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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 레디?" 절대 예상하지 말 것! 아 유 레디?
datura 2002-07-14 오전 1:19:38 2192   [9]
"무조건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 이야기는 경제적으로, 영화의 속도는 빠르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그들 영화의 핵심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특정한 계절이 되면 찾아오는 대작영화의 홍수는 이제 익숙해질만하다.

"아 유 레디?''는 실험적인 영화다.

우리가 맹목적으로 즐겼던 할리우드 대작영화의 스케일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이야기의 경제성과 간결한 서사, 큰 큐모의 마케팅이 맞물린다면?
할리우드 못지 않은 CG 기술로 영화를 포장한다면?
이렇듯 다양한 갈래의 실험이 공존하는 "아 유 레디?"는 분명 실험작이다.

영화는 어드벤쳐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알수 없는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곤경을 겪으면서 재미있는 모험을 즐기는 것이다.

여섯 사람이 테마파크에 모인다.

30대의 성형외과 전문의 유강재(김정학 분)는 사랑하던 여학생으로부터
치명적 상처를 입은 뒤 정신적인 내상을 갖고 있다.

동물행동학 연구원 단주희(김보경 분)는 가족을 경멸하며 마음의 문을 닫은지 오래다.

베트남전의 상처를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황노인(안석환 분),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질투심을 갖고 견원지간처럼 만나면 싸우는
봉준구(천정명 분)와 정현우(이종수 분) 등이다.

<아 유 레디?>라는 공간에 모인 이들은 예측불허의 사건을 겪는다.

때로 공간은 베트남전으로, 그리고 전혀 낯선 곳으로 이동한다.

여섯사람은 테마파크에서 겪는 모험이 자신들의 내적 상처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가장 증오했던 과거 속 나인 잃어버린 것이 그들을 다시 찾아온 것이다.

화면 밖으로 튕겨져 나올 것 같은 쥐 떼, 바위와 동굴 추락 신 등은
할리우드 기술 뺨칠 정도로 박진감이 넘쳤다.

현란한 비주얼과 촘촘하게 짜여진 드라마로 무장한 "아 유 레디?"는
테마 파크에 간 여섯 주인공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벌이는 예측불허의 모험담이다.

외형은 "인디애나 존스"를 연상케 하지만
볼거리에만 치중하지 않은 것이 "아 유 레디?"의 장점이다.

주인공들이 각각 가장 끔찍했던 비극과 콤플렉스를 상대로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곳곳에 장치했다.

가난과 죄책감, 왕따, 남아 선호 사상 등이 촘촘하게 엮여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그들은 정글에서 과거 속 자신과 거짓말처럼 맞닥뜨리지만 더 이상 주춤거리지 않고 맞서 싸운다.

"아 유 레디?"에서 영화 외적으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모험.

80억 원을 상회하는 제작비가 쓰면서도 톱 스타를 단 한 명도 기용하지 않는 진짜 모험을 감행했다.

배우 개런티 보다 컴퓨터 그래픽 등에 더 많은 공을 들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 때문이었다.

태국 오지마을에서 찍은 전쟁 신은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막강한 화력 장면이었다.

윤상호 감독은 ""인디애나 존스" "쥬만지"에 비유되는 건 원치 않는다.
"아 유 레디?"에는 환상적인 모험과 통쾌한 액션이 나오지만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드라마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아 유 레디?"는 액션사극 "무사" SF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예스터데이" 와는
또 다른 판타지 어드벤처라는 새로운 메뉴를 내세웠지만
식탁에는 판타지도, 어드벤처도 올라오지 않았다.

"쥬만지" "해리 포터" 등 할리우드 판타지물과 일단 아이디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게 우선 과제이다.

"쥬만지" "인디아나 존스" 등 미국의 어드벤쳐 영화가 놀이공원에라도 온듯한
즐거운 환상속으로 관객을 인도하는 대신 이 영화는 6명의 사연과 치유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바로 이 점에서 대자본 상업영화의 균열은 시작됐다.

사연은 많고 판타지는 적다.

환상은 공간의 이질성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욕이 넘쳐 얘기를 많이 풀어놓은 데 비해 이를 하나로 수렴하는 집중력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 유 레디?"는 지난해 "무사"의 전철을 밟은 듯하다.

"무사"는 아홉명의 고려인을 고루 조명하려다 얘기 자체가 산만해지며 실패한 케이스.

"아 유 레디?"의 경우 "무사"만큼 심각한 정도는 아니나
출연진 여섯명을 균등하게 대우하려다 보니
각 캐릭터가 평면으로 가라앉고 그들을 연결하는 고리도 느슨해 보인다.

