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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까지 춤추는 자연의 리듬 해피 피트
jimmani 2006-12-14 오후 9:58:00 825   [2]

헐리웃 애니메이션의 3D 기술이 날이 갈수록 한계를 모르고 발전하다보니, 과장과 상상력이 생명인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이제는 '리얼리티'가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듯하다. 털 있는 동물이 등장했다 하면 털이 몇백만개인가에 목숨을 걸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쪽박을 찬 <파이널 판타지>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 우리가 애니메이션에서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리얼리티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발하고 때론 과장되어도 좋은 상상력, 거기서 오는 유쾌한 즐거움을 우리는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공식조차도 조금 식상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야기할 <해피 피트>는 여기에 뭔가 새로워도 제대로 새로운 것을 과감히 집어넣은 애니메이션이다. 단지 실감나는 그래픽에 탁월한 상상력, 개성만점의 캐릭터같은 요소들로 그치는 게 아니다.(이 정도는 사실 요즘 애니메이션이 마땅히 가져야 될 요소들이다)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가 이 영화 속엔 바로 중심에 놓여 있다. 애니메이션에선 실로 느껴보지 못한 종류의 즐거움이다.

문명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오로지 자연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남극 얼음대륙 한가운데. 이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펭귄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는 펭귄 왕국이 있다. 이곳의 전통은 이른바 '하트송'이라는 노래를 통해 구애를 하고 짝을 찾는 것인데, 그래서 노래실력은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멤피스(휴 잭맨)와 노마 진(니콜 키드먼)의 아들인 멈블(일라이저 우드)은 노래만 했다하면 재앙을 불러올 만큼 형편없는 실력을 갖고 있다. 대신에 그가 갖고 있는 재능은 놀라운 탭댄스 실력. 그러나 감미로운 노래 대신에 정신없이 발만 움직이는 멈블의 행동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치명적인 노래실력은 어릴 적부터 친구인 글로리아(브리터니 머피)에게 구애할 수도 없게 한다. 무리로부터 소외감을 느낀 멈블은 홀로 대륙을 돌아다니다 전혀 다른 덩치와 분위기를 소유한 라몬(로빈 윌리엄스)와 그 일행들을 만난다. 이들의 자유분방한 성격에 매료된 멈블은 이들에게 탭댄스를 가르쳐주고 이들은 곧 절친한 친구가 된다. 이들을 데리고 글로리아에게 구애하기 위해 멈블은 다시 왕국으로 향하지만, 왕국의 지도자인 노아(휴고 위빙)는 질서를 어지럽혀 물고기 기근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멈블을 추방시킨다. 억울하게 추방당하게 된 멈블은 물고기가 없는 이유를 반드시 밝혀 자신의 떳떳함을 증명하겠다면서 긴 여행을 떠나는데.

일단 목소리 배우들의 면면이 제대로 화려하다. 워너 브러더스는 바로 전작 애니메이션인 <앤트 불리>에서 줄리아 로버츠, 니콜라스 케이지, 메릴 스트립 등 1급 배우들을 줄줄이 포진시킨 것에 이어 이번 <해피 피트>에서도 일라이저 우드, 로빈 윌리엄스, 니콜 키드먼, 휴 잭맨, 브리터니 머피, 휴고 위빙 등 쟁쟁한 배우들을 아낌없이 포진시킨다. 다행히 이들의 목소리들이 하나같이 개성이 살아있어 단순히 유명세로 먹고 들어간다는 인상은 쉽게 불식시킨다. 예의 소심하고 순수한 소년 이미지가 멈블과 꼭 닮은 일라이저 우드, 우아하고 이해심 넓은 어머니 노마 진 역의 니콜 키드먼,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아버지 멤피스 역의 휴 잭맨(사실 그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다정다감이라 좀 의외긴 했으나 특유의 우렁차고 중후한 목소리 톤이 잘 어울렸다), 매력적인 외모에 심성까지 고운 글로리아 역의 브리터니 머피, 스미스 요원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가져와 강압적이고 딱딱한 지도자 노아 역을 잘 소화한 휴고 위빙 등 모두가 만족스러운 목소리 연기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압권인 배우는 역시 로빈 윌리엄스이다. <알라딘>에서부터 그의 목소리 연기 재능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제대로 보여준 이번 영화에서도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확실한 활력소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라몬으로서 보여주는 라틴계 말투는 똑부러지면서 한없이 귀엽게 들리고, 여자 밝히는 도사 러브레이스로서 보여주는 모습은 능글맞은 떠벌이로서 재치를 맘껏 과시한다. 목소리에도 유머가 한껏 묻어나는 그의 연기를 듣고 있자면 들릴 때마다 절로 웃음이 흘러 나왔다. 이들 배우들은 역할상 음치인 일라이저 우드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빼어난 노래 실력들을 선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에는 노래 잘 하는 배우들이 어쩜 이리도 많은지 원.

