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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직업 인 디 에어 인 디 에어
kookinhan 2010-04-30 오전 2:04:53 1857   [0]
[인 디 에어]를 보면 세상엔 정말 별별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인 디 에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직업은 좋게 말해 '해고전문가'. 그런 건 인사과에서 담당하면 될텐데 해고전문가라니 이것도 틈새시장의 일종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작품을 통해 이 직업세계를 처음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지나간 시절을 돌이켜보면 경제가 어렵고 기업이 망해서 일자리 잃었다고 아우성, 구직란이 좁아져 뻑뻑해진 경쟁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득바득 기어오르는 궁핍한 현실속에서도 신생사업은 늘 생겨왔다. 오죽이나 인원정리가 많으면 해고전문가가 중재할 상황까지 온 걸까. 영화 보면서 얼마나 많은 공감이 가던지. 남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런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회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 디 에어]에선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시스템으로 영화 속 주인공 라이언과 같은 해결사들을 대거 확보해 운영되는 파견임무회사가 아주 그럴듯하게 그려진다. 영화를 보면 5분도 안 돼서 이 못미더운 특이한 설정에 수긍이 간다. 왜냐? 해고전문가는 비현실적인 설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업의 해고현황은 제대로 된 현실반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직업관을 설명하는 라이언의 입장과 그 효과를 확인해보면 해고전문가란 직업이 꽤 유용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은 넓고 회사도 많다. 구조조정을 겪는 회사가 많고 기업이 불필요한 임원감축을 통해 생기는 기회비용으로 원할한 운영을 계획하고자 한다면 가뜩이나 많은 업무에 인원감축하느라고 시간을 소비하는 건 회사 운영에 있어 낭비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회사규모가 축소되거나 더 실력좋고 능력있는 인재를 영입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인원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다고 무작정 모가지를 자를 순 없지 않나. 법적공방으로 번질 수 있는 회사와 직원간의 계약문제가 우선적으로 걸리고 그걸 떠나 한 솥 밥 먹던 동료이자 부하직원을 내치는 꼴이니 어떻게 돌려 말해도 감정만 패이게 된다.



거기다 해고통보를 섣부르게 했다간 더 큰 상처만 남길 수 있다. 어르고달래는 것도 능력이다. 영화는 현실세계에서 분명 매일같이 일어날 법한 녹록치 않은 상황에 기반하여 아이러니한 대안책을 통해 이 세계를 반추하면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이색적인 직업세계를 보여준다. 해고전문가가 일하는 또 다른 기업과 그 기업에서 실적 1위를 달성한 성공한 해고전문가란 설정만 봤을 땐 황당무계하지만 일단 이 세계를 그리는 영화의 태도가 믿음직스럽고 그에 신뢰를 갖고 보다보면 영화가 구축한 기발한 가설에 마냥 안주하는 게 아닌 더 많은 것을 내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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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현실세계에서 분명 있을법한 사실에 기반하여 전문성 가득하고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해고전문가란 직업을 만들고 그 세계를 세밀히 검토한 뒤 면밀히 설계하고 있다. 오늘 날 더불어 사는 인간세계의 많은 것들을 상실하고 사각 회색지대의 삶에 너무도 익숙해져 버려 타인과 인간적으로 결합되는 잔가지가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지독한 개인주의자 라이언이 일련의 일들을 겪고 관계를 맺으면서 잃어버린 온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작품은 이를 통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인간관계에 대한 라이언의 건조한 가치관과 달리 그의 직업이 아이러니한 것은 일대일로 사람을 대하면서 인간에 대해 굉장히 섬세하고 주의 깊은 관찰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언은 이 분야에서 굉장한 수완을 발휘하고있다. 그가 초반에 나레이션으로 직장에서의 자기 능률을 자신만만하게 피력할 땐 그저 자기도취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나탈리가 회사의 구조를 엎어버릴만한 방안에 확 넘어가버린 회사 때문에(나탈리가 하도 당차게 설명해서 관객도 끄덕거리게 된다.) 자신의 세계관이 무너질 위험에 처한 라이언은 강력히 나탈리의 제안을 반대한다. 회사는 나탈리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설명한 저비용 고효율성에 효과를 기대하며 어느 게 더 나은 선택인지 확인하기 위해 라이언에게 나탈리를 견습시킨다. 라이언은 나탈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일의 단순 효율성을 넘어선 필요성을 알려주고 진정한 일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나탈리를 견제하면서도 일의 방향을 짚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가볍게 나탈리를 넘어선다. 그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당돌한 신입사원인 나탈리는 금세 일의 방향을 짚어내고 둘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느새 정이 든다. 알렉스와 셋이 만나 광란의 파티를 즐기기도 하고 친해지지만 결코 바라지 않았던 둘의 러브라인은 생성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라이언은 입심 좋은 영업사원이자 예리한 상담원이다. 영화 속 해고전문가는 단순한 해고통보 대행원이 아니다. 해고전문가란 직업이 제 기능을 수반하려면 특정 회사가 인원을 추리는 과정에서 껄끄러운 감정 싸움을 겪지 않게 해주면서 동시에 퇴직자를 안전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정신적 길잡이 역할까지 해줘야 한다. 이게 실패하면 업무과실이다. 후반에 나탈리가 처음 상대한 퇴직자가 자살하면서 나탈리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단번에 묵살당했을 때 라이언의 전문성은 도드라지게 된다. 이 작품은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먹이사슬 관계에서 발생되는 아이러니를 반복함으로써 관계망을 뒤집는다.



