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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가지고 마음껏 논다... 캐빈 인 더 우즈
ldk209 2012-07-02 오후 12:45:10 904   [1]

 

장르를 가지고 마음껏 논다... ★★★★

 

한 마디로 <캐빈 인 더 우즈>는 헐리웃 슬래셔 무비의 클리셰들을 마음껏 가지고 노는 영화다. 한마디로 무엇을 상상하든 보여준다. 웨스 크레이븐이 <스크림>에서 클리셰를 비꼬았다면, 드류 고다드는 이 클리셰의 기원을 거대한 음모론과 결합시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굳이 뭔가를 위해 5명의 죽음이 필요하다면, 납치해서 그냥 순서대로 죽이면 되는 것이지, 왜 이런 쇼를 해야만 하는가? 원해서? 그런데 나중에 누군가도 말했듯이 처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것 아닌가. 아무튼, 이렇게 논리적으로 파고 들어갈 영화는 당연히 아니다.

 

<캐빈 인 더 우즈>는 그 동안 무수히 많은 헐리웃 슬래셔 무비들이 대게 비슷한 설정으로 짜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설정들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뭔가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다. 금발의 글래머이자 머리는 비었고 창녀 같은 스타일의 여성, 머리가 빈 마초 스타일의 근육질 남성, 학구파, 바보, 그리고 처녀. 이런 조합의 젊은이들이 지도에도 나오지 않고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외딴 곳의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마지막에 들리게 된 거의 쓰러져 가는 주유소 주인은 음산한 경고를 보낸다. 외딴 오두막에 도착한 젊은이들은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다가 지하실을 발견하고,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다. 레드넥 좀비 가족이 깨어나고 피의 향연이 시작된다.

 

어디서 많이 본 얘기다. 그렇다. <캐빈 인 더 우즈>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너무 뻔해서 식상할 정도인 헐리웃 슬래셔 무비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간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다른 이야기가 하나 더 병렬로 진행해간다. 이런 학살극을 무슨 정부의 비밀조직 같은 곳에서 시나리오를 짜고 계획대로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건 반전이나 숨겨진 비밀이 아니다. 영화 처음부터 아예 공개하고 시작한다. 이런 얘기를 터놓고 한다는 것은 숨겨진 더 큰 비밀, 음모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비밀조직은 알고 보면 갈색머리의 똑똑한 아가씨를 금발의 염색약을 이용 멍청하게 만들고, 수재인 운동선수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약품을 이용, 머리가 빈 마초 캐릭터로 만든다. 그리고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면서 다섯 젊은이들을 장르의 클리셰에 따라 순서대로 죽인다. 그런데 이들에게도 회피의 이유는 있다. 젊은이들이 외딴 곳으로 놀러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하실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지하실에 들어가서도 아무 물건도 만지지 않고 어떤 책도 읽지 않는다면, 이들은 피해를 입지 않는다. 즉, 이들이 학살극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지하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나리오를 만들고, 오두막에 놀러온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 모는 비밀조직원들은 호러영화감독, 호러 작가 또는 호러영화 관객들을 은유하는 것이다. 근데 모든 슬래셔 무비들이 의도한 대로 학살극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런 빈틈, 피해자들의 반격이 바로 슬래셔 무비의 진정한 재미인 것이다.

 

<캐빈 인 더 우즈>의 후반부는 한마디로 엄청난 피의 향연이다. 비밀의 문이 열리면서 나름 적정선을 유지해왔던 피의 축제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마치 <큐브>와 같은 구조가 열리면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호러괴물들이 펼쳐내는 핏빛 물결. 호러 팬들이라면 환호성을 지를만한 장면들이 연속해서 등장하며 상상 가능한 악몽과 설정들이 시각을 자극한다.

 

그런데, 의외로 잔인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로는 첫째, 끊임없이 구사되는 유머에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농담을 구하한다. 일종의 코믹호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유머감각. 확실히 잔인함에 코믹이 더해지면 관객에게 전달되는 잔인함은 덜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농담은 <뱀파이어 해결사>(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의 팬이라면 익숙한 스타일이라고 한다.(가끔 오래 전에 봐서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둘째는 화면이 어두워 개별적인 학살 장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좀비가 처음 등장한 장면에서 좀비의 외모도 잘 보이지 않고 이들이 휘두르는 칼이나 무기가 사람의 신체를 관통하거나 박히는 장면도 뚜렷하게 보이질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이게 감독의 연출 의도인가 싶었지만, 뚜렷하게 보였다면 더 나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후 다른 곳에서 들은 얘기에 의하면 국내에서 자막을 넣으며 실시한 인코딩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인코딩 오류로 인해 화면이 어두워진 것이라면 영화적 재미의 30%는 깎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지금 이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이긴 하지만.

 

※ 영화의 마지막에 의외의 배우가 한 명 등장한다. 근데 이 배우는 요즘 주로 비밀과 음모를 알고 있는 핵심인물로 자주 등장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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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인 더 우즈(2011, The Cabin in the Woods)
제작사 : Metro-Goldwyn-Mayer (MGM), United Artists, Spyglass Entertainment / 배급사 : 롯데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조이앤컨텐츠그룹 / 공식홈페이지 : http://www.cabininthewood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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