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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똑같은 인간이거늘 알렉산더
philip1681 2006-08-18 오후 8:17:20 1374   [5]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상당한 화재를 불러 일으켰던 영화이다. 1억 5천만 불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되었고, 서양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배자로 기억되는 알렉산더 대왕의 생애를 재현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올리버 스톤이 맡았고, 알렉산더 대왕 역은 콜린 파렐이, 아버지 필립 2세는 발 킬머, 어머니 올림피아스 역은 안젤리나 졸리,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하페스티온은 자레드 레토, 영화의 해설자 역할을 하는 프톨레마이오스 역은 안소니 홉킨스가 맡았다. 미국 내에서도 화재가 될 정도로 호화 캐스팅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상당한 기대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평단의 외면과 혹독한 비판을 받았으며, 흥행에서도 참패했다. 영화의 상영시간이 긴데 반해 극적인 구성 없이 너무 지루하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사실 나 또한 이러한 혹평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매우 망설여졌었다.(나는 이 수업이 있기 정확히 일주일 전에 이 영화를 감상했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은 참고사항일 뿐이고, 이전부터 알렉산더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매우 컸기에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내 느낌은 이렇다. 우선, 영화에 대한 느낌과 생각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평론가들의 평과는 달리 영화는 결코 졸작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알렉산더라는 한 인물을 업적 면에서만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풍모를 담아내려 했던 감독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영화는 늙은 프톨레마이오스가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서술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다보니 알렉산더가 거둔 눈부신 전투의 모습을 주로 그려내기보다는 철저히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결국, 영화에 기승전결의 구조가 없다보니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극적인 요소가 사라지고 지루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감독이 애시당초 이 영화를 상업성을 고려해 만들기보다는 알렉산더란 개인의 일생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작품을 보면 7월 4일생, 플래툰, 하늘과 땅 등 월남전을 주제로 한 반전영화가 눈에 띈다. 이 작품들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월남전 관련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작품들에서 올리버 스톤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월남전의 부도덕성, 부당함을 꼬집는다. 이 작품들 외에도 감독은 애니 기븐 선데이, 닉슨, 유턴 등의 작품을 통해 주류사회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꾸준히 견지한다. 즉 올리버 스톤이란 감독은 알렉산더라는 영화를 기획할 때부터 상업성은 고려치 않은 채 새로운 관점으로 한 영웅을 조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알렉산더의 일생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 중에 한 명을 꼽으라면 그의 스승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인이었던 그는 필립2세의 초빙을 받아 알렉산더와 그의 친구들에게 3년 동안 철학, 윤리학, 문학, 정치학, 자연과학, 의학 등을 가르쳤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알렉산더는 정복지 곳곳에 그리스 문화와 학문을 전파하는데 적극적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알렉산더는 호메로스의 시를 애독하여 원정 때 그 책을 항상 지니고 다녔으며, 원정에 학자를 대동하여 각지의 탐험 및 측량을 시키고, 평생 동안 그리스 문화를 숭상했다고 한다. 이는 모두 그의 스승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헬레니즘 문화의 성립에 가장 큰 공로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스인 이외의 민족을 미개한 야만인으로 취급했던 것과는 달리 알렉산더는 모든 민족이 평등하다고 생각했다. 스승보다도 더 뛰어난 제자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생각은 그리스, 마케도니아 인과 현지인과의 결혼을 적극 장려하는 민족동화정책으로 실행에 옮겨졌으며 각 문화 간 활발한 교류를 통해 헬레니즘 문화를 꽃피우게 하였다. 당시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2,400년 전으로 지중해 연안의 유럽, 북아프리카, 동방의 페르시아 제국을 제외하곤 미개의 지역이 수두룩하던 시대이다. 자연히 자민족에 대한 우월감으로 똘똘 뭉쳐 타민족을 야만인으로 취급하는 것이 당연시 되던 시대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문화의 교류가 활발한 시대에도 자민족 중심의 민족주의가 횡횡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이 무조건 틀리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그의 만인 동포관과 민족동화정책은 시대를 한참 앞서가는 엄청나게 진보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 국제화를 이미 2,400년 전에 실행시킨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분명 대단한 능력을 지닌 지도자임이 분명하다. 그리스부터 시작해 이집트, 페르시아, 박트리아 인도 북부에 이르기까지 당시 그는 그리스인들에게 알려진 땅의 2/3 이상을 점령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또한 두 분야에 걸쳐 주위 신하들과 극한 대립을 보인다. 보통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 능력을 가진 이들은 종종 독선과 아집에 빠지기 쉽다.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 때문이다. 수많은 원정을 통해 오직 승리만을 맛 본 그이기에 어쩌면 이것은 자연스럽게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독선과 아집은 절대군주제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그가 정복한 페르시아는 강력한 절대군주제를 지닌 나라로서 이 부분에서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문헌상으로도 알렉산더는 제위 말기 신하들에게 페르시아 복장을 입을 것을 강요할 정도로 페르시아의 절대군주제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나는 알렉산더가 마케도니아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그의 어머니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절대군주정에 심취한 그로서는 골치 아픈 토론을 일삼아야하는 고국보다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곧 법이나 다름없는 바빌론에 있는 것이 훨씬 맘 편했을 것이다. 또한 민족동화정책을 펴는 것도 마케도니아보다는 일반 대중의 지지를 얻기 쉬운 바빌론이 더 적합했을 것이다.

  영화상에서는 근위기병대 지휘관 필로테스의 모반이 계획된 사건이었다고 나온다. 하지만 나는 당시 알렉산더가 절대군주제에 심취해 나가는 과정이었고, 또한 필로테스의 아버지 파르메니온의 권력이 강화되는 시점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물증이 없는 심증이지만 주변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암살 계획은 알렉산더의 의도된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즉 알렉산더가 권력 강화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인 파르메니온을 제거하고자 했던 것이다.

  알렉산더가 신하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또 한 가지는 민족동화정책과 그의 만인동포관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지배자로서 타민족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지니고 있었던 마케도니아 인과 그리스인들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이었기에 그의 부하장수들뿐만 아니라 일반 그리스인들에게조차 강한 반발을 샀다. 수많은 전투를 통해 피를 흘려 얻어낸 지배자로서의 지위를 피지배인과 똑같이 나눈다는 것은 그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이 두 가지에 대해서만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꾿꾿히 실행해나간다.

  결론적으로 나는 알렉산더의 죽음은 열병이 아닌 이 두 가지에 대해 큰 불만을 사고 있던 부하장수들의 독살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3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엄청난 거리의 행군과 수많은 전투로 단련되어 건강함을 자랑했던 그가 갑작스런 열병으로 사망했다는 것은 너무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물론 이것도 나의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당시에 알렉산더와 신하들의 대립이 극에 달해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알렉산더는 영웅적이고 완벽한 인물로 알려졌지만 영화 속에 그려진 그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야심 많은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고, 아버지 필립 2세의 잔영과 향수에 젖어있는 부하들의 비판에 괴로워했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자책감에 힘들어했다. 그리고 제위에 있는 동안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자신의 앞선 생각을 이해하지 못 했던 신하들이었다. 온갖 전설과 신화로 무장돼 신처럼 추앙된 그도 결국 인간이었던 것이다. 영화상에서 프톨레마이오스는 이런 말을 한다.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가는 사람은 주위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알렉산더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닌 시대를 2,000년이나 앞서간 선구자적 인물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날 그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 당시보다 더 위대한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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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2004, Alexander)
제작사 : Warner Bros., Intermedia / 배급사 : 조이앤클래식
수입사 : 조이앤클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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