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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도공간] 젠장 마지막이네.. 이도공간
ysee 2003-06-05 오전 12:51:09 1734   [14]
감독:나지량 주연:장국영, 임가흔

<호>[이도공간] 젠장 마지막이네..

이젠 고인이 된 "장국영"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이 글로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니 착잡할 따름이다. 정확히 말해서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란 말이다. 솔직히 글을 쓰기 시작한지도 꽤 흘렀지만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에 대한 글은 단 두 편(?)에 불과하다. 한 편은 "유성어"란 영화이고, "장국영"이 사망했다는 소식과 함께 부리나케 쓴 칼럼뿐이다. 학창 시절부터 눈여겨보았고 오랜 세월 동안 그의 영화들을 보면서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내 자신은 가끔씩 들여다보는 그의 사진을 통해 회상만을 할 것이다.

지난해 부천 국제 영화제에서 "이도공간"을 예매 해놓고도 일이 있어서 영화를 보지 못했고, 영상물 등급 위원회에서 자료를 찾던 중 "이도공간"이 심의를 신청한 것을 보고 영화가 개봉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영화는 개봉할 생각이 없는지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다가, 지난 4월 1일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가 한국에 날아들었고, 그 비보로 말미암아 이제 마지막으로 스크린에서 "장국영"을 볼 수밖에 없는 그의 유작 "이도공간"을 부리나케 관람을 하였다. 그가 죽어서 일까..?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공포스러운 분위기보다는 왠지 슬픔이 물씬 풍겨져 나왔다. 이것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한 공간에서 함께 관람한 이들의 반응은 사뭇 의외였고, 그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졌었다. 같은 동양권이지만 공포문화에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우스운 장면들이 아니란 사실을 알 테지만 그것을 강요한다는 것 자체도 우스운 일이다.

"이도공간"은 슬픈 사랑의 기억을 들춰내는 이야기를 내재하고 있는데, 다시 말해 잃어버린 기억.. 되살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그것이 공포로 다가온다는 설정이다. 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 흐름을 매끄럽게 혼합 시켜 놓았다. 첫 번째로 [얀:임가흔]이란 인물이 남들이 못 보는 귀신을 볼 수 있기에 매우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 과학적으로 모든 것이 해명 가능하기에 귀신은 출생 후에 살아가면서 모아진 정보에 의해서 생성된 하나의 정보와도 같다고 단정짓는 [짐:장국영]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귀신을 보게 되면서 그 역시 심히 불안한 심리적 상태로 빠지게 된다. 이 영화를 단순하게 보이는 대로 관람한다면 귀신은 믿고 안믿고의 차이만이 남는 영화이다. 하지만 감독의 연출의도를 제대로 짚어서 관람을 한다면 앞서 필자의 느낌처럼 슬픔이 배어 있는 멜로 영화란 사실이다[물론 공포스러운 귀신의 출현은 그러한 느낌을 싹 가시게 하는 도깨비와도 같은 존재이기에 강요는 하지 않겠다...^^;;]

공포는 내 안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말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해지면 사물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 아니라 헛것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네가 어린 시절 밤에 심부름을 갔다가 집에 들어올 때 갑자기 하얀 물체가 펄럭거리면서 자신에게 덮칠 듯이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부리나케 집안으로 튀어 들어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과연 펄럭이면서 날아오는 듯 한 느낌을 제공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기들이 애용하는 기저귀이다. 정신차리고 자세히 바라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무심코 바라본 것이 자신에게 가장 무섭고 공포스러운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얀]은 부모가 이혼 후 자신을 원하지 않자,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 때문에 사랑에 집착하게 되고, 애정이 애증으로 변하게 되면서 홀로 남는 것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여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면서 공포의 존재, 귀신을 본다고 강하게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랑에 대한 집착 증세가 바로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슬프고 아픈 기억이란 것이다.

그녀의 치료법은 하나.. 따뜻한 보살핌에 대한 "사랑"이다. 그것을 [짐]이 알기에 정성을 다해 치료를 해준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한 명의 여학생 귀신이 출몰하게 된다. 왜 일까..? [얀]에게서 전이가 된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짐] 역시 저장된 기억에서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잊고 싶은 기억..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용서를 구해야만 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렇게 두 사람은 슬프고 아픈 사랑의 기억을 들춰내고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는 기억.. 소멸되지 않은 기억 그리고 관심과 사랑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포스럽고 두렵긴 하지만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사랑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두려웠고 애절하며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다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잊고 있던 기억.. 너무나도 절실했기에 잊을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되살아날 때 비로소 자신은 스스로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짐]처럼 말이다.. 영화는 분명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파이프에서 울리는 기이한 소리..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소리.. 사물이 비춰지는 모든 유리.. 순간 순간 출몰하는 귀신의 모습.. 후반부에 아예 대놓고 나타난 귀신.. 이 모든 것들은 영화를 겉으로 포장하고 있는 하나의 영화적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포와 멜로를 경계를 허물어트린 감독의 연출력이 상당히 돋보이는 작품임에 틀림없다는 것은 공포물에서 진한 슬픔이 배어 나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아마도 "장국영"이 남긴 마지막 유작이기에 더욱 그러한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쓸쓸해 보이고, 우울해 보이고, 웃고 있어도 슬퍼 보이는 "장국영"의 모습이 "이도공간"에서도 고스란히 비춰지고 있다. 이 글이 그가 출연한 작품 중 마지막 유작에 대한 글이라고 하니 마무리도 힘겹다. 적어도 "장국영"이란 배우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필자는 권하고 싶다. 아니 영화 팬들이라면 권하고 싶다. 영화의 이야기보다는 [짐]이란 인물을 연기한 "장국영"의 쓸쓸하고 애절한 눈빛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고, 그 눈빛을 보게 되면 오랫동안 힘들어했을 그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랑하는 이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용서를 바라는 것 같다. 그러기에 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가 기억할 것이다.

작품성:★★★★ 대중성:★★★

인천에서"호"...[ www.onreview.co.kr - 온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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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공간(2002, Inner Se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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