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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미술관을 가다!
2004년 12월 24일 금요일 | 일본특파원 허남웅 이메일


일본하면 재패니메이션, 재패니메이션 하면... 열에 아홉은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고 할 것이다. 굳이 그의 작품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매번 발표하는 작품마다 일본 흥행 탑 기록을 갈아치우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을 정도니 말이다.

일례로 최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면, 하야오의 영화는 여름에 개봉한다는 관례를 깨고 일본에서 11월에 개봉하여 심심치않은 우려를 자아냈으나 단 이틀동안 무려 110만 명을 동원, 자신의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같은 기간동안 세웠던 85만 명의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하야오의 영화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은다. 그러다보니 하야오의 팬들은 스크린으로 보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한 발 더 나아가 인형, 책자, 포스터 등등과 같은 캐릭터 상품으로 토토로를, 고양이 버스를, 거신병을, 센과 치히로를 직접 구입하며 적극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시한다.

그런 관객들의 호응에 답하기 위하여 이들의 꿈과 희망을 한 데 집약한 곳이 있으니, 그 곳이 바로 지금 소개할 지브리 미술관이다.


2001년 10월 1일 문을 연 지브리 미술관의 관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개관사를 통해,

"재밌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미술관
여러가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미술관
정확히 생각했던 것을 관철시킬 수 있는 미술관

즐겁고 싶은 사람에게는 즐거움을
생각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생각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느낄 수 있게 하는 미술관
그리고 들어왔을 때보다 나왔을 때 마음이 조금 더 풍족해 질 수 있는 미술관"

을 만들겠노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이에 따른 원칙을 세웠는데 지브리 미술관은 설계에서부터 운영까지 모든 것이 한치의 어긋남 없이 이 원칙에 따라 맞춰져 있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그 원칙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지브리 미술관에 대해 설명해 볼까 한다.

"미술관 그 자체가 하나의 영화가 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신주쿠 지하철역에서 JR 중앙선(츄오센)을 타고 미타카역에서 하차, 남구(南口) 출구로 나와 왼편을 바라보면 한편으론 낯설지만 또 한편으론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바로 이 광경...


마치 <이웃집 토토로>의 한 장면이 재현된 듯, 토토로의 모습을 빌려온 이정표 옆에 정차되어 있는 셔틀버스를 타는 순간 마치 하야오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깨끗하게 단정된 개천을 따라 십여 분을 따라 가다보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 한 채가 보이니 바로 지브리 미술관이다.


미술관 자체를 하나의 영화가 될 수 있기를 바랬던 하야오의 바램대로 입구에서부터 토토로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그 위로 거신병이 이들에게 인사하듯 반갑게(?) 내려다보고 있다.


지브리 미술관에 온 것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10년 후에도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이 되게끔 만들고 싶다"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에서 자연은 궁극적인 메시지다. 항상 영화 속에 동화 같은 자연배경이 등장하고 반전(反戰)이 되풀이되는 것은 자연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는 하야오의 철학이다.

그의 철학을 반영하여 지브리 미술관은 동경도 미타카시 이노카시라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공원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니 공원의 풍경과 멋진 조화를 이루며 지브리 미술관은 자연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브리 미술관을 본다는 의미는 지브리 미술관 그 자체뿐 아니라 이노카시라 공원을 함께 둘러봤을 때 비로소 완전하게 관람하는 것이 된다.

혹시 지브리 미술관만 보고 이노카시라 공원을 둘러보지 않는다면 이는 지브리 미술관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것이 된다. 이 아니 안타까울쏘냐..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만든 사람의 마음이 전해지는 장소이고 싶다"

토토로의 인사(?)를 뒤로 한 채 지브리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국내 대행사나 로손 편의점에서 구입한 티켓, 즉 바우처를 입장권으로 바꿔주는데 그 입장권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바로 필름조각을 인쇄해놓은 입장권이다. 그것도 그냥 필름조각이 아니라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발표한 작품의 특정장면이 담겨있는 필름인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필름이 담겨져 있는 입장권을 받았는데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에까지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신경 쓰는 모습은 미술관내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고양이 모습을 한 수도꼭지에서부터 토토로 문양이 아로새겨진 스테인글라스 오색 창문까지, 이런 작은 것들까지 놓치지 않고 살펴보다 보면 하야오의 말처럼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것이 아니라 만든 사람의 마음까지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하는 장소가 되고 싶다"

입장권을 받아들고 어느 필름조각이 들어있나 확인하는 즐거움을 누린 후 고개를 돌리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소가 일종의 영상전시실이랄 수 있는 '움직이는 방'이다.

