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② 풍요 속 빈곤? 수작도 신진도 아쉽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위원장
2018년 9월 30일 일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시대의 100인을 만나다”

외연을 확장한다. 영화배우와 감독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인터뷰에서 보다 분야를 넓혀 피플 리스트를 채워 나갈 예정이다. 남다른 소신과 철학으로 우뚝 선 존재감의 이들은, 현실에 발을 붙인 흥미진진한 영화적 캐릭터에 다름 아니다.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우리 시대 100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특정 몇몇에 집중됐던 권력을 나부터 내려놓겠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프로그래머를 공개 채용하다,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영화 관련 지식과 외국어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
요즘 한국영화계를 보자면 작품은 많은데 수작은 없다,
2000년대 전후 한국 영화의 부흥을 이을 신진이 보이지 않는다,
부국제를 찾은 관객들, 평소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넓은 작품 풀이 있다,
2월에 부국제에 복귀하며 행복했다, 부국제가 모두가 다시 오고 싶은 영화제가 되길!


부국제가 올해 이사장체제로 재정비했다. 임기와 선임 방식, 현재 근무자 수, 예산 등 부국제 조직 관련하여 간략한 정리를 부탁한다.
이전이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 체제였다면, 이제는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체제라고 보면 된다. 그간 조직위원장은 통상적으로 부산 시장이 맡았었는데, 알다시피 지난 몇 년간 정치적 외압이 있었지 않나. 정치적 독립이라고 봐도 좋다. 이사장의 경우 임기 4년, 집행위원장은 3년이다. 개인적인 견해인데 앞으로 임기를 일치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현재 정규직은 24명 정도이고 단기 계약직을 포함하면 총 200여 명 정도 일하고 있다. 부국제 기간 전후로 투입되는 자원활동가를 포함하면 8~900 정도의 인원이 부국제 기간에 활동한다.

올해는 아시아, 월드 영화, 와이드 앵글 섹션에서 일곱 명의 프로그래머가 영화선정을 담당했다. 예산의 경우 작년보다 7억 5천만 원이 증액된 122억으로 다소 여유로운 상황이다. 증액된 예산은 남포동 영상·영화 프린지 작업 활동과 지난 5년간 국비가 삭감되면서 같이 삭감됐던 마켓 예산 회복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의 얼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국제 프로그래머는 어떻게 선임하는지.
음, 지난 22년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몇몇이 개인적 지인이나 후배 중 영화전문가를 특채 형식으로 모셔와 일하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함께 일하려면 손발이 맞아야 하니 말이다. 이런 폐쇄적인 채용법을 거듭하다 보니 특정 학교 출신 편중을 비롯해 문제점이 많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압박도 거셌었다. 사실 이종교배로 다양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매번 동종 교배만을 반복했으니…. 올해 처음 4월에 공개채용을 했다. 23년 만에 처음이다! 갑자기 결정된 거라 시기가 애매해서 공고 당시 이미 다른 영화제나 학교와 단체 등에서 일을 시작한 사람이 많아서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다행히 우리가 원하는 인재가 찾아와줘서 세분을 계약직으로 모셔올 수 있었다.

영화 전공자는 늘어가는데, 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은 정말 한정적이다. 프로그래머를 희망하는 후배에게 조언한다면.
비단 영화계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 좁은 문을 뚫어야 하고, 고난의 시기를 거쳐야 할 거다.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면 일단 영화에 관한 한 빠삭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박식해야 하고 외국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 영어는 기본이고, (부국제의 경우) 아시아권 언어 가령 중국어나 일어를 할 수 있으면 유리하다. 또, 어렵더라도 단순 스태프로든 프로그램팀으로든 영화제와 관련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게 필요하다. 가능하면 모더레이터로 활약할 수 있으면 좋고,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연출부도 조감독 시절을 거쳐 감독이 되듯 꾸준히 10년 정도 노력한다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 기간 안에 자신의 영화 관련 전문성을 증명하고,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해외 영화제를 순회하는 것도 좋겠지.

