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이른아침 감은눈을 억지스레 떠야하는 피곤한 마음속에도 나른함 속에 파묻힌채 허덕이는 오후의 앳된 심정속에서도 당신의 그 사랑스러운 모습은 담겨 있습니다 (중략)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건 당신께 사랑을 받기 위함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그대로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이 노래가 나오면 흥얼대거나 나도 저 가사속의 주인공인양 상상을 한적이 있다 혼자만의 사랑… 이제는 없는 그 사람을 위한 오직 그 사람만의 사랑… 어떨까? 분명 조금 외롭고 쓸쓸하겠지만 자신의 사랑을 줄 수 있는 그 사람이라는 존재가 있기에 더욱더 그 자신은 아름답고 밝게 빛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순애보적인 사랑이지만 그 대상만큼은 살아 숨쉬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직 자신의 마음속에서만 살아숨쉬고 느낄 수 있는 그 사람이 떠난 그 빈자리는 어느 누구도 감히 그 자리에 다시 올 수 없는 텅빈 공간으로서만 자리잡음이 맡는 말인거 같다 어떤 댓가나 이유 같은 건 없다 단지 사랑이라는 그 말 밖에는…
예전엔 홍콩 멜로 영화를 보면 우리의 정서와는 조금 멀리 떨어지지 않았나 하고 많이 생각했었는데 요즘 홍콩 멜로 영화들을 살펴보면 우리네의 정서와 거의 흡사하고 사뭇 잔잔하다 아마도 이야기의 흐름이나 사는 방식이 비슷한 동양인이라서 그런걸까? 입안 가득 함박 웃음을 짓게 만들면서도 어느 순간 뒤돌아 보면 또다시 떠오르고 상기시켜지는 그래서 가슴이 뭉클해지고 같이 공감을 불러 일으켜 진한 향기가 베어나오게끔 만드는 어쩌면 동양인으로서의 동질감이 아닌가 한다
사실 첨에 영화보러 가기 전에는 라벤다라는 뜻이 뭘 의미하는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지 못한채 그냥 영화에 임했다 향기나는 일종의 진한 사랑의 향기를 불러 일으키는 향수재료의 일종이란 걸 알고 아하 그래서 이 영화가 향기나는 영화라는 부제가 붙었다는 걸 알았다 영화는 처음부터 사뭇 진지했다 어떤 커다란 사건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신없이 오락가락 왔다갔다 하지도 않는다 첨에 재시했던 그 느낌 그 방향대로 그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어떤 다른 의미는 결여되있는 이 영화… 그냥 영화의 있는 느낌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그러면서도 시간이 90분되는 그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지도 산만하다는 느낌도 안 들었다 그냥 그 두 여인들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향기가 영화 전반 곳곳에 묻힐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 두었다 그래서 그 영화 속 두 주인공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같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물론 조금 유치하고 허무맹랑한 요소가 들어 있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요소들까지도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더 끌리는지도 모를일이다
사랑 애기 라면 이제 진부할 만도 하고 지루할 만도 한데 그네들의 느낌을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는 그 사이에 이미 우리 자신들도 가슴속에 각자의 사랑을 하나씩 품에 안고 각자의 향기에 맡게끔 하고 마지막 그 순간에 제자리를 찾아 떠나게끔 만들어 놓은 깔끔한 영화였다 금성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나 진혜림의 청초한 모습까지도 그리고 그 영화속에서 둘을 연결시켜주는 각종 사랑의 향기들 까지도 어느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인 동시에 우리 자신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커다란 재료인 것이다
언제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사랑이란 저 멀리 상상속에서나 존재하고 멀리에만 있는 걸로 오늘 하루도 착각속에서 살아갈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그렇게도 바라던 그 사랑이란 자신의 바로 가까이 주변에 있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켜 주고 깨닫게 해준다 사랑이란건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그 사이에 어느순간 성큼 다가와 우리곁에 맴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한번 주위를 한번 살펴보면 분명 자신도 느끼지 못했던 그 사랑이 다가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불러 일으키는 라벤다 향기속에 오늘 하루 그 진한 사랑의 향기를 맡으며 취하고 싶도록 그 속에 풍덩 내 몸을 맡기고픈 사랑스러운 영화다
2001-06-02 오후 10: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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