이 영화의 3D 그래픽은 실로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다. 과장 조금 보태자면 현재 3D 애니메이션 기술의 최정점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뛰어난 질감을 보여준다. 허연 얼음만 잔뜩 깔려 있는 남극이 배경이라고 해서 사실성에 소홀히 한 것이 결코 아니라, 바닷물의 흐름이나 얼음의 질감과 움직임, 바람과 햇살 등 각종 기상효과까지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표현되어 있는 듯해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와 더불어 펭귄들의 생김새와 움직임 역시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단순화되거나 과장되지 않고 세밀한 묘사가 나타나 있어서, 뒤뚱뒤뚱 지느러미를 팔랑거리며 보릿자루처럼 걸어다니는 움직임이나 까끌까끌한 털의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는 몸의 질감에서 제작진들이 노력한 흔적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 뿐 아니라, CG를 바탕으로 한 스펙터클하고 역동적인 장면들도 여럿 있어서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로서의 눈요기도 확실히 되었다. 그냥 보기에도 수십만, 수백만은 되어보이는 펭귄들이 떼지어 서 있는 얼음벌판의 장관, 오로라를 배경으로 합창을 하는 펭귄들의 모습이나 무시무시한 바람을 딛고 수없이 많은 아빠펭귄들이 기도를 올리는 초반 장면 등은 아이맥스로서의 가치를 높일 만한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멈블과 바다동물 간의 땅과 바다 속을 가로지르는 추격전, 멈블 일행과 범고래 두 마리의 결투 장면(특히 이 장면은 마치 <킹콩>에서의 공룡 격투신이 떠오를 만큼 무게감과 박진감이 살아있었다) 등의 액션신에서는 최대한 스크린에 몰입되게 하는 밀착감과 속도감이 두드러져 절로 빨려들었다. 카메라를 캐릭터들 코앞에 들이대고 나에게도 바로 쫓아올 듯 찍는 방식이 스릴을 더욱 배가시켰다.

이렇게 세밀한 CG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의 매력 또한 빛을 발한다. 솜뭉치같은 아기펭귄들의 모습은 인간의 손이 가면 안되지만서도 고이 모셔다 집안에서 기르고 싶을 만큼 귀여움이 좔좔 흐르고, 라몬네 작은 펭귄들의 촐랑거리는 모습과 유머감각도 재미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정작 맛볼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즐거움은 따로 있으니, 바로 노래와 춤이 철저히 중심이 되는 퍼포먼스 장면들이다. 물론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노래들이 수없이 등장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부수적 요소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퍼포먼스 자체가 중심이 되어 영화가 주는 재미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퍼포먼스 장면들은 흔치 않다. 시작부터 멈블의 부모인 멤피스와 노마 진이 수많은 펭귄들을 둘러싸고 하트송을 주고 받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해서, 졸업파티 때 오로라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는 글로리아의 공연 장면 등에서는 한번쯤 들어봤을 낯익은 팝송들이 새롭게 믹스되어 흥을 돋군다. 이뿐이 아니다. 멈블의 탭댄스 퍼포먼스 장면들에선 단지 귀만 즐거운 게 아니라 온몸을 들썩이게 한다. 수백만 마리의 펭귄들이 한 몸이 되어 같은 리듬으로 발을 구르고 인간 댄서처럼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고난도 댄스를 구사하는 펭귄들을 상상해보라. 이건 이들 수백만의 펭귄들이 무대에서 한꺼번에 난타 공연을 하는 거나 다름없다. 그만큼 음악과 춤이 주는 비트와 스케일 면에서 관객을 확실히 압도하는 스펙터클한 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펭귄들의 흥겨운 리듬 퍼레이드가 인간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들 사회에서 알아서 형성된 흥겨운 놀이문화라는 점이 이 영화 속에서는 중요한 메시지로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펭귄들은 나날이 줄어가는 물고기들에 대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런 문제 뒤에는 맘대로 자연을 침범해서 뭘 얻어가려는 이기적인 인간들(펭귄들 말에 따르면 '외계인')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의 인위적 접근으로 펭귄들 또한 기력을 잃어갈 위기에 놓이지만, 결국 이 세계를 생명력 있게 만드는 건 인위적 손길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리듬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손을 대지 않을 수록 펭귄들의 스텝은 더욱 더 생명력이 넘치고 에너지를 있는 힘껏 끌어올린다. 그 어떤 인위적 음악보다, 거대한 자연의 리듬이 더욱 흥을 돋군다는 것을 한편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필'에 충실하며 흥겹게 스텝을 밟는 멈블의 모습을 통해, '남들 시선 신경쓰지 말고 마음에 충실하게 능력을 드러내라, 삶을 즐겨라'라는 낙천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노래를 잘 불러야 한다는 왕국의 규칙때문에 노래를 못하고 발만 굴러대는 멈블은 외면받지만, 곧 자신의 심장 속에 끓어오르는 리듬에 충실하며 맘껏 춤을 추면서 누구보다도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펭귄들 역시 규칙에 얽매여서 주눅들어 있던 모습을 벗어던지고 절로 느껴지는 흥겨움을 거부하지 않고 신나게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에 충실한 멈블의 흥겨운 춤이 자신의 가치도 일깨운 동시에 얼어붙었던 공동체까지 녹여내는 것이다.

그만큼, 펄떡거리는 심장에 몸을 맡긴 채 맘껏 뛰는 이 스텝이 규칙으로 굳어져 있던 공동체도 보듬어주고, 이 남극대륙을 넘어 온 지구에까지 펄떡거리는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멋진 퍼포먼스들로 몸소 증명하고 있다. 너무 낙관적이고 뻔한 이야기 아니냐고 태클 걸어도 상관없다. 그렇게 낙관적이고 뻔하게 느껴지더라도, 이 사랑스러운 펭귄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그들이 한마음이 되어 보여주는 압도적인 댄스 타임만큼이나 흥겹고 가슴 벅찬 리듬을 전해주니 말이다. 시각적, 청각적으로도 모자라 온몸의 말초 신경까지 신명나게 하는 이 영화, 이들의 파워풀한 리듬에 몸을 들썩이니 제목처럼 정말 발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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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피트(2006, Happy Feet)
제작사 : Village Roadshow Pictures, Kennedy Miller Production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happyfeetmov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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