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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을 사랑하니까, 괜찮아! '임정은'
2006년 8월 13일 일요일 | 최경희 기자 이메일


건강하고 발랄한 막내딸 이미지였던 송혜교는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시한부 역을 맡아 일약 청순가련형의 스타가 됐다. 스타나 배우를 꿈꾸는 여배우들에게 비극적인 삶의 전형 ‘시한부’는 가장 빠르게 자신의 목표지점을 달성할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임정은’에게도 그 기회가 왔고 그녀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남들 생각하는 만큼 얄팍한 계산 하에 집어든 손쉬운 선택만은 아니었다. 요즘 한창 주가 올리고 있는 지현우와 함께 출연한 해피신파 <사랑하니까, 괜찮아>에서 임정은은 그만의 ‘미현’을 통해 진짜 임정은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미현은 절대 공주병 시한부가 아니다.

시한부를 소재로 한다면 평균 몇 퍼센트의 시청률은 보장된다는 방송계의 속설과는 달리 시한부를 소재로 한 신파영화는 관객에게 욕 지지리 얻어먹고 간판내리기 일쑤다. 얼마 전 개봉한 최지우 주연의 <연리지>가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시한부라고하면 여자는 무조건 울면서 슬퍼해야만 하고 남자는 운명적인 사랑으로 사랑을 거부하는 그녀를 찾아오잖아요. 근대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그런 면에서 다른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어요. 물론 그 차이가 그리 크진 않겠지만, 제가 연기한 미현은 먼저 사귀자라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인 캐릭터여요. 그 짧은 순간에도 어린 나이로 겁 없는 사랑을 하는 거죠. 시한부 신파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이 보더라도 그런 면에서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내일모레 죽을지도 모르는 여자를 영혼으로 사랑하는 멋진 남자 때문에 시한부 영화는 언제나 낭만적인 사랑으로 비친다. 다들 그래서 여주인공의 불치병 병명이 공주병이 아니냐? 며 쓴 소리를 해댄다. 그도 그럴 것이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 중, 못생긴 여자는 단 한명도 없었기에 잘생긴 선남선녀의 슬픈 사랑을 마냥 예쁘게 만은 봐줄 수가 없다. 결국 시한부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현실성이 결여된 사랑에 대한 환상쯤으로 치부 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초반에 민혁(지현우 분)이를 밀어낼 때는 다들 왜 저래? 라고 할지도 몰라요. 공주병이라고 하겠죠. 그런데 그건 민혁이에 대한 배려거든요. 나중에 어쩔 수 없이 미현이가 민혁의 사랑을 받아들이지도 않아요. 도리어 자기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사랑을 완성해 나가고 있어요. 죽으니깐 사랑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영화가 해피신파여요. 민혁이를 밀어낸 것 외에는 미현이를 공주병이라고 느낄 만 한 부분은 없다고 봐요”

임정은의 말이 맞다. 민혁이가 미현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않는 만큼 미현이도 20대 초반의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들을 솔직하다 못해 과도하게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인정하고 하루하루를 10년처럼 사랑하는 민혁과 미현 커플의 모습에선, 시한부 소재에서 오는 관습적인 비극성보다 청춘의 단맛인 첫사랑의 낭만이 먼저 어른거린다.

<사랑하니까, 괜찮아>가 지현우의 영화라고?

<사랑하니까, 괜찮아>에서 지현우는 버라이어티 한 사랑 표현들로 영화에 재미를 준다. 미현을 향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 민혁의 모습은 나이 어린 소녀들의 가슴을 충분히 설레게 할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여주인공의 위치는 자칫 잘못하면 위축될 수 있다. 그런데 임정은 기분 나쁠 수도 있는 기자의 솔직한 질문에 빙그레 웃기 시작한다.

