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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성장한 바비의 퇴행기... 위 오운 더 나잇
ldk209 2008-07-23 오후 3:28:10 4501   [8]
거꾸로 성장한 바비의 퇴행기....★★★

 

<위 오운 더 나잇>은 시놉시스만 놓고 보면 마치 <디파티드>의 변주곡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1980년대 말 뉴욕 나이트클럽의 매니저로 일하는 바비(호와킨 피닉스)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아버지와 형이 경찰이라는 사실이다. 즉, 바비는 처음부터 중간자적 입장에서 고뇌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 있다. 가족과 오랫동안 절연했다고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족 모임에만 참석한다. 그런 바비에게 아버지와 형은 마약 단속에 필요하다며 바비의 협조를 구하지만, 바비는 이를 거부하고, 그러는 사이 형은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는다. 형이 쓰러지자 바비는 자신이 속해 있던 밤의 세계를 배반하고 가족을 쓰러트린 자들을 소탕하는 일에 협조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건 바비의 실제 성(姓)이었다. 어머니의 성을 따서 바비 그린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건 아버지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방편이다. 아버지의 성은 그루진스키. 전형적인 러시아식 성 아닌가? 그럼에도 이 영화는 바비 가족의 역사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뉴욕 경찰과 러시아 마피아의 대립이라기보다는 러시아 출신 이민자의 미국 사회 적응기. 그것도 가장 적대적이고 극단적 적응기로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바비가 그린이란 성을 쓰는 이유는 아버지의 흔적이라기보다는 러시아 출신이라는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라고도 봐진다. 이렇게 보면 러시아 마피아가 별로 절친한 관계도 아니었던 바비에게 마약 거래를 제안하고 공장까지 보여주겠다고 접근한 게 어느 정도는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즉, 러시아 마피아는 바비로부터 자신과 같은 뿌리라는 정서적 동질감을 발견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외모든, 말투든.

 

바비는 모든 면에서 이중적 고뇌의 상황에 놓여있다. 자신의 신체를 낳아준 혈연으로서의 아버지와 사회적으로 자신을 돌보아준 유사 아버지. 그리고 혈연으로서의 형과 사회적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유사 형제들. 그런데 형이 총탄에 쓰러지기 전까지 바비의 모든 준거는 유사 가족이 중심이다. 유사 가족과 있을 때, 바비는 유쾌하고 정열적이며 흥이 난다. 그런데 바비에서 있어서 혈연으로서의 가족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저 가족모임을 통해서나 유지되는 관계다. 그래서인지 경찰 편에 서기로 한 이후 바비의 모습엔 흥이 보이지 않으며, 정열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 경찰학교를 졸업하는 장면에서의 눈빛은 ‘내가 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지?’란 의문이 지배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이중적 고뇌의 상황이라는 전제는 사실 잘못 얘기되어진 것이다. 왜냐면 10여 년 혈연 가족과는 절연하며 지내고 있고, 가족들, 특히 아버지의 형에 대한 편애는 어느 정도였을지 대충 짐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오랜만에 만난 혈연가족의 부탁을 거절하는 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그러자 영화는 동생의 거절로 인한 형의 무리한 수사와 형의 중상이라는 가혹한 상황을 바비에게 던져준다. 그리고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강요한다. 이 지점에서 바비는 별다른 고민 없이, 또는 고민의 흔적이 전달되지 않도록 너무 당연하다는 듯 혈연의 편에 서서 자신의 사회적 관계에 반기를 든다. 반대의 경우라면 어땠을까? 만약 혈연 가족이 마피아고 유사 가족이 경찰이라면. 그래도 선택은 동일할 것인가? 아니면 그 때는 혈연이 아닌 정의로운 편이 그의 선택이 될 것인가.

 

이런 점에서 영화는 퇴행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무슨 얘기냐면, 사회의 발전과 함께 혈연을 중심으로 한 가족의 개념은 확대되어 가고 있다. 굳이 <가족의 탄생>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입양으로 인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도 있을 수 있고, 동성애자의 결혼으로 인한 가족도 있을 수 있다. 또는 그저 친구이거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의 동거일 수도 있다. 현재 교과서에서 가족의 개념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가족을 우리 때처럼 여전히 ‘혈연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개념으로 가르치고 있다면 이는 분명 사회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일 것이다.

 

영화의 처음. 바비는 남미 출신의 아름다운 애인과 사랑을 나눈다. 영화의 마지막, 바비는 형의 옆에 앉아 형이 ‘사랑한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는다. 바비는 중간에 어떤 과정을 거쳤든지 간에 사회적 관계에서 시작해 혈연관계로 마무리를 짓는다. 대게의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혈연 중심의 관계에서 사회적 관계로 나아간다면 바비의 경우는 그 반대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퇴행으로 읽힌다. 영화의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 1980년대 뉴욕인 것도 다 이유가 있다.

 

※ 영화는 재미란 측면에서 꽤 괜찮았다. 긴 시간 집중을 유지시킬 정도로 긴장감도 좋은 편이었다. 거기엔 무엇보다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 개인적으로 호아킨 피닉스를 매우 좋아한다. 자신의 배역에 몰입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매번 영화 촬영이 종료될 때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느라 시간을 보내고, 영화 이외의 장소에서 보기가 힘들 정도로 두문불출한다고 한다. 그의 연기는 뭐랄까, 연약하고 세밀하다는 느낌이 든다. 눈이 가볍게 떨리고 입에서 대사가 나오기 전에 이미 얼굴이 그 대사를 하는 듯한 느낌. <위 오운 더 나잇>에서의 폭넓은 연기도 빛을 발한다.

 

※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두 장면. 첫 번째는 바비가 도청기를 숨기고 마약 공장으로 들어갔을 때. 바비는 얼굴이 가려져 앞이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러시아 마피아는 바비를 믿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그 장면의 배경음악은 너무나도 단순한 키보드 음. 그 키보드 연주로 인해 긴장감은 배가된다. 두 번째는 거처를 옮기는 도중 습격을 받았을 때. 일반적인 카 체이싱 장면과는 달리 대부분의 시점이 차를 운전하고 있는 바비의 것으로 처리된다. 창문을 닫고 있어서 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쏟아지는 비로 인해 와이퍼는 작동되고 시야는 확보되지 않는다. 그 흐릿함 너머로 샷건의 긴 총구가 차창 밖으로 나와 목표물(아버지)를 맞춘다. 이 장면은 마치 카메라가 바비의 심정을 대신 전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공격받는 도중에도 운전을 하는 자신이 할 일이 없다는 답답함과 공포의 느낌. 나중에 어느 자료에 보니 이 장면은 비가 내리지 않을 때 촬영한 다음에 CG로 비를 입혔다고 한다.


(총 0명 참여)
ldk209
감사합니다. 자주 제 글에 리플 달아주시는데, 매번 인사 못드려 죄송합니다.... ^^   
2008-07-23 18:21
shelby8318
글 잘 보았어요.
  
2008-07-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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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오운 더 나잇(2007, We Own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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