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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것은 아닐지... 지구
ldk209 2008-09-05 오후 7:45:49 11573   [13]

너무 늦은 것은 아닐지...★★★★☆

 

우연한 사건이 인류에게 있어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우연한 사건들 중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바로 46억 년 전 일어났던 행성과 지구의 충돌일 것이다. 왜냐면 이 충돌로 지구가 23.5도 기울어지면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고, 인류의 탄생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인류는 행성 충돌과 깊은 인연이 있다. 생명의 탄생도 행성 충돌로 가능했고, 공룡의 멸종도 행성 충돌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만약 행성충돌로 인해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던 공룡의 텃새 때문에 인류의 발전이 그다지 쉽지 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인류를 끝장낼 수 있는 가능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행성 충돌이 거론되기도 한다.

 

영화 <지구>는 제목 그대로 지구를 보여준다. 시간은 일 년, 공간은 북극에서부터 남극으로 내려왔다가 북극에서 마지막을 장식한다. 첫 주인공은 북극곰. 이 북극곰은 지구 온난화의 폐해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지구 온난화로 해빙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곰이 먹이를 찾기 위해 헤엄쳐야 하는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먹이를 먹지 못하고 지친 곰은 쓰러지고 있으며, 이대로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030년에 멸종할 것이다.

 

화면은 북극에서부터 시작해 적도를 거쳐 남극으로 내려오면서 지구의 다양한 변화와 다양한 생물들의 하모니를 보여준다. 수백만 마리의 순록이 이동하고 그 순록 뒤를 늑대가 뒤쫓는다. 동물이 살지 않는 산림 경계선에 위치한 거대한 침엽수림은 지구의 곳곳으로 산소를 실어 나르고, 모든 동물 중 가장 빠른 치타가 들판을 뛰어 먹이를 사냥한다. 둥지를 청소하고는 구애를 위해 극락새는 화려한 탭댄스 실력을 발휘하고 원앙 새끼들은 둥지에서 땅으로 첫 비행(?)을 감행한다. 물을 찾아 오카방고 삼각주로 대이동을 하는 코끼리들은 인간들의 경작지 확대 등으로 먼 길을 돌아가야 하고, 이 때문에 지쳐 쓰러진다. 드디어 물에 도착한 코끼리들이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물속에서 헤엄치며 좋아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다. 그러나 지구의 환경 변화로 내년엔 이곳에 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코끼리들은 물을 찾아 더 먼 길을 가야하고 더 많이 죽을 것이다.

 

화면을 뒤덮은 새떼의 모습은 그 자체로 넋을 잃게 만들고, 히말라야를 넘어가는 두루미의 목숨을 건 비행은 숭고할 정도로 장엄하다. 적도의 청정 지역에서 새끼를 낳은 혹등고래는 먹이를 찾아 적도에서 남극까지 무려 6,000km가 넘는 거리를 헤엄쳐가야 한다. 남극에 도착한 혹등고래는 물방울을 만들어 크릴새우를 가둬놓고는 24시간 동안의 파티를 즐긴다. 그런데 크릴새우는 지구 온난화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구>는 화면을 장식하는 영상의 힘이 압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거대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물론 <지구>가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라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인간을 감동시키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그걸 경고하기 위한 영화다. 북극곰을 처음과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거대한 침엽수림이 산소를 지구 곳곳으로 실어 나르고, 바다의 수증기가 모여 구름이 되고, 비와 눈을 내려 강을 만들고 이 강이 흘러 바다로 다시 돌아가는 순환구조 속에 생명들이 탄생하고 살아간다. 우리가 나와 상관도 없을 것 같은 브라질과 동남아의 거대한 원시림의 파괴, 아프리카의 사막이 확대되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지를 잘 설명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 영화는 모성 또는 부성에 대한 위대함을 노래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두 달 동안 먹지 못해 배를 주렸음에도 새끼를 위해 젖을 짜내는 엄마 북극곰, 사자떼의 습격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진을 치는 코끼리들, 그리고 혹등고래의 어미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하면서 새끼한테 하루 600리터의 우유를 먹인다. 육지에서 느려 터진 것 같은 바다코끼리들도 북극곰이 나타나자 새끼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 둘러싸고 저항한다.

 

영화는 쓰러지는 북극곰을 비추며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건 너무나 잔인할 정도로 선연한 경고다. ‘지구는 이렇게나 거대하고 아름다워, 그런데 그 지구가 병들어 있고, 아파하고 있어. 너가 영상으로 본 지구가 어쩌면 지구가 아름다움을 뽐내는 마지막 모습일 지도 몰라.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2030년이면 북극곰이 멸종한다고 한다. 혹시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새떼의 비행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리고 수백만 마리의 순록떼의 이동이라든가 흙먼지 속을 헤치며 나아가는 버팔로와 코끼리의 이동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멎을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외에도 영화에는 4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는 눈 표범과 펭귄의 귀여운 걸음걸이, 그리고 물속을 걸어가는 개코원숭이, 바다표범을 한 입에 잡아 먹는 백상어의 위력, 너무나 황홀한 남극의 오로라 등을 볼 수 있다.

 

※ 영화는 단순히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귀로도 황홀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자연의 소리도 웅장하지만 특히 베를린 필하모니(영화 엔딩 크레딧에서 확인했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의 연주는 어떤 때는 웅장하게, 어떤 때는 급박하게, 어떤 때는 아름답게, 보는 관객을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하게 해준다. 영상과 어우러지는 정말 최고의 하모니였다.

 

※ 요즘은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더빙 버전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는 하는데, 나는 여전히 자막 버전이 더 좋다. 더빙 버전은 왠지 어색하다. 그런데 <지구>는 더빙 버전 밖에는 없다. 그래도 별 고민 없이 보러 갔던 이유는 <펭귄 : 위대한 모험>의 경험 때문이었다. 우연히 자막과 더빙 버전을 모두 보게 된 <펭귄 : 위대한 모험>은 자연 다큐멘터리의 경우 더빙이 자막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그런데 장동건의 더빙은 영화의 홍보를 위해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잘된 더빙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특히 ‘~~했습니다’ ‘~~그랬습니다’와 같이 끝나는 말에서 발음이 좀 꼬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총 0명 참여)
dudghkanql
그래도 목소리가 잔잔?하다고 해야되나요..무튼 저는 괜찮던데요..ㅋㅋ   
2008-09-07 00:53
ldk209
그렇게까지 나쁜 건 아니구요.. 아마도 내 선입견이겠지요...   
2008-09-06 12:54
shelby8318
더빙이 튀나 보네. 차라리 전문 성우가 하거나 다른 연예인이 하는 게 더 좋았으려나?   
2008-09-0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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