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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 왕의 남자
hongwar 2007-10-11 오후 10:49:13 2353   [7]
 

한낱 영화가 어찌 이리도 가슴을 아리게 할 수 있을까.

사어로 첫사랑의 느낌이랄까, 아니면 이별 후의 느낌이랄까.

어찌 이리도 오래토록 가슴을 아리게 하며, 머리 속을 헤집어 놓을 수 가 있을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아 괜찮은 영화구나."만 싶었는데,

다시 생각할 수록 가슴 깊숙히 부터 아련하게 찡해오는 것이

이 영화 다시 보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싶다.

그래 이틀만에 다시 봤는데, 정말 이럴수가 있나.

"아..."

한동안 그저 감탄사만 말하게 된다.

다 아는 이야기 인데 볼수록 더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는 이게 바로 영화지 싶다. 이런 영화가 한국의 영화지 싶다.

극도의 절제미, 여백의 미 그리고 화려한 색상까지 어느 화면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뿐이랴, 배우들은 어떻고. 공길과 장생 연산과 녹수.

그들은 감우성, 이준기, 정진영, 강성연이 아니었다. 누구는 영화를 찍으며 그 역할에 녹아들었다 표현하지만, 이들은 공길, 장생, 연산, 녹수 그 자체였다.

보통의 영화는 한 인물이 주인공이라면 철저하게 그 인물을 중심으로 극이 흘러간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신기하리만치 인물들의 이야기가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다. 누구의 관점으로 극을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리 해석되는 것이다. 

저 네 주인공들 뿐아니라 육갑이 칠득이 팔복이와 처선 그들 모두의 시선이 살아있다.

 

극의 중심은 아마 공길과 장생의 사랑일 것이다.

감히 사랑이라고 언급하기도 미안한 이들의 감정은 한없이 애닯기만 하다.

혹자는 둘의 관계를 피보호자와 보호자나 형제적 관계 쯤으로 여기지만 전혀 아니다. 복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매를 맞을 때도 공길을 감싸고 돌던 장생,

강가에서 뺨을 매만져 주던 장생,

한껏 술을 먹고 취한 공길의 등을 두드려 주는 장생,

왕에게 불려갔다와 자는 공길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장생,

닭 반마리를 북찢어 공길에게 넘기는 장생,

공길이를 포기하라는 처선의 말을 무시한채 줄을 타는 장생

이런 장생의 모습에서 어찌 사랑을 찾을 수 없으랴.

 

이는 공길의 눈으로 영화를 볼때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공길이 왕앞에서 하던 두번의 인형극은 모두 자신과 장생의 이야기이다.

넘어진 여자인형을 부축여세워 가 손을 씻어주고 뺨을 어루만져주는 남자인형. 여기까지는 앞서 본 둘의 상황이나, 이후 여자인형은 남자인형에게 먼저 안긴다. 그리고는 남자인형은 안기는 여자인형을 감싸준다. 공길의 상상이든 편집된 둘의 상황이든 공길이 장생을 향한 마음은 분명하다.

또한 자신이 가락지를 훔쳤다고 밝히는 여자인형에게 남자인형은 그저 "도망가자"는 말만을 한다. 그리곤 둘은 줄을 타기 시작한다. 공길이 장생을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줄타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극도의 함축으로 나타나 있다. 그 속에는 공길의 장생을 향한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공길의 입장에 서 영화를 본다면 이런 그들의 사랑이 크게 부각되지만, 장생의 입장에 서 보면 사랑과 그 이면의 광대의 웃음과 눈물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누구에도 기세를 굽히지 않는,

왕에게 왕을 능멸할 자는 이 장생뿐이오! 하고 너무나 당당히도 말하는 그런 자가 장생이다. 그러나 그는 천하디 천한 광대다.

"나의 놀이판에서는 내가 왕이다."

중신들의 꼭두각시 놀음에 놀아나는 왕과, 이 자유로운 광대.

누가 왕이며, 누가 광대인가.

누가 누구를 높다하고, 누가 누구를 천하다 할 것인가.

이들의 관계에는 온갖 역설과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연산의 입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전혀 색다른 영화가 된다.

그저 폭군으로 치부된 역사 속의 그를, 영화는 우리에게 이해시키려 한다.

독약을 먹고 쓰러진 공길에게 "어머니"라고 외치는 연산.

영화를 깊이 볼수록 연산을 쉬이 폭군이라 인정하기 어려워진다.

나라에서 가장 높은자가, 가장 천한 광대 장생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나라에서 가장 많이 가진자가, 가장 못가진 공길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

떠나려는 장생을 향해 "가지마"라고 외치는 공길은 연산의 눈물을 가슴으로 보고, 그를 향한 연민을 가슴으로 느꼇기 때문이다.

이는 처선도 마찬가지다.

폭군인 것을 알고도 그를 보좌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에는 왕이라는 존경심보다는 그 연민이 더욱 크게 좌우했을것이다.

광대노릇을 하는 왕을 위해 광대를 부르고,

광분한 그를 말리지 않는다.

결국 왕의 패망을 내다 본 처선은 자살을 택한다.

그것이 처선의 지혜다.

 

녹수의 관점에서는 점차 커져가는 녹수의 질투와 분노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녹수는 왕이 아닌 연산을 사랑한 여자다. 때문에 그녀는 요부라기 보다는 어쩌면 현부이다. 특히 녹수의 분노가 극에 달한 부분은 연산이 성종의 첩과 할미를 죽인 후다. 연산의 사랑이 떠나간 후가 아니다. 녹수는 왕을 이용해 먹은 역사의 인물이 아니라 다만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영화의 라스트 신은 가히 최고이다.

눈 먼 장생이 줄을 타며 왕에게 말한다.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을 훔쳐가는 것도 못보고........"

연산이 공길의 마음을 뺏아갔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길은 장생에게 외친다.

"야이 잡놈아."

공길은 자신의 마음을 훔쳐간 잡놈은 바로 장생 당신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다시 태어나면 양반도 왕도 싫다. 광대. 광대로 태어날 것이라고.

어느때보다도 더 빠른 발놀림으로 달려가 하늘로 치닫는 둘.

그 밑으로는 엄청난 신진새력들의 들이닥침에도 꿋꿋히 앉아있는 연산, 그리고 그의 곁을 끝까지 지켜주는 녹수가 있다.

정말 엄청난 절제 속에 무궁무진한 뒷 이야기를 숨겨놓은 장면이다. 이 라스트 신을 보고 있자면, 그저 몇방울 주루룩 흐르는 눈물이 아니라 펑펑 쏟아지는 눈물이 난다. 마치 내가 저 애틋함의 주인공이나 된 마냥.

 

영화의 끝에는 픽션하나가 더 가미되어있다.

장생과 공길, 육갑 칠득 팔복을 앞세운 놀이패가 신명나는 사물놀이를 하며 길을 떠난다.

"너 여기있고. 나 여기있지."

.

.

"아 우리모두 여기있어."

 

 

 

"최고"라는 표현을 너무 남발하는 나로써는 이 영화에 "최고"라는 표현조차 모지라다. 두번이 아니라 세번 네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영화다.

"왕의남자"

정말

사람을 멍하게 만들고, 그냥 보고 나왔을 때 보다 곱씹을 수록 더 아련하다. 그리고 가슴 끝에 걸터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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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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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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