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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의 모습, 그리고 소통 호로비츠를 위하여
jack9176 2007-06-22 오전 1:43:06 1192   [0]

?처음에 이 영화의 예고편을 극장에서 보았을 때, 영화의 내용과 완성도는 제쳐두고라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영화 예고편 특유의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하는 최고의 영화라고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다. 가장 무난하면서 별 특징 없는 영화들의 홍보 방법이라 생각했고 영화를 보지 않고도 그저 그런 영화란 걸?알 수 있게 해주어서 방치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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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음악 영화의 특징을 잘 살린 괜찮은 영화라는 얘기를 듣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들리는 얘기를 통해서 추측하면 그저 그런 영화보다는 뭔가 특유의 포인트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있는 사실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그런 포인트. 그리고 티비에서 우연히 본 영화 장면 중에서 어린 꼬마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지금까지의 편견을 버리고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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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었다. 그 부분들이 무척 볼만 했고 지루함 없이 끝까지 감상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대체 왜 그런 영화의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평범한 홍보문구로 장식하고 말았는지?모르겠다. 이런 영화가 하나 둘씩 등장하면서 한국 영화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중요한 장면에서?군더더기 마냥?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국 영화 전형적인 클리세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어 아쉬움을 더했다. 감정선을 자극하는 중요한 장면들에서 연출 방법이 어설프고 디테일이 약해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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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구도는 피아노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학원을 차린 지수와 어릴적 충격으로 자폐아적 기질을 가진 경민이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던 그 둘이 피아노로 인연을 맺어서 서로 다투고 화해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둘의 가족관계를 설명하는 장면이 그 시작이다. 굳이?캐릭터의 구체화를 위해 일부러?가족 관계를 들이미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그들을 향한?동정심을 얻기 위해 삽입된?장면은 아니다. 좀 더 가까운 실제 그들의 삶과 영화 속 현실성을 한 번에 부여하는 의미를 지닌다. 일부러 과거 회상 장면을 통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족들과의 대화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그들의 과거를 한 번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런 면에서 나타나는 디테일과 캐릭터 구축은 매우 훌륭했다. 경민이의 할머니가 뒤돌아 눈물 흘리는 장면과 지수의 오빠가 따귀를 때리는 장면은 너무 억지스러웠지만 그 억지스러움을 정면으로 받아내면서도 필요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가족 간의 갈등을 내세우면서 상실감을 느끼는 경민과 지수가?모자 관계를 이루는 전개가 자연스러움을 띨 수 있었다. 가족사를 이런 방식으로 필요한 만큼 이용하여 내용을 전개 시키는 것과 상투적이지 않은 설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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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미덕은 지수를 바라보는 경민의 시선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에 경민은 벙어리가 아님에도 말을 하지 않는다. 과거에 겪었던 충격으로 인한 정신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말을?하지 않는다는 설정은?중요하다. 영화 중간에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경민의 눈빛이 부각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늘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를 들여다보는 이야기가?주를 이뤄왔다면?이 영화에서는 아이의 입장에서 어른을 바라보는 시도를 행한 것이다.?양쪽 모두의 개인적인 사정, 특히 많은 문제를 안고서 힘들어하는 지수의 입장을 부각시켰고 그것을 아이인 경민의 눈으로 들여다본다.?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경민의 옆에 서서 지수를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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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경민은 그런 지수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갑자기 피아노를 치지 않는 경민에게 말 좀 해보라며 지수가 화를내는?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경민의 입에서?나온 첫 마디는 '소풍'이었다. 말을 시작함으로서 지수와의 소통의 길을 열었다는 의미를 갖는 장면이지만 전혀 예상못했던 대답이 경민의 입에서 나오자 지수는 놀란다. 그래서 말은 필요하지 않다. 어차피 어른과 아이간에 완벽한 소통이 이루어지기는 힘들고 그것을 경민이 입을 다무는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어른과 아이의 구도를 그려내는 영화에서 그 둘이 갖는 거리감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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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경민은 피아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지수는 절대음감을 자랑하며 나날이 성장하는 경민의 모습에 흐뭇해한다. 그런 둘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이 재미있다. 가장 큰 갈등은 콩쿨에서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경민의 모습이지만 그것은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는 내용의 전개를 위해 필요한 장면이었고 사실은 좀 더 자유롭게 피아노를 치고 싶은 경민과 입시 위주의 완벽한 피아노를 원하는 지수의 갈등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아닌가 생각했다.?