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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와 역설의 미학이 있는... [이야기] 굿바이 레닌
eyakida100 2003-10-21 오후 8:20:40 1467   [9]
시사회장의 열악한 조건으로 어렵게 영화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굿바이 레닌은 나에겐 정말 오래간만에 맛보는 맛깔스러운 영화였다.
그동안 우리(?)에게 독일영화는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음식을 대하는 느낌이었다(나만의 생각인지도...).
하지만 볼프강 베커감독은 아직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아니면 다루지 못했던) 동서독 통일과 가족이라는 까다로운 주재를 은유와 풍자를 뒤섞어 만든 독특한 독일식유머를 내 놓았다.

오!!! 그 맛깔스러움이란....
통일이라는 묵직한 역사적 배경을 그렇게 가볍게 스쿠르볼 코메디로 만들어 낸 감독의 공력에 난 지금까지의 내 독일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팽개쳐 버렸다.

사실 난 이글을 쓰기를 상당히 망설였고 지금도 망설이고 있다.
내 좁은 식견으로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정말 조금이라도 이해했는지 의문스럽고 그나마 조금 느낀 듯한 그 뭔가를 글로 쓰자니 내 졸필이 그걸 따라주질 못할 건 뻔하고 결국 작품에 결례가 되는 거나 아닌지.....
하지만 시사회 건으로 써야할 의무도 있고 간만에 느껴본 감동이라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는 건 사실이다.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쓰기로 하며 이글은 내 일방적인 생각이라는 토를 단다.

서방의 자본주의 세계에 남편을 빼앗긴(?) 어머니는 남겨진 가족을 위해 철저한 사회주의자가 된다. 하지만 어느 날 어머니는 베를린 장벽철거 시위를 하다 체포당하는 아들 알렉스를 보게 되고 그 충격으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 후 8개월이 지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어머니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만 알렉스는 의사로부터 어머니가 작은 충격에도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듣게 된다.  
자본주의 유입으로 급변하는 동 베를린의 모습을 철저한 사회주의자였던 어머니에게 충격일 것이라고 생각한 알렉스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을 총동원해 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지상최대의 거짓말을 벌이게 된다. 알렉스는 어떤 충격으로부터도 어머니를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이지만 거짓말이 거짓말은 낳게 되고 결국은 그 거짓말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알렉스의 거짓말은 과연 베를린장벽과 같은 운명이 될 것인가....

어머니와 아들?
아무래도 이 영화의 매력은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은유와 풍자에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알렉스의 행복했던 어린시절의 기록필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것은 이 영화가 지나간 역사에 관한 이야기라는 암시이다. 실제로 영화의 많은 부분을 독일통일 전후의 기록필름 그대로를 썼다고 하다.
그것은 가족이라는 픽션에 역사라는 논픽션을 첨가함으로서 극의 사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이자 자연스럽게 한 가족사를 당시 독일의 시대상과 병치시켜 은유적 효과를 끌어내고자 한 장치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 전반부에 동독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우주로 떠나는 TV중계 장면을 보며 막연한 동경심을 갖는 알렉스와 아버지의 서독망명으로 위기에 몰린 어머니이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알렉스가 갖는 우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은 서방세계(자본주의)에 막연한 동경심에 사로잡힌 당시 동독국민을 그리고 위기에 몰린 어머니는 사회주의국가로써 위기에 몰린 동독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 벌어지는 알렉스와 어머니의 행동들은 이런 내 생각을 더 분명히 해준다고 본다.
급격하게 밀어닥치는 자본주의에 적응하려는 알렉스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아직 잔존해 있을 사회주의의 흔적들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알렉스의 모습은 역사의 격랑 속에 혼돈을 격어야만 하는 동독국민의 모습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한편 어머니 역시 실어증에 걸리기도 하고 철저한 사회주의자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혼수상태에 빠지고 만다. 이것은 더 이상 이념으로서 존재 할 수 없는 사회주의의 그 마지막 숨을 몰아 격렬하게 자본주의에 대항해 보지만 결국 무너져 폭죽의 불꽃으로 스러져가는 독일 사회주의의 그 자체일 것이다.

TV모니터 그리고 창문?
이 영화에선 유독 TV가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는 주인공의 직업 또한 위성방송안테나 가설자다. TV는 창문과 함께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가 세상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TV는 보는 것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본다는 것에 믿음을 갖고 있다.

