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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주목할수밖에없는." 지구를 지켜라!
rose777 2003-03-26 오후 4:49:45 1357   [6]

보통의 인간은 사물을 대할 때 5초만에 필요한 정보는 모두 얻는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헐리웃영화의 편집공식 중 8초당 컷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무리는 아닌 듯 싶다. 이렇듯, 5초가 지난 후 근본적인 지루함에 시달리는 인간의 사악한(^^)습성도 영화 [지구를 지켜라]앞에서는 순간, 무의미해져버린다.(이 기습적으로 달려드는 컷팅에 당신의 영혼마저도 즐거워 하리라.) 지루함 자체에 대한 논란을 뛰어넘어 잠시도 안심하고 영화를 지켜볼 수 없는 초긴장상태는 극도의 공포와 감히 그동안 생각해오지 못했던 유머를 쉴새 없이 구사해댄다. 장르의 파괴를 선언하고(아! 이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개그콘서트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위대한 코메디로 완전무장한 이영화의 탄생에 이제 우리 모두는 축배를 들어야 할 것 같다.

배우 신하균의 믿을 수 없는 연기에 보답하기 위한 전 국민 촛불집회를 선언하고, 감독 장준환를 UFO위에 앉힌 후 깐느의 감독상도 울고 갈 만큼의 위대한 상을 제정해서 위임하고, 백윤식선생님에게는 그의 수대 후손들마저 아주 오랫동안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인간문화재를 부여해드려야만 한다. 이 깜찍한 영화의 탄생을 우리는 할수만 있다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이렇게 축하하고 싶다. 이 깜찍한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커다란 주제의식을 무작정 노출시키고자 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멋대로 놀 줄 아는 방법을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의 시작은 강만식사장이 이상한 복장의 병구에게 납치 당하는 지하주차장이다. 대리운전을 하고 4만원을 달라고 하는 젊은이에게 끝내 2만원만을 내주고 "쪼잔한 새끼. 돈2만원가지고"라고 중얼거리고 돌아서는 순간 강만식의 앞에 병구는 급작스럽게 나타난다. 이 장면은 매우 범상치 않은데. 비인간적인 강만식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순간, 마치 신께서 죄인을 향해 내린 당연한 형벌을 그저 성실히 수행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는 병구의 출현과 일격은, 그래서 급작스럽지만 통쾌하다.
영화는 이후. 마치 데이빗핀쳐의 [세븐]의 크레딧을 연상케하는 멋진 오프닝 크레딧을 선사한다. 트랜스픽션의 격렬한 보이스 위에 고속촬영과 가속편집이 덧입혀져 이제 곧 일어날 병구와 강만식 사장의 엄청난 대결을 예견케 하는 이 엄청난 오프닝 크레딧은 이 영화가 보여줄 가능성을 예견하는 멋진 단초일뿐이지만 말이다.



설치미술을 보는 듯한 병구의 집은 모호하다. 모든 이미지를 인간의 손을 거친 수작업으로 완성시킨 [지구를지켜라]의 미술팀의 노고는 진정. 기대이상이다. 외관으로는 벌농장과 마네킹가내수공업을 하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병구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살고 있는 그 모호한공간. UFO를 연상케 하는. 그의 집이다. 강사장을 묶어 놓은 고문기계와 비밀 통로. 각종 공상과학 비디오테입. UFO와 외계인에 관련된 서적들. 무엇보다 믿을수 없는 병구의 연구노트!(100페이지에 달하는 이 거대한 노트를 만든 믿을수 없는 제작팀의 결과물!)등은 병구의 과대망상을 언급하며 그를 위로한다. 이 기괴한 공간안에서 일어나는 우리가 보지 못한(그전에 발생했었을 사건들.) 사건들에 대한 짐작은 이 멋진 비쥬얼로 가능하다. 빛바랜 화면 안에서 카메라가 끈질기게 보여주는 병구의 이 모호한 공간은 캐릭터를 부과하고 이미지를 멋지게 창조해낸다. 공간이 관객에게 던져주는 공포는 바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영화가 관객을 단 한순간도 다른 생각에 빠지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진실로 강만식 사장은 외계인인가?" 만약 그렇다 해도 "병구는 왜 강만식 사장을 납치하는가" 마지막으로 "병구는 제정신인가 그렇지 않은가?"이 세가지 의문점때문이다.

이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는 화면에서 결코 눈을 떼낼 수 없다. 영화는 아주 뛰어난 숫법으로 그 궁금증을 하나둘씩 벗겨내는데, 강만식의 비인간적인 작태들을 드러내는 증거물들이 인써트되는 부분은 우습지만 끔찍하다. 사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 강만식의 죄들은 처단 받아 마땅한지라. 이쯤 되면 관객은 강만식의 감금이 타당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순간, 영화는 병구에 대한 인간적 드라마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백플래쉬"를 선택한다. 대사없이 보여지는 병구의 과거를 지켜보는 관객의 심정은 이 순간부터 심하게 동요된다. 영화는 시종일관 허를 찌르는 유머를 구사하면서도 이렇듯 드라마를 놓치지 않는 세밀함을 보인다.
병구의 이상적 행동이 과대망상에 기인하는것이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다. 명분 있는 저항을 펼치는 병구의 행동에 이미 관객들은 이 순간 이후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주게 될테니까 . 이야기는 병구의 모호한 공간인 집의 내부외 외부 두 가지로 짜여있다. 외부에 존재하는 강만식사장의 납치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강만식의 아군이면서 동시에 병구의 적군이다. 내부에 존재하는 두가지 존재. 병구를 사랑하는 순이는 병구의 아군이며, 감금당해 있는 강사장은 물론, 병구의 가장 큰 적이다. 이 아이러닉한 인물과 사건의 배치는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기가막히게 부딪힌다. 유일한 내부의 아군인 순이가 강만식의 꼬임에 넘어가 병구의 곁을 떠나가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고. 외부의 적 경찰 추형사(이재용역)가 병구의 집에 방문하면서 위기감은 고조된다.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 병구의 재치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추형사를 골탕먹이는 신하균의 표정연기는 소름 끼치도록 리얼하다.

