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뉴욕
갱스 오브 뉴욕 | 2003년 3월 6일 목요일 | 구인영 이메일

<갱스 오브 뉴욕>을 둘러싼 전설적인 이야기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77년, ‘버라이어티’ 지에 대문짝만하게 영화 제작을 알리는 광고를 냈다. 그러나 1980년의 천문학적인 흥행 실패로 제작사를 문닫게 한 영화역사 초유의 <천국의 문>사태로 인해 급속도로 나빠진 영화 경기는 결국 제작을 무산시켰고… 영원히 소년일 것만 같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무려 10kg을 불리면서 건장한 남성의 모습으로 변모했으며… 이미 그의 나이 17살 때 스콜세지 감독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에이전시 교체까지… 영화 속에서 서로의 몸에 난 흉터의 아픔을 애무하는 뜨거운 로맨스의 주인공 레오와 카메론 디아즈가 실제 연인 사이?… 이런 수많은 속닥거림에 우선은 미혹되려 한다. 하지만,

유혈 투쟁의 역사 그 자체인 뉴욕 파이브 포인츠, 천국의 광장으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도달한 영화 <갱스 오브 뉴욕>. 스콜세지 감독의 또 하나의 걸작 <좋은 친구들>에서 명성을 날렸던 바 있는 원 씬 원 컷 오프닝 시퀀스를 떠올리게 하는 데드 레빗의 출정 행렬 시퀀스는 관객을 여러 소문들로부터 떼어놓아 단숨에 영화로 몰입시키는 순간이다. 카메라가 부유하면서 건물 전체를 비추면 서서히 드러나는 닭장을 연상시키는 지옥도 같은 - 뉴욕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이런 모습으로 거친 신대륙에 정착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 비루한 몰골마저도 이들의 생존을 위한 분연한 출정을 막지 못할 테니까. 활짝 문이 열리고, 곧 프리스트 발론(리암 니슨)과 데드 레빗 전사들의 뜨거운 피로 붉게 물들게 될 뉴욕 토양의 운명에 순응하는 듯 고요한 순백의 눈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일랜드 이민자들인 데드 레빗과 빌 더 부처(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우두머리로 한 원주민들과의 전투는 피터 가브리엘의 ‘Signal to Noise’와 함께, 거칠고 격렬하며 심장이 고동친다. ‘뉴욕, 1846년’의 모습인 것이다.

‘16년 후’. 아버지 프리스트 발론의 죽음을 목도하고 헬게이트 교도소에서 16년을 꿇은 후 청년 암스테르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고향 파이브 포인츠로 돌아온다. 19세기 중반,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개발하는 과정으로 바빴던 뉴욕은 정치와 경제 질서의 태동, 남북 전쟁과 그로 인한 강제 징집, 격심해지는 빈부의 격차, 인종차별 등의 수많은 문제가 용광로처럼 한데 뒤엉켜 이글거린다. 하지만 살아 남아야 한다는 그 자체가 당면 과제인 암스테르담과 뉴욕 주민들에게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성취되는 생존은 그 모든 문제를 뛰어넘는 삶의 목표였던 것. 이러한 대서사극을 풀어가는 큰 줄기는 암스테르담의 질긴 암약(暗躍)을 통한 성장, 사랑 그리고 복수의 이야기이다.

속속들이 분노, 증오, 경멸이 들어차 있는 시선으로 살아남은 자들을 바라보는 암스테르담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를 죽인 원수 빌 더 부처를 바라볼 때 모호해진다. 아침엔 교수형, 저녁엔 댄스파티로 희희낙낙하며 약탈, 방화, 폭력이 일삼아지는 파이브 포인츠라는 선과 악,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혼돈된 아노미적 공간에서 살아 남기 위해 맛본 권력의 맛은 달콤하며, 뉴욕의 지배자 빌 더 부처가 ‘나는 아들이 없어. 세상이 혼탁해서 안 가졌다’라며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암스테르담에 대한 대체적인 부성애는 따뜻하기 그지없다. 빌 더 부처에 대해 던지는 복수의 칼이 무뎌지며 날아가는 속도마저 느린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무서운 댓가를 치른 후 되찾은 ‘칼에 묻은 피를 닦지 마라’는 아버지의 유언, 그리고 제니 애버딘(카메론 디아즈)의 사랑으로 재건되어 가는 데드 레빗과 암스테르담의 복수의 칼날. 영화는 ‘1863년 징집 폭동’에 이르러 절정의 순간을 맞이하고, 결정적으로 한껏 비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마주친 데드 레빗과 원주민 사이의 칼과 도끼 구식 전투는 발포한 최신식 대포의 포연 속에 무참히 진압된다. 마치 안개와도 같은 짙은 연기를 헤치며 간신히 복수의 대미를 완성하는 허무한 클라이막스와 급격한 소멸을 보이는 결말이라니. 스콜세지 감독이 마천루가 올라가는 현대의 뉴욕의 모습으로 돌아와 동시대의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일까. ‘누가 미국을 건설했는가?’

비범한 시대에 대한 스콜세지 감독의 인상(印象)으로부터 시작하여 미라맥스의 하비 웨인스타인, 세 주연배우 – 특히 ‘은퇴’를 거론했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불을 뿜는 듯한 명불허전의 카리스마 -, 19세기의 뉴욕 거리와 의상을 완벽 재현한 단테 페레티와 샌디 파월 등이 모여 현실화시킨 <갱스 오브 뉴욕>. ‘나는 카메라 뒤에서 죽을 것이다’라는 뉴욕을 지키는 거장 스콜세지 감독의 비장한 한마디가 부끄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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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in4rang
디카프리오의 남자다움   
2008-10-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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