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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2020, Gull)
제작사 :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DGC) / 배급사 : (주)영화사 진진

갈매기 : 메인 예고편

[인터뷰] 엄마 ‘오복’의 선택,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싶어 <갈매기> 김미조 감독 21.08.03
[리뷰] 미투는 선택과 투쟁이 아닌 당위 (오락성 6 작품성 6) 21.07.29
주인공의 억울함이 느껴지는 씁쓸한 드라마 ★★★  codger 21.09.17



2021년 가장 압도적인 올해의 여성영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가장 깊이 있는 질문을 만난다!
신예 김미조 감독의 묵직한 문제작 <갈매기>


영화 <갈매기>는 일평생 스스로를 챙겨본 적 없는 엄마 ‘오복’이 험한 사건을 당한 후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 맞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사려 깊게 담은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오복’을 지탱하는 삶의 한 축인 경제 공동체 ‘수산시장’과 그가 헌신으로 일군 ‘가족’이라는 운명 공동체 속에서, 동료이자 엄마이며 아내인 중년여성 ‘오복’이 공동체 저마다의 필요에 의해 취해지고, 내팽개쳐지는 과정을 치밀한 구성과 섬세한 연출로 내밀하게 펼쳐냈다.

2018년 5월 기획을 시작해, 2019년 8월 촬영을 마치고 2020년 3월까지 후반작업을 거친 <갈매기>는 2020년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기까지 만 2년이 걸렸다. 영화 <갈매기>의 기획 단계였던 2018년 상반기는 서지현 검사에 의해 폭로된 검찰청 내부 성추문 사건을 시작으로 한국에서의 미투 운동이 다양한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던 시기다. 당시 언론과 대중은 너나할 것 없이 피해자들에게 가해진 폭력의 구체성에 대해 집요하게 주목하며, 수많은 2차 가해를 저질렀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수많은 드라마 혹은 영화 콘텐츠 또한 성폭력 피해자 혹은 생존자를 대상화해서 피해자에게 가해진 폭력을 과도하게 전시하거나 그것을 이용해 관객들의 말초신경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다. 피해자의 고통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이시킴으로써 공감과 분노의 감정을 동시에 유발시키는 방법을 선택해 왔다는 것. 영화 <갈매기>는 그와는 가장 먼 대척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김미조 감독이 연출 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오복’의 피해에 대한 직접적 묘사를 지양하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밝힌 것처럼, <갈매기>는 ‘오복’의 이야기가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를 ‘극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다시 한번 힘주어 강조했다. 그리하여 <갈매기>는 평범한 수산물 시장 상인인 소시민이자, 세 자매의 엄마로 살아온 한 중년여성의 ‘피해’와 ‘복수’를 넘어선 ‘극복’의 서사로 관객 앞에 당도했다. 이를 통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서의 전범을 보여주며, 2021년 가장 압도적인 올해의 여성영화로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나아가 관객들에게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의 시선을 고루 느낄 수 있게 다양한 주조연 캐릭터들을 앞세워 보여주며, “당신은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라는 세상을 향한 가장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고통에 겨워 몸부림치는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 중년여성이자, 어머니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오복이라는 존재가 고통과 재난 속에서도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두 발 딛고 일어서는 투쟁의 과정을 오롯이 담아낸 작품 <갈매기>는 오는 7월 28일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장편 데뷔작으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수상
국내외 유수 영화제 초청 및 수상으로 언론과 평단 이목 집중
치밀하고 힘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문제적 신예 감독의 출현!


2021년 가장 압도적인 올해의 여성영화 <갈매기>는 신예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으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신동민 감독의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와 함께 공동 대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이후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특별언급, 제28회 함부르크영화제, 제36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제57회 대만금마장영화제를 비롯해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진출하며, 감독에 대한 언론과 평단의 이목도 집중된 바 있다. 근래 한국영화계가 <소공녀> 전고운 감독부터 <벌새> 김보라, <메기> 이옥섭,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혼자 사는 사람들> 홍성은 감독까지 여성감독이 만든 웰메이드 독립영화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갈매기> 김미조 감독의 출현 또한 반가운 것이 사실. 이 작품들 모두 여성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란 공통점 외에도 국내외 유수 영화제의 상찬과 함께 극장 개봉까지 논스톱으로 이어져 언론과 평단,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김미조 감독은 단편영화 연출 때부터 일관되게 여성이 마주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오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첫 단편영화 <혀>(2017)는 지난 밤 선생님이 자신에게 혀를 넣었다고 주장하는 ‘마음이’와 그런 적이 없었다며 펄쩍 뛰는 선생님. 그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규성’을 담으며 위계에 따른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와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14회 인천여성영화제 등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두 번째 작품 <혐오가족>(2019)은 변태성욕자인 교수 아빠,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엄마, 여성을 혐오하는 아들, 남성을 혐오하지 않는 여성을 혐오하는 딸로 구성된 한 가족이, 아빠의 성추행 범죄를 마주하고도 부끄러움을 상실한 모습을 보이는 뒤틀린 가족의 이야기를 실험적인 연출로 그려내 문제적 감독의 문제적 단편으로 회자된 바 있다.

