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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살아있어 주길 바래... 투모로우
callisto 2004-06-20 오후 12:23:05 997   [4]

며칠 전에 나는 말장난 같은 단어의 조합인 '정말 절망'이란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과연 어떤 상황에서야 '정말 절망'적이란 말이 나올까 하고...

 

그런데 오늘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절망'적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정.말  절.망.적.

 

재해 영화는 그 특성상 보는 이로 하여금 '절망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건, '절망'을 느끼게 할 만큼 사실적으로 영화를 잘 그려냈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으니 감독에게는 유쾌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사실 수많은 재해 영화들은 보고 있으면 절망하기 마련이다.

화산이 폭발하는 '단테스 피크'라던가, '볼케이노'라던가, 침수된 터널에 갇혀 버린 '데이 라잇'이라던가, 혜성에 지구가 위협을 받는다는 설정의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 태풍에 대한 이야기인 '트위스트' 등등.

사실은 더 많은 수의 재해 영화를 봤었는데, 갑자기 생각하려니 기억이 잘 안 난다.

누누히 말하지만 나는 굉장히 기억력이 나빠서 여간 인상적으로 보지 않으면 그냥 스믈스믈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투모로우'는 내가 본 재해 영화 중 가장 강한 충격을 준 재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4달 전이었나? 아니면 더 오래 됐을 수도... 극장에서 '투모로우'를 광고하는 광고판을 세워놓은 것을 보았다.

그때에는 내용 따위는 몰랐지만 단지 그 광고판의 눈에 휩싸인 건물과 자유의 여신상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꼭 보고 말리라 벼르던 영화였다.

그리고 그 기대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뭐, 아마 내가 예고편을 보지 않아서 기대치와 맞아 떨어졌는지도 모르지만... *웃음*)

 

이 영화가 내게 안겨준 절망의 정도가 어느 정도였냐면,

단순히 '절망'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 절망'적이라서, 보고 있는 동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을 만큼 절망적이었다.

 

흡사 이토준지의 만화를 읽을 때 느끼게 되는 기분과 같았다.

(이토준지의 만화는 '재해'를 다룬 만화가 아니라 '공포'를 다룬 만화인데 말이다.)

 

자연의 무자비한 인간 사냥 앞에 인간들은 영문도 모른채 픽픽 쓰러져 나가는 것이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 채 인식하기도 전에 말이다.

 

애절하게 "살려주세요"라고 외쳐봤자, 이 잔혹한 암살자는 냉혹한 눈초리로 손가락을 하나 까딱거리며 "죽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규모의 학살은 시작되는 것이다. 피조차도 필요 없는 죽음의 연회.

 

인간이 자연 앞에 벌레처럼 죽어나가자민, 벌레처럼 작은 존재의 몸부림 밖에 되지 않는다해도 인간은 끝까지 살기 위해서 저항한다. 그것이야말로 살아있다는 증거. 생의 사투.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살아있는 자들은 그들 만의 세계를 다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공룡은 멸종되었지만 그 후에도 지구는 이렇게 많은 생며체를 품고 살아가듯이...

'마크로스'에서 외계인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아있는 이들은 살아남아 있는 이들끼리 모여 다시 살아가듯이...

 

아무리 약하고 힘이 없어도 살아있으면 그렇게 살아가게 되어 있는 거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라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을 남반구에 거주하는 사람과 남반구로 피신한 사람들 그리고 북반구에서도 다행히 목숨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모습들 속에서 '그래도 내일은 있다'라는 의미로서 감독은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남은 이들은 또 그렇게 살아가기 마련이니까...

 

'투모로우'는 재해 영화의 기본적 패턴은 그대로 이어나가고 있다.

특정 주인공이 아닌 다수의 인물들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그들이 재난 앞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 가를 보여주고, 이들 중 누군가의 죽음을 유도하여 관객을 가슴 아프게 하며, 남은 이들은 연인을, 가족을, 친구를 지키기 위해 더욱 더 강한 '애정'을 보이며 서로를 이끌어 준다.

 

그리고 결국 그 다수의 주요 인물 중 대부분이 살아남고, 그들은 희망이 되는 것이다.

혹은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희망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데서 영화는 보통 끝이 난다.

 

재해 영화는 이런 요소적 면만을 두고 볼 때는 흥행의 거리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투모로우도 역시 충실히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활용하고 있다.

 

스펙타클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만한 대규모의 재해의 모습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누군가의 죽음으로 눈물을 유도하고, 남은 이들의 단결된 모습과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류애를 부각시킨다.

 

지극히 전개되는 상황만으로 볼 때는 '뻔한' 이야기이나,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가 아니니 당연한 결과에 귀결됐다고 해서 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똑같은 전개 방식을 사용하는데도 참으로 재미 없는 '재해 영화'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꼬집어 비방하는 것은 싫어해서,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엔딩의 장면을 잠깐 훑어보더라도, 지극히 서양적인 정서를 담은 - 그러나 의미 있는 - 결말임을 알 수 있다.

 

도서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동물', '책',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등과 함께 헬기를 타고 그 지옥같은 설국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강아지'와 '성경'은 생명과 문화에 대한 하나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남은 이들은 또 다시 모여서 생명을 지키고, 문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은연 중의 암시.

그리고 짝을 지어 앉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는 부성애, 우정, 사랑 등등의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롤랜드 에머리히'감독이 좋아하는 결말이다. (*웃음*)

 

에머리히 감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역시 에머리히 감독답다고 해야 할까...

 

이번 영화 '투모로우'에서도 '고질라'에서처럼 '예고편이 전부'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심심찮게 들려오기도 하는데, 역시 에머리히 감독의 스타일인가 보다.

 

덧붙여서 '인디펜던스 데이'에서처럼 '미국이 세계 중심'임을 나타내는 '미국의 위기'는 곧 '세계의 위기'로 연결되는 스토리 구성도 에머리히 감독 답다.

 

 '미국 대통령'이 '세계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이번 영화에서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 대통령과 무슨 결탁이라도 한 걸까...? (*웃음*) -

 

그런 내 나름의 소소한 불만들을 포함한다 치더라도, 이 영화는 굉장히 훌륭하고 멋진 영화였다.

 

'인상깊다.' 라던가 '굉장하다.'라는 말은 이런 영화에 붙여주고 싶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괜찮은 영화였다.

(실제로 다시 보러 갈 생각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성경. 강아지 한 마리. 사랑하는 연인. 부성. 우정. 그리고...

 

지구...

 

 

 

"무슨 일이 생겨도,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라도

 

그래도... 계속.... 살아가 주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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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2004, The Day After Tomorrow)
제작사 : Centropolis Entertainment /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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