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위(이하 ‘이’) 미안한데 정확히 지금부터해서 1시간에 모든 걸 끝내는 걸로 하자!
서대원(이하‘서’) 바쁜 모양이다.
이 오늘이 광주전국체전 개막이다. 내가 거기 홍보대사라 성화 봉송을 해야 한다.
서 스케줄이 나지 않아 이번 부산영화제도 못 갔겠다.
이 아니 바빠서 못간 게 아니라 아무도 오라는 사람이 없어가지고.(웃음) 내가 한가한 놈 같지만 안 바빠도 이런 식이면 못가지. 오라고 해도 사실 좀 갈등을 해야 할 판에 말이야. 물론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 볼 수도 있겠지만 이상하게시리 부산뿐 아니라 전주, 광주 뭐 여러 군소영화제 등 영화제가 차고 넘치는데 러브는 빼고 콜이 없어! 그래서 내년에도 별 일 없으면 못 갈 거 같다.(웃음)
서 이전부터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도통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꽤나 속 태웠던 기억이 있다.
이 정말?
서 인터뷰 요청 여러 번 했었다.
이 믿어지지 않는...
서 진짜다 진짜!
이 거참 이상하네, 보통 내가 어딜 가면 다들 그런다. “어! 바쁠 텐데 어떻게 왔어!” 여기저기 많이 나오다보니 그런 거 같다. 하지만 바빠도 가야할 곳은 꼭 간다. 아무리 한가해도 가야 되지 말 곳은 안 가고. 그리고 시간은 나는 게 아니고 내는 거다.
서 그럼 이전에 무비스트 인터뷰는 가야할 곳이 아니었다는 (웃음)
이 절대 아니다. 뭔가 서로 착오가 있었겠지. 안 그래도 요즘 충무로가 힘든 데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간다. 아무리 바빠도 해야 될 건 해야 된다. 다시 말해, <바르게 살자>가 잘 되는 일이라면 당연 시간을 내야지! 재차 말하지만 시간은 내는 것이다. 사실 시간이 나도 안 부르는 게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까 용기 잃지 마시고 좌절하지 마시고 부르란 말이야! 꼭 부르지도 않은 사람이 이런 얘기 한다니까!
서 알았다. 인터뷰 요청 한 적 없다 치자!
이 아니, 그렇다고 뭐 그렇게까지 눈을 부릅뜨고 이야기하나?(웃음) 자~이제 워밍업은 다 끝났으니 본격적인 질문을...
서 담배 한 대..
이 맘대로 펴!
서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
이 영화계가 위축되는 분위기라 그런지 다들 드라마다. 많은 영화배우들이 드라마에 서성대고 있잖나 영화가 없으니까!
서 (담배 불 붙이는데 라이터 점화 계속 실패! 지속적 버벅!)
이 아~~따! 정말 누추하구만, 기자 때려 치든가 해야지! 뭐하는 겁니까! 지금, 야! 라이터 하나 갖다 드려라! 아따 정말 계획되지도 않은 눈물이 팍 쏟아지려고 하네. 버려!
어... 그래서 지금 <착한여자 백일홍>이랑 다른 드라마 한편, 총 두 편을 준비하고 있다.
서 신구 선생이 나오는 <김치치즈 스마일>에도 나온다고 하던데
이 그건 우정출연이다. 길지도 않은 우정!(웃음) 난 신구 선생님을 존경하고 최근에 <묘도야화>를 통해서 알게 된 이병진이 나온다고 해서 출연하기로 했는데 그분들은 만나지도 못했다.(웃음)
서 지금도 여전히 영화나 드라마 섭외 요청이 많겠다.
이 꼭 그렇지는 않다. 작년에 비해서 현격히 줄었다. 물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마린보이> <한탕> 등 상반기에 몇 개가 있긴 있었는데 좀 지연되고 있어 걱정이다. 알다시피, 요즘 영화가 없잖나? 여담이지만 장진 감독의 결혼식 때 영화에 같이 출연했던 두 남녀 배우가 내 옆에 앉았다. 여배우가 물었다. “오빠 요즘 뭐해?” 남배우가 답했다 “엉! 작품이 한두 개 있었는데 다 엎어 졌어” 여배우가 대꾸했다. “어머 난 세 작품 준비하다 다 엎어 졌는데” 여배우가 마무리를 했다. “오빠 예전에는 영화 하자고 여러 군데에서 요청이 오면 하나 결정해서 다른 스케줄 안 잡았는데, 이제는 다 한다고 했다가 진짜 들어가는 작품만 하려고.(웃음)”요즘 상황이 이 정도다.