이곳은 하야오의 작품을 짧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특이한 건, 영사기를 이용하여 필름으로 볼 수 있는 전시물도 있고, 3D, 입체 모양으로 된 그림도 있지만 그보다는 영화사 초기부터 필름 이전에 등장했던 여러 기법의 활동사진들로 하야오의 작품을 볼 수 있게 해놓았다는 점이다

이게 영화처럼 막 움직인다
이게 영화처럼 막 움직인다
그래서 '움직이는 방'이라는 명칭을 붙인 거 같은데 얼핏 보기에는 고정된 전시물처럼 보이지만 잠시 기다리다보면 마치 영화를 보듯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여러 지브리 캐릭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영화=필름'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이들에게 이곳은 마치 마술의 장소일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의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지브리 작품만으로 채워져 있는 추억의 미술관이고 싶지 않다"

지브리 미술관은 과거의 작품들이 전시된 곳이 아니다. 물론 <미래소년 코난>부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이와 관련된 전시물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과거의 작품들에만 전시가 한정된 것이 아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지브리 미술관에서는 최근에 개봉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대한 콘티북, 원화 밑그림 등 방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단편이 절찬리 상영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 단편은 하야오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웃집 토토로>에 대한 것으로 자세한 스토리는 나중에 방문할 이들을 위해 밝힐 수는 없지만 영화 그 이후의 짧은 뒷 이야기라는 점만 알려 드린다. 그리고 당연히 재밌다.

하여튼, 그래서 지브리 미술관은 하야오 작품의 과거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까지도 집약되어 있는 장소라 할 수 있겠다.

"만졌을 때의 감촉에서 따뜻함이 묻어나는 느낌의 미술관이 되고 싶다"

우리가 흔히 아는 미술관은 뒷짐지고 작품만 감상하도록 굉장히 수동적인 자세를 요하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지브리 미술관은 그런 기존 미술관의 개념을 단번에 깨버리는 곳이다.


이는 '특별 전시관'으로 통하는 지브리 미술관의 2층을 보면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이곳은 하야오 작품의 원화 및 밑그림을 전시하는 곳일 뿐 아니라 하야오의 작업실을 재현한 곳이다. 말은 재현이라고 표현했지만 책상과 필기구, 심지어는 그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등 실제로 하야오가 쓰던 물건들을 직접 미술관으로 가져와 그대로 꾸며놓았다.

게다가 '슬쩍' 하지만 않는다면 실제로 만질 수 있도록 하는 배려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야오가 숨쉬고 작업했던 공간에서 그의 체취가 느껴지는 물건들을 직접 만져보며 하야오가 되어 보는 흔치 않은 기회.

뿐만 아니라 하야오 작업실 옆으로 전시되어 있는 콘티북, 스토리보드, 필름 등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하야오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짜놓았다. 미래의 하야오를 꿈꾸는 애니메이터 학도들에게 지브리 미술관은 최고의 학습장소인 셈이다.

이처럼 지브리 미술관에는 '들어가지 마시오!'와 같이 위압적으로 경고하는 금지 푯말을 볼 수 없는데 옥상 정원에 우뚝 서 있는 거신병 석상 역시도 단순히 보는 것에만 그치는 전시물이 아니다. 전시물이라는 개념도 없는 듯 무방비 상태로 놓여져 있는데 그런 까닭에 누구나 거신병의 손을 잡고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매달려 어리광을 부릴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지브리 미술관은 아무런 제약도 없는 곳이다(하나 제약이 있다면 미술관 내부에서 사진 찍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브리 팬에게만 기쁨을 주는 장소는 되고 싶지 않다"

지브리 미술관의 입구에는 의아한 전시 광고물이 놓여져 있다. 요즘 한창 <인크레더블>의 흥행 성공으로 다시 한 번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픽사'의 전시회를 알리는 광고다.