올 부국제에서 ‘부산 클래식’ 섹션이 신설됐다.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부문인데, 기획 의도는.
아시아 담당인 김영우 프로그래머가 몇 년 전부터 의견을 냈었다. 지난 2월 집행위원장으로 부국제에 돌아온 후 아무리 시간적 여력이 없었고, 올 목표가 안정된 운영이라고 해도 뭔가를 하고 싶었고 해야만 했다. 지난 부국제 22년 동안 초창기 훌륭한 인재들이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고 격의 없는 토론을 거쳐 좋은 프로그램을 구성했지만,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수정할 부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여건상 큰 노력을 요하는 건 못하니 타 메이저 영화에서 시도했던 ‘클래식’ 부분을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칸 클래식’, ‘베니스 클래식’ 등 유수 영화제에서도 이미 진행 중인 섹션이다.

‘부산 클래식’에 선정된 작품을 보자면 밀로스 포만 감독의 <블랙 피터>(1964), 비토리오와 파울로 타비아니 감독의 <파드레 파드로네>(1977)부터 첸카이커 감독의 <패왕별희>(1993) 그리고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문나 형님, 의대에 가다>(2003)까지 12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그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영화사에 빛나는 거장들의 데뷔작을 포함한 대표작 - 사실 거장들은 첫 영화부터 좋다- 과 그간 덜 조명받았지만, 재조명이 필요한 영화 그리고 최근 디지털 방식으로 복원된 아시아 고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칸이나 베니스 영화제의 선정 기준도 비슷하다. 이번 ‘부산 클래식’을 신설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일반적인 회고전과의 차별화이다.

차별점이 뭔가.
반드시 선정 작품의 주인공을 모시겠다는 것이다. 이미 타계한 거장들의 작품만을 상영한다면 관객이 흥미를 잃을 수 있다. 해당 작품의 주역들이 모여서 그 작품을 함께 회고한다는 게 중요하다. 다만 올해는 시간이 촉박해서 많이 못 모셨다. 내년에는 가능한 한 최대로 그 주역들을 부국제 현장에 모시려 한다.

‘부산 클래식’ 섹션 상영 작품 중 추천작을 꼽는다면.
<파드레 파드로네> 다. 실제 내가 ‘부산 클래식’에 추천한 작품이기도 하고 언제 봐도 좋은, 훌륭한 작품이다.

부국제 원년부터 프로그래머로 활약한 당신이다.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오히려 영화 작품 감상과는 멀어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웃음) 한 해에 영화를 몇 편이나 보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영화와 가장 멀어졌던 건 부국제를 떠나 있었던 작년이다. 그렇게 영화를 안 봤던 해는 없었던 것 같다. 평소 수백 편을 보는 해도 있었다. 예술 영화가 많다 보니 어떻게 보면 강도 높은 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그렇게 못 보고, 더욱이 집행위원장의 직책을 맡으며 프로그래밍에 대해 크게 욕심을 내지 않는다. 전체적인 작품 수와 쿼터 조정 정도에 중점을 둔다고 보면 된다. 현재 개막작 폐막작 선정과 더불어 좀 더 욕심낸다면 갈라프리젠테이션 섹션과 (기자 주: 동시대 거장 감독들의 신작 및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화제작을 상영하는 부문) 부산 클래식 섹션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

말했듯, 대중이 보통 즐기기 위해 영화를 본다면 당신에겐 정신 노동이었을 수 있다. 그것도 강도 높은! 혹 매너리즘에 빠진 순간은 없었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게 항상 새로웠다. 다양한 영화 작가의 세계와 그들이 표방하는 시대정신과 만난다는 게 흥미롭다. 마치 독서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흠,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주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사람을 만나려 한다. 예전 충무로에서 나만큼 영화인을 많이 아는 사람도 없었었다. 그런데 부국제 월드시네마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 어느덧 많은 사람과 소원해져 있더라. 이젠 그 멀어졌던 관계를 회복할 때가 된 것 같다. 부국제에 나름의 위로금(?)을 청구해야 할지도! (웃음)

또 다른 의미의 산재인 건가!(웃음) 이번 부국제 기간 중 투자 배급사 NEW의 10주년 기념 파티, ‘쇼박스의 밤’, ‘롯데 컬쳐웍스’가 오는 5일(금)과 6일(토)에 마련돼 있다. 집행위원장으로 첫 부국제를 꾸리며 일단 가시적으로 풍성한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이전 부국제의 파행에서 벗어나 분위기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판단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냉정한 기업인들이 부산을 찾아주니 어쨌든 고맙다. 이미 말했듯이 그간 예산 삭감과 더불어 아시아 필름 마켓이 축소됐었다. 부국제를 맡으며 이를 활성화시키고 싶었기에, 연초에 그 방안으로 대기업 대표들께 자문위원을 맡아 달라고 위촉의뢰를 했었다. 다행히 그들이 흔쾌히 수락해줬다. 그 영향이 약간은 있을지도.