서 누군가
이 김지수.조재현 쓰지 마! 나 욕 듣는다. 어영부영 썼다가는 알지! 나 전라도 출신이니까 알아서 해!(웃음)
서 여하간 줄었다고 해도 작품이 계속 들어오는 건 사실일 거다. 결국 안배를 해야 될 텐데 어떤 기준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선택하나
이 2년 전 이한위는 주어진 대로 했고, 2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한위는 이전의 방법을 삼가고 서서히 전략적으로 작품을 고른다. 뭐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진행해왔는데 현재는 그냥 내 생각에 머물게 돼 버렸다. 작년엔 흐름이 좋았잖나? 영화 8개. 근데, 올해 사정이 이렇다보니 약속을 해놓고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영화계가 알아서 조절하더라 이 말이다. 예년 같으면 영화가 많이 들어올 거 예상해 이를 악물고 요번에는 딱 3개만 선택해 해야지 했을 텐데 완전 판단 미스였다.
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영화들도 허다한 거 같더라
이 <묘도야화>하고 나서 몸 풀기로 최성국 공형진 최정원이 공동주연을 맡은 <인생은 아름다워>란 영화에 한 6회 차 촬영 정도로 출연하기로 했다. 그런 후 <한탕>을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뜸한 거다. 이게 엎어진 건지 연기된 건지. 그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말은 연기됐다고 하지만 눈빛을 보면 여기서 감사를 드려도 되는 작품이 꽤 있다는 말이다. <마린보이> 역시 시나리오도 재밌고 <미녀는 괴로워> 제작사가 만드는 거니까 참여하게 됐는데 이것도 그렇고, <흡혈가족 표류기>도 선배님만 결정하면 일이 술술 풀린다 그래서 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없다. 이 사람들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한국영화계가 정말이지 지금 힘들다는 거다. 이때만큼이라도 영화인들 모두가 자성할 건 자성하고 영화계 전체를 추슬러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분명 보다 나은 환경이 조성될 거고, 좋은 영화들도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 본다. 그렇게 되면 관객들에게 한국영화 잘 될 수 있도록 많이 봐달라고 말할 수도 있고. 올해 입봉한다고 말했던 감독들 죄다 지금 술 먹고 있다.
서 영화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어떤 점을 영화인이 특히 더 자성해야 될까
이 뭔가 난립하는 현상이 있다.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역전의 명수>가 나오면 <역전의 산다>가 나오고, 같은 소재인 <리베라 메>랑 <사이렌>이 같은 시기에 개봉하고, 이번에 나온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즐거운 인생>도 마찬가지고, 결국 서로 피눈물 흘리는 거 아닌가?
여러 문제가 중첩돼 일어나는 일을 텐데 분명 반성해야 될 부분이다. 관객이 안 들면 배우도 힘이 떨어진다. 감독, 스탭, 제작자 다 똑같은 마음이다. 한국영화가 보다 사랑받을 수 있도록 서로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서 말인데 <바르게 살자> 아주 흥미로운 영화다. 무엇보다 소재가 독특하다. 원작이 일본 소설 <노는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인데 장진감독이 그 번득이는 기질을 십분 발휘해 우리 현실에 잘 맞춰 버무려 놓았다. 절대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거다. 많이들 와서 봐 주시면 또 다른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니만큼 꼭 좀 부탁드린다.
서 얘기가 좀 옆으로 샜는데 그러니까 영화를 고를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둔다는 말인가? 시나리오? 감독?