김미조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갈매기>는 이전에 만든 단편영화에서 꾸준히 이야기했던 주제를 힘있는 내러티브 속에서 더욱 심도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가족과 동료들의 무리 속에서도 외로운 주인공 ‘오복’의 심리는 인물의 상황을 묵묵하게 따라가는 카메라에 의해 뛰어나게 표현된다.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도움이나 증언을 뿌리치는 주변 인물들,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보여주는 대사까지 우리 사회 속 생각해볼 만한 여성 문제를 예리하게 담아낸 감독의 내공이 돋보인다. ‘오복’을 연기한 정애화 배우와 다른 출연진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이끌어낸 세밀한 연출과 사건의 또다른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로케이션 선정도 장편영화 연출 데뷔작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더한다.

문제적 신예 김미조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갈매기>가 근래 크게 주목받은 여성감독들의 성공적인 개봉 사례의 계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든 24년차 연기 내공이 폭발한다
‘내 엄마 같은’ 질감을 재현하며 스크린을 장악하는 탁월한 연기
압도적 존재감으로 모두에게 각인될 이름, 배우 정애화의 발견!


연극, 드라마, 영화로 다져진 24년 연기 내공에 빛나는 배우 정애화의 인생 첫 주연 영화 <갈매기>가 올해 반드시 기억하게 될 연기, 기억해야 할 배우의 발견으로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스크린을 장악하는 탁월한 연기와 압도적 존재감의 배우 정애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화 <갈매기>에서 ‘오복’역을 연기한 정애화 배우는 대학로 연극계의 버팀목이자 스크린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온 데뷔 24년차 배우다. TV, 스크린, 무대 등 연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자리를 빛내는 베테랑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인정받아왔다. 김미조 감독은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동기의 단편 촬영 현장에서 배우 정애화의 에너지에 매료돼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정애화 배우는 신뢰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김미조 감독은 물론 언론과 평단, 관객에게 24년차 베테랑 배우의 위엄을 완벽하게 증명했다는 후문이다. <갈매기>로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정애화 배우는 가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엄마이자 험한 일을 당한 후 자신의 존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중년여성 ‘오복’을 탁월하게 완수했다. 펄떡이는 생선처럼 생명력 넘치는 ‘오복’에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으로, 거친 현실의 질감을 오롯이 재현해냈다. 작품들에서 단역과 조연을 주로 오간 터라 대중에게 여전히 낯선 정애화 배우이기에, 장편영화 한 편을 끌고 가는 주연배우로의 발탁은 모두에게 각인될 이름을 남기며 그야말로 올해의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연기 24년차인 정애화는 2007년 <뷰티풀 선데이>에서 야구르트 아줌마역으로 출연,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에서 슈퍼 사장 역할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죄 많은 소녀>(2018), <나를 찾아줘>(2019), <결백>(2020), <더스트맨>(2021) 등 최근까지 신스틸러로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극단 ‘웃어’의 단원으로 [사건발생 일구팔공], [가족입니다], [섬마을 우리들] 등 연극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나가며 무대 위에서 또한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외에도 드라마 [국민 여러분],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등 다양한 드라마에서도 활약했다. <갈매기>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낸 배우 정애화가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미나리> 윤여정을 잇는 대기만성 여성 시니어 배우로 자리매김할지 앞으로의 행보 또한 귀추가 주목된다.

이렇듯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역할을 맡아온 정애화는 <갈매기>에서 첫 장편영화 주연작을 맡아 새로운 연기 인생을 펼쳐 나간다. 분야를 막론하고 꾸준히 쌓아온 배우 정애화의 연기 내공이 폭발한 첫 장편영화 <갈매기>는 7월 28일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길 예정이다.