사람의 안구에는 빛이 모이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에 사물을 볼 수 있는 시신경 세포가 모여 있는데 이곳을 황반이라 한다.
반면 그 시신경세포가 없어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맹점이라 한다.
우리가 황반을 사용해 한 곳을 주목할 경우 그 맹점에 해당하는 어느 한 공간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TV모니터와 창틀은 어머니(사회주의)에 대한이 맹점에 대한 은유이다.
어머니(사회주의)의 창틀에 한정된 좁은 시야와 보여주는 것 볼 수밖에 없는 소극적인 앎으로는 삶의 풍요를 경험 할 수 없다.
어쩌면 이 것은 어머니가 자처한 일인지 모른다.
원래 인간의 인식이란 세계자체에 대한 그대로를 인식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공간을 실제 외부공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스스로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만든 공간을 보는 성향이 있다.
그러기에 어머니 역시 자신의 삶 속에 임의로 만든 그 공간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망명의 충격으로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리고 6개월 후 다시 돌아온 어머니는 급격히 열성적인 사회주의자가 된다.
남편을 빼앗아 가버린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에서였는지 두려움에 대한 보상심리에서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어머니는 극단적으로 자기가 보고 싶은 쪽(사회주의)으로 시선을 스스로 고정시킨 것이다.
그런 극단적인 시각으로 살아온 어머니로선 아들의 반 사회주의 데모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반면 어머니의 눈가림을 위해 열심히 뛰던 알렉스는 그렇게 어머니가 믿었던 사회주의 국가가 단 몇 개월 사이에 급변하는 모습을 경험하며(알렉스가 친구와 함께 어머니의 방을 옛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 씬은 저속촬영으로 빠르게 처리하여 급하게 사회주의를 재건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로 감독의 역설적 위트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씬이다) 과연 동독이라는 나라가 존재했었는지 의심할 정도로 역사의 맹점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알렉스는 정작 자신이 어머니에게 보여주는 것은 사회주의 통일에 관한 이상향인 것이다. 알렉스의 또 다른 맹점이다.
우리는 보는 것만큼 안다. 또 안는 것만큼 본다.
우리가 집안에 강아지와 있지만 강아지에게는 음식과 물 그리로 자신의 몸을 누일 수 있는 쿠션이 전부다. 그 외의 것들은 하나의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강아지에게 인지된 하나의 장애물이 우리에겐 꽃병과 TV, 책상 등이 우리일상에 유용한 각각의 구분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강아지와 인간의 삶은 다른 것이다.
앎은 곧 그 삶이요 삶이 곧 그 앎인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아느냐가 보다는 어떻게 아느냐가 더 중요 할 것이다.
이것이 감독의 앎과 삶에 대한 성찰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들이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은 앎을 잘못 알고 있는데 있지 않을까?

굿바이 레닌?
이 영화의 백미는 두 말 할 것 없이 수송헬기에 매달려 가는 레닌의 동상 씬일 것이다.  
단 세치의 혀 하나로 거대제국 러시아를 몰락시킨 불세출의 연설가이자 혁명가인 레닌의 동상이 절반이 뚝 잘린 채로 헬기에 매달려 혼돈에 빠져있는 어머니 쪽으로 날아온다.
여전히 그 근엄함을 유지한 채로....
레닌은 당혹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열렬사회주의자인 어머니 앞에서 자신의 그의 달변을 다시 한번 당당하게 들려 줬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입은 무겁게 닫혀있다.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처럼....
이 씬은 그야말로 사회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감독의 위트로 유감없이 발휘된 씬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굿바이 레닌!

그런데 감독은 갑자기 알렉스에게 어린시절 꿈의 대상이었던 우주비행사를 만나게 해준다. 그리고 알렉스로 하여금 자신의 사회주의를 완성시켜 거짓말의 대단원을 마무리 짓게 한다.
이건 또 무슨 역설인가?
사회주의를 한 것 놀리던 감독이 다시 한번 사회주의를 재건하다니....
아무래도 감독의 사회주의 비판이 자본주의에 대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감독에겐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이 이야기의 주제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알렉스가 어머니의 뼈를 담아 쏘아올린 폭죽의 불꽃처럼 인간의 이념은 정말 덧없음이리라.
굿바이 레닌은 결국 사회주의의 굿바이가 아니라 부질없는 이념에 대한 굿바인 것이다.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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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레닌(2003, Good bye, Le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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