이 사실 100% 완벽한 시나리오가 어디 있겠나? 분명 시나리오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연기할 때도 부족한 부분은 서로 이야기하고 보완하면서 더 좋은 연기를 끌어내지 않나? 함께 하면서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거다. 내가 중요시하는 것은 가능성이다. 물론, 그걸 단박에 알 수 없다. 그 가능성을 점쳐보자고 작업할 사람들과 함께 5박 6일 어딜 갈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 어떤 감이다. 내 눈에 비친 어떤 느낌! 사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배우나 감독 이름 보고 가지 디테일하게 이것저것 확인하고 관람에 나서지는 않잖나? 어느 정도 신뢰가 가고 믿을 만한 누군가가 나오고 연출을 맡으면 충분히 개런티가 되지 않나 싶다.
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내가 바라보는 가능성과 어떤 감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실이다. 뭐 예전이야 영화배우로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나에게 누군가가 기회를 주면 너무 반갑고 기꺼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이왕이면 나는 물론이고 관객에게도 의미가 있는 영화를 선별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그리 까다롭지는 않다.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솔직히 나에게 영화가 어떤 텀을 두고 들어오지 막 과장되게 6편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시나리오가 쌓이고 그렇지는 않다. 많아봐야 두세 개지. 또 이런 과정이 궁극적으로 주인공 자리에 오르기 위한 절차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이 봤을 때 잠시 웃을 수 있는 건강하고 재밌는 배우가 되고 싶을 뿐이다. 요즘 주연의 위치까지 오른 김상호, 김윤석, 유해진 이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주인공만 하겠다, 절대 그렇지 않을 거다. 나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서 물어보면
이 아무 것도 없이 난 배우다. 그냥 배우라고 불리는 배우, 수식어가 없어도 상관없다. 대중이 날 보고 “저 사람 배우야! 되게 재밌어!”, “저 사람 나오면 무거운 작품도 그렇게 안 느껴져! 완충 작용을 참 잘해!”그럼 만족한다. 그게 내 지금 소원이다. 뭐 지금까지 지켜봐준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그동안 추접했던 생활을 접고 이제부터는 주조연급에만 나서겠다는 이런 제한을 두고 싶지 않은 거다. 그래도 그렇지 말이야!
서 ?
이 아니 내 나름의 흐름이 있는데 한 두 컷짜리 특별출연을 누가 부탁하는 거다.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서 찍고 오긴 했다. 오늘 새벽 3시에 끝났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니냐는 말이다. 한 두 컷이 뭐야! 한 두 컷이.(웃음)
서 무슨 영환가
이 감우성 최강희 나오는 <내사랑>, 그 영화사의 대표 김모씨가 부탁해서 했는데 대표만 아니면 그냥 확!(웃음)
서 어차피 알고 간 거 아닌가
이 물론 그렇지.(웃음) 여하간, 레벨 업 좀 해보려고 해도 이런 악연 때문에 내 흐름이 유지가 안 된다.(웃음)
서 어쨌든, 주연을 해보고 싶은 욕망! 분명 있지 않나
이 이런 질문의 경우 나나 서기자나 좀 세심해야 한다. 서기자의 능력에 의해서 나는 이상하게 그려질 수 있다. 그러니까 내 생각은 뭐냐면 나라는 배우의 캐릭터를 요하는 작품이 있고 그래서 나에게 출연해 달라는 부탁이 오면 나로서는 큰 문제가 없는 한 그 주인공 배역을 안 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그게 주조연급이라 그렇다는 게 아니다. 정해진 게 아니다. 작은 역할이라도 이한위라는 배우가 꼭 필요하고 내 캐릭터로 인해 그 영화가 빛날 수 있다면 배역의 비중에 개의치 않고 출연하겠다는 거다. 이런 내 생각을 명확히 전해줬으면 한다. 말이 어가 다르고 아가 다르다고 기자가 미묘한 뉘앙스로 글을 쓰면 내가 이상한 놈이 돼 버리니까 꼭 좀 부탁한다.
서 기사로 인해 고생한 적이 있는 모양이다.
이 물론이다. 내 의도와 달리 나중에 기사를 읽어보면 내가 아닌 거다. 기사가 왜 이러냐 하고 전화를 하면 기사가 어디 이상하냐? 내가 보기엔 하등의 문제가 없다. 이런다. 심지어는 기사 잘 나왔다고 데스크한테 칭찬 받았다는 등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오죽하면 내가 이러겠나? 좌우지간, 엄청난 집단을 많이 만나가지고 인터뷰가 두려울 정도다.(웃음) 아무리 독자들이 좋아하고 데스크가 좋아한다 하더라도 인터뷰의 대상이 빠져버리는 경우가 어디 있나? 그래서 재차 얘기하는 거다.
