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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는 돈 7000원이 분명 아깝지 않은 영화다
<남극일기> 임필성 감독 인터뷰 | 2005년 5월 25일 수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임필성 감독은 덩치가 좋다. 그리고 덩치 값을 한다. 자신의 덩치만큼이나 큰 소재와 주제, 로케이션 장소를 관장하며 한국영화 지형도에 있어 초짜배기 감독으로서는 도달불능점에 가까운 작업을 단단한 고집으로 돌파해 일궈냈다.

인터뷰 당시에도 임필성 감독은 덩치 값을 한다. 가냘프기 짝이 없는 의자에 거구의 몸을 의탁하고 흔들의자가 아님에도 상반신을 뒤로 젖힌 채 의자를 고문. 뒤로 자빠지지 않으실까 하는 실로 영화에 버금 없는 가공할 만한 서스펜스를 연출. 본의 아니게 무비스트 취재단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제공했더랬다.

여튼, “유지태가 범인이다!”라는 되도 않는 ‘구라’가 난무하는 와중 임필성 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남극일기>가 돈 7000원에 값하는 영화임을 거듭 강조했던 임필성 감독....
확실히 덩치 값 하는 감독이었다.

서대원 기자(이하 서): 일단, 입 좀 풀고 본격적으로 들어가자! 혹 씨네21의 정훈이 만화 아는가? 거기 주인공인 남기남 감독이랑 좀 비슷한 거 같은데...ㅎㅎㅎ
임필성 감독(이하 임): 으하하하! 뭐 오다가다 듣는 말이다.

서: 또 <남극일기> 제작사 싸이더스 픽쳐스의 차승재 대표와 임필성 감독이 좋아해 마지않는 피터 잭슨이랑도 닮았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임: 역시 뭐 종종 듣는 편이다. 뉴질랜드에서 피터 잭슨 직접 만났을 때도 농담으로 그런 이야기했고.

서: 그래도 그들에 비하면 영계니까 힘내시길 바란다.
임: 하하하! 알았다.

서: 그나저나 금방 애기했듯 피터 잭슨을 직접 만나봤는데 어땠나?
임: 그때가 <반지의 제왕3> 작업하고 있을 땐데, 생각보다 훨 소박하더라. 맨발로 다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이런 저런 영화 얘기를 하니까 자기도 재밌는지 약속된 시간보다 더 길게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그냥 예의상 날리는 멘트겠지만 한번 놀러 와라! 그러더라. 영화의 대가를 만나 기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서: 그의 영화를 상당히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임: 모든 작품을 좋아하지만 특히 <천상의 피조물(Heavenly Creatures)>을 가장 아낀다.

● <남극일기>라는 영화 자체가 나의 본질이 돼 버린 거 같다.

서: 솔직히 지금 심정이 미지의 영토인 남극에 처음으로 발을 내딘 민재(유지태)의 심정일 거 같다. 기대 반! 두려움 반!
임: 의외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젠 그냥 무덤덤하다. 기대나 두려움을 갖기에는 너무나 많은 과정을 겪어서리....그러니까 어떤 원액을 달달달 끓이다가 솥까지 다 태워 먹은 느낌이랄까.

서: 그래도 나름 고심되는 부분이 있을 텐데
임: 반응들이 예상했던 대로 극명하게 갈려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근데. 어차피 관객이 가장 냉정한 평가를 하는 분들이기에 그들의 시선, 그들이 어떻게 볼까 그 부분이 걱정이라면 걱정이다. 또 지금까지는 예매율이 좋아 다행이지만 <스타워즈3>랑 만났을 때 어떨지, 그런 정도. 여튼, 지금 내 심정은 무덤덤한 편이다.

서: 관객의 시선이 궁금하다고 한 만큼 일반시사회의 폭발적 증가와 인터넷의 무한한 확산으로 개봉 전 줄기차게 올라오는 <남극일기>에 대한 평가들을 봤을 거다. 아쉽게 와 닿는 평도 많았을 거라 보는데 어떤가?
임: 그런 거 같다. 취향에 따라서 좋고 나쁨이 갈리는 영화라는 점, 분명 인정한다. 하지만 영화자체에 대한 완성도나 어떤 만듦새에 대해서 자신이 기대했고 보고자 했던 영화가 아니라고 해서 심하게 폄하하거나 아무 말이나 막 쓰면 안 된다고 본다.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서: 예를 들자면.
임: 어떤 게시판을 보니 <남극일기>의 송강호 유지태씨가 이렇게 한심한 연기를 한 건 처음이라고 써 놨더라. 또 이렇게 좋은 소재를 왜 미스터리 따위로 풀어냈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글도 봤고. 영화자체에 동의가 안 되는 건 좋은데 인신공격적인, 그러니까 한심하면 왜 한심한지 어떤 근거를 간단하게라도 제시해주면 좋을 텐데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의 취향과 다르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영화와 배우를 사정없이 깎아 내리는 건 잘 이해가 안 간다.

