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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셨죠? 제2회 방콕국제영화제의 모든 것!
영화평론가 정지욱의 제2회 방콕국제영화제 참관기 | 2004년 2월 14일 토요일 | 방콕=정지욱(영화평론가) 이메일

태국관광청의 초청으로 참가하게된 방콕국제영화제. 시상식에 공주님께서 직접 참석하시는 이유로 엄격한 드레스코드가 적용되어 턱시도를 서울에서 공수해 갈 정도로 유난을 떨며 참가했던 제 2회 방콕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짧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길지도 않았던 열흘 남짓의 기간동안 다녀 본 영화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제 기간동안 방콕에 대한 세계의 이목은 ‘국제영화제’보다는 ‘조류독감’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지난 1월 22일 제 2회 방콕국제영화제는 세계 곳곳의 취재진을 초청하여 홍보를 하고, 유명 배우와 감독들을 초청하여 성대하고도 화려하게 그 막을 올렸다.

시내 극장가에 설치된 영화제 광고판과 샹그릴라 호텔에 걸린 프랭카드.
시내 극장가에 설치된 영화제 광고판과 샹그릴라 호텔에 걸린 프랭카드.
시암 시네마 상영관 입구
시암 시네마 상영관 입구
방콕 시내 스칼라시어터에서 개막된 영화제는 삼엄한 경비 속에서 레드카펫이 이루어지며 시작되었다. 스칼라시어터는 우리보다 뒤떨어진 나라일거라는 선입견을 무시하듯 멋진 샹들리에와 우아한 계단의 모습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또한 이 극장은 세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최첨단 극장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비단 이 극장뿐만이 아니라 방콕 시내의 주요 극장의 시설은 편안한 좌석과 넓은 공간, 그리고 뛰어난 음향 시설로 우리나라의 일류극장과 겨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였다.

하지만 영화제에 대한 방콕 시민들은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플랭카드나 포스터도 상영관이 모여있는 시암스퀘어나 사무국이 위치한 샹그릴라호텔에 가야만 눈이 띌 뿐이었다. 하지만 이에 반하듯 태국의 iTV를 비롯한 여러 방송과 언론의 취재경쟁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언제 어디서나 영화제와 관련된 행사장에서는 수많은 플래쉬가 터지고 방송용 카메라가 돌아가고, 리포터가 마이크를 들고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개막작품으로는 태국 영화로 피니카르 수라퐁 감독의 <시암 르네상스(The Siam Renaissance)>가 상영되어 참가한 많은 영화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튿날인 1월 23일부터 공식적인 영화제가 시작되어 2월 2일까지 방콕시내 6개 극장에서 13편의 경쟁작품과 특별전을 비롯한 장편영화 140여 편, 단편영화 32편, 다큐영화 7편이 초청 상영되었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경쟁작으로,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이 「세계의 창」부문에 초청되었다. 하지만 <바람난 가족>을 비롯한 22개의 작품이 변경되거나 취소되어 아직까지 국제영화제로서의 면모에는 부족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들 공식 행사 기간동안인 1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방콕 필름 마켓이 샹그릴라 호텔에 개최되었다. 이 필름 마켓은 영화제가 국제영화제로 승격되기 전부터 진행되어 올해 8번째 개최되었는데, 한국의 쇼박스를 비롯하여 미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영화관계사가 참가하였다.