서 가령, 예를 들면
이 내가 나처럼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까칠한 게 난데 마치 안 까칠한 것처럼 쓴다. 뭐 까칠한 걸 지나치게 강조해서 일부러 쓸 필요까지는 없지만 까칠한 나를 ‘그는 온화했다’이건 아니라는 거지. 또 작년에 인터뷰를 한 어떤 기자는 ‘그는 까칠했다’를 헤드라인으로 뽑아서 전면에 내세우더라! 근데 그때 상황이 날 까칠하게끔 유도한 측면이 있다. 인터뷰 장소에 갔더니 주차도 안 되지, 또 기자가 시간보다 늦게 오지! 게다가 나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기자가 삿대질 하며 인터뷰를 하질 않나? 기분이 좋을 리 없는 거다. 배우도 인간인데 여러 모로 너무 막 대하니 까칠해질 수밖에 없는 거지.
서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나저나 <바르게 살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이 장진 감독의 전작인 <거룩한 계보>에 출연했던 게 계기라 보면 된다. 이번 영화의 연출을 맡은 라희찬 감독은 당시 조감독이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됐고. 또 이전에 라희찬 감독이 <용기가 필요해>라는 독립영화 한 편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출연을 자청해 개런티 일체 없이 그 작품을 함께 했는데 그 또한 하나의 끈이 됐다. 물론, 내가 출연시켜 달라고 먼저 원했던 만큼 입에 담을 수 없는 굴욕과 처절함이 곁들어져 있어 좀 고생스러웠지만.(웃음) 돈을 받아야 할 때와 안 받을 때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는 것도 배우의 몫 아니겠나? 꽤나 즐거웠던 작업이었다.
서 어떤 기사를 보니까 작년 한 해 동안 20년에 벌 돈을 다 벌었다고 하던데 수입이 엄청났던 모양이다.
이 그게 바로 거짓기사라는 거다. 계산을 함 해보면 안다. 절대 말이 안 되는 계산이다. 더 어이없는 건 그걸 또 고스란히 베껴 쓴 기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니 내가 인터뷰를 하면서 어떻게 불안하지 않겠나?
서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좋아졌을 거다.
이 그야 물론이다. 현격히 나아졌다. 그렇다고 해도 20년 세월을 넘어설 만큼 대단한 돈을 번 건 아니다. 그거 생각하니 또 성질나려고 하네! 이런 기분으로 무슨 인터뷰야! (웃음)
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 감독은 당신을 ‘국내 최고의 애매한 표정’이라 평했더라!
이 <예의없는 것들>의 감독 박철이 말한 거다. 갑자기 어느 날 한 피디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의없는 것들>이라는 묘한 제목을 들이대면서 내가 이 영화에 출연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말했다. 어떤 캐릭터인지 그리고 작품의 개요를 말해줬으면 한다고. 듣고 나니 그 시기에 하기에는 좀 그랬다. 결국 곤란하다는 내 입장을 밝혔는데 피디가 감독님을 한번만 만나 달라는 거다. 감독이 워낙 나를 쓰고 싶어 하고 날 염두에 두고 쓴 캐릭터라고 말이다. 날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거지. 그래서 한 6000원짜리 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아주 애매하기 짝이 없는 충청남도 홍성출신의 아주 늙은 데뷔감독 박철이가 매우 자신 없는 태도로 나한테 말한는 거다.(웃음) 선배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역할은 선배님 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관장킬러 캐릭터가 보여줘야 하는 표정이 그 어떤 애매함인데 선배님이 이 방면에 우리나라 최고 아니냐!
서 거기서 그냥 넘어갔다?
이 당연하지! 그런 말 듣고 감동 안 먹을 배우가 어디 있나! 안 바쁘면 그 정도면 무조건 해야겠지만 스케줄이 겹치다보니 그 과정에 있어 좀 고민했고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하기를 정말 잘했다. <미녀는 괴로워>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스케줄이 나올지 모르겠다 했더니 김용화 감독이 이러는 거다. 선배님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오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 역할만큼은 정말이지 내가 애정을 갖고 끌어온 인물이다. 선배님이 보기에는 작아 보이겠지만 진심으로 드리는 부탁이니 꼭 좀 해주셨으면 한다.