나탈리는 화상연결방식으로 해고를 통보하면 회사의 비용감축은 물론 사원들은 불필요한 체력소모를 줄이고 남는 시간에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을거라 자신한다. 그녀는 라이언을 따라 다니면서 라이언의 개인주의를 질타하고 사랑과 정이 부대끼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인생이라 항변하지만 그녀 역시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 모순된 입장을 고수하고 정작 자신의 문제점은 찾지 못한다. 그녀는 똑똑하지만 경험이 적고 그걸 넘어서기엔 너무 어리다. 그녀가 고안해 낸 업무형태는 얼핏 보면 그럴싸해보이지만 인간관계를 싹 무시하고 경박하게 펜대 몇 번 굴려 도출한 탁상공론에 불과한 것이다.



부당해고 절차가 그렇게 간단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야 화상연결까지 갈 필요도 없다. 그냥 회사에서 강제퇴사 시키면 된다. 회사가 해고전문가한테 수수료 주고 일을 맡기는 이유는 아무리 기업과 개인간의 관계라 하더라도 한 사람과의 계약관계에서 그런 식으로 가볍게 일방적으로 퇴직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인간이다. 타격은 어떤 식으로 하든 입기 마련이지만 그걸 최소하는 게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질 위험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소송을 걸 수도 있는 것이고 괘씸죄로 회사나 동료들에게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다.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배우자의 죽음만큼이나 정신적인 타격이 크다. 명예퇴직자의 자살률이 높은 게 달리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사람의 인생에서 직업 혹은 직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굉장히 크고 장기적으로 다닌 직장일수록 문제가 더욱 커진다. 그래서 우발적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퇴사가 결정난 예비퇴직자가 자살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동료나 상사가 마실 커피에 독약을 탄다든지 사무실에 불을 지른다든지 하는, 아니면 기밀문서를 의도적으로 누출시켜 산업스파이를 자처할 수도 있다. 떨떠름한 방식으로 퇴직이 결정되면 퇴직자 눈에 뵈는 거 없고 회사 입장 생각해 줄 만큼 도량이 넓지 못한 게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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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직업의 우수성은 부당하게 퇴직당한 이를 차분하고 침착하게 설득해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고 향후 삶을 낙관할 수 있게끔 인도해주는 것이다. 단순히 말로만 떠들어대는 게 퇴직당한 이에게 무슨 소용이냐고?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가 왜 있겠나. 영화 속 해고전문가가 하는 일도 비슷하다. 나탈리가 퇴직 당한 사람한테 너무 비관하지 말라고, 괜찮아질 것이라고 판에 박힌 위로의 말로 오히려 퇴직자의 열불을 지를 때 라이언은 보다 현실적인 방편을 알려준다. 사전에 퇴작자의 이력사항을 점검한 그는 퇴직자의 전공이 요리계열이었다는 걸 알고 그쪽으로 꿈을 실천하면 되지 않느냐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라이언의 직업은 취업박람회의 압축판이나 다름없다. 만약 라이언이 회사에서 잘린다면 그는 전직을 살려 상담원을 하면 좋을 것이다. 