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영화의 매체적 속성에 대한 도전. 언브레이커블
zelis 2000-12-11 오후 12:14:12 1207   [4]




샤말란 감독의 두번째 작품. 브루스 윌리스. 영화의 내용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마케팅.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반전' 에 대한 추측들..
이쯤 되면, <언브레이커블>에서 <식스센스>를 기대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
러운 일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브레이커블>은 <식스센스>와
다르다. (특히 반전의 범위에 있어서) <식스센스> 의 반전이 영화의 일
부, 즉 플롯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언브레이커블>은 반전이 곧 영화
전체를 의미하는 셈이다. 샤말란 감독은 <언브레이커블>을 영화란 매체의
속성에 던지는 도전장쯤으로 여긴 것이 아닐까. 반전은 으례히 내러티브로
부터 배어나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관객들마저도, 덩달아 그의 도전장
에 한방 먹은 기분이다. 그러나, 그 한방 먹은 기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
다. 대중예술로써의 영화에게서 배신당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지
만, <언브레이커블>은 관객과 디제시스 모두를 우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스센스>의 반전에 비한다면 <언브레이커블>의 그것은 꽤나 불친절하
다. 하지만, 둘을 비교하는 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반전' 이란 개념이
쓰인 영역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반전이란 분명 흥
미로운 도구지만, 그 자체만으론 부족한 측면이 있다. 자칫 '반전을 위한
반전' 에 치우쳐 또 하나의 틀에 얽매이는 영화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언브레이커블>에는 영웅과 악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둘은 사회적 약자라
는 공통분모로 묶인다. 영웅 격인 데이비드(브루스 윌리스 분)는 삶의 좌
절을 경험한 인물이다. 아내인 오드리(로빈 라이트 분)와의 결혼생활도 결
코 순조롭지만은 않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데이비드가 지닌 근원적인 죄책
감 - 이것은 어떤 사고에서 데이비드가 죽지 않음으로써 다른 이가 죽는다
는 엘리야(사무엘 잭슨 분)의 이론에 근거한다 - 은 그를 옭아매고 있다.
이런 반영웅적 영웅의 캐릭터는, 마치 호러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의 그것
과 유사하다. <언브레이커블>이 여느 할리웃 영웅신화와 길을 달리하는 것
은 이런 점 때문이다. 영화속에서 영웅의 약점을 명시하는 것 역시 이 영
화의 특이점 중에 하나고. 암튼, 비양식적인 캐릭터는 악인인 엘리야에게
도 적용된다. 엘리야에겐 선천적으로 병(골형성 부전증)이 있다. 만화에
파묻혀 세상을 살아온 그의 정체성 찾기가 이 영화에서 또하나의 스토리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나 펭귄맨이 연상되는 엘리
야는, 그의 캐릭터 자체보다, 캐릭터를 드러내는 영화의 서술방법상에서 가
치를 지닌다. (샤말란 감독이 누누히 언급했던 극의 반전이 그런 서술방법
의 상당부분을 떠맡고 있다.) 또한 악인을 둘로 분류함으로써 기존의 단편
적인 선악 구분을 슬쩍 비튼다. <언브레이커블> 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캐릭터 설정에 담긴 이러한 요소들 때문이 아닐까?


미디엄 숏과 미디엄 롱숏이 주를 이룬 카메라와, 비교적 자주 등장하는 롱
테이크는 영화속 상황에 사실성을 부여한다. 또한, 의도적인 음악의 배제
는 그 자체로 서스펜스와 미스테리적 효과를 발산하고 있다. 인물을 포착
한 카메라는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그들이 처한 상황보다는 그들
자체에 더 관심을 보인다. 또한 상당히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영화속 등
장 인물들의 행동이나 말투는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 데이비드와
오드리의 대화라던지, 범죄자를 목조르는 데이비드의 행동 등이 단적인 예
다 - 이는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구축해온 "환영속의 현실" 과 차이가 있
기 때문이다. 영화와 현실이 서로를 반영하는지의 여부보다 눈여겨 볼만
한 건, 영화속 현실이 어떻게 표현되었느냐는 점이다. 때론 영화가 현실보
다 더욱 리얼하다. 이는 다분히 관객들의 상상력에 의지한 측면도 있지
만, 그만큼 영화에서 과장된 부분도 없지 않다. 물론, 관객들은 그런 것
에 더 익숙하다. <언브레이커블>의 비환영적인 속성 - 이는 영화의 초반
부 열차안에서의 카메라가 보여준 지극히 관음증적인 시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그림자를 수시로 드리우는 조명에서도 발견된다 -은 이 영
화의 또다른 모티브인 만화와 결합된다. 다만 여기서 아쉬운 점은, 만화라
는 매체가 지닌 매력(이는 대부분의 영화가 지닌 매력이기도 하다)을 철저
히 외면하다시피한 부분이다. 아무튼 샤말란 감독은, 할리웃 영화가 지니
고 있는 '꿈의 은유'으로써의 영화에 어느정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가 스필버그와 비교되면서도 다른 건 이런 점이 아닐까 싶다.


