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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GP506
ldk209 2008-06-23 오후 5:49:19 1760   [9]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공수창 감독하면 이상하게 <파업전야>가 떠오른다. 1990년 현대중공업, KBS 노동자들이 군홧발에 짓밟힐 때, 기다렸다는 듯이 선보인 <파업전야>. 당시 정권은 영화 한 편의 상영을 막기 위해 대학에 헬기를 띄우고, 수천의 전경들을 투입시켰다. 대학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강당이 상영장소가 되어야 했고,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강당으로 가는 복도와 계단은 책상으로 바리케이드를 쌓아 올렸다. 이걸로도 모자라 수백의 사수대 학생들이 전경과 백골단을 막아야 했으며, 고작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많은 학생들은 매캐한 최루 가스가 스며 들어온 강당 안에서 눈물, 콧물을 쏟아 내야 했다. 미친놈의 세상.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우친 순간이었다. <파업전야>의 시나리오를 썼던 사람이 바로 공수창 감독이었다.

 

어쨌거나 공수창 감독에게는 군대라는 집단이 주는 공포가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나 보다. 전작 <알포인트>에 이어 또 다시 군대가 무대로 등장했다. 마치 <알포인트>의 후속편 같은 <GP506>은 스릴러의 외피를 입은 호러 장르 영화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 도끼를 든 채 피로 범벅이 되거나 팔이 떨어져 나간 병사의 모습, 뇌수가 흘러내리는 시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징그러운 수포가 온몸에 돋은 너와 나의 모습. 그 잔인함은 뇌리에 선명하게 박힐 만큼 선명하고 징그럽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병사들은 ‘좀비’다. 영화에서 GP장(조현재)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병사 한 명을 죽이지만 그 병사는 자신의 손에 박힌 칼을 뽑고 다시 움직인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병사들에겐 오로지 하나의 목적 외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듯이 보인다. 그건 바로 ‘살고 싶다’는 의지다. 그러고 보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병사들도 좀비와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아무런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뭘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제대 날짜만 세고 있는 무의식의 좀비들.

 

영화를 보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 <GP506>에서 강상병(이영훈)은 일종의 고문관 같은 존재다. 군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 고문관의 정반대 편에는 ‘군대 체질’이 있다. 까라면 까야 되는 조직 문화. 그 어떠한 합리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군대에서 ‘고문관’과 ‘군대 체질’, 어느 쪽이 진정 욕일까?

 

<GP506>에서 바이러스의 의미,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것이 군대에서 구조화되고 내재화된 폭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 들였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용서받지 못한 자>를 떠올리게 한다.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선 GP장이 발생 즉시 상부에 보고하고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분을 받는 게 가장 합리적 방법이다. 그런데 GP장은 아버지의 명예와 자신의 승진을 위해 모든 걸 묻어 두기로 한다. 왜냐면 사병에게 사고가 발생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징계감이기 때문이다. 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건 어떨까? 마찬가지다. 특히 최전방 부대의 경우,  웬만한 폭력 사건은 그냥 묻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신고한 병사만 또라이가 되는 문화.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승진을 위해 무마하고 덮어둔다. 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바이러스처럼 전염된다.

 

군대에서의 폭력은 그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운용(?)된다. 어쩔 수 없이 입대한 병사라는 집단을 통제하기 위해, 그리고 그 조직이 유지되기 위해 일정 수준의 폭력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당연하게도 폭력은 직접 때리고 맞는 구타만이 아닌 욕설과 얼차려도 포함된다. 대게의 많은 사병들은 결심한다. 나만큼은 후임병들을 폭력적으로 대우하지 않으리. 그러다 어느 순간(대게는 상병 정도)에 와서는 폭력적으로 변화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군대의 특수한 문화를 들어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이것이 바로 바이러스의 전염. <28일후>에선 분노 바이러스가 영국을 공격한다면, 한국 군대에선 폭력 바이러스가 부대원들을 공격한다.

 

그렇다면 영화의 결론인 바이러스의 유출을 막기 위해 모든 사병을 죽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까? 과연 그렇게 하면 바이러스 감염의 악순환, 또는 폭력의 악순환은 근절될 수 있을까? 한 인터뷰에서 공수창 감독은 노 수사관의 해결 방식이 파쇼적이라는 데 동의한다. 자신의 승진을 위해 은폐를 시도한 GP장과 모든 걸 파괴해 버린 노 수사관, 그 중간은 없고 양극단만 존재하는 조직, 그것이 군대일까?

 


(총 1명 참여)
ldk209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09-01-09 11:20
cipul3049
정말 잘봤습니다. 진실탐구해석을 기가 막히게 해주셨습니다. 근디 영화의 의미는 괜찮은데, 배우들 연기도 돋보인것도 없고, 캐릭터가 너무 헷갈리고 산만해서 정신없고, 중간부문에서 너무 지루하게 묻어가더군요.   
2008-06-27 16:55
1


GP506(2008, G.P 506 / Guard Post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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