사랑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번지점프를 하다"의 팬터지를
동서남북으로 확대하려 했으나 결과면에선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철저한 오락영화에 존재론적 고민을 어색하게 얹어놓은 모양새다.

각자가 아픈 기억에 맞서야만 이 세계를 빠져나온다는 "아 유 레디"의 설정은
전설이나 보물에 매달리는 할리우드 어드벤처 영화들에 비해 비교적 신선할 수도 있었다.

큰 스타를 내세우지 않은 캐스팅 전략도 평가해줄만하며,
첫 부분의 음악이나 공들여 만들어낸 세트가 풍기는 음산한 분위기는 기대를 갖게 해준다.

하지만 영화는 이내 길을 잃고 만다.

주인공들의 기억은 억지스럽고, 내러티브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철저한 오락영화에 존재론적 고민을 어색하게 얹어놓은 모양새다.

회상장면에선 난데없는 공포영화가 되어버리는가 하면
"레이더스"나 "쥬만지"를 인용한 수많은 장면들은 생뚱맞아 보인다.

태국의 오지 상크라부리에서 HD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은
때때로 독특한 감각을 선사하지만 이야기 구도는 너무 리얼하다.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는 시공에 대한 접근방식이나 위기를 풀어나가는 해법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

"미이라"가 톱스타 없이도 성공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아유 레디" 역시 스타 대신 새 얼굴로 진용을 꾸렸으나 판타지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인간을 습격하는 쥐 떼, 바위산에서 떨어져 내리는 엄청난 돌더미,
고딕풍 저택은 컴퓨터그래픽의 발전을 보여 줄 뿐이다.

숨 돌릴 틈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장면들 속에 삽입된 최첨단 컴퓨터 특수효과와
CG 기술등은 국내 특수효과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

영화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게임의 법칙을 제시하는 데 몹시 인색하다.

주인공들이 왜 위험에 빠지고, 어떤 규칙을 통해 이 모험을 겪어 나가며,
어떻게 현실로 다시 빠져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

특히 함께 모험을 겪는 6명 중 2명의 고교생은 늪에 빠져 죽은 것처럼 처리됐다
영화 말미에 아무 설명도 없이 갑자기 열차를 타고 살아서 나타난다.

영화는 옥에 티가 아니라 거꾸로 티에 옥을 찾아야 할 형편이다.

비와 모래바람을 맞고 진흙탕을 건넌 여주인공의 얼굴은 마스카라에 립스틱까지
화장이 완벽하게 남아있고, 양말은 언제나 새하얗다.

불행하게도 80억원의 돈 냄새는 영화에서 거의 맡을 수 없다.

거대한 영화적 야심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예상을 밑돈다.

이는 영화의 기술적 노력과 고된 촬영일정과는 무관한 것이다.

할리우드 대작영화의 매력은 무엇보다, 간결하고 명징한 영화의 컨셉에 있다.

다양한 장르를 뒤섞더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컨셉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보이지 않는 무기인 것.

아쉽게도 "아 유 레디?"엔 영화의 컨셉이 부족하다.

영화는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모험극에서 멜로, 액션, 재난영화, 심리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파편을 고루 섞어간다.

하지만 곁가지가 많은 탓에 재미는 반감되고 영화적 설득력은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이야기의 속도가 빠름에도 캐릭터 심리에 많은 비중이 쏠린 것도 영화 속도를 반감시킨다.

그들의 내적인 고통과 심리적 상처를 이해하고 하나씩 보듬기엔,
상영시간이 너무 짧고 모험의 강도는 세다.

관객이 몰입도 하기 전에 효과음으로 공포 분위기를 유도하는 대목이나
주인공의 캐릭터가 하나같이 암울한 것도 못내 아쉽다.

영화 후반부 단주희와 유강재의 과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도 연출의 결함.

인물에 복잡한 과거를 옭아매고도 판타지물로서 재미를 줄 수 있었다면.

할리우드를 능가하려던 시도는 결국 따라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았다.

최근 국내의 대작영화들은 대개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

거대 물량과 확실한 볼거리,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함에도
작품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건 단순하게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 것일까?
혹은 한국영화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함을 말하는 것일까?
"아 유 레디?"는 영화 한편의 완성도와 흥행 여부를 떠나, 꽤나 어려운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총제작비 80억원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낸 "아 유 레디"는
우리 영화에서 첫 팬터지 어드벤처 영화로 기록되는 데 만족해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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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 레디?(2002, R. U. R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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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홈페이지 : http://www.ruread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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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 레..]    Re: [아유레디]에 대한 반론<==혹시 알바? wolflake 02.07.08 1740 8
[아 유 레..]       Re: Re: 당신의 생각이 절대적입니까? khym212 02.07.08 162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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