서 역시나 거기에서 홀딱!
이 어떤 놈이 안 하겠어! 그런 상황에서.(웃음) 또 <미녀는 괴로워> 개봉 후 김아중이 피로로 쓰러졌던 적이 있다. 이틀간 무대인사를 내가 자원해서 돌아다녔다. 김아중의 대안이 누구냐? 성동일! 절대 아니다. 제작사나 나나 이한위밖에 없다. 이따위 오만방자함을 떨고 다니며 인사를 다녔다.(웃음) 사실 영화가 더 있을 줄 알았지. 그러다 새됐지만...
서 박철 감독이 말한 그 애매한 표정의 대가라는 평가에 대해 정작 본인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 뭐 감독이 원했던 표정이고 좋아하니 나로서는 기쁠 따름이다.
서 당신의 이미지는 구수하고 친근하다. 다시 말해, 서민적 자화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모르는 또 다른 모습도 있을 거다.
이 있지, 물론 있지! 나에게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도회적 분위기가 있다.(웃음) 농담이지만 사실 그런 게 있다. 역할은 좀 후줄근해도 평상시 내 나름대로 옷도 잘 차려 입고 다니는 나만의 또 다른 개성이 있다는 거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소용되는 이미지가 늘 그래서 그렇지 내 안에는 내가 알고 있는 혹은 모르고 있는 그 무언가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 난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현재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우선 지금 나에게 주어지고 시켜지는 것들이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100% 시인한다. 아따! 허탈하네, 시인하고 났더만.(웃음)
서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그 또 다른 이미지를 마주할 날이 왔으면 한다.
이 근데 그 시기를 갖기를 나 역시 원하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감독이든 누구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나 또한 그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 내 안에 자리하고 있는 잠재력을 알아보고 끄집어낼 수 있는 감독이 있다면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미지수고 또 계획할 수 없는 문제다. 나도 언젠가는 꼭 변신하겠다는 자세보다는 적당한 시기가 오면 충분히 해소될 일!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한다.
서 20년 이상 우정을 다지고 있는 박철민과 함께 전라도 사투리를 가장 잘 구사하는 배우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 기분 나쁜데, 내가 더 잘해!(웃음) 농담이고, 아마도 내가 전라도 출신이고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역할을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아닐까 싶다. 또 있다면 내가 전라도 사투리 클리닉을 많이 해 와서 그럴 수도 있고.
서 사투리 클리닉이 뭔가
이 전라도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말이 있다. 그런 말은 안 쓴다는 거지. 전라도에서 가장 대중적인 말을 영화와 드라마에 맞게 다듬어 구사하는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다. 전라도 말이지만 서울 사람도 알 수 있는, 의미와 뉘앙스는 같은 또 다른 전라도 말을 풀어서 써 왔다는 거다.
서 수많은 작품을 해왔다.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이 음....이런 식의 질문은 사실 어렵다. 특별히 가슴에 남고 안 남는 작품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내게 너무나 소중하다. <미녀는 괴로워>나 <예의없는 것들>도 하마터면 놓칠 뻔 했지만 안 했으면 정말이지 후회했을 영화고. 물론, 흥행이 잘 되고 시청률이 높은 작품을 하면 나 역시 신난다. 이력에도 큰 도움이 되고 여러 모로 좋은 여건이 마련된다. 그렇다고 시청률 한 자리에 있는 드라마에 출연한 게 창피하고 치욕스럽냐? 그건 또 아니라는 거지. 인기 없는 작품이라도 나에겐 분명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가 일등지상주의가 극에 달한 상태라 그렇지 어떠한 작품이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럽고 족한 거다. 다 소중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여하간 내 생각은 이렇다.
서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 친구로 나왔던 철구 역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배우로서 처음 얼굴을 알린 영화다.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영화임과 동시에 꾸준히 큰 행복감을 주는 너무나도 소중한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잔상이 남아 여전히 철구라는 인물이 회자되는 걸 보면 놀라운 따름이다. 이렇게 훌륭한 영화에 출연했다는 자체에 어떤 감사함을 느낄 정도다.