해고전문가의 역할이 살아나려면 직접적인 면담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화풀이도 받아주고 위로도 해주고 희망도 주면서 회사에 입힐 수 있는 타격을 최대한 방지하고 우아하고 깔끔하게 일을 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라이언은 그걸 누구보다 잘 해냈고 오랫동안 회사에 몸담으면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회사의 노른자위 임원진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설사 회사 돌아가는 시스템이 바뀐다 하더라도 그의 위치가 불안해질 일은 없다. 나탈리는 햇병아리 신입사원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가 자신의 기존 방식으로 일을 고집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직업을 통해 구축된 그의 삶에 너무나도 만족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공항과 비행, 호텔숙박, 잦은 출장을 벗어난 현실의 안주는 못견디게 고역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정착하지 못할 때 비로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된다. 진지한 인간관계가 귀찮고 결혼와 아이는 사족일 뿐이다. 그는 고립된 생활이 좋다. 호텔라운지에서 우연이 만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알렉스란 여인과 친구이자 가벼운 섹스파트너로 깃털같은 무게의 일탈을 즐기며 잦은 출장과 비행 덕분에 쌓은 마일리지로 호텔과 공항, 그리고 이 과정에서 거칠 수 있는 모든 편의시설에서 1등급 회원이 돼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에 대단히 뿌듯해한다. 유치해도 좋다. 그는 나만 좋으면 그만이다라는 신념으로 살고 있는 인간이다. 그리고 이것을 완벽히 즐기면서 무엇보다도 비행한 횟수에 따라 쌓이는 마일리지를 1000마일 쌓아 세계에서 7번째로 1000마일 이상 마일리지 쌓은 사람한테만 주는 플래티넘 카드와 거기에 따른 축하서비스를 받는 것이 그의 유일한 목표이다. 오로지 1000마일 왕복으로 쌓은 1000마일 마일리지와 플래티넘 카드를 받는 1차원적인 소망 외에는 향후 계획도 없고 단순 성취감 이외에는 그에 따른 가치도 따지지 않는다.



그러다 나탈리를 만나 인생관이 흔들리고 출장길에서 오고가다 만나 몸이나 푸는 알렉스와의 관계가 늘어감에 따라 그녀에게 감정을 느낀다. 라이언은 중간에 알렉스와 함께 여동생 결혼식 같은 가족행사에 모처럼만에 참석하면서 인간애를 느낀다. 그리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정착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나 용기를 내어 알렉스에게 찾아갔을 때 자신과 똑같은 부류라고 생각했던 알렉스는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였고 그 때문에 당황해하는 라이언에게 오히려 그녀는 그녀가 애써 일궈놓은 화목이 라이언의 등장 때문에 하마터면 박살날 뻔했다고 화를 낸다. 그녀에게 라이언은 단순한 일탈의 욕구 해결 통로 이상이 될 수 없는 인스턴트 식품이었던 것이다. 알렉스의 현실에 당황한 채 비행에 오른 라이언은 그가 그토록 갈구하던 7번째 플래티넘 카드를 얻으나 별로 기쁘지 않다. 회사는 나탈리의 제안대로 돌아가고 그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나탈리가 상대한 고객이 자살함으로써 다시 회사의 구조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라이언이 겨우 찾은 안식은 정처없이 허공에 맴돈다. 다시 처음으로 온 것이다. 회사가 전처럼 돌아가게 됐고 그는 1년에 300일 이상 출장길에 올라야 한다.



