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에 내린 눈처럼 조금씩 쌓여가는 사랑 - 이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나도 아내...]는 정작 반경 200m이내에서 매일 마주치는, 특별할 것 없는 남녀의 특별할 것 없는 사랑 이야기다. 멜러 영화라면 으레 한 두 번 양념으로 있기 마련인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운명의 꼬임도 없다. 대신 [나도 아내...]에는 그간의 다른 영화들이 사이즈와 스펙터클에 몰두하느라 무시하거나 놓쳐온 것, 즉 행간의 여운을 읽는 맛과 일상의 디테일이 섬세하고 밀도 있게 살아 있다. 출근하고, 일하고, 사람들과 부딪히는 원주와 봉수의 생활, 대책 없는 짝사랑에 빠진 원주와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봉수가 벌이는 크고 작은 해프닝들, 그리고 그들도 모르게 밤 사이에 내리는 눈처럼 조금씩 쌓여가는 사랑--[나도 아내...]는 그래서, 한 작품의 완성도를 가름 짓는 것은 어떤 대상을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그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처럼, 혹은 [쉘 위 댄스]처럼.
지금 막 시작한 연인들이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영화
조금씩 쌓여 가는 두 배우의 감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 [나도 아내...]의 제작진은 철저하게 시나리오의 장면 순서대로 촬영하는 진행상의 난점을 감내했으며, 단 한 씬도 세트에서 찍지 않고 영화 속의 모든 공간을 실재(實在)하는 장소에서 헌팅하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래서인지 전도연, 설경구 두 배우는 마치 실제로 연애를 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촬영이 끝난 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나도 아내...]는 어쩌면 사랑과 삶의 지혜를 조금은 알게된, 지금 막 시작한 연인들이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외로워서 겨울이 더욱 추운 이들에게, 아니면 목화솜처럼 편안하고 폭신폭신한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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