샤말란 감독의 영화는 마치 '인간에 대한 관찰보고서' 같다. 그것은 애정
어린 시선일까, 아니면 단순한 관심일까. 분명한 것은 그가 휴머니즘에 어
느정도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샤말란 감독은 영화보다 사람을 중시하니
까. 사람들이 만들어낸 매체에 대한 경계는 그가 할리웃의 소수인종이기
에 가질수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언브레이커블>은 단순히 그런 '인간
에 대한 시선' 보다는 감독의 장난끼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를 만화
에 대한 통계자료로 시작한 것은, 만화에 얽힌 감독의 개인적인 추억이 영
화의 동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샤말란 영화의 특징중 하
나는, 아이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또한, 그 아이의 직감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흔히 무시되거나, 영화속에서 억압받는 존재인 아이에 대한 샤말
란 감독의 역할부여는 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사회적 약자가 갈망하
는 '해방' 을 뜻한다는 거창한 해석보다, 마침 다른 영역에서 사람을 관찰
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가 아이의 눈높이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더
가까울것 같다. 이 영화의 반전?은 마케팅이 주도한 측면이 다분하므로,
그닥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샤말란 감독은 이제 반전 이상의 것을 모
색할 필요가 있다. 그의 영화가 일관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처럼, 관객들
도 구축하고 있는 영화상이 있으며, 이는 좀처럼 깨지지 않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소통을 얘기하고자 한다면, 그점을 기억해야
한다.

                            


(총 0명 참여)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87060 [언브레이커블] 정말 안타까운 영화 (2) kooshu 10.09.08 845 0
68739 [언브레이커블] 예상치 못한 반전과 충격적 결말! shelby8318 08.06.13 2890 1
27359 [언브레이커블] 만화면 어떤가? (1) awakenkanako 05.02.05 2102 7
2694 [언브레이커블] 정말 정말 실망 그 자체였다... (2) lovlove 01.07.26 1681 0
151 [언브레이커블] [언브레이커블]아들이 흘린 눈물에 우리는 쓰러졌다.. 왜냐구? (2) tetsuo 00.12.20 1396 4
147 [언브레이커블] M 나이트 샤말란의 종말인가? (1) LIMOOBY 00.12.20 1001 2
134 [언브레이커블] 소름끼치는 반전.. (2) toycan 00.12.16 1640 2
132 [언브레이커블] 이 짜릿 함... (1) sdfh 00.12.16 1177 2
112 [언브레이커블] 자기 정체성? (1) jmsmp 00.12.14 1128 3
108 [언브레이커블] 기대가 클수록 실망감도 역시.. (1) kaiser90 00.12.14 1103 0
107 [언브레이커블] 기대되는 영화??? 무참히 깨지는 영화!!! (1) ini0309 00.12.14 950 3
105 [언브레이커블] 논리철학자는 아니지만 ... (1) daboon 00.12.13 1010 3
98 [언브레이커블] 영웅은 존재하는가? ryudk 00.12.12 1042 1
94 [언브레이커블] [감상] 용가리통뼈... 좀 약하지 않았나.. bat2498 00.12.12 1115 1
88 [언브레이커블] 2번째 반전은 좀 힘들다... kieslowski20 00.12.11 1127 0
현재 [언브레이커블] 영화의 매체적 속성에 대한 도전. zelis 00.12.11 1207 4
85 [언브레이커블] 글쎄..기대는 금물인... ezboy 00.12.11 901 4
84 [언브레이커블] 음... musue20 00.12.11 913 2
82 [언브레이커블] (영화사랑)언브레이커블★★★ lpryh 00.12.11 1362 3
80 [언브레이커블] 장르가 분명 스릴러가 아니라 코메디일거야..... tbaks 00.12.10 1088 2
79 [언브레이커블] [언브레이커블] 깨질 수 없는 것들... lchaerim 00.12.10 1042 2
77 [언브레이커블] 지구를 지키는 사람을 찾아서... (1) wi1983 00.12.09 1144 2
72 [언브레이커블] 만화이야기와 식스센스의 만남... sexy901 00.12.09 965 0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