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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렬의 영화칼럼
‘로드무비’를 보고 동성애 얘기하기 | 2002년 9월 26일 목요일 | 정성렬 이메일

L형! <로드무비> 봤죠? 어땠어요? 전 그냥 감독님이 첫 작품이라 공을 많이 썼구나. 혹은 동성애라는 소재에 많이 가위눌렸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많이 예뻐 보이려고 애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 말이야. 동성애 코드가 강한 작품이라서 봤는데, 솔직히 나는 좀 실망이야. 영화적으로 잘 만들었는지 아니면 재미가 뛰어난지 그런 것 보다 내가 중점적으로 봤던 부분은 동성애 그 자체 였거든. 한국에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반갑지만 솔직히 얼마나 현실적인 모양새로 만들려 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좀 아쉬워. 먼저 처음에 펼쳐지는 과격한 섹스신 말이야. 그거 가능하긴 한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섹스를 하는가 생각해 보면 좀 과장된 제스처가 아니었나 싶어. 남자와 여자의 섹스나 남자와 남자의 섹스 모두 '성행위'라는 점은 같은데, 너 같으면 여자랑 그런 섹스 하기가 쉬울 거 같아? 아니거든. 감독은 동성애가 너무 상업적인 모양으로 포장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호기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그런 장면을 삽입한 것 같아서 씁쓸했어.

하지만 덕분에 '아... 그렇구나 저런 섹스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주지는 않았을까요?

음... 깨달음이라. 감독이나 배우나 다들 말은 그렇게 하더군. 동성애 영화가 아니라 그냥 러브스토리로 봐 달라고. 근데 네가 볼 때 이게 그냥 러브스토리로 보이던? 동성애에 대해 솔직히 얘기 하고 싶었다면, 왜 과거를 들춰내고 비밀을 이야기하고 그런 장면을 삽입했는지 도통 이해가 안됐어. 주인공을 좋아하는 여자랑 주인공이 아무리 지지고 볶고 해도 섹스가 불가능 한 것으로 묘사되다가 사실 우리 주인공이 과거에는 이랬네 뭐 이렇게 나오니까 감독이 동성애에 대해 전면전으로 부닥치기 보다는 한바퀴 돌아서 피해가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단 말이지. 뭐랄까... 동성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내가 다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너무 어정쩡한 자세가 불만이었단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정찬에 대한 황정민의 짠한 마음이 전해지던걸요. 마치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보는 것 같은... 가질 수 없지만 가지고 싶은. 그래서 곁에 두려고 하는 그 마음은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아... 저들도 같은 사랑을 하는구나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 그런 감정 묘사는 잘 하더라. 맞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대상이 이성이 되었든 동성이 되었든 같은 거지. 조심스럽고, 옆에 같이 있고 싶고. 한마디로 어떻게 하든 소유하고 싶은 느낌. 그게 사랑이지. 그렇지만 황정민이 섹스하던 장소 생각해 봤어? 그가 입고 있던 옷은 늘 검은 색이었어. 동성애자인 주인공은 검은색 옷을 이성애자 정찬은 희색에 가까운 정장을 입고 있지. 두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처음부터 이분법적으로 나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무래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 정찬은 여관에서 섹스하지만 황정민은 화장실에서 섹스하잖아. 결국 그는 아웃사이더일 수 밖에 없다는 거고 그건 일종의 고정관념이 되어 영화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니 아쉬울 밖에. 좀더 애틋하고 서정적인 그림을 그려 넣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어. 왕가위의 <해피투게더>가 매력적인 이유는 장국영과 양조위가 사랑하는 것이 진짜 평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어. 특히나 양조위의 캐릭터는 아주 일상적이기 그지 없는 인물이었잖아. 자연스러움이랄까. 그런 부분이 동성애를 다루는 쪽에서만 결여된 것 같았다는 거야.

음... 동성애를 다루는 부분이 불만이었다... 하긴 서울역의 노숙자들의 모습을 그린 장면장면은 참 사실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 미친 여자가 출산하는 장면은 정말 끔찍했어.

그래 이해는 해. 알겠어. 감독은 세상의 밝에 도드라지는 빛의 구역이 아닌 그림자 부분에 숨은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었다는 걸 알겠는데, 왜 동성애만 그렇게 제대로 못 그렸냐 하는 거지. 그래도 한가지 마음에 들었던 건 일반적으로 동성애자 하면 여자같이 유들유들한 남자 혹은 남자같이 와일드 한 여자를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잖아. 그 역시 일종의 고정관념이고. 근데 <로드무비>의 주인공은 한 터프 하더군. 그래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그런걸 보여준 것은 잘 한 것 같아. <로드무비>... 꽤 좋았어. 이런 영화 보기 힘들잖아. 다만 다음에 이런 영화가 나오게 되면 조금만 더 깊이가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그랬던 거야. 좋은 경험이었어.

응... 같이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한가지 확실한건 다 똑 같은 사람 사는 이야기 혹은 사람 감정은 다 똑같다 이거죠?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고마운 거지. 대부분 이성적으로는 동성애를 이해한답시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 편견이 이 영화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불식 되면 그걸로 성공이지 뭐. 여튼 좋은 영화 보여줘서 기쁘구나. 잘 봤다.

좋은 의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6 )
js7keien
보는내내 IronMaiden에 들어있는 것처럼 불편한...   
2006-10-03 19:19
soaring2
동성애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죠   
2005-02-13 17:14
moomsh
우리나라 영화장르가 더 많아져야된다.홧팅!!   
2005-02-07 11:27
moomsh
머리나 길어볼까여..ㅋㅋ 동성애라..왠지.아직은.   
2005-02-07 11:27
moomsh
로드무비 새로운 시도였다...근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힘들다.   
2005-02-07 11:25
cko27
영화도 그렇지만. 전 사회적으로 동성애 인정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2005-02-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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