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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발견하고 부천이 주목한 여성잔혹사+복수극...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ldk209 2010-09-06 오후 5:20:45 805   [4]
칸이 발견하고 부천이 주목한 여성잔혹사+복수극... ★★★★

 

영화의 시작은 무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은행원 해원(지성원)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해원은 자신에게 닥친 몇 개의 일로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 대출 자격이 되지 않는 노파가 매일같이 대출을 희망하며 자신을 괴롭히고(이 장면은 마치 <드래그 미 투 헬>을 연상시킨다) 한 여성의 폭행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가 경찰과 가해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복남(서영희)의 계속된 연락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해원은 스트레스도 풀 겸 무도로 향하게 되고 이곳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끔찍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는 거의 정확하게 가운데 지점까지 한 여성의 잔혹사를 처절하고도 끔찍하게 보여준다. 9명의 인구만이 거주하는 평화롭게 보이는 무도는 해원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형언하기 힘든 끔찍한 폭력의 공간으로 돌변한다. 복남은 남편 만종(박정학)에게는 지속적인 폭력을, 시동생 철종(배성우)에게는 지속적인 강간을 당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시어머니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의 방관과 불친절이다. 복남은 딸 연희(이지은)를 보호하기 위해 해원에게 연희를 서울에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하지만 해원은 이를 거절하고, 복남이 무도에서 탈출을 감행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의도적인 연출이겠지만, 이 영화는 상당히 불친절하다. 특히 복남이 남편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 당하는 폭력적 상황은 일부러 느리게 복기하듯 묘사됨으로서 (그러고 보면 제목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이 영화는 사건이 다 끝난 후 누군가의 회상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보는 관객을 조바심 나게 하고 열 받게 한다. 관객은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시동생은 물론 이를 은연중에 조장하는 마을 주민들, 그리고 폭력을 목격하면서도 끊임없이 방관하는 해원에게까지 살의를 품게 되고, 이를 밑천 삼아 영화는 후반부에서 거칠 것 없는 잔혹 복수극을 선사한다.

 

그런데 사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기술적 차원에서 씬과 씬의 연결이 좀 거칠고 내러티브가 부실한 측면이 존재한다. 복남과 미란(채시현)과의 관계가 무도를 빠져 나가기 위해 도움을 요청할 정도의 관계인지 애매하고(과정 자체가 삭제되어 있어서), 미란은 영화 중반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음에도 아무 설명 없이 조용히 퇴장해 버리는 것도 의아하다. 미란이 득수(오용)의 배를 타고 오며, 다른 배는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안 와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막상 복남이 섬을 나가려고 했을 때는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어설프다.

 

그럼에도 일직선으로 화끈하게 내달리는 복수극은 몇몇 단점들이 딱히 단점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파워풀한 매력을 선사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딸의 죽음 앞에서도 뭉그적대던 복남이 묵묵히 감자를 캐다가 뜨거운 태양을 마주보고 서는 장면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영화의 분위기는 180도 돌변하는 데, 묵묵히 쌓아 올려지던 분노가 정점으로 치달아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딸의 죽음을 목격하고 바로 복수에 돌입할 것으로 생각했던 일반적 예상을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한 것으로 보였던 복남이 태양의 속삭임을 듣고 복수에 돌입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에서 다른 영화의 한 장면 내지는 오래 전 읽었던 소설에서의 한 대목이 떠올랐는데 도대체 어떤 영화였는지 어떤 소설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내가 언뜻 떠올렸던 그 장면에서도 문제(?)는 태양이었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복수 장면은 한 마디로 말해 피의 향연이다. 복남이 휘두르는 낫에 마을 주민들의 목은 뎅겅 뎅겅 잘려 나가고, 주변은 온통 피로 물든다. 사실 후반부만 놓고 본다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최근 그 어떤 영화보다 잔인함, 잔혹함에서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심리적 충격은 다른 영화에 비해 덜하다고 느껴진다. 왜냐면 전반부의 잔혹사를 통해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것들에 대한 공분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함에도 몇 장면, 특히 만종에게 잡힌 복남이 만종이 들고 있는 칼을 핥는 장면은 그 뒤에 올 장면에 대한 상상과 함께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될 정도로 끔찍하다.(그러나 실제 벌어진 상황은 생각만큼 끔찍하지는 않다. 역시 공포는 상상에서 온다)

 

영화가 후반부로 가면서 해원과 복남이 어린 시절 겪었던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고,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수면으로 부상하게 된다. 단테가 신곡에 “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는 말을 했듯이 우리는 때때로 방관 또는 침묵이 역사적으로 더 큰 해를 끼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해원은 계속된 자신의 방관으로 인해 한 여성이 삶이 완전히 피폐해지고, 끔찍한 결과를 낳았음을 깨닫게 되고 방관자로서의 태도를 버리고 증언대에 서게 된다. 방관하지 않고 증언할 수 있다는 것, 지금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이 아닐까.

 

※ 딱히 뭐라 정의내리기 어려운 모호한 연기 경력을 쌓아오던 서영희가 결국 자신의 대표작을 갖게 되었다.

 

※ 최근 회사일로 바쁘다보니 어렵게 시간을 내어 본 영화들이 하나같이 강한 영화들이다.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다음 영화는 가급적 소프트한 영화로 볼 수 있기를....

 

 


(총 0명 참여)
jpkorea83
잘읽었어요~~!   
2010-09-07 18:16
kkmkyr
상도탓어요   
2010-09-07 14:55
kdwkis
상영관이 별로 없어서 보기가 쉽지 않네요   
2010-09-06 18:30
boksh2
감사   
2010-09-0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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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Bedevilled)
제작사 : 필마픽쳐스, (주)토리픽쳐스 / 배급사 : 스폰지
공식홈페이지 : http://kim_boknam.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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