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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의 미래'인지 성현아 김태우에게 물어봤습니다.
칸에 가는 성현아 김태우 인터뷰 | 2004년 5월 3일 월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홍상수 감독의 아우라가 여실히 느껴지는 작명법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5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전과는 좀 다르다. 기존의 작품 개봉 때와는 달리 유독 이번 영화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거다. 얼마 전 발표된 칸 경쟁부분 진출소식이 나름대로 긍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아마도 영화 속 배우들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그 동안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작품이나 감독의 영향력과는 별개로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그 예의 화려한 스타?성을 담보하지는 않은 인물이었다. 그게 또 홍상수와 어울리는 캐스팅이라고 우린 봐왔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어떤 심정적 변화의 발로에서 그런지 몰라도 불특정 다수들이 자신의 시선 안에 가두고 싶어 하는 흥행력 있는 배우들이 그의 감식안에 포착돼 그와 작업을 함께 하게 됐다. 때문에 우리들은 궁금한 것이다.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이 영화에 임했고, 그려지기를 원했는지. 그래서 김태우와 성현아를 접선해 이것저것 물어 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난 아닌 매체들의 인터뷰 공세로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많은 말을 건넬 수는 없었다.

어쨌든, 예전부터 홍상수 감독의 왕팬이라 자처한 김태우와 이번 작품으로 많은 걸 털어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힌 성현아는 여러모로 행복해보였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단 하나다. 칸의 심사결과! 글쎄 그건 아니다. 김태우가 언론 시사시 무대인사 때 밝힌

“칸의 결과도 결과지만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우리 관객들의 시선과 관심이 더더욱 중요하다”

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의 결과로 인해 이들이 내비친 또는 길어 올린 즐거움과 행복감이 크게 훼손될 거 같지는 않다. 그게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선사되는 일종의 부채의식 탕감이나 면죄부 같은 특혜가 아닐까 싶다.

우선, 칸에 진출하게 된 소감이 어떤지?
김태우: 우선 너무 기쁘다. 개인적으로는 생일날 소식을 들어 더더욱 기쁘고..... 사실 칸과 같은 유수의 영화제는 연기를 특별히 잘 해도, 작품이 완벽하게 잘 나와도 기회가 쉽게 오는 경우가 아니다. 그런데 연기 한 지 얼마 안 된 나 같은 젊은 배우한테 그런 기회가 오니 너무 좋다. 물론, 그런 결과를 바라고 원하고 영화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흐뭇한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성현아: 나 역시 칸에 대해 생각하며 연기를 한 적이 없다. 단지, 이 작품을 통해 내 연기가 거듭나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번 영화에 대한 의미가 깊다 볼 수 있는데 칸에까지 가게 돼 굉장히 기쁘다. 참 복이 많은 게 아닌가 싶다.

칸은 어느 영화제보다 복장이 엄격하기로 악명?이 높다. 그래서 사실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하더라.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의 경우가 더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의상 준비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성현아: 당연 생각해봤다. ㅎㅎㅎㅎㅎ(좋으면서도 쑥스러운지 한바탕 웃어제낀 뒤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선배의 많은 조언이 필요할 거 같다.
김태우: 굳이 고민 안 해도 되리라 본다. 뭘 입어도 잘 어울리지 않나

솔직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 속 캐릭터는 한 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 나름대로 파악(생각)하고 있는 이번 캐릭터를 설명한다면(인터뷰어의 능력부재인지 시간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배역에 대한 평범한 설명으로 그쳤음을 알려드린다)
김태우: 미술 공부를 하다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7년 동안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한 후 돌아온 예비 감독 헌준이다. 자신과 동일한 여자를 첫 사랑으로 간직하고 있는 후배 민호를 만나 7년 전 각자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여자 선화를 만나러 가는 그런 인물이다.

성현아: 7년 전 두 남자의 첫 사랑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선화라는 캐릭터다. 가난한 미대생인데 첫사랑에 실패를 하고 세상과 적절히 타협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부천에서 바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7년 전 그 두 남자가 찾아와 재회하게 된다.

세간에 떠도는 말을 빌리자면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은 특히 배우에게는 매우 이례적인 경험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많이 한다거나 그날 현장에서 영화의 많은 부분이 이뤄진다거나....
김태우: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침에 대본이 나오고 술을 먹을 때 진짜로 먹고 연기하고 머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본이 아침에 나오긴 하지만 상황이나 그 신에 대한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술 역시 실질적으로 연기에 도움이 된다면 배우 본인이 알아서 먹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거지 감독의 의도가 직접적으로 크게 현장에서 작용되는 건 아니다. 배우를 잘 다룬다고 하는 편이 맞을 거 같다. 사전에 상당히 많은 대화와 논의를 하는 스타일이다. 그걸 통해서 배우들이 각각 갖고 있는 특성이나 말투 이런 걸 미리 다 점검을 해 놓는다. 그전까지 배우 스스로도 발견 못 했거나 하는 부분을 끄집어 내 영화 속에서 표현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기 때문에 감독을 믿고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촬영 동안 힘들지 않았느냐는 주위의 걱정과는 달리 오히려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

