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본래 꿈꾸는 자들의 것이 아니던가.
별빛속으로는 전체적으로 모호하다, 아니 모호하다기보다는 몽환적이다.
장자의 "호접몽"을 분명하게 연상시키는 영화의 첫 장면. 나비 두마리에 의해 이끌려간 강의실에서 주인공 수영이 자신의 지난 첫사랑을 회상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는 79년 대학가, 수영은 대학교 2학년이고 독일시를 유창하게 외우는 한 선배를 알게 된다. 어느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한 순간, 선배는 수영 앞에서 운동가인 "흔들리지 않게"를 부르며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그때 부터 수영은 알수 없는, 현실인지 꿈인지 알수 없는 경혐을 하게 된다.
영화의 장르를 굳이 구분하자면 "환타지멜러"정도가 될 것이고 혹자에게는 "호러"로 비춰지기도 할 것이다. 사실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고 반전이 숨어있기도 하다.
영화의 스토리를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스토리라인은 매우 탄탄하며 정공법으로 연출한 영화의 장면들은 관객들을 "환타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끌림을 쉽게 거부하는 것은 힘들다.
나는 오랫만에 정말 "영화적 재미"를 느꼈다. 앞으로 1초 후의 장면이 끊임없이 궁금해지도 했고 영화에 흐르는 음악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영화는 본래, 꿈꾸는 자의 것들이 아니었는가.
점점 영화의 테크닉적 측면이라든지 스타배우, 혹은 얼마를 투자했고 어떤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지가 "영화"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욱 커지고 있는 이때 이러한 영화는 우리가 본래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던, 그때의 기분. 혹은 오랫동안 순수하게 좋아했던 "첫사랑"을 만나는 것과 같은 놀라운 경험을 안겨준다.
여전히, 영화가 우리에게 꿈꿀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 당신같은 사람, 혹은 나같은 사람에게 이 영화의 존재는 척박한 한국영화계에 "난장이가 쏟아올린 작은 공"처럼 "환타지"일 것이고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제작비는 매우 착하게도 9억이라고 한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김민선의 연기는 본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전체적인 영화적 분위기에 매우 악영향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연기도 연기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면서 싱싱한 젊은 배우들과의 전체적인 균형을 깨고있다. 특히 더욱 어색해서 잘 어울리는 김c와 올해의 발견이라고 할 만한 차수연, 정경호의 젊고 싱싱한 에너지와 그녀의 도식화된 연기는 아마 그녀의 단점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시간을 뚫고 살아남아야해.
수영의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가 나는 이 영화의 주제와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춘,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그 시절에 꿈 조차 꿀 수 없었던 청춘들이 있었다. 그러한 숨조차 쉴수 없는 청춘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정치적인 폭압이냐, 아니면 취업의 압박이냐 하는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젊고 여전히 청춘은 유효하다. 우리에게 감독은 "정신차리고 어떻게든 시간을 뚫고 살아남아야 해"라고 말한다. 그것은 그 시절의 청춘에게도 혹은 지금의 청춘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감독의 청춘에 대한 "격려""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맑고 투명하고 사랑스러운 이 영화. 이래도 당신 안볼것인가.
사실 나는 한사람이라도 붙들고 이 영화를 보기를 애원이라고 하고 싶다. 점점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이 한국영화계에 이러한 영화가 자꾸 성공하여 본디 영화로 꿈꿀 수 있다고 믿는 우리가, 여전히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 영화에서 나오는 테니스 장면은 분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Blow up"에 대한 감독의 오마주라고 생각이든다. 물론 확인해본적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