서 아는 편집장의 아뒤가 철구일 정도였다.
이 아! 맞아! 나도 안다. 그 친구 예전에 대학로에서 만나 적 있다. 나한테 이실직고 한 후 같이 술한잔 했다.(웃음)
서 코믹한 이미지와는 달리 내성적이라 들었다. 조선대 정밀기계공학과 재학시절 내성적인 성격을 좀 바꾸려고 연극서클에 들어간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하던데.
이 내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 철저하게 나라는 존재 때문이다. 열리지 않는 나! 닫혀 있는 나! 선생님이 뭘 시키면 버벅 거리는 나! 지나치게 내성적이었던 내 스스로를 바꿔보자 결심한 끝에 나온 선택이었다. 이따위로 살아서 뭐가 되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성격이나 고쳐보자고 시작했던 거다.
서 맘에 들면 옷을 수천 만원치 사고, 80년대 말에는 남배우 최초로 귀도 뚫고, 90년도 초에는 외제차를 타고 이래저래 구설수에 올랐었다.
이 오다가다 어떤 사람을 두고 꼴값 떤다고 하지 않나?. 정말이지 손가락질 많이 받았다.
핸드폰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 수백 만 원하는 핸드폰을 갖고 다니니까 너 따위 놈이 핸드폰이 왜 필요해! 이런 말도 듣고, 니 주제에 외제차가 어울리냐는 등 갖가지 핀잔을 선배들로부터 참 많이 들었다. 내가 만약 선생님이고 일반 회사원이고 그러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다. 모든 게 배우이기에 가능했던 거다.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난 배우고 그러기 때문에 내 자신에게 투자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한 일이지 다른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 오해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적자인생을 살아왔다. 지금이야 개런티가 올라갔으니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서 사적인 취미로서보다는 배우의 정체성을 스스로 다지고자하는 차원에서 선택한 하나의 일이라는 말씀
이 그렇다. 배우는 배우스러워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배우의 기본은 당연 연기지만 그 외의 것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저마다 배우의 조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거기에는 차이가 있다. 그 다름도 서로가 인정해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아~ 그나저나 이젠 <바르게 살자> 이야기 좀 하자!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엄청 초초하다.
서 알았다. 무슨 말인지 안다. 그렇지만..
이 아! 글쎄 그렇지만이 아니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난 어떻게든 <바르게 살자>에 관한 인터뷰를 한 놈으로 그려져야 한다. <바르게 살자>가 곁들여 지는 분위기로 가면 알지! (웃음) 아울러 <바르게 살자>에 출연한 이한위는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지금 상당한 고민을 하며 여러 모로 노력중이다. 그러니 관객들도 한국영화를 좀 더 믿어달라는 말도 꼭 덧붙여야 한다. 재차 말하지만 이한위는 이 인터뷰가 <바르게 살자>에 집중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필사적으로 피력했다 이걸 꼭 어떠한 일이 있어도 거론해줘야 한다. 나중에 봐서 그런 말이 없다가는 알지! 니들은 다 죽어! (웃음)
민(민용준 기자) 요즘 영화의 경향을 보면 중년배우를 너무 안이하게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장진감독은 배우들 면면을 다 살린다. 비중이 크지 않아도 두드러지는 캐릭터로 묘사해낸다. <바르게 살자>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장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남다른 자부심이 있을 듯하다.
이 맞는 말이고 그래서 장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를 늘 바라는 것이다. 장진 감독의 영화는 일단 재밌다. 그리고 민 기자가 말했듯 배우들의 퍼스낼리티를 영화에 맞게끔 기가 막히게 활용한다. 이 작품은 라희찬 감독이 연출했고 그 또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지만 시나리오를 장진이 담당했기에 그만의 코드를 읽는 재미가 이 영화에는 있다.
