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비행사 박경원’의 꿈과 사랑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낼 흥미진진한 대작으로, 장진영, 김주혁, 유민 등 군침나는 캐스팅 진용과 더불어 <소름>의 윤종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미국, 일본, 중국이라는 화려한 해외 로케이션으로도 눈길을 끄는 작품.
일단, '박경원'이 누군지 모를 분들을 위해 그녀에 대해 조금 자세히 설명드리겠다. 16살이던 1917년, 박경원은 비행사의 꿈을 품고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갔다. 우선 돈을 벌기 위해 공예 강습소에 입학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1920년 일단 귀국하게 된다. 그녀는 3년간 부지런히 돈을 모은 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우선 자동차 운전사 시험에 합격한다. 그후 1925년, ‘다치가와’ 비행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학교에서 유일한 조선인이었다고. 더욱이 33명의 학생 중, 단 6명 뿐인 여학생 가운데 유일한 조선인이었다.
그녀는 비싼 기름값을 마련하기 위해 밤낮으로 간호사 일과 택시 운전을 해 가며 비행학교에서의 고된 훈련을 치러냈다. 마침내 1928년엔 고등비행사 자격증을 땄으며, 1930년엔 12명이던 일본 비행사 중, 직접 비행을 하는 유일한 여성 비행사가 됐다.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던 박경원은 오랜시간 꿈꿔온 고국 비행을 위해 ‘청연’에 올라탄다. 그.러.나 비행에 나선지 50분만에 폭풍우가 몰아쳐 하꼬네 산에 추락하며 목숨을 잃는다. 불과 33세의 나이로 말이다.
▶ 제작비 100억이 투입된 <청연>, 이렇게 만들어졌다~~
|
미국에서도 2대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스페이스 캠(항공촬영 전용 특수 카메라)’이 사용되었고, 영화에 사용되는 실제 복엽기 4대 외에도 촬영 전용 헬기까지 동원됐다고. 이어 5월엔, 1920~30년대 개화기 일본 거리가 그대로 보존돼 있는 일본 나가노현 우에다시로 이동, 박경원의 주 활동 무대였던 다치가와 거리 촬영을 시작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청연>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일본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미술과 의상을 일본에 맡겼다.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호의적인 도움을 받으며, 6월 3일 일본 촬영분을 모두 마친 <청연> 제작팀은 아타미에 있는 박경원의 추락지점에서 추모제를 지냈다.
추모제를 지내는 동안, 박경원의 비석 앞에 선 장진영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는데, 그와 같은 후문을 기자는 나중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니라 <청연> 촬영현장 공개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메이킹 필름 및 맛배기 영상이 선보여졌는데, 그 영상 속에서 이와 같은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것.
계속 프로덕션 과정을 소개하면, 일본에서 돌아온 <청연> 제작진은 양수리 종합촬영소에서 복엽기 절개 촬영에 들어갔다. 6월 17일~7월 14일까지 약 한 달간, 미국에서 진행했던 항공 촬영의 연장으로, 배우들의 클로즈업 샷을 촬영한 것. 미국에서 촬영했던 복엽기와 똑같은 비율의 모형 복엽기를 특수하게 제작하고,‘짐벌’이라는 특수한 장비를 사용하는 등 여전히 엄청난 노력을 가했다.
|
그리고 2004년 12월 3일, 인천 제부도 촬영을 시작으로, <청연>은 다시 한국 촬영을 진행했다. 재밌는 건, 아니 재밌지 않을 수도 있지만, 촬영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그간 영화계에선 <청연>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이 떠돌며 ‘엎어지는 거 아니냐’는 불안한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었다.
▶ 장진영과 김주혁! 이보다 더 뜨겁게 <청연>에 몰입할 순 없다!!
자, 본론으로 들어와 2005년, 1월 6일 공개한 <청연>의 촬영 장면은 박경원(장진영)이 운전하는 택시에서 내린 한지혁(김주혁)이 역앞에서 그녀와 헤어지는 비교적 단출한 장면(물론 역 주변을 오가는 행인들 때문에 적지 않은 엑스트라들이 동원되긴 했지만!).
|
날씨가 은근히 추운데다 흐렸다 개었다 요상한 심술을 부린 탓에 간단한 촬영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기자는 마음이 왠지 무거웠다. 허나 장진영, 김주혁이 워낙 촬영에 진지한 눈빛으로 임한지라 덩달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고 하면, 좀 닭살이라고 할 분은 있겠으나 아무튼 살짝 그랬다.
조금 장난기 가득한 한지혁을 연기하는 김주혁은 적잖게 반복된 촬영신을 찍으면서도,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뭐, 어느 배우가 안 그렇겠나만서도 계속해서 바라보노라니, 정말 김주혁이 아닌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에 쌓여있는 그 순간의 한지혁의 모습이 진하게 느껴질 정도. 이에 장진영은 그녀가 아닌, 다른 여배우가 박경원을 맡았다면 결코 어울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될만큼, 박경원과 딱 밀착된 모습이었다.
|
이런저런 질문 & 답변이 이뤄졌는데, 가장 인상적인 건 장진영과 김주혁의 <청연>에 대한 강한 애착. 장진영은 ‘여기 계신 분들이 어떤 말들을 할까 지금 무척 궁금하다’는 말을 반복했고, 김주혁은 ‘촬영이 끝나면 어느 영화보다 섭섭할 것같다. 시원한 것보다 정말 섭섭할 것같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장진영, 김주혁, 유민 외 나카무라 토오루, 한지민 등 눈길끄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100억 대작 <청연>은 CG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일 후반작업을 거쳐, 오는 가을 관객들에게 그 두근거리는 거대한 스케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았다. 박경원의 삶도. 그녀의 마지막 비행도. 80여년 동안. 어쩌면 당연한 일일게다. 그녀는 영웅이 아니었으므로. 따라서 <청연> 속에 영웅은 없다. 꿈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 삶의 궤적을 남기고 간 평범한 사람들만이 있을 뿐. 암울한 식민지 시대,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다 가지 않았을까. 이제 허구 반 사실 반의 그림으로 박경원을 다시 날려보낸다. 시대에 대한 몰이해가 있다면 감독의 사려 깊지 못함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얄팍한 상상력이 행여 망자(忘者)의 삶에 누를 끼쳤다면 그저 송구스러울 따름이다.」-감독 윤종찬, 2004.4 L.A에서
취재: 심수진 기자
사진: 이영선
▶ 기자간담회 모습, 궁금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