"지현우가 왜 그러는데요? 민혁이가 왜 그래요? 다 임정은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미현이 때문에요. 지현우가 영화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건 오직 미현이 사랑을 얻기 위해서잖아요. 정말 깊이 들어가서 생각하면 기분 나쁠 게 하나도 없어요. 더구나 지현우가 영화에서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인 이유가, 미현이한테 있기 때문에 전 그거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품새가 영화 속 미현과 똑같다.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에선 신인답지 않은 느긋함과 넉넉함까지 보인다. 영화가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았다.

“많은 분들이 곽지균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세대 차이를 안 느꼈냐고 질문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런 것 없어요. 웬만하면 저희한테 다 맡기는 편이셨고 믿어주셨어요. 워낙에 감수성이 뛰어나고 섬세한 분이라서 현우와 제가 감정을 못 찾을 때, 그 감정을 직접 시연까지 해주실 정도였으니까. 그 감정을 다 받아서 연기를 하니깐 아~ 내가 지금 배우가 돼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누군가는 스크린 안에서 지현우 밖에 안 보인다고 할 때, 임정은은 배우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설사 그것이 남들 눈에 안 띄었어도 임정은은 기죽지 않는다. 또한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는 <사랑하니까, 괜찮아>가 가진 차별성을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잘 설명하게 해준다.

“죽는다고 큰소리치는 미현을 보면서 사람들은 당돌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사자가 되면 그것보다 더한 히스테리도 부릴 수 있어요. 왜 쟤가 공공장소에서 그럴까? 라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면 영화 속 상황이 이해가 안돼요. "

"실제 그런 상황에 본인이 처해있다고 가정하면 미현과 민혁의 사랑방식이 더 현실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여요. 되레 감추고 이러는 건 정말 병 안 걸려서 그런 거여요. 진짜 병 걸려봐, 진짜 죽게 생겼는데 어떻게 감추고 있을 수 있어요. 안 그래요?”

임정은은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서른이 넘은 기자는 영화 속 그들의 사랑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왠지 낯간지러운 에피소드의 나열이었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임정은은 화를 내기보다 진솔한 태도로 의견을 내놓고 상대의 동의를 구한다. 그녀의 태도는 <사랑하니까, 괜찮아>를 임정은의 영화로 생각하고 있다는, 배우로서의 책임감으로 받아들여진다.

“어쩌면 우리영화에서 올드하게 표현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건 올드한 게 아니어요. 곽지균 감독님이 전작들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사랑의 표현방식이죠. 나이가 있어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듯이, 곽지균 감독님만의 스타일인 거죠”

자신의 출연한 영화에의 이해를 이 정도까지 했다면 <사랑하니까, 괜찮아>가 임정은의 당당한 스타트였음을 누구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제2의 심은하? 아니 난 임정은이야!

사실 영화보다 심은하를 닮은 임정은의 외모가 먼저 화제에 올랐다. 영화 <일단 뛰어>로 데뷔는 했지만 정작 이름을 알린 건 드라마 <변호사들>에 출연하서부터다. 근대 기대되는 신인배우 임정은이 아닌 제2의 심은하라는 타이틀로 뉴스지면을 장식하고 포털싸이트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임정은이란 이름은 그렇게 살짝 뒤로 빠져있었다.

“심은하 선배님을 닮았다는 질문은 임정은이 가는 길에 정말 옵션으로 따라다니는 질문이랍니다. 처음에는 좋았어요. 그것 때문에 이슈가 된 것도 사실이고 저도 그런 이미지를 좋아하기 때문에요. 그런데 배우로서 작품을 하는데 계속해서 제2의 심은하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건 너무 싫더라고요..”