성현아: 사실 영화적인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나의 경우에는 어려우면서도 쉬었던 거 같다. 작은 부분 디테일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면서도 내 자신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러한 감독의 스타일을 충실하게 따르다보니 많은 도움이 됐다. 또 순간적으로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힘, 다시 말해 순간집중력이라 말할 수 있는 경우를 감독으로부터 많이 배웠다. 다른 영화에 요긴하게 써 먹을 거 같다.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불특정 다수 모두에게 먹히는 그런 종류의 영화는 아니다.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묻더라. 배우들은 시나리오 또는 영화를 완전하게 이해하고 촬영에 임하는지 말이다.
김태우: 글쎄다. 모든 영화가 모든 관객을 충족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렇게 되지도 않고....무책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고 영화라는 게 너무나도 기호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모든 분들을 만족시키기엔 힘들다는 거다. 물론, 그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면 좋겠지만.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오래전부터 내 자신이 홍상수 감독의 마니아라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어떤 상황에 맞부딪힌 일상적인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고 연기자들의 연기 또한 거기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한 전적인 이해, 달리 말해 어떤 큰 목적이나 인지를 가지고 영화에 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메시지가 뭐고 이 영화는 어떤 거를 전달해줘야 한다는 등 뭐 그리 큰 고민을 가지고 촬영에 임하지는 않았다.

성현아: 우리가 살고 일상도 전부 다 이해하고 지나가는 건 아니다. 감독의 말마따나 그러한 조그만 일상의 조각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되는 거라 본다. 물론, 유지태 김태우 선배와 나 이렇게 셋은 그날그날의 상황을 이해하려 충분히 애를 쓴다. 그러면서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진다. 그 가운데 이해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는 부분이 같이 공존해 있다고 본다. 지금 우리네 삶이 그렇듯이 말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역시 건조하게 그려지긴 하지만 이전의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대담하다면 대담할 수 있는 노출신이 등장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언론의 속성상 그 부분만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을 거라 본다.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
김태우: 기분이 나쁜 적은 없다. 다른 영화의 배드신과 크게 차이점을 두고 싶지도 않고. 그리고 그런 질문을 많이 하는 게 내가 볼 때는 다른 영화는 배드신 그 행위자체에만 중점을 두는 데 반해 홍상수 감독의 영화의 경우는 배드신의 리얼리티, 즉 대사라든지 시선 같은 것들을 많이 신경 쓰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묻는 게 아닐까 싶다. 여튼, 지금 커피숍에서 영화에 대해서 나누는 다른 질문들과 별반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성현아: 나 역시 선배와 같은 생각이다. 그러한 질문이 언짢게 와 닿은 적은 없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자꾸만 보고 읽어봐도 참으로 뉘앙스가 묘한 문장이다. 홍상수식 작명에 어울리는 제목이라 본다. 개인적으로들 이 제목의 말마따나 ‘여자는 남자의 미래’라 보는가?
김태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맞다! 개인적으론 맞는다고 생각을 한다. 반대로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도 맞다고 생각한다. 사과 쥬스도 맛있고 포도 쥬스도 맛있는 것처럼 양쪽 다 옳은 말이라고 본다.

성현아: 제목을 보면서 그 미래라는 게 뭐 어떤 행복이나 불행의 느낌을 표현한 게 아닌가 싶더라.
어쨌든, 남자가 주체든 여자가 주체든 어떤 가치관을 의미하는 말이기 때문에 굉장히 좋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어떻게 보면 좀더 나은 관람이 될 수 있을지 한마디 부탁드린다.
김태우: 음.............머리로 보려 하지 말고 그냥 눈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봤으면 한다. 그게 편안하고 재밌는 감상이 될 거라 본다.

인터뷰: 서 대원 기자
녹취 및 정리: 서대원 최동규 기자
촬영: 이 기성 피디

8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15
qsay11tem
인터뷰 인상적   
2007-08-09 21:16
kpop20
기사 잘 읽었어요   
2007-05-27 11:21
ldk209
성현아.. 왜 이리 싼티가 나보이지....   
2006-12-28 00:06
js7keien
날것을 먹은듯한 이 느낌은 왜일까?   
2006-10-02 09:41
a1046
서로.. 미래에 만나게 되는 사람이 미래가 되는거죠.^^   
2005-02-15 18:54
soaring2
김태우씨는 참 꾸준히 연기해오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2005-02-13 06:57
cko27
ㅋㅋ 재밌는 인터뷰네요. 성현아씨는 아직은 색깔이 없는 배우.. 김태우 역시.   
2005-02-0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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