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질주하는 한 대의 차, 그 안에 이런 저런 이유들로 작게 툭닥거리는 한 쌍의 연인이 있다. 바로 그들을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 으스스한 것이 쉬익쉬익 공기를 가르며 뒤에서 옆에서, 혹은 위에서 기분 나쁘게 따라 붙고 있다. 아, 뭘까하는 관객의 궁금증을 살살살 간질인 끝에 ‘툭’ 튀어나온 정체는 <주온1>에서 보았던 그 아이, 토시오. 푸르뎅뎅한 얼굴로 아무리 노려보아도 왠지 무섭지 않았던 녀석이었기에 필자는 이 <주온2>의 도입부에서 영화 전체에 대한 예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뿔싸 그것은 필자의 커다란 실수였다.이 영화는 ‘너무나’ 무서웠던 것이다.
<주온1>을 보았다면 더욱 커다란 매력이, 전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굳이 문제될 건 없는 이 영화는 어찌되었든 문제의 ‘그 집’에서 비롯된다. 그 집은 어떤 집이었는고 하니 6년 전에 아내의 부정을 의심한 남편이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자신도 집 근처 도로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연이 있는 곳. 더욱이 그들 사이에는 6살 짜리 아들 토시오가 있었으나 그 날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더 깊이 파고들면 요 꼬마 토시오는 엄마와 자신이 아끼던 고양이의 시체를 본 뒤 아빠에게 극도의 공포와 분노를 느껴 자신을 살아있는 악령으로 만든다. 또 죽은 엄마와 고양이, 아빠까지 악령으로 만든다. 그 뒤 그 집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은 원혼들의 저주로 죽게 된다. <주온2>는 일단 열어젖히면 판도라의 상자같이 무시무시한 이 집을 제발로 찾아온 한 방송 프로그램에 연루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스포일러 때문에 밝힐 수는 없으나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토시오와 가야코의 합작 공포도 섬뜩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특히 가야코의 공포 펀치가 상상을 초월한다. 외양이나 하는 짓이 얼핏 <링>에 나왔던 그녀-텔레비전에서 갑자기 쑤욱 삐져 나와 우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를 닮았지만 한층 업그레이드 된 버전. 그녀가 존재를 드러내는 핏빛의 기묘한 자욱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주인공 폴이 드나들던 사차원 통로를 연상시키지만 공포 영화니만큼 그 기능이나 효과는 천양지차다. <주온2>에서 이 동그스름한 자욱은 토시오나 가야코 못지않게 공포를 유발하는 코드로, 영화 곳곳에 나와 신경을 뻣뻣하게 곤두세운다. 물론 그녀의 존재를 확실한 공포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은 <주온> 시리즈 특유의 효과음. 전작에서 가야코가 자신의 원한을 전하려고 입을 벌릴 때면, 마치 뼈다귀 꺽어지듯 기괴하게 울려대던 목울림 소리는 <주온2>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면서도 그 효과는 가공할 만하다.
감독이 비디오 시리즈를 묶어 극장판으로 완성한 <주온1>과는 달리, 상황과 설정만을 남겨둔 채 한 편의 이야기로 새로이 제작했다는 <주온2>. 전작보다 확실히 무섭고 한편으로 재밌지만, 여전히 뭔가 찜찜한 느낌은 버릴 수가 없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건 아무래도 긴긴 밤 잠못 이루게 만드는 왠지 모를 ‘가위눌림’뿐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