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기대한 이유는 세가지다.
영화 속에 소개될 맛있는 음식들, 그 요리를 만들어 나가는 다양한 요리비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허영만 화백의 인기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 영화 식객은 내가 기대한 그 어느 한 가지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영화 초반 성찬의 저녁상은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할 정도로 식욕을 돋구는 맛있는 장면이었지만,
이후, 영화는 급격히 음식위주가 아닌 사람위주, 대결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음식이나 요리를 만드는 요리비법보다도 요리외의 스토리나 사건 전개로 관객들의 입맛만 다시게 만든다.
작년에 개봉해 5백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은 허영만 원작의 영화 '타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타짜'는 무엇보다도 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김윤식등 영화속 캐릭터들이 모두 살아있었다.
'타짜'는 기존 원작 만화의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으로 재창조 해낸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도 도박, 화투라는 소재를 영화속에 잘 녹여냈다.
반면, 영화 '식객'은 등장인물의 캐릭터부터가 평면적이고 만화적이다.
전형적인 만화책에 나올법한 선역, 악역의 캐릭터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이야기의 흐름이나 화면의 구성도 대놓고 만화 식객에 기대고 있다. (아예 대놓고 화면을 만화책처럼 분할하여 표현하는 기법을 쓰기도 한다.)
한마디로 말해,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만화를 영화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이 영화 '식객'은 만화를 "만화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같은 만화가의 원작을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식객'이 '타짜'가 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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