우리 사회 ‘엄마’와 ‘여성’의 존재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다
예리한 시선과 현실적인 묘사로 힘있게 그려낸
전 세대의 공감을 부를 ‘엄마’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


올여름, 영화가 던질 수 있는 가장 깊이 있는 질문을 제기할 영화 <갈매기>는 일평생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엄마의 삶을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낸 가장 압도적인 올해의 여성영화다. 세 자매의 엄마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집안의 가장인 주인공이 생애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며 스스로의 존엄을 찾기 시작하는 중년여성의 내면의 풍경을 세밀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여전히 가부장적인 가족 시스템 속의 평범한 엄마의 모습과 비로소 각성한 한 중년여성을 함께 조명하며 전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중년여성들은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름을 잃어온 존재다. 하지만 <갈매기>의 주인공 ‘오복’의 이름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호명되는 존재다. 영화는 성폭력 생존자가 된 중년여성 ‘오복’의 서사를 다루면서 동시에 가장 보통의 우리네 엄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딸의 결혼을 앞둔 ‘오복’은 가족들 앞에서 예비 사위를 깎아내리지만 막상 상견례 자리에서는 예비 사돈의 눈치를 보며 사위의 칭찬만 늘어놓는다. 가족들 앞에서는 거침없이 솔직하지만, 밖에서는 사위의 직업을 드러내며 자랑하기 바쁜 영락없는 엄마의 모습이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중년여성들은 가족만을 위해 희생하는 인자한 엄마이자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가 지워진 여성이었다. 하지만 세 딸을 둔 엄마인 ‘오복’은 오직 자신의 편이 되어주기 위해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수산시장에서 시장 상인들과 똘똘 뭉쳐 재개발 반대를 외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그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험한 일을 당하고 딸들에게 어렵사리 말을 꺼내고, 그 과정에서 혹여나 딸들에게 누가 될까 괜히 미안해하는 모습은 현실적이며 ‘오복’이 가족들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복잡한 존재임을 드러낸다. <갈매기>는 딸의 시선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오복’ 자체의 시선으로 영화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관객들은 자신의 편이 되어 ‘자기 자신으로 살기’를 선택한 ‘오복’의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바라보게 한다.

험한 일을 당한 후에도 일상을 멈출 수 없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오복’을 통해 관객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엄마를 떠올리게 하고, 중년여성의 삶에 몰입하게 한다. 정작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엄마의 삶은 ‘오복’에게도 드러난다. 난생 처음 자신을 위해 선택하려고 시도하면서도, 그동안 해왔던 가족 안에서 어머니로서의 역할 때문에 갈등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중년 여성의 희생이 투영되어 있다. <갈매기>는 가족을 위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여성의 면면을 모두 지닌 ‘오복’을 저절로 응원하게 만든다.

현실적인 묘사와 입체적인 캐릭터라이징을 통해 전 세대의 공감을 모을 ‘엄마’와 ‘여성’을 말하는 <갈매기>는 7월 28일 개봉할 예정이다.

성폭력 피해 이야기를 다루는 보다 사려 깊은 시선
기존의 비슷한 소재 영화들과는 다른 선택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텔링, 연출의 힘으로 만나는 압도적 엔딩


<갈매기>는 험한 사건을 당한 엄마 ‘오복’이 자신의 존엄을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때문에 ‘오복’을 각성하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한 성폭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성폭력 피해를 다루는 영화는 독립상업영화 통틀어 무수히 많지만 <갈매기>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성폭력 피해를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피해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해 피해자에 2차 가해하는 영화들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metoo운동 이후 영화계에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의식의 각성이 요구되기도 했다.

반면 <갈매기>는 중년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이야기하면서 윤리적 방식을 택했다. 영화는 ‘오복’의 성폭력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10초도 되지 않는 블랙아웃 화면이 전부다. 관객은 블랙아웃 화면 이후의 전개를 통해서만 성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김미조 감독은 성폭력 장면이 영화에 꼭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와 같은 선택을 했다. 또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오복’을 무기력한 피해자의 정형화된 모습으로 가두지 않는다. 평생을 가족에 헌신한 어머니 ‘오복’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 이를 오히려 자신을 돌보는 계기로 여기고 의연하게 결단을 하는 모습은 어머니 세대에 용기를 건넴과 동시에 성폭력 피해 경험자에 대한 보다 나은 영화적 묘사를 제시한다. 더욱이 가해자인 동료 상인 ‘기택’에게 별다른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영화는 ‘기택’의 가해 행위와, 행위 이후 시장 상인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오히려 기세등등한 모습만을 보여준다. 이는 그동안 성폭력 가해자에게 유독 너그러웠던 사회 인식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또한 영화는 윤리적 고민을 사려 깊게 담으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텔링과 압도적 엔딩 등 높은 영화적 완성도를 통해 메시지에 힘을 싣는다. 성폭력 피해를 겪은 ‘오복’의 행동과 심리 변화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며 관객들이 그녀의 용기 있는 선택을 자연스레 응원하게 만든다. 또한 가해자 ‘기택’의 앞에 의연하게 선 ‘오복’의 모습을 담은 엔딩의 장면은 웨스턴 영화의 기법을 차용해 비겁하고 몰염치한 가해자에 일격을 가하는 느낌을 주며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필모그래피에서 일관되게 여성이 마주하는 폭력을 이야기한 김미조 감독의 역량이 빛나는 지점이다.