'지브리 팬에게만 기쁨을 주는 장소는 되고 싶지 않다'는 하야오의 바램대로 2층 특별 전시관 한켠에는 픽사 영화의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는 픽사관이 오픈 되어 있다. 현지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을 뿐 아니라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인크레더블>의 애니메이션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밑그림에서부터 3D 작업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재미있는 건, 하야오의 캐릭터들과 픽사의 캐릭터들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웃집 토토로> 스틸컷에 <몬스터 주식회사>의 히로인, 설리반과 마이크가 함께 하고 있다든가, <토이 스토리> 스틸컷에 토토로가 등장하고 있는 그림을 보는 건 꽤 흥미로운 경험인데 이와 같은 지브리와 픽사의 크로스오버(?)에서 자연을 추구하는 하야오의 철학답게 조화로운 삶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바깥의 바람이나 빛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미술관이 되고 싶다

지브리 박물관은 사람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자연도 방문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자연을 강조하는 미야자키 하야오답게 지브리 미술관을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장소로 설계한 것이다.

그런 탓에 지브리 박물관은, 언제 가더라도 그 재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가급적이면 햇빛이 만발한 맑은 날을 정해 방문하길 권해 드린다.

시원스레 나있는 천장 유리를 통해 이곳을 방문하는 햇빛은 미술관 중앙에 한줄기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 위에 서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케 하며 또한 미술관 내부의 갈색톤과 어우러져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게다가 2, 3층에 자리한 창문들의 경우, 오색빛깔의 유리를 통과하여 비치는 빛들로 인해 환상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더군다나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뚜렷이 나눠져 있지 않고 열린 공간으로 구성이 돼있어 빛과 함께 바람 역시 지브리 미술관을 제집 드나들 듯 들락날락거리는 훌륭한 방문객이 된다.

그래서 지브리 미술관은 사람과 자연으로 연일 매진을 이루는 꽉 찬 공간이기도 하다.

"어린이나 누구에게든 한사람으로서 대하겠다. 그리고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가능한 배려를 하고 싶다"

지브리 미술관의 화장실은 독특하다. 일반용, 장애인용, 어린이용 이렇게 3가지 형태의 소변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용 일색인 공중화장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하야오의 작품이듯 지브리 미술관 역시 어린이든 장애인이든 그 누구나 차별 없이 똑같은 조건으로 관람이 가능한 곳이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의 작품만이 아니라 독자의 단편영화나 그림을 발표하고 싶다는 하야오의 운영방식에 따라 그런 공간이 마련되어 있기도 하고, 영화가 되고 싶다는 말처럼 3층에는 <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했던 실제(?) 고양이 버스가 있어 탑승하는 행운도 누릴 수가 있다(어린이 우선 탑승제다).

하지만 이 짧은 지면으로 지브리 미술관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실로 불가능한 일. 다만 그냥 구경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에 언급한 것을 염두에 두고 관람하게 될 경우, 지브리 미술관이 품고 있는 재미를 조금이라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램으로 지브리 미술관을 소개하게 되었다.

만약 지브리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면 즐거운 관람 되시기를~

일본 = 허남웅 특파원

덧붙여,
한국에서 지브리 미술관 표를 구입하는 방법이 알고 싶으면
☞ 여기를 누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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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unuri
우와 저도 한번쯤 가보고 싶으 곳인데.. 언제 가볼수 있을런지요.. 기사 잘 봤습니다.   
2004-12-26 15:47
ahn75
단편영화 상영 프로그램은 바뀌는 걸로 알고 있습니당....지브리 박물관표는 국내에서 구입하는것이 좋구여(현대드림투어에서 대행하는걸로 알고있음)..저는 일본에 아시는 분이 있어서 일본 도착해서 로손에서 구입하기는 했지만,초보자가 구입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는....!! 동경여행가시는 분에게는 강추입니다.   
2004-12-26 03:17
ahhhh
현장에서도 팔기도 하지만 외국인은 못산다고 하던가 그랬던거 같네요. 일본 도착해서 로손에서 살수도 있다고 하구요. 한번쯤은 방문해보면 좋죠. 오늘 하울 보고 왔는데 지브리스튜디오 얘기 또 했답니다. 또가보고싶다!   
2004-12-26 01:05
joelsilver
제가 알기론 단체만 아니면 갈수 있었던걸로 알고 있거든요..   
2004-12-24 17:25
googoo
예전에 가려다 예약을 하고 가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방문을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꼭 가보고 싶으신 분들은 예약! 미리 하세요..   
2004-12-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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