그러나 비행장이 바로 옆자리에서 손수 건내 준 고급스럽게 디자인 된 7번째 플래티넘 카드를 받은 걸 기점으로 그의 가치관은 일대 변화를 맞이한다. 비록 가정의 안정과 상주는 제대로 비껴갔지만 마음의 고향은 언제나 가정, 곧 인간애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관객에게 그대로 전이될만큼 흡수력이 강하다. 라이언의 삶의 순환은 전과 마찬가지로 돌아가겠지만 그가 한때 불필요한 감정소모라고 느꼈던 삶 속의 많은 것들의 소중함을 인식했을 때 그는 진짜 어른이 된것이다.



이는 나탈리도 마찬가지다. 말은 번드르하게 인간성 회복을 강조하면서 실상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선 극도로 기계적인 방식으로 대처하고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던 그녀는 자신의 첫 고객이 자신의 미숙한 업무처리로 인해 자살하자 그 충격으로 직장을 이직하면서도 자신의 진짜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퇴사 통보를 문자메시지로 해결하는 짓을 한다. 그러나 업종변경을 하면서 면접 때 라이언이 추천서를 써줬다는 것을 알고 라이언의 삶과 그녀 삶의 모순을 깨닫고 그녀 역시 라이언와 같이 진짜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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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의 정체는 어찌보면 반전인데 나 같은 경우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나는 라이언이 인생관을 바꾸고 [어바웃 어 보이]의 주인공처럼 라이언이 알렉스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미고 행복하게 끝날 줄 알았다. 사실 전개상 이렇게 해도 이 영화의 성능은 우수하게 유지할 수 있다. 전개상 전혀 무리없는 설정이고 이 부분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벌어지는 라이언의 도발에서 비롯된 행동이기 때문에 클라이막스로도 적절하기 때문이다.



한 세계에서 빠져 나와 다른 세계로 편승하려는 인간의 간절한 모습은 그것이 올바른 과정이라면 언제나 감동적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알렉스는 라이언과의 관계에서 반칙을 일삼았지만 그녀는 인생관에 있어서 라이언보다 훨씬 성숙한 태도로 삶을 개척했고 그녀의 겉과 다른 이면을 발견했을 때 라이언은 비로서 진짜 삶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 그가 만약 충동적인 마음으로 알렉스에게 가 알렉스와 연결이 됐다면 후반부의 깊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인생의 진리는 끝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중심잣대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알렉스처럼 아무리 잦은 출장과 정돈되지 못한 삶이 자신의 삶을 결박하고 에워싸고 있다 하더라도 곧은 믿음과 올바른 이상을 잃지 않는다면 보다 나은 삶을 쟁취할 수 있을거라는 교훈, 영혼의 생기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의미는 단순하지만 희망을 설파하는 방법이 세련됐고 재치있게 버무렸다.



실제로는 비행을 아무리 많이 해도 영화처럼 마일리지 적립은 안 된다는데 영화가 다행이 아귀 안 맞는 상상 위주로 현실세계를 다루진 않았기 때문에 이런 가상설정은 재미있는 아이디어 정도로 여기면 된다. 마일리지 적립에 대한 라이언의 확고한 믿음도 그닥 많이 다뤄지지 않고 말이다. 대신 라이언을 통해 비춰지는 해고전문가의 직업을 통해 갑갑한 구직난과 기업의 몰락, 부당해고와 인원감축이라는 고단한 현실이 만국의 공통된 사회문제라는 것에 씁쓸한 미소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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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스카 연기 부문 후보에 주요 배우들이 모두 올라간 것에 기대해도 좋을만큼 배우들 연기가 좋다. 베라 파미가의 자신감 넘치면서도 릴렉스한 호흡이 매력적이며 신예 안나 켄드릭은 경험과 연륜이 부족해 중요한 지점에서 어설프고 엉성한 내면이 드러나는 나탈리를 똑부러지게 표현했다. 조지 클루니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기 보단 배우와 영화가 환상적으로 잘 맞기 때문에 그는 영화 속에서 그냥 서있어도 돋보인다.