약간이 아니라 상당히 클 것 같다. (웃음) 현재 한국 영화의 질적인 측면에 대한 평가는.
일반적으로 다작을 하다 보면 그 중 수작이 나오게 돼 있다. 그런 면에서 현재는 이상한 상황인 것 같다. 제작 편수가 많고 산업이 융성하니 수작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그게 예술영화든 작가주의 영화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작품이 안 나오고 있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를 누볐던 한국영화의 발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투 사태로 철퇴 맞은 김기덕 감독, 사생활 문제로 주춤하고 있는 홍상수 감독, 이번 <버닝>으로 상처받고 낙담한 이창동 감독 등 그분들을 이어 나갈 만한 신진이 아쉬운 상황이다. 가까운 예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감독이 작년 봉준호 감독과 올해 이창동 감독 이후 없는 실정이다.

흠, 풍요 속 빈곤인 건가.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어느 한 가지로 말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겠지. 영화 제작 환경 못지않게 중요한 게 개인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예술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 혹은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어 보이면 상업 자본이 낚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말하면 대기업들이 싫어하려나. (웃음) 부언하자면 소신과 의지를 지닌 젊은 영화인이 드문 게 현실이다.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장르를 중심으로 제작 지원이나 펀드 조성 등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지원제도가 있음에도 안타깝지만 뛰어난 친구가 눈에 띄지 않는다.

국내와 해외에서 주목하는 신진을 꼽는다면.
음, 한국의 경우 노코멘트하련다. 부국제가 임박한 시점에서 특정 누군가를 지정하는 건 좀…. 해외의 경우 이미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지 않나 싶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미 40대 감독들이 진출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송곳니>(2014)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한 후 <더 랍스타>(2015), <킬링 디어>(2017) 을 내놓은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를 눈 여겨 보고 있다.

올 부국제를 찾을 관객을 위한 추천작 혹은 영화 선택 팁은.
324편의 상영작 중 특정 몇 편을 추천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다만 대중적인 웰메이드 작품이 취향이라면 데미안 셔젤 감독의 <퍼스트맨>이 좋을 것이고, 중국 최고 흥행작으로 5,000억원 가까이 벌어들인 원무이에 감독의 <나는 약신이 아니다>도 좋을 것 같다. 또, 그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수상했던 작품이 취향에 맞았다면, 해당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신작을 보는 것도 좋겠다. 만약, 부산에 여행 왔다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한다면 가능한 시간에 맞는 영화를 보는 것도 하나의 팁이 아닐까!

시간에 맞는 영화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팁이다. (웃음) 개인적인 질문 몇 개만 하자면, 영화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당신에게 영화는 뭘까. 만약 영화를 업으로 삼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
영화는 그냥 삶이다. 만약 영화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광고나 외국 관련 정보가 필요한 일을 했을 것 같다. 실제로 영화일 하기 전에 대한항공 선전실에서 2년여 정도 일했었다. 당시 선전실에서 근무하며 홍보와 기내지 업무에 관여했었다.

좋아하는 영화 혹은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 있다면.
그런 건 없다. 좋아하는 영화도 영향을 받은 영화도 한두 편이 아니다. 그걸 다 어떻게 일일이 나열할까. 다만 최신작으로 친다면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서치>(2018)가 새롭더라. 모든 장면을 온라인 화면으로 구성한 게 신선했다. 이전에 일부 장면을 그렇게 구성한 영화는 있었지만 모든 장면 구성은 없었다. 새로운 형식의 시도라는 점을 높이 산다.

마지막 질문! 최근 행복한 순간이나 인상적인 일이 있다면.
지난 2월 부국제에 복귀해서 행복했다. 돌아오며 모두가 오고 싶어 하는 영화제가 되자고 목표를 설정했다. 우리 부국제가 세계 1위 비경쟁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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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30일 일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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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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