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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영화, 'Big'
cjsakehd 2009-03-06 오전 2:37:24 1248   [0]

남을 보여주려고 쓴 리뷰가 아닌 여운을 오래 간직하려고 남긴 기록이기에 스크롤이 좀 압박일 겁니다^^ 

 

 

난 이 영화를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늦은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시간을 때울 작정으로 공유 사이트를 뒤적거려 우연히 찾아낸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우연’에 감사하고 있다.

사실 처음 생각 없이 영화를 내려 받은 뒤, 낭패라고 생각했다. 미처 보지 못한 영화의 개봉 년도는 1988년. 빠른 89로 88년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닌 나지만, 무려 내가 태어나기 1년 전에 개봉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과의 특성 상 작품을 가려선 안 될 터이나, 솔직히 말하면 난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고정관념은 이리저리 늘었다 줄었다, 제 멋대로 기준이 불분명하지만 그런 가운데 한 가지 일관적인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오래된 영화는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10~15년 전의 영화만 생각해도 마치 ‘대 열차 강도(1903 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서사구조와 함께 영화기법 적으로도 영화사에 남는 작품.)’를 보는 것 같은 우울함을 느끼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볼 땐 재밌게 보지만 보기 전에는 이런 고정관념에 시달려버리곤 하는 것이다.

처음 영상파일을 틀었을 때 나오는 오래 된 영화의 느낌. 마치 늙수그레한 할아버지의 주름살을 바라보는 듯, 지루하고 괴롭게 느껴졌다. 고작 140원 정도의 작은 돈으로 내려 받은 영화였지만 아깝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하지만 상영되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처음엔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급격한 발전으로 20년 전의 풍경과 지금의 풍경이 뽕나무 밭에서 푸른 바다로 변한 것만큼 큰 변화가 있었지만, 미국의 경우 생각보다 어색함이 없었던 것이다. 옷차림조차 어색함이 없었으니, 아무리 스토리나 플롯이 좋아도 미세한 거슬림이 느껴지면 그거에만 신경을 쓰느라 영화를 못 보는 나에겐 행운이었다. (좀 더 확실히 말하면 영화의 미장센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신경을 쓴다고 할까. 물론 대단찮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난 푹 빠져들었다.

사실 이 감상문은 자기 위안적인 감상문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남은 여운이 흩어지는 게 아쉬워 남기는 감상문이지만 혹여나 이 감상문을 읽으실 분을 위해 스토리를 적어 보면 13살인 조쉬가 어느 날 축제 기계에 소원을 빌고 어른이 되어 겪는 이야기이다. 어른으로 돌아갈 방법을 위해 뉴욕으로 가 어쩌다보니 장난감 가게에 취직해 부사장까지 되어, 매력적인 여사원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는, 어찌보면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이 곳부터 스포일러성 내용이 잔뜩 함유되어 있으니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게 좋을 거에요)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감상을 얘기하자면13살인 조쉬가 어느 날, 동네 축제에 갔다가 좋아하는 여자애 앞에서 작은 키 때문에 놀이기구에 탈 수 없는 수모(?)를 겪는다. 게다가 그 여자애 옆에는 키 큰 남자친구까지 있었으니, 조쉬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다 조쉬는 구석에서 ‘졸타’라는 장난감 기계에 25센트를 넣고 ‘키가 커지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빈다. ‘당신의 소원은 이뤄졌다’는 메시지의 종이를 건네받은 조쉬는 바닥을 보곤 코드도 꼽혀있지 않은 기계에 오싹한 기분이 들어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짜잔! 조쉬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이제 아역 ‘조쉬’는 끝나고 어른 ‘조쉬’, 톰 행크스가 등장한 것이다. 20년 전의 젊은 톰 행크스는 굉장히 풋풋했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연기는 훌륭했지만 뭔가 그 앳된 모습이라니, 각종 영화를 통해 여러 이미지가 쌓인 톰 행크스라는 배우가 또 다시 새롭게 느껴졌다고 할까. 아, 참고로 난 남자지만 저런 외모라면 여자들이 반할 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얘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여하튼 조쉬는 바뀐 자신의 모습에 놀라 아버지의 옷을 몰래 입고 도망치듯 빠져나와 어제의 축제자리로 갔으나 이미 축제는 끝난 지 오래, 자신을 어른으로 만든 기계 ‘졸타’도 보이질 않았다. 그리하여 찾아가게 된 곳이 뉴욕, 그 기계를 찾아야 원래 어른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여러 장난감 가게를 돌아다닌 끝에, 간신히 축제가 다시 어디서 열리는 지 아는 방법을 얻었으나, 그 기계의 행방은 6주나 있어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조쉬는 절친한 친구 빌리의 조언을 받아 장난감 가게의 컴퓨터 직원으로 들어가는데, 우연히 부딪친 사장에게 좋은 인상을 주게 된다.  그리고 휴일, 장난감 가게에서 천진하게 놀던 조쉬와 다시 만나게 된 사장은, 조쉬의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과, 어른들은 생각해낼 수 없는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감명 받아 조쉬를 개발부의 부사장으로 승진시킨다. 사실 컴퓨터 직원이 된다던가, 부사장으로 승진한다던가 하는 이런 부분은 개연성적인 부분에서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한 순간 스쳤었다. 하지만 컴퓨터는 20년이나 전의 것이기에 그다지 복잡하지 않으며 조쉬가 평소에 컴퓨터 게임을 즐겼다는 것을 생각하니 어느 정도 문제가 없었다. 또한 창의력이 높게 평가되는 장난감 회사라면 저런 승진도 괜찮을지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난 관대한 관객이기 때문일 지 몰라도 나는 그랬다.