민 장진식 유머와 코드의 정수는 뭐라 생각하나
이 글쎄다.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구석이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일주일 뒤에도 웃을 수 있는 영화! 난 그렇게 말하고 싶다. 또 그의 유머에는 넘치지 않는 잔재미가 있다. 작지만 큰 재미가 있다. 조그만 차이가 큰 결과맺음을 하는 셈이다. 내가 출연하지 그의 영화를 관객입장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나의 시선이 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될 때 그 재미와 쾌감은 극에 달한다. 그래서 난 내 스스로 이한위는 장진사단 중 한명이라고 외치고 다닌다. 정작 장진감독은 단 한번이라도 그런 말을 언급한 적 없지만. 기꺼이 그래서 난 그를 봤을 때 사단장님이라고 얘기 한다 이 말이지. 심지어는 장진의 페르소나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한다. 역시나 나 혼자만!(웃음)
서 결국 짝사랑이네
이 그래도 상관없다. 난 정말이지 장진 사단이길 바라고 앞으로도 장진감독이 보따리가 작아도 좋으니까 마음 한편에 날 챙겨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공공의 적3> 집필은 다 됐나 모르겠다는 거지.(웃음)
서 비행기 타고 광주에 가야한다니 잡을 수도 없고. 거참! 준비해온 질문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 정말 안타깝고 난감하다.
이 이것만 가지고 써도 충분하지 뭐! 얘기한 거 다 쓰는 인간 한 번도 못 봤다.(웃음)
서 이번에 보게 될 거다.(웃음)
이 어... 그렇다면 이야 나야 좋지. 대신, 뉘앙스를 정말 잘 살려 써주길 바란다.
서 간단하게 두 가지만 묻겠다. 향후 계획은
이 없어!
서 마냥 놀지만은 않을 거 아닌가
이 그런 게 어디 있나! 지금까지 내가 계획 같고 살아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늘 주어진 대로 그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생활신조다. 그러다보면 어떤 형태가 이뤄지길 마련이다. 다만, 사적인 계획은 있다. 건강을 위해 등산을 좀 더 열심히 다니고, 악기 하나는 배우야겠다는 거 딱 그 정도다.
서 영화제목처럼 배우 이한위는 ‘바르게 살’고 있나
이 아니 그렇진 않다고 본다. 한창 교육을 받는 학생이야 바르게 살아야 되겠지만 배우라면 다르게 살 필요도 있다. 그게 배우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도덕하게 살면 안 되겠지. 가령, 마약처럼 공공성을 파괴하는 그런 행동은 삼가야 된다. 배우는 배우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는 거다. 바르게 산다는 것은 배우가 살아야 할 삶 중의 하나일 뿐이다. 때로는 각별한 삶을 때로는 추한 삶을, 배우에겐 이런 저런 경험이 중요하다.
서 배우로서의 삶이 정말이지 당신에게는 각별한 모양이다.
이 당연하다. 배우는 일반인이 아니다. 가령, 논문은 논문이지 수필이 아니다. 논문은 논문처럼 써야 되고 수필은 수필처럼 써야 된다. 그럼 논문의 정의는 뭐냐?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을 누가 봐도 헷갈리게 쓰는 것이 논문이지, 누가 봐도 알 수 없는 것을 누가나 쉽게 이해하면 그건 논문이 아니다. 근데 어따 대고 나한테 바르게 살라고. 이것들을 그냥 확!(웃음)
서 뭔 말인지 알겠다.
이 아따! 좌우지간 우문에 현명하게 답하느라 굉장히 힘드네! 이따위 질문을 질문으로 하고 있는 이 기자들 앞에서 밝고 명랑하게 적극적으로 꿈을 잃지 않고 답할 수 있는 내 스스로가 대견스러울 지경이다.(웃음) 그렇다고 속상할 필요 없다. 기자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서 전혀 안 속상하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하시고 있잖나?(웃음)
이 하도 당한 게 많아서...아 그리고 나를 일컬어 약방의 감초 뭐 이런 표현 무지 싫어한다. 너무 구구단스럽다.
서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표현들이 좀 많긴 하다.
이 4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관습화된 표현들이 있는데 이제는 좀 색다른 수식어를 기자들이 적극 끌어들여 활용했으면 한다. 약방에 감초만 있는 게 아니잖나? 약방의 오미자 이런 것도 있단 말이다. 감초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럼 딴 애들은 뭐냐! 이거다.
2007년 11월 1일 목요일 | 글_서대원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사진_권영탕 기자 (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