 벗으러 간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거다. 내 딸이긴 하지만 15개월치곤 빠르다고 생각한다.(웃음)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공동 육아라는 타이틀아래 양동근, 인교진과 3인 체제로 출연했었는데, 1인체제로 돌아올 계획은 없는지.
가끔 <슈퍼맨이 돌아왔다>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시기를 보는 중이다. 작년까지만 세 아빠가 함께 하기로 계약이 돼 있었고 그 이후 개별적으로 찍을지 말지는 차차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나는 하게 된다면 감사하다. 반대하지 않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이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기록물 같아서 나중에라도 추억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천하무적 야구단>부터 시작해서 <정글의 법칙 in 파나마>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다양하다.
들어오면 마다 하지 않는 성격이다. 거절하면 미안한 마음도 들고… 물론 몇 번씩 거절하다가 하는 것도 있지만, 진짜 아니다 싶으면 딱 자를 때도 있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정말하고 싶어서 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다. <정글의 법칙 in 파나마>의 경우엔 그간 계속 섭외가 들어왔는데 굳이 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다가 결혼하고 나서 갑자기 가고 싶어져 출연 하게 된 경우다.(웃음)
예능뿐만 아니라, 지난 9월 <대결> 개봉 이후, 드라마 <오 마이 금비>에서 열연을 펼치고 동시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출연했다. 그러다 <오 마이 금비>가 끝난 지 얼마 안돼서 <커피메이트>가 개봉했는데, 참 바쁘게 사는 가장이다.(웃음)
진짜 바쁘게 사는 것 같다. 결혼하기 전에도 물론 일년에 두 작품씩 참여하긴 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조금 더 하게 되는 것 같다. 항상 앞으로의 10년을 미리 계획해서 사는 편인데, 지금 나이가 40세니까 앞으로 50세까지는 영화에 더 자주 모습을 비춰야 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크린에서 한층 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저예산 영화든 아니든 가리지 않을 예정이다. 여러 가지로 도전하고 싶은 게 많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왕성히 활동할 듯싶다. 작년만 해도 드라마는 2편, 영화는 3편이나 찍었다.(웃음)

결혼하고 나서 성격도 변했는지.
아무래도 남자가 힘이 빠지는 것 같다.(웃음) 또 무서움도 많아지고 또 눈물도 많아졌다. 감정이 다양해졌다는 느낌이다.

둘째 계획은?
계획이 있다. 이제 가져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딸도 좋지만, 첫째가 딸이라서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한다. 나중에 아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사우나도 가고 싶다. 모든 아빠들의 로망 아닐까.

작품활동 외 빠져 있는 게 있다면.
요새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액션물을 다시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웃음)

앞으로는 어떤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지.
사실 <커피메이트> 같은 멜로물에 출연하고 싶어도, 요즘엔 멜로 영화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정말 아쉽다. 예전에 그 많았던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도 없는 편이다. 대부분 형사물이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한국에서 연기하는 배우로서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한국 영화계의 미래가 지금보다 밝아지기 위해선 다양한 영화가 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대중도 그 다양성을 수용해야 할 때다. 상업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한국 영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선 그런 지점을 깊게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다.

2017년 3월 2일 목요일 | 글_김수진 기자(sooj610@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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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스톰픽쳐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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