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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서부극”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에스터 감독
2023년 7월 13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공포 영화 <유전>(2018)으로 주목과 호평받은 후 <미드 소마>(2019)로 마니아성을 다진 아리 에스터 감독. 신작인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엄마를 방문하러 가는 75년생 ‘보’(호아킨 피닉스)의 현실과 꿈, 환상으로 얼룩진 여정의 다크 어드벤처다. 전작 두 편은 ‘워밍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난해하고 정신착란적이라는 일부 시각이 있지만, 감독은 절대 그렇지 않고 아주 “단순한 영화”라고 말한다. “나를 잘 보여주고, 가장 아끼는 작품이다. 본질적으로 코미디라 유머가 있다”고 소개한다. ‘호러 영화 감독’ 타이틀도 좋지만, 다양한 장르를 만들고 싶고 다음은 서부극이 될 거라는 아리 에스터를 만났다.

‘보’는 1975년생이다. 10여년 전부터 기획한 영화라고 했는데 원래부터 이 나이였던 건가? 아니면 ‘보’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1974년생)의 연령에 맞추어 재설정한 건가.
원래부터 지금의 설정이었다. 내 10년 후 모습이라고 할까! (기자 주: 아리 에스터 감독은 1986년 생임)

<유전>은 가족과의 관계, <미드소마>는 연인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출발점은 무얼까.
음… 여행 계획을 세웠던 경험이다.

전작 <미드소마>의 경우 결말에 대해 주인공의 해방 혹은 구원이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공동체에 잠식 혹은 세뇌됐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공존하며 의견이 분분했다. 이번에도 결말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올 듯한데,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 해도 감독의 원 의도가 궁금하다.

<미드소마>는 관객들이 여러가지 놀라운 분석을 보여줬다. 사실 긍정과 부정의 해석이 반반이 될 걸 의도하고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긍정적인 결말로 보는 사람이 많아서 좀 놀랐다. 이번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아주 단순하게 만들었고 결말 역시 그렇다. 시작과 엔딩이 같은 장소에서 끝난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11년에 만든 단편 <보>와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인가.
크게 연관성이 있지는 않다. 단편 <보>가 최초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그 장편 버전은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보에게 왜 이런 일이?’ 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는데 당신의 ‘보가 살아 보지 않은 삶을 단순하게 그린 영화’라는 설명으로 어느 정도 납득이 되더라.

오픈마인드로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가 의도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모든 순간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영화가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영화를 보면 전진의 방향이 있고 후퇴의 방향이 있다. 전진의 방향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오프닝의 출산장면을 비롯해 모성은 영화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다. 당신에게 모성애는 어떤 의미인지와 전작들처럼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됐는지.

모성애를 한가지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나뿐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겠지만,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는 매우 강력하고 친밀한 유대감을 지녔으나 그 관계가 항상 좋지만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다. (웃음)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하지만, 영화 속의 엄마는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결국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정서 양쪽을 모두 담을 수 있고, 담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어떻게 결합하고 극화했는지는 영화가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개인적인 경험을 보편적으로 확장했다고 하겠다.

‘보’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작품을 처음 보고 뭐라고 하든가. (웃음) 보에게 공감했는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좋다고 하더라. (웃음) 질문은 많았지만, 그만큼 흥미도 높았다. 영화의 유머코드를 공유할 수 있을지, 또 코미디 장르라 배우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점이 중요했는데 다행히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재미있어 했다. 덕분에 같이 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유전> <미드 소마> <보 이즈 어프레이드> 모두 위 아래가 뒤집히고 좌우가 바뀐다든지 하는 구도에 있어 공통된 시각적인 연출이 눈에 띈다. 영화를 더욱더 미스터리하고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인데 연출 시 개인적인 규칙 혹은 노하우가 있을까.

재미있고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려고 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이번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경우 세 시간짜리 영화라 수천 개의 장면이 있고 각각의 구도가 의미하는 바가 다 다르다. 이때 집중하는 건 스토리텔링이다. 하나의 샷을 전략적으로 가져가기보다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에 기여하면서 흥미를 유발하게끔 한다. 다시 말해 하나 하나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그렇기에 어떤 하나의 장면이 너무 튀거나 한다면 (너무) 거슬린다!

<유전>과 <미드소마> 단 두편으로 어느 순간부터 공포 영화의 마스터라고 불리는데, 공포 영화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호러영화를 좋아하기에 호러 영화 감독이라고 불리는 건 기분이 좋다. 다만 <유전>은 호러 영화지만, <미드소마>는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심리 스릴러 혹은 다크 코미디일 수 있다. 이번 <보 이즈 어프레이드>도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장르는 코미디이고, 이를 방향 삼아 만들었다. 커리어의 시작이 호러 영화라 호러 감독으로 불리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싶다. 다음 영화는 서부극이 될 것 같다.

한국 영화 팬으로 유명하다. 한국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고전 영화 <오발탄>(유현목 감독)과 <하녀>의 김기영 감독은 시대를 앞서간 분 같다. 이창동 감독은 소설가 출신이라 그런지 매우 문학적이고 미스터리를 미묘하게 표현하면서 깊이 있게 주제를 파고든다. 박찬욱 감독은 가장 창의적인 스타일리스트라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은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듯이 현존하는 최고의 감독이라는 데 동의한다. 특히 유머는 아주 재미있고,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스토리텔링에 감탄하게 된다. <살인의 추억>과 <마더>라는 대단한 전작을 <기생충>으로 뛰어 넘었다. 홍상수 감독은 에릭 로메르 감독이 연상되는 면도 있지만, 굉장히 창의적이다. 다작의 커리어도 특이하고, 비슷한 영화 같지만 매번 흥미롭게 발전시켜 나간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는 영화 내내 변화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쩌다 한국영화에 빠지게 된 건가. (웃음)

2000년대 초반에 <박하사탕>(1999)과 <그때 그 사람들>(2005)을 봤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계속 우물 파듯 파다 보니 많은 영화를 접하게 됐고 점점 더 빠져들게 됐다.

마지막으로 관객이 집중해서 보면 좋을 포인트를 짚는다면.

우선 사운드와 음향 믹스에 신경을 많이 썼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니 반드시 극장에서 보셔야 최고의 경험을 느낄 수 있다. 내용적으로는 오픈마인드로 관람한다면,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어떤 한 섹션이 좋다고 해서 그 다음 섹션이 같은 기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걸 미리 알고 간다면 도움될 것 같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관객이 적극적으로 몰입해야 더욱더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제공. 싸이더스

2023년 7월 13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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