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복수의 승리,, V for Vendetta 브이 포 벤데타
luvme1010 2006-03-19 오후 9:21:42 1096   [6]
#.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햇빛이 밝았지만, 오후의 바람은 꽤나 쌀쌀했고

합주실에서 공연 전 마지막 연습을 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실컷 두드려 맞고 6대 0으로 대패했다고 했다.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삶의 리프레쉬, 오늘은 나에게 영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브이 포 벤데타를 보았다.


#. 몇 달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기억하는건, 확실히 두 달 넘게 기다렸다는 사실.

워쇼스키와 휴고 위빙이라니_

매트릭스를 본 자들이여, 어찌 기다리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비록 워쇼스키 제작이 아니라, 각본만 담당했다 할지라도

가이 폭스 마스크에 가려 휴고 위빙의 얼굴은 한 컷도 나오지 않는다 해도

매트릭스만큼 참신하지도, 리로디드만큼 철학적이지도, 레볼루션만큼 거대하고 엄청나지 않는다 해도

멕베스와 파우스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주옥같은 대사와

V자를 그리며 무너지는 거대한 규모의 도미노랄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 국회의사당 폭파장면,

V의 아지트인 쉐도우 갤러리에 걸린 여러 명작들을 보는 재미와

나탈리 포트만의 무리없는 연기와 휴고 위빙의 멋진 목소리_

2040년 미래사회를 특유의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낸 워쇼스키 형제의 참신한 스토리가

기대했던 바를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문제는

꼭 그만큼,, 이었다는 것이랄까.

실망하지는 않았지만

열광할 수도 없었다.


#. 2040년, 미국의 3차대전 패망으로 영국이 패권을 잡고

개인과 사회는 정부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고 모니터링된다.

배경과 컨셉은 이퀼리브리엄과 비슷하다,, 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고있자니, 자꾸만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떠올랐다.

생각했던 것처럼,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받는 사회_라기 보다는

정부는 단지 공포를 조장하고 순종과 굴복을 이끌어내는 모습이었다.

반동분자를 발본색원한다느니, 금지곡으로 지정하겠다느니 하는 대목에선

우리나라의 군부독재시절이 오버랩되어 보이기도 했지만서도.

여하튼, 주인공 V는 정부에게 당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당한 것으로 치자면, 나탈리 포트만이 연기한 '이비'를 당할 자가 없으련만.

부모님은 정부에 대항하는 운동을 벌이다 잡혀가 사형당했고

남동생은 정부가 배후인 것으로 추정되는 전염병 바이러스 유포 사건으로

병에 걸려 어린 나이에 사망하고 만다.

문제의 핵심은, 언제나 정부와 권력이다.

더 많은 힘을 가지려는 자, 더 강력하게 세상을 지배하려는 욕심을 가진 자.

우리는 그 힘에 밀리고, 욕심에 당하고, 굴복을 정의라 여기는 어리석은 개인이다.

그리고 V가 나타나, 우리에게 정의를 위해서 투쟁할 것을 종용하는 것이다.

V에게 미래는, 복수의 승리_ 그 뿐이다. [V for Vendetta]


#. 이 영화의 주제를 세 글자로 요약하자면 '저항권' 이다.

우리 헌법은 저항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헌법전문에 4.19 혁명의 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있어, 이를 저항권의 근거규정으로 보기도 한다.

아울러 개인의 기본권은 국가안전보장, 공공복리,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법류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제37조 2항의 규정이 떠올랐음은 플러스 알파다. [직업병이다]

국가란 무엇이며 국민이란 무엇인가.

국가가 힘을 가진 집단이라면,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힘으로 국민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은 허락된 일인가.

그 반대로 국가에게 힘을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국가와 정부의 존립이유는 무엇인가.

영화를 보며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면, 상당히 무겁고도 철학적인 주제를

말그대로 '수박 겉핧기'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갔다는 것이랄까.

관객이 바라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주장일 뿐인데.

V의 롤모델쯤 되는 '가이 폭스'에 관한 정보도 거의 전무한 데다가

V와 이비의 벤데타도 결국은 사적인 원한에 의한 것_이라는 설정은

그럭저럭 말은 되었으나, 저것밖에 못해?! 라는 안타까움이 들게 만들었다.

독재와 억압에 반항하고 진실을 찾으려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믿는 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뻘건 스프레이를 들고 V를 그리는 장면에선

저것 역시 여론몰이의 병폐 아니야?! 라는 의문도 살짝 들었더랬다.

여론을 대표하는 언론을 믿지 못하는 여론에 눈이 먼 대중이랄까.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끝도 없어진다.

이쯤 되면 그 어려운 주제를 적당히 액션과 영상에 묻은 감독이 대단해보인다.

적당히 생각하고,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재밌으니 정말 잘 만든 영화다.

그러나 그 도를 넘지 않는 적당함에 발목이 잡힌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이 영화는 낙제점수가 가득한 영화관에 걸린 90점짜리 영화다.

그러나 100점을 맞을 수 있었는데 90점밖에 못맞았구나,, 라는 느낌이 강한

끝까지 아쉬운 90점짜리 영화임은 분명하다.

(총 0명 참여)
1


브이 포 벤데타(2006, V for Vendetta)
제작사 : Silver Pictures, Warner Bro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33858 [브이 포 ..] 관객을 농락하는 영화(배급사?제작사?)에 대해 한마디 더. garrion 06.03.20 1521 6
현재 [브이 포 ..] 복수의 승리,, V for Vendetta luvme1010 06.03.19 1096 6
33839 [브이 포 ..] 자유를 되찾기 위한 폭력?복수를 위한 폭력? maymight 06.03.18 886 5
33828 [브이 포 ..]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실망. (7) garrion 06.03.17 10864 15
33814 [브이 포 ..] 볼 수 있는만큼 보여주는 영화 (3) kharismania 06.03.16 2124 9
33664 [브이 포 ..] 3일 기자 시사회 관람후... limi79 06.03.08 19143 25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