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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zyz] 거대한 판타지의 충격 - 지구를 지켜라 지구를 지켜라!
ozzyz 2003-03-27 오후 11:43:59 1861   [19]
"......영화 보는 내내 다리가 후들거렸다."




<지구를 지켜라>




본인은 그 언젠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을 보면서 내내
"나는 죽을때 까지 이를 능가하는 한국 영화는 만나지 못할것" 이다라는 확신에
우울해했다. <복수는 나의 것> 은 A 급 제작진과 연출진, 자본 그리고 배우들이
만들은 철저한 B 무비였다. 이는 JSA 라는 전작의 성공으로 확실한 투자 배경을
손에 쥘수 있었던 철저한 B급 취향의 감독 박찬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결국 쉽게 볼수 있는 재밌는 영화를 원했던 대중과 투자자들은 그에게 배신당했고,
전무후무할 이 역사적인 작품은 외국에 나가서야 걸맞는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확신은 오늘에서야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한국영화의 충격, 혁명, 파괴, 그 무슨 격동적인 수식어를 달아도 설명이 부족할
엄청난 '물건' 이 우리 앞에 던져졌기 때문이다.




<지구를 지켜라> 는 "이상한 영화" 라는 제목으로 비디오로도 출시된바 있는
<2001 이매진> 의 장준환이 감독, 각본을 맡은 첫번째 장편 영화이다.

흔히들 '영화천재' 라 하면 떠오르는 몇몇 감독들이 있다.

첫번째 장편을 이런식으로 시도하는 모험을 펼쳐보인점과, 영화 내내 보이는
각종 B무비들과 수많은 문제작들을 떠올릴수 있는 소품과 단서들은,
이 장준환이라는 인물이 단지 '천재' 라는 단어로 설명가능한 인물인지
의심케 한다. 이러한 재기발랄함과 예상치 못한 장면 장면의 미학, 즐거움들은
어쩌면 헐리우드 키드로 보이는 이 젊디 젊은 감독의 배짱의 차원을 넘어선
우직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33억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 투자된
영화에서 어찌 이런 '위험한' 장면들을 그리도 자유자재로 섞어넣고 끼워맞춰,
그림을 그릴수가 있었던 것일까? 이 자유자재스러운 손놀림에서 왠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느껴지는것은 왜일까?




앞으로 이 글은 나의 온몸을 땀으로 적시고, 심장을 폭팔할것 같이 뛰게 하였으며
영화 보는내내 다리가 후들거리게 했던 이 영화에 대한 온갖 찬미와 미사여구들로
가득찰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앞서 이 작품에 여실히 드러나는 약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결국 내러티브의 문제이다.
제작진은 마지막 10분의 비밀을 절대적으로 지켜주기를 관객에게 공언하고 나섰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것은 누구나 예상할수 있는 수순이었다.
또한 이 거대한 하나의 음모가 환경을 지키라는 하나의 메시지라는 결론
역시 아쉬운 마음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너무 극적인 면을 강조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네러티브가 약해진것이 아니었을까.
앞 뒤의 내용이 개연성이 없다고 까지는 할수 없지만, 마케터가 의도한 '소름끼치는'
반전을 원했던 관객들에게 이 점은 별로 메리트를 느낄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BUT. 바뜨.
이 영화는 결코 그깟 내러티브 하나로 승부를 내려 하는 영화가 아니다.
결국 내용의 기본 줄거리이며, 내러티브의 골자인 강사장이 외계인이냐 아니냐,
병구가 미쳤냐 안 미쳤냐라는 사실은 이 영화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영화의 재미를 내용에서만 찾으려고 한다면, 결코 그 영화를 제대로 즐겼다고
볼수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취지에서 볼때, <지구를 지켜라> 의 강점은 바로
영화전체에 즐비하게 늘어선 특정 장르의 코드들과, 이를 전혀 거부감 없이, 아니
오히려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관객들을 양산해내는 극단적 비현실감 속의 진지함
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인은 이 영화를 '스플래터' 에 편입시키고 싶다)
이는 철저하게 필자의 개인적 취향- 호러코드로 무장한 B무비 - 에 기대어 이야기
하는 것이고, 사실 재기발랄함이 묻어 나오는 장면 장면들의 기막힌 편집술과
잠시도 지루함을 느낄수 없는 상황 상황들의 희극성 역시 이 영화의 커다란 강점이라
고 하겠다.

또한 이 영화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온갖 헐리우드 영화들의 소재나 연상될수 있는
장면들이 녹아들어가 있어 마치 웨스의 '스크림' 을 볼때 느꼈던 것과 같은 의미의
즐거움을 느낄수 있다.

