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해외 영화제 첫 진출, 감사할 따름” <독친> 배우 장서희
2023년 11월 7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화목한 가정에서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학교에선 모범생 반장으로 선생님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여고생 ‘유리’(강안나)에겐 비밀 아닌 비밀이 있다. 바로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엄마 ‘혜영’(장서희)이다. 단순한 ‘헬리콥터맘’을 넘어 도청까지 하는 ‘혜영’에게 지친 ‘유리’는 애증의 대상인 엄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취한다. 2019년 <월채>로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김수인 감독의 데뷔작 <독친>에서 제목 그대로 ‘독이 되는 부모’로 분한 장서희와 만나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는 거 같다. 마지막 영화가 2017년 <중2라도 괜찮아>다.
코로나 시기에 찍기로 했던 드라마 두 편이 엎어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가지게 됐다. 지난해 말 드라마 <마녀의 게임>을 공개하고 1년여만에 <독친>을 개봉하게 됐는데 많은 관심 부탁한다.

이번 작품이 일본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되면서 해외 영화제에 처음 진출하게 됐는데.
연기활동을 오래했고 해외에서 활동한 적도 있지만, 해외 영화제에 나간 건 처음이라 감사하고 기뻤다. 흥행도 잘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 애초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찍은 작품이 아니기에 작품성을 인정 받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웃음)

일본에서는 ‘독친’이라는 개념이 우리에 비해 훨씬 익숙하고, 일본 역시도 엄마들의 교육열이 뜨겁다고 들었다. ‘유리’의 대사 중에 “엄마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대사가 있다. 이걸 듣고 되게 뭉클했다더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부모와 자녀 사이에 세대 차이가 존재하고, 부모와 자녀간의 교감과 소통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더라. 마침 요즘 일본 분들이 한국영화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우리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부모 세대의 고민들을 담고 있어서 생각보다 반응이 더 좋았던 거 같다. 영화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상영했는데 당시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를 같이 봤다. 관객 한 분이 “우리 엄마인 줄 알았다, 잔소리하는 게 똑같다”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그걸 보면 일본이나 우리나 모녀의 모습이 비슷한 거 같다. (웃음)

극중 딸에게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엄마 ‘혜영’ 역을 맡았다.
‘혜영’은 사랑 받지 못한 사람, 그래서 사랑을 주는 방식을 모르는 사람이다. 자기 딴엔 자식을 너무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된 거다. 그래서 내 마음 한 켠에 ‘혜영’에 대한 안쓰러움이 있다. 하지만 ‘혜영’은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빌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땅히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징을 받아야 된다고도 생각한다.

자녀가 없는데 ‘혜영’의 마음이 이해가 되던가.
꼭 장르물이 아니더라도 배우들은 대부분 상상에 의지해 연기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직접 겪어본 적 없는 일이기에 ‘만약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을 관찰했다. ‘혜영’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은 부모가 자식에게 기대를 걸고, 그들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나. 나도 엄마 역할을 꽤 해왔던 터라 그때의 기억을 살려 연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잔잔한 일상 연기가 연기하기 더 어렵더라. (웃음)

캐릭터를 구축할 때 어떤 식으로 하나.
배우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바탕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어떤 감독님이 만화책을 보고 연출 공부를 했다고 들은 뒤로 나도 만화를 보면서 연기 공부를 하기도 했다. (웃음) 다큐멘터리나 뉴스도 챙겨보는 편이다. 그 안에 다양한 사람과 인생이 들어있지 않나. 꼭 연기 때문에 보는 건 아니고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접한 모든 것들을 연기에 녹여내는 거 같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경험도, 공감 능력도 늘어나고 덩달아 연기도 느는 거 같다.

베테랑 작가, 감독들과 일하다가 이번 작품에선 신예 김수인 감독과 합을 맞췄는데.
김수인 감독이 이번 작품이 데뷔작인데 현장에서 주눅들지 않고 잘하더라. 연출도 참신했고 현장에서는 나와 늘 교감하려 했고 유연한 자세로 임했다. 대사가 입에 안 붙는다고 건의하면 곧장 대사를 수정했다. 그렇다고 김수인 감독이 나한테 무조건적으로 맞춘 건 아니고 서로 의견이 합치했던 거 같다. 감독은 감독이고 배우는 배우다.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그 중간에서 충분한 대화와 상의를 바탕으로 조율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내가 연장자라, 내가 연차가 오래된 배우라 나를 우선시해주는 건 나도 원치 않는다. 서로 애정과 존중이 있다면 합이 잘 맞는 거 같다.

딸 ‘유리’를 향한 ‘혜영’의 어긋난 사랑은 잘 드러나는 반면에 ‘유리’가 엄마 ‘혜영’에게 가지는 복잡한 감정에 대한 설명이 영화상에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극중 ‘혜영’과 ‘유리’가 사이 좋게 나오는 장면이 레스토랑에서의 대화 한 장면뿐이었다. 그마저도 뒤에 가서는 ‘혜영’의 일방적인 잔소리로 변하고 만다. 후반 작업하면서 편집된 장면들이 꽤 있는데 대부분 두 모녀의 감정에 관한 것들이었다.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자칫 신파가 될 수도 있고, 보는 입장에서 너무 설명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으니 감독님이 일부러 많이 덜어낸 거 같다. 편집돼서 아쉬운 장면도 있지만 감독님의 큰 그림이 있으니 서운해 하지 않으려고 했다. (웃음)

감정적으로 힘든 캐릭터였을 거 같다. 여파가 오래가지는 않았나.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배우마다 연기에 몰입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 아역 시절부터 오랜 기간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이 몸에 배어있다. 슛이 들어가면 몰입하고, 촬영이 끝나는 순간 빠져나온다. 가끔 작품이 끝나도 감정에서 쉽게 못 빠져 나오는 분들도 계신데 그건 성격 차이라고 본다.

30여년간 연기에만 몰두하지 않았나. 슬럼프가 오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나.
어릴 때는 그저 TV에 내가 나오는 게 좋았다. (웃음) 철이 들면서부터는 인정 받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힘들어도 이 일을 놓지 못하는 건 내가 연기를 가장 좋아해서다. 다른 어떤 칭찬보다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게 제일 좋다. 물론 슬럼프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일이 안 풀린다고 느껴지면 어김없이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가서 툴툴 털어버리려고 한다.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감독님들은 내 성실함을 높이 사는 거 같다. <아내의 유혹> 오세광 감독님이 나한테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냐더라. 나를 좀 풀어놓으라고. (웃음) 한 번 일했던 감독님들은 꼭 다시 불러주신다. <마녀의 게임> 이영선 감독님도 조감독 시절에 같이 일하고 몇 십년 만에 나를 찾아주셨다. 인복이 있는 거 같다. (웃음) 좋은 분들을 만나서 지금까지 일할 수 있는 거 같다.

외도한 남편에게 처절한 복수를 꾀하는 아내부터 자녀에게 독이 되는 부모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는 어떤 연기를 선보이고 싶나.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다만 내 나이에 로맨스는 연기하는 입장에서나 보는 분들 입장에서나 재미가 없는 거 같다. 예쁘고 풋풋한 청춘 로맨스가 이미 많지 않나. (웃음) 나이에 맞게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킬링 이브>의 매력적인 사이코패스나,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처럼 엄마이자 여전사 역할도 맡아보고 싶다.



사진제공_트피플픽쳐스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