여하튼 그렇게 조쉬는 승승장구! 승진과 사장의 신임을 등에 업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며 회사를 성장시킨다. 또한 매력적인 동료직원, 엘리자베스 퍼킨스(작 중 수잔)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수잔은 조쉬를 질투하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싫증을 느낌과 동시에 순수하고 솔직하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조쉬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정신연령이 13살인 조쉬와 수잔이 오래 갈 순 없었다. 순리에 어긋난다고 할까. 조쉬는 점점 일에 익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진 모습을 보이지만 엄마가 보고 싶어져 견딜 수가 없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졸타 기계, 하지만 수잔 때문에 돌아가는 것과 이곳에 남는 것, 두 가지 사이에서 갈등하던 조쉬는 결국 아이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알게 된 수잔, 13살이라는 조쉬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아이라는 걸 알고, 또 아이로 돌아갈 거라는 걸 알게 된 이상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어른으로 대하지 못한다.

마지막에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조쉬의 입술에 키스하지 않고 이마에 키스하는 부분은, 순수하면서도 굉장히 슬프고 씁쓸했다. 분명 아이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이지만,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가 계시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선 돌아가지 마, 수잔에게 남아! 라고 외치는 나 자신이 있었다. 사실 능력을 인정받아 돈도 왕창 벌었으니 돈과 명예, 여자까지 거머쥔 조쉬에게 과한 감정이입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13살인 조쉬에겐 그런 것보다 어머니의 온정이 더욱 그리웠으리라.

조쉬에게 자신을 잊지 말라며, 전화번호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며, 또 혹시 10년 뒤에 어떻게 될지 알겠어? 하며 말을 건네는 수잔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사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장난감 회사에 취직한다는 소재만으로도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 될지는 뻔히 알고 있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의 흐름이 어떤 지는 명명백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넘어서서 이 영화는 참 감동적이고 즐거웠다. 또한 가슴 속에 강한 여운이 남았다.

영화의 끝이 조쉬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알았기에 그리고 여운을 위해 그 곳에서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것을 알았지만, 나는 계속 영화에 ‘10 Years rater’라는 말과 함께 어른이 된 조쉬와 수잔이 재회하는 모습이 나오길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물론 아까도 말했듯 학과 특성상 영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를 했던 나이기에 제대로 된 감동이라면 그런 장면을 넣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말이다.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이 영화에 대해 평론가들이 뭐라 평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20년 전의 영화라 어떤 평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에 나온 영화였지만 대중성과 관계없이 호평이 나오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요즘의 영화는 뭔가 복잡하고 예술적인 걸 다뤄야 호평이 나오고 대중적이며 알기 쉽게 그려진 영화들은 혹평을 받곤 하니 말이다. 뭐, 혹평 받을 만한 영상적인 것만 강조한 영화들도 있지만) 감독이 너무 자신에게 빠져들어 자기만 알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영화보다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으며, 대중적이었고, 또한 즐거웠다. 또한 어른과 아이로 대비되는 사람 관계 속에서 오히려 어른보다 어른스러운, 어른임에도 순수함만을 잃어버린 채, 유치한 면모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대비되어 톰 행크스(작중 조쉬)의 매력이 한층 부각되었던 것 같다.

아직도 조쉬와 수잔의 만남이 아쉽게 느껴지고, 눈가가 짠해지는 기분이다. 사실 난 이런 기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가슴 속에 뭔가가 들어찬 듯, 아쉽고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행복감과 함께 가슴에 남는 여운, 이런 여운은 그 영화를 기억하는 데, 그 영화가 흥행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지만 날 괴롭게 한다. 난 이런 여운이 싫어 앨범조차 둘러보는 편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여운을 즐기고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는 충분히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이다. 자신 있게 말한다. 늦은 밤, 이 영화를 발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 사족을 붙이면 톰 행크스란 배우에게 관심이 그다지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톰 행크스에게 푹 빠질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톰 행크스가 나온 영화를 다 찾아봐야겠다. 그러고보니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포레스트 검프를 그렇게 재밌게 봐놓고 이제와서 톰 행크스란 배우에게 꽂히다니, 좀 의문스럽기도 하다. 훗, 풋풋한 톰 행크스에게 꽂힌 건가. (아, 참고로 난 남자고, 노멀이다. 그냥 배우로서 꽂혔다는 것이다.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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