피아노 연습 제대로 안 하면 나가버리라고 외치는 지수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그런 어른의 이기적인 모습에 분노를 느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자립할 능력이 부족한 어린 아이에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협박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으로 보일지언정 어른답지는 못하다고 느꼈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로 부족한 어른들의 행동이 빈번히 일어나는 사회지만 단지 생각의 차이를 해소하려하지 않고 억지로 강요하고 협박까지 당당하게 내뱉는 어른의 모습이 잔인했다.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너무 현실적인?느낌이라 불편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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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소풍을 가서 다양한 느낌들을 자신만의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경민의 모습에 지수는 흐뭇해한다. 하지만 콩쿨을 위해 100번, 200번 완벽하게 연습을 시키는 지수의 모습. 그러나 콩쿨에 실패하고 시간이 지나 경민의 할머니가 쓰러지게 되어 그의 거취가 불분명해진다. 주변에선 그녀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이 부분은 영화의 결말을 결정짓는 것은 물론 지수의 성장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 어른답게 자신과 경민의 갈등이나 정작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생각한다. 무조건 경민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자는 어른다운 어른만의 생각. 그리고 어이없게도 정말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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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서 한국을 떠나라는 지수의 말에 거부하는 경민이 서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그 다음 장면이 특이하다. 다음 날 아침밥을 먹다가 경민이을 데리러 온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가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이다. 방금 전에 그렇게 슬프게 눈물을 흘렸으면서도 지수는 또다시 차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길게 잡힌다. 왜 이렇게 두 번이나 감정을 반복해서 표출해내는 것일까. 그 뒤에 결말을 보고 답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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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결말에 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빌리 엘리어트’ 따라 하기. 여기저기서 성장한 아이의 모습을 비춰주는 결말 장면을 따라하면서 대중화가 되었지만 이 영화도 그 장면을 따 온?느낌이 무척 강하게 느껴진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모든 장면이 그 결말에 이끌려간 것이었다. 할머니의 죽음이나 콩쿨의 실패나 모두 경민의 미래를 보여주기 위한 장면일 뿐이었다. 지수는 어이없게 피자집 광호와 결합하여 함께 경민의 연주회를 보며 눈물을 흘리지만 그 눈물의 의미가 지수에겐 특별할지 몰라도?그 이상의 감동은 없다. 지수가 경민을 떠나버렸다는 자체가 지수의 성장을 멈추게 만들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들의 성장이나 변화에는 관심도 없었는지 모른다. 단지 잘 짜여진 이야기와 마지막 감동을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왜 지수의 개인 사정을 비춰주었고 왜 경민의 특출한 음악적 능력을 보여주었는지 의문이다. 일부러 지수란 사람의 존재감을 부정하고 경민의 음악적 능력을 단순히 마지막 장면을 위해 소비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리고 마지막 연주회로 넘어가기 위해 굳이 경민을 떠나보내는 지수의 모습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던 전개의 애매함도 안타깝다.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들고 스스로 화를 자초한 느낌이다. 그동안 좋았던 느낌들이 어이없는 결말으로 묻혀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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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와 박용우의 연기가 볼 만했는데, 그 중에서도 박용우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으로 어느 정도 완성된 연기를 보여줘서 호평을 받아냈는데 이번 영화에선 조금 더 발전한 모습이어서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연기를 하고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싫어하는 연기지만 그 특유의 느낌을 바탕으로 조금씩 힘을 빼고 편하게 하려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가능성이 보였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발전해나가면 나중엔?박신양급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엄정화는 분명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어느 부분이 딱히 부족하다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안정감있게 이끌어갔지만 특별히 돋보이는 부분이 없었다. 가수 출신 영화배우로, 또 원톱 여배우로 이정도 존재감과 연기력을 보여줄 배우는 드물지만 어떤 그녀만의 연기색깔을 잘 보여주지 못한 느낌이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한 두 장면에서의 열연보다는 총체적으로 연기의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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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소재로, 또 선생과 제자, 어머니와 아들의 구도를 동시에 가져가며 만들어진 영화다. 신선하지 못한 결말의 안타까움을 잊고 넘어가기 힘들지만 그래도 충분히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실제 피아노 신동이라는 신의재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어른들의 모습과 그가 보여주는 독특한 재능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한국 영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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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0명 참여)
seyeju
영화음악도 좋았고, 경민을 연기한 아역의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도 좋았던 작품이였습니다..   
2007-06-25 16:12
qowjddms
전기대를 너무하고봐서그런지 별로였어요 ㅠ.ㅠ   
2007-06-22 17:33
1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
제작사 : 싸이더스FNH /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mypiano2006.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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