이렇듯 <갈매기>는 가해자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닌, 피해 경험자에게 일어난 일을 사려 깊게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함께 일상으로의 복귀로 나아가는 데 방점을 두는 보기 드문 서사와 태도의 작품이다.

낯설지만 신선한, 독보적인 웰메이드 포인트
굳건히 지켜보는 카메라, 낯선 배우들, 정서를 증폭하는 트로트 음악
다큐멘터리 같은 날 것의 힘이 느껴지는 웰메이드 독립영화


<갈매기>는 몇 가지 크게 드러나는 웰메이드 포인트를 통해 영화의 생동감과 깊이를 한층 더하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낯설지만 신선하고, 감독의 전언처럼 힘이 있는 영화, 기세가 영화 <갈매기>만의 정서를 만들어내는데 바탕이 된 지점들이다.

우선 관객들이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특징은 미니멀한 촬영이다. 한정된 공간을 카메라의 움직임과 컷 수를 제한하고, 편집을 최소화한 점 등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사실감을 더하며 극의 리얼리티를 살렸다. 이와 같은 촬영은 주인공 ‘오복’의 행동과 심리 변화를 묵묵히 지켜보는 역할을 하며 아픔을 목격하는 행위에 대한 감독의 윤리적 고민까지 엿볼 수 있다. 김미조 감독은 촬영팀과 애초에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샷 구성을 위해 몇 가지 촬영 규칙을 정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는 것, 두 번째는 한 씬의 샷의 개수를 3개 이내로 제한하는 것, 세 번째는 인공적인 조명을 지양하는 것. 이 세 가지 규칙 모두 제한된 일정과 예산 속에서 보다 더 자유로운 영화 만들기를 하고자 세운 규칙으로, 오히려 <갈매기>만의 특유의 촬영의 힘을 배가시킨 웰메이드 포인트다.

또한 거의 원톱으로 극을 이끄는 정애화 배우는 물론 영화의 주요 공간 수산시장을 채우는 낯선 배우들은 실제 시장 상인들을 동원한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생활 연기의 정점을 찍으며 극적 몰입감을 높인다. 이들은 모두 현장에서 꾸준히 연기 경력을 쌓은 중견 연기자들로 가장 탄탄하게 <갈매기>를 뒷받침해냈다. ‘오복’의 동료 시장 상인들로 등장한 배우들은 실제 오래 호흡을 맞춰온 대학로 ‘안톤체홉극단’ 소속 단원들로 ‘오복’의 시장 난장씬 등에서 빛나는 앙상블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OST 트로트 음악이 인물은 물론 공간의 정서를 보다 증폭시킨다. <갈매기>에 메인 음악으로 사용된 ‘갈매기 테마’부터 ‘내 사랑’, ‘석전 교차로’ 등의 가사가 가미된 트로트 음악은 주인공 ‘오복’과 등장인물들의 나이대와 그들의 공간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생활 소음, 혹은 사운드 그 자체로도 작용하며 영화 <갈매기>의 정서를 대변한다. 하지만 그러한 이점을 넘어서 의지할 곳 없이 외로운 ‘오복’의 정서가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표현되면서 관객들이 등장인물과 느끼는 정서적 공감대가 더욱 심화된다. 트로트 장르가 갖고 있는 지극한 한의 정서를 떠올리면 이처럼 절묘한 조합일 수가 없다.

촬영, 출연진, OST 등 영화를 채우는 디테일에 세심한 고민을 더해 웰메이드 영화로서의 가치를 높인 <갈매기>는 7월 28일 드디어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총 1명 참여)
codger
사람들이 너무하군     
2021-09-1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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