-지금은 웃지만 그땐 꽤 심각했어요. 너무 화가나서 다 죽여버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러면 그럴수록 배가 고파지는거예요. 그래서 먹고 또 토하고 또 먹고...-

능청스럽게 웃음을 이사이로 머금고서 자신의 과거를 추형사 앞에서 피력하는 병구를 보는순간 참았던 관객의 눈물은 이내 터지고 만다. 인물들은 모두 타당한 이유로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어찌 보면 가장 타당한 이유를 (그 타당성은 물론, 인간적인 사유여야 한다.) 가진자는 병구일뿐이다. 병구의 우울했던 과거가 관객에게 노출되기 전 관객은 병구의 이상행동에 대한 궁금증만을 풀어내려고 노력하지만 영화가 가진 진심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관객은 영화에 깊이 빠지고 만다. 이미 그순간 강만식이 외계인이냐 아니냐. 혹은 병구가 제정신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모든 궁금증은 아주 예전에 풀려버린것일런지도 모른다.



괴기스러운 장면에서도 웃음을 부과하는 이 절묘한 카타르시스의 순간은 이영화가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한국영화시장이라는 상업적 범주안에서 매우 가치있게 논의되어야 마땅함을 증명해준다. 인터넷 소문들이 단기간내에 급조되어 지고 수백만관객들의 소용돌이속에서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아이돌스타들을 아시아에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대는 언론들이 이제는 한발 뒤로 물러나 현재의 한국영화시장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시점에 [지구를지켜라]같은 영화가 나와준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거대한 주제의식을 너무도 유쾌하게 그야말로 뻔뻔스럽게 버무려 버리는이 신예감독의 기괴한 발상이 신하균과 백윤식을 만나 우리가 그간 단한번도 만나보지 못한(우리는 왜 그동안 이러한 발상들을 헐리웃이라는 통로를 거쳐서만 만났어야 하는가. 이제 그 분풀이는 바로 지금 시작되었다.)예술적 장르를 개척하는 순간 관객이 열광하는 사유를 지켜보아야 한다. 왜 우리가 영화라는 고된 작업을 이렇게 힘들게. 이렇게 뛰어나게. 이렇게 세밀하게. 오랜시간의 고심을 거쳐서 탄생시켜나가야 하는지 말이다.


그만큼의 가치를 관객에게 선사하고 감동의 순간을 창조해내고 단 2시간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향해 "적들과 대결해서 죽어가는 지구의 생태계를 살려내보자!"라고 외치는 이들의 항변에 우리는 기꺼이 귀기울여주고 싶어진다. 신하균이 힘겹게 내뱉는

"그런데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

마지막 대사에. 그토록 웃어대던 수백명의 관객이 일제히 침묵해버린 사연. 그 사연은 진정. 대단한 결과물이 건져올린 성과이다. 관객은 아주 심하게 웃어대면서 동시에 아주 조용히 영화에 동의해 나갈수 있으니 말이다.
지구를 지켜라의 가장 큰 미덕은 사회의 편견+제도적 장치를 끊어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낸 감독 장준환의 뚝심이다. 범상치 않은 발상에 드라마를 뒷받침 시켜내 개연성을 부과시키고(당신은 이 개연성을 깨닫는 순간 엄청난 양의 눈물을 쏟아내고 말 것이다.) 후반 10분간의 결사투쟁에서 일어나는 반전을 뒤집는 재반전의 반복! 반복들의 결론과 영화가 지향하고 있는 주제의식은 거대한 고목의 뿌리에 흔들림없이 기초하고 있어서 감동의 순간까지 창조해낸다. 지구생태계를 위협하는 모든 존재들에 대한 무서운 경고와 더불어 "가족"과 "사랑"이라는 단어까지 인간적으로 맞물려져는, 감독이 토해낸 이 주제의식은 재기발랄에 진중함 마저 더해 끝없는 칭찬을 늘어놓고 싶을만큼 어여쁘기만 하다.

이영화의 탄생을 자축한다. 병구가 지구를 지키고 싶어하는 만큼. 나 또한 간절하게 이영화를 지키고 싶다. 순식간의 2시간이 얼마나 엄청난 것들을 선사하는지 나만이 이 행복을 누릴순 없지 않은가? 수백만의 한국관객들이 이 재미난 2시간을 함께 공유하게 되는 순간. 영화는 지켜지고 지구의 평화가 도래하리라. 나는 믿는다.

(후에 탄생할 재관람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덧붙이기 : 영화의 후반10분의 비밀과 진행도중 나오는 기가막힌 에피소드들은 비밀로 간직하련다. 이영화를 볼 수많은 관객들에대한 최소한의 나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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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2003, Save the Green Planet)
제작사 : (주)싸이더스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sidus.net/movie/save_g/defaul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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