준비 없이 영화 <일단 뛰어>를 하고 몇 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그녀에게 언론과 인터넷이 만들어준 타이틀은 다시 연기에 도전하는데 좋은 밑거름으로 작용했을 거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며 배우로서 성장하는 이 시점에서는 그 타이틀이 족쇄 아닌 족쇄가 돼버렸음을 임정은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임정은이란 이름을 당당하게 걸고 <사랑하니까, 괜찮아>를 내놓았지만 언론은 여전히 그녀의 이름 앞에 심은하를 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부터 언론들이 알아서 검색어로 만들어 주신 거여요. 심은하 닮았다는 질문에 제가 한 대답은 고작 ‘감사합니다’뿐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암말 안하고 있어도 뉴스에서 제2의 심은하라고 쓰시는 것 보면 무서워요. 그래서 안티도 많이 생겼어요. 제가 그분을 따라한다고 그래요. 그런데 아니어요. 최소한 배우라면 누군가를 따라하고 것 싫어할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임정은은 더 이상 그것 때문에 속상해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녀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오히려 이걸 기회로 삼는다. 임정은 앞에 붙어 있는 그 수식어를 떼고 배우로서 성장하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과정이라면서 말이다.

“제2의 심은하란 타이틀 때문에 제 기사 밑에 악플이 많이 달려있어요. 심은하 선배님 이름을 이용해서 제가 시쳇말로 뜨려고 한다고 그분들은 생각하는 거죠. 그걸 하나하나 신경 쓰면 아마 저는 아무것도 못하고 이렇게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할지도 몰라요. 닮았어? 안 닮았어? 이런 것 때문에 달리는 악플은 괜찮아요. 하지만 정말 속상한 건, 연기에 대한 냉혹한 평가들이죠.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그런 평가가 올라오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막상 보면 일단 상처부터 받게 되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자신 있게 대답하던 임정은이지만 관객의 평가는 무서운가보다. 애교 섞인 말투로 좋은 기사, 댓글 부탁한다는 말까지 살짝 덧붙일 정도니 말이다. 그 순간 장막처럼 드리워진 심은하란 타이틀이 그녀 주변에서 옅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심은하 닮은 임정은이 아닌 그냥 임정은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100%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10명 중에 1~2분 정도는 그렇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 만족해하고 있죠.”
예전에 한 없이 자기에 대한 불만을 갖고 살아봤다는 임정은은 자신을 자책하는 게 부질없는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제 자신 스스로 저를 칭찬해주는 편이어요. 저는 항상 그렇게 살아요.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고. 저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살아봤지만 그건 정말 안 좋거든요. 스스로가 자기를 칭찬해주면 자신감도 생기고. 만약에 이 영화를 보시고 평을 나쁘게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건 제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겠죠. 그런데 그 분들이 해주셔야 할 몫을 제가 하긴 싫어요. 저까지도 저를 냉정하게 바라보긴 싫거든요.”

자신에 대한 비판이 앞으로 더 보여줄 게 많다는 걸 뜻하는 거라면서 임정은은 활짝 웃는다. 미현을 보고 감동 받은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현재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한 거라고 생각한다는 임정은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준비해서 액션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힌다.

“앞으로 어떤 이미지로 보이기보다 임정은을 보여주고 싶어요. 나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당돌 발랄은 예쁜 여자들한테 있는 거라면 저는 털털한 면이 많거든요.”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임정은은 사실 많은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낯설지 않고 친근한 이유는 제2의 누구라는 타이틀 때문일 게다. 어쩌면 은막으로 돌아오지 않는 그 여배우가 너무 보고픈 마음에 우리 맘대로 그 타이틀을 임정은에게 억지로 씌워준 것 아닐까? 그래놓고 헐뜯고 시기했는지도 모른다. 긍정적이면서도 당돌한 이 신인여배우는 그런 거에 절대 기죽지 않고 임정은이란 자신의 이름을 지금 막 스크린에, 관객의 기억에 새겨놓고 있다. 기자가 만나 본 임정은은 누구와 닮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 누군가를 닮고 싶어 하지도 않는 본래의 임정은이었다.

취재_ 최경희 기자
사진_ 2006년 8월 13일 일요일 | 권영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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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dkdkd
심은하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은 그 말이 좋지만은 않나보네요   
2006-08-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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