병구의 외계인에 대한 집착이나, 가족이 외계인의 실험대상이었다는 설정은 단연
엑스파일의 멀더를 떠올릴수 있다. 강사장을 납치하고 고문하며, 특히 정강이를
내리치는 장면은 '미져리' 를 떠올리지 않을수 없으며, 유인원이 등장하는 장면이나
태초인의 탯줄이 달려있는 검은 벽은 큐브릭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의 명백한
패러디이다. 곡예사가 직업인 순이의 이름은 젤소미나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
에서 따왔음이 명백하고, 외딴곳에 위치한 병구의 집이나, 병구의 정신이상적 측면
에서 볼때 왠지 히치콕의 '사이코' 의 이미지를 지울수 없다. 또한 모든 개인적,
사회적 불행을 하나의 '음모'로 보는 관점은 '컨스피러시' 나 좀더 나아가면
'바디스내쳐의 습격' 까지도 하나의 맥락으로 볼수 있겠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라고 뽑고 있는 호러코드들.
각종 신체절단과 파괴, 피, 폭력과 고문이 난무하는 수많은 장면들
- 납치한 강사장을 전기고문하고, 도끼로 내려치며, 약물을 주사하고, 다리미로
지지면서, 급기야 후장을 따려는 극단적 상황들. 하물며 병구의 강아지 '지구' 의
주식은 사람고기이다. - 에서 관객들은
매스꺼움이 아닌 즐거움의 웃음을 토해낸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대중은 극단적 비현실 속에서는 긴장을 풀어내는 유머를 발견해낸다. 이것이
일단의 스플래터 무비들이 노리는 효과이며, 이는 <지구를 지켜라> 에서도
그 효과를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서로 다른점이라면 전자의 전통적 스플래터
무비들은 엉성한 소품이나 연기, 분장으로 이를 조장한다는 점이고, <지구를 지켜라>
는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와, 상황의 과도한 비극성이 오히려 이를 유머러스하게
비추어 준다는 점이다. (물론 후반의 '후레쉬맨' 스러움의 극치를 보이는 장면들은
전자의 의미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며 동시에 극의 판타지성을 극대화 한다는 점에서
보석같은 장면이라 하겠다.)
호러 영화에 심취한 '피에 굶주린' 이들에게도 공평하게 즐거움을 선사해준다는 점
에서 장점이 많은 영화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판타지적 성격은
오즈의 마법사의 주제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의 펑크버전이 오프닝으로 흘러나오면서
부터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본인은 이 영화의 장르를 "판타지 스플래터" 로 확대 정정한다.



그리고 어느 한 구석 제작진의 노고와 정성이 스며들어 있지 않은 장면이 없다는
점은 관객들을 감동의 도가니탕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그 무수한 병구의
필기자료들! 삽화들! 하나의 고성을 연상시키는 병구의 집! 기상천외한 고문기구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이 영화의 마지막 미덕으로 뽑고 싶다.
병구역의 신하균과, 강사장역의 백윤식은 학대하는 자와 학대 받는 자의 위치를
여러번 역전시키면서 엄청난 내공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불뿜고 있다.
신체적 고통이나, 언어를 통한 연기는 연습을 통해 얻을수 있는 후천적 선물이고,
'이중간첩' 의 한석규가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서 짓는 수만가지 감정의
결정체로써의 표정연기는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내재적이며 선천적인 연기라고
볼때, 신하균과 백윤식 두 연기자 모두, 평생 후회치 않을 연기 실력을 펼쳐보였다고
자신할수 있다. 순이역의 황정민은 이 영화의 값진 선물중 하나인데, 그녀가 느낄수
있는 애틋함의 감정이나 안타까움들을 너무나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이 영화는 정말이지 롤러코스터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이다. 한바탕 놀다보면
허전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그다지 진지해보이지 않는 이 영화가 얼마나 진지한 영화인지 깨닫게 되는것은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지나가면서 이다. 앞으로 이 영화를 관람하게 될 모든분들께
이 부분을 그냥 지나쳐버리지 말기를 간곡히 요구한다.


협소한 자원과 시장을 가지고 한국식 블록버스터를 추구하고, 감독의 재량 보다는
시스템에 의존하는 한국 영화계의 현실속에서 <지구를 지켜라> 라는 영화의
의미는 엄청난 것이다. 솔직히 본인은 아직도 두근거림과 후들거림의 가운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장면 장면들의 즐거움, 상황의 비극성을 극대화 하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편집기술, 영화 전체를 아우르며, 이 초 현실적 유희를
자유자재로 영상화해낸 감독의 능력은, 반드시 이 영화를 하나의 중대한 위치에
서게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길것이라는 확신을 들게 한다.

이 느낌을 지워버리고 싶지 않아, 아마 오래도록 잠에 들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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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2003, Save the Green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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