원래 배우의 연기는 영화와 함께 가기 마련이다. 영화의 완성도가 배우의 연기를 살려주는 것이다. 배우의 영화 고르는 안목은 곧 연기력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통해 본전 이상을 찾은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니 늘 똑같은 연기만 보여주는 키아누 리브스도 언젠가 오스카 같은 상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크레이지 하트]의 제프 브리지스랑 유력한 오스카 수상감으로 지목되고 있는 조지 클루니가 만약 진짜 오스카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받는다면 그건 그동안 그가 영화계에서 신뢰와 인지도를 통해 쌓은 '영화 경력 마일리지'로 얻은, 결코 흔하지 않은 플래티넘 카드라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조지 클루니는 언제나 그랬든 이번 영화에서도 별다를 것 없는 연기를 보여줬지만 영화랑 잘 어울리며 무척 감동적이었다. 이미 4번의 오스카 고배를 마신 노장 제프 브리지스가 오스카를 타가는 모습을 보고 싶긴 하지만 조지 클루니가 2번째 오스카를 타가도 전혀 불만 없다.



이반 라이트먼의 아들 제이슨 라이트먼이 이번엔 아버지와 함께 제작까지 감행한 그의 3번째 장편작인 [인 디 에어]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회 문제를 예리한 코미디 감각으로 능수능란하게 휘두르는 솜씨가 보통내기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증명했다. 이제 그는 가능성 풍부한 젊은 작가를 넘어서 실력있는 감독이자 재기 넘치는 코미디 작가로써 마땅한 재목감이 되었다. 거기다 데뷔작과 [주노], 그리고 이번 [인 디 에어]까지 제작비 대비 효율성 면에서 늘 필요이상의 과다지출을 일삼는 낸시 마이어스 같은 감독과 상반된 제작비 관리로 스튜디오 효자 노릇을 톡툭히 해냈다.



[인 디 에어]는 [주노]보다 3배 가량 제작비가 더 들어간 작품이지만 그래봤자 헐리우드 평균 상업 영화의 절반도 안 돼는 2천만달러로 완성된 저예산 영화이다. 그러면서도 로드무비이기도 한 이 작품의 풍경은 다채롭게 채워졌으며 기술적인 부분도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작품도 좋고 연기도 좋지만 오프닝 시퀀스나 편집, 촬영이 깔끔하고 영상과 훌륭하게 매치된 음악도 일품이다. 특히 영화의 파티씬이나 라이언이 알렉스와 함께 고향에 방문하여 동네를 배회할 때의 장면들은 음악과 맞물려 산뜻하게 뽑혀 나왔다. [주노]의 음악선곡 능력에 감흥을 받았다면 [인 디 에어]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인 디 에어]의 관건은 희망이다. 각본과 감독을 맡은 제이슨 라이트먼은 원작에 많은 것을 첨가해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드라마 강한 코미디 장르에 빼어나게 안착시켰다. 그의 중심은 언제나 사회문제를 담아낸 코미디이고 중요한 건 인간성 회복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흡연, 10대 임신, 부당해고 등의 만국의 공통된 사회문제를 인간과 연결시켜 깔끔하게 다루는데 발군을 보여줬다. 어렵다면 어려운 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재주. 이것이 제이슨 라이트먼의 미덕이며 [인 디 에어]에서 그는 전작의 성과가 단발성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기 좋게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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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 에어(2009, Up in the Air)
제작사 : Paramount Pictures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CJ 엔터테인먼트 / 공식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intheair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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