손예진 팬사인회
손예진 팬사인회
또한 영화제 기간동안 우리나라에는 <옹박(Ong-bak)>으로 알려진 프라차야 핀카엡 감독과 주연하였던 넘 작 막의 신작 <톰양궁(Tom-Yum-Goong)>의 제작발표회를 비롯한 여러 행사가 있었다. 태국과 중국, 그리고 호주의 합작으로 제작되는 이 작품의 발표회에는 호주대사가 참석하기도 하여 자국의 영상위원회에 대한 홍보를 하기도 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여배우 손예진이 국빈으로 초대되어 팬들과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특별 섹션으로 마련된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의 섹션에선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영웅(Hero)>, <쓰리(Three)>와 최근작인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Last life in the Universe)>이 초청되었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진행되었다. 또한 키나리 시상식을 마치고 특별 초청된 올리버 스톤감독의 기자회견을 비롯한 영화제에 참가하였던 많은 매체들을 위한 시간이 다양하게 마련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올리버 스톤의 작품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폐막식에 앞서 1월 31일 왕립 태국 해군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키나리 시상식에는 우볼라타나공주가 참석하여 시상자들에게 직접 상을 수여하였다. 지난 1회 영화제에 참석하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용하면“ 작년에 비해 무척 편해졌지요. 지난번엔 무릎을 꿇고 공주님에게 나아가 예를 갖춰 상을 받아야했는데, 이번에는 일정거리에서 예를 갖추고 상을 받고 뒷걸음으로 물러나는 것으로 간소화되었으니 말입니다.”는 것이었다.

시상식 도중 공주님의 사진을 찍기 위해 포토라인으로 가보니 바닥에 선을 그어 그곳에 설 수 있는 매체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 다만 멀리 한국에서 왔다는 배려에선지 자리를 양보해준 덕에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웃으며 얘기 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주었다. 이날 모 기자와 함께 서울에서 공수해간 턱시도를 입은 것은 당연한 일. 이러한 드레스코드는 폐막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주에게 상을 수여 받는 모습
공주에게 상을 수여 받는 모습
이 행사에는 올리버 스톤감독과 크리스토퍼 도일, 허리우드의 스타 발 킬머를 비롯하여 한국의 여배우 손예진, 홍콩의 성룡 등이 참석하여 많은 취재진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드니 아르캉감독의 <야만적 침략(The Barbarian Invasions)>이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했고, 감독상은 영국 영화 <인 아메리카(In America)>의 짐 쉐리단 감독, 남녀주연상은 각각 중국 영화 <블라인드 샤프트(Blind Sharft)>의 리 위시앙과 이탈리아 영화 <페이싱 윈도스(Facing Windows)>의 조바나 메조조르노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국제평론가협회가 수여하는 최우수 아세안영화상은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이 받았다. 시상식을 마친 뒤 식후 행사로 전통음악 연주와 쥬얼리 쑈 등이 2시간 넘게 보여줬으며, 화려한 음식이 식후 행사 진행의 템포에 맞춰 천천히 참석자들에게 제공되어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게 진행되었다. 그야말로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의 두 배인 60억 원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영화제임을 실감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2월 1일 개막식에 이어 스칼라극장에서 개최된 폐막식은 당초 예정되었던 <킬 빌:Vol.2>가 폐막작품에서 후반작업의 지연을 이유로 취소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 역시 미흡하게 준비된 영화제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대체작으로 <한니발 (Hannibal)>과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Postman Always Rings Twice, The)>의 각본으로 유명한 미국의 데이비드 머멧 감독의 <스파르탄(Spartan)>이 상영되었으며 다음날인 2월 2일에는 특별 상영과 수상작 상영으로 내년을 기약하며 영화제의 화려한 막을 내렸다.

방콕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라는 이름에는 많은 부분이 부족하였으나, 이제 겨우 두 번째로 개최되었다는 점과 초청된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제 이외의 많은 눈요기 거리와 부대 행사를 충분히 제공하였고, 편안한 의전의 제공으로 영화제 진행상의 미숙함을 상당부분 상쇄시켰다고 하겠다. 하지만 영화제에 참석하였던 사람들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영화제에 많은 불만을 토로하였고, 하지만 제 3회 방콕국제영화제의 개최에는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방콕 돈무앙공항을 하나둘씩 떠났다.


취재: 방콕=정지욱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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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aring2
손예진 팬싸인회도 있었군요~   
2005-02-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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