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기본기 <뺑반> 조정석
2019년 1월 30일 수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2004년 뮤지컬 무대로 데뷔한 조정석은 <건축학개론>(2012) 이후 본격적인 카메라 앞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성량과 몸짓이 도드라지는 연기를 주로 하던 배우였지만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상>(2013) <특종: 량첸살인기>(2015) <형>(2016) <마약왕>(2017) <뺑반>(2018)까지 순탄히 전진해왔다. 첫 드라마 출연 당시 다른 배우보다 목소리가 ‘조금’ 더 컸을 뿐이라며 슬며시 웃는 그지만, 어느 무대에 서든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이라는 기본기라고 강조한다. 최근 본 인상적인 영화로 망설임 없이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2018)를 꼽은 것도 그래서다. 충실한 기본기를 갖춘 자들만이 안길 수 있는 압도감이 있었노라고 말이다.

뺑소니범을 잡아들이는 경찰들의 범죄 액션물 <뺑반>에서 비열한 사업가 ‘정재철’역을 맡았다. 말을 더듬고, 안면 근육을 움직이며 눈을 깜빡이는 등 무섭기보다는 좀 ‘이상한’ 느낌의 악역이다.
말을 더듬는 건 당초 시나리오에 쓰여있던 설정이었다. 한준희 감독과 인물의 미묘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상의해가며 만든 인물이다. 그런데 눈을 깜빡인 건… 사실 연기 도중 우연히 얻어걸린 거다. (웃음) 가끔 의도치 않았는데 새롭고 신선한 연기가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 참 짜릿하다.

엘리트 경찰 ‘은시연’(극 중 공효진), 인천 지역 순경 ‘서민재’(극 중 류준열) 등 주인공 대다수가 경찰 조직에 속해 있다. 유독 당신만 결이 다른 인물이다.(웃음) 인물에 관해 좀 더 설명해 준다면. .
‘정재철’은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낸 인물이다. 운전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한국 최초 F1 레이서가 된 뒤에는 마피아를 스폰서로 뒀을 정도로 목숨을 걸고 차를 탔다. 자신이 일군 성공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누군가에게 자기 것을 빼앗길까봐 늘 불안해한다. 종종 야비한 모습도 보인다. 가끔은 어린아이가 징징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나. 악역인데 카리스마는 어디 가고…(웃음)
순경 ‘서민재’와 자동차 경주를 벌이는 시퀀스는 영화의 핵심적인 볼거리 중 하나다. 운전 신을 90% 이상 직접 소화했다고 들었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동시에 기술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 많다..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2018)을 찍을 때 좀 더 좋은 컷을 만들기 위해 욕심을 낸다고 했던데,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류)준열이나 나나 운전 신 만큼은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특히나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닌 데다가 얼굴 바로 앞에 다가와 있는 카메라를 보며 운전과 연기까지 동시에 하려니 쉽지 않더라. 빗길 촬영 때는 도로가 워낙 미끄러워서 굉장히 위험했다.

워낙 과격하고 잔혹한 이미지로 묘사된다. 그간 보여준 선하고 정감 있는 얼굴에 비하면 영 생경한 모습이다..
잘할 것 같은 역할만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관객이 볼 때 과연 조정석이 저걸 잘할까? 싶은 역할에 도전하고 싶었다. 관객이 내 모습을 흥미로워할지가 가장 중요하다.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여러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은 욕구도 있다.

과연 조정석이 저걸 잘할까? 싶은 역할이라면 예컨대….
지금으로서는 아이 아빠…?(웃음)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게 아직은 굉장히 생소한 느낌이다. 그래도 일단 역할을 맡으면 실제 아이 아빠가 된 친구들을 만나가면서 잘 연기해낼 방법을 찾아내겠지.

<차이나 타운>(2014)으로 ‘엄마’(극 중 김혜수)역과 ‘일영’(극 중 김고은)역을 빚어낸 한준희 감독인 만큼 ‘정재철’역에도 큰 애정을 뒀을 것이다. 어떤 연유로 당신에게 이 역할을 제안했을까..
내가 공연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을 봤다고 하더라. 당시 결국 자살하고 마는 열등생을 연기했는데 아마 그런 모습을 기억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스> <벽을 뚫는 남자> 등 내 공연을 상당히 많이 챙겨보셨다기에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감독님, 혹시 제 팬이세요?(웃음)

음…(웃음) 당신 말대로 뮤지컬 무대에서 데뷔한 후 자연스럽게 영화와 드라마로 넘어와 안착했다. 비슷한 경로를 계획 중인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기도 할 텐데. .
이 연기든 저 연기든 결국 다 똑같은 거라고 말해주곤 한다. 사실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대극장이냐 중극장이냐에 따라서 배우가 보여줘야 하는 에너지가 다르다.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는 그것과는 또 다르다. 하지만 연기를 한다는 사실만큼은 똑같다. 가장 중요한 건 배우의 감정이다. 카메라 앞에서는 무대보다 더 작게 연기해야 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조차 어쩌면 잘못된 것이다. 내가 ‘진짜’처럼 연기하면 연출자나 촬영 감독이 알아서 필요한 장면을 잘 잡아낸다.

처음부터 무탈했던 모양이다..
드라마 <왓츠 업>(2011)이 첫 드라마 촬영이었는데, 사실 소리에 대한 감각이 다른 배우들과 좀 다르다는 건 알았다. 남들보다 내 목소리가 유난히 크더라.(웃음)

발음이 좋다는 건 지금도 확실히 알겠다. <완벽한 타인>에서 ‘세경’(극 중 송하윤)의 전 남자친구 ‘연우’역으로 목소리만 출연했는데, 대번에 알아듣겠더라..
정말인가. 나인 줄 몰랐다고 하는 분들도 많다. 이재규 감독님이 A4용지 한 장 정도 되는 분량의 대사를 보내주셨기에 내 마음대로 몇 가지 버전을 녹음해서 보내드렸다. 하필 그중에서도 욕이 들어간 버전이 채택됐더라.(웃음)

지난해에는 연극 <아마데우스>를 선보였다. 무대 활동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인지..
물론이다. 대학에서 연극과를 전공했고 동아리 활동으로 뮤지컬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데뷔 무대로 이어졌다.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줄곧 무대에 섰다. 그 어린 나이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컸는지 공연을 끝내고 나면 배우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종일 작품 얘기만 했다. 그게 왜 그렇게 재미있었는지…(웃음) 정말 심장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무대에 대한 애정이 많다. 그 시절이 내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최근 인상적으로 본 영화가 있다면..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를 봤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마치 널을 뛰는 것 같은 호흡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갑자기 훅! 하고 치고 들어온다. 영상을 다루는 잔기술 없이 기본기에 충실한 영화가 가장 좋은 영화라는 걸 몸소 보여주는 작품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몇 달 전 결혼도 했다.(웃음)
(배우자와) 잘 맞는 편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본 뒤의 느낌이나, 음악을 듣고 난 뒤의 감정이 서로 비슷하다. 요즘은 (공)효진이하고 준열이하고 노는 것도 너무 재밌다. <뺑반> 홍보 활동으로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이러쿵저러쿵 웃고 떠드는데 그때 소소한 행복을 제대로 누린다.

사진 제공_JS컴퍼니

2019년 1월 30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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