서: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선 여러 모로 속상한 글들이 많은 게 사실일 게다.
임: 나 역시 저널의 입장에서 글도 써 봤고 기자도 했고 방송작가도 하고 그랬지만 적어도 어떤 텍스트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물론, 객관적 평도 있고 좋은 비판의 주관적 글도 많지만 그런 부분은 조금 안타깝더라. 단편이후 이 영화 준비 때문에 내가 매체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바뀐지 몰랐는데 만든 사람한테 상처를 줄 수 있는 그런 측면이 많이 생긴 거 같다.

서: 그게 인터넷의 속성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1999년 남극 횡단에 도전했다 좌절한 허영호 대장의 다큐멘터리를 접한 뒤 당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 들었다. 영화가 개봉되는 이 시점까지 장장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숱한 난관에 봉착했음에도 허영호 혹은 최도형 대장처럼 당신을 여기까지 이끈 그 열정 혹은 광기의 요체는 대관절 뭔가?
임: 재밌는 어떤 단편영화의 소재가 있지 않을까 하고 아이템을 찾기 시작한 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근데 너무 많은 반발을 겪다 보니..

이 얘기 자체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본질이 돼 버린 거 같다. 최도형이라는 캐릭터도 내가 그리고자 하는 하나의 인물로 시작을 했지만 어떤 시점이 지나니까 내가 본질적으로 최도형을 이해하게 되더라.

서: 이성적 논리가 아닌 감정의 동화 또는 합일이 일어난 거 같다.
임: 영화를 본 후 그런 말을 하지 않나? “최도형이 왜 그곳에 그렇게 가려고 하는지 집착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난 그게 이해가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이해가 잘 안 간다. 영화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집착하고 노력하는 건 탐험대가 어떤 지점을 등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같다고 본다. 기자가 훌륭한 글을 쓰려고 고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그 누구도 그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없다고 본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초야 있겠지만...어쨌든, <남극일기>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영화가 됐고, 이걸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없을 만큼 절박한 모티브가 있었기에 그랬던 거 같다.

● <남극일기>를 좀 독특한 상업영화라 봐 주면 좋겠다

서: 시쳇말로 “너 똘아이 아냐? 미쳤다고 거기까지 가 영화를 찍냐?”하며 만류한 사람 많았을 거 같다.
임: 감독들이야 재밌고 흥미로운 소재라며 말리지 않고 여러 모로 도움을 줬다. 하지만 영화를 현실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에 놓인 사람들, 이를테면 프로듀서들의 경우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제작사도 세 번이나 바꿨고, 프로듀서 역시 일곱 번이나 교체됐던 게 아닌가?
임: 그렇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새로웠던 한국영화들. 다시 말해, 한국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혔던 영화들치고 제작초기에 어려움이 없었던 영화는 별로 없었던 거 같다. 사석에서 애기한 적도 있지만 초반에 이 영화 힘들다고 말렸던 모 프로듀서의 경우 한창 작업 중인 어떤 영화와 비교하며 <남극일기>도 쉽지 않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뭐 그러며 나에게 여러 번 얘기했다. 그런데 그 비교한 영화가 나중에 대박이 난 거다 .(웃음) 그런 식의 예가 아마도 숱하게 있을 거다. 내가 영화를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한 11년 정도 한 것 같은데, 언제나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영화들 주변에는 수많은 말들과 우려와 억측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또......

억!......

극도의 긴장감을 무비스트 취재단에게 본의 아니게 제공한 임필성 감독의 아찔한 자태!
극도의 긴장감을 무비스트 취재단에게 본의 아니게 제공한 임필성 감독의 아찔한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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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자빠질 뻔 하셨다. 괜찮나?
임: 하하하. 괜찮다.

서: 그럼 계속해서 말해달라
임: 어....그러니까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더 세게 나갔어야 되지 않았냐?” 그런 충고들이 가슴에 와 닿고 아프지 “<남극일기>가 너무 색다른 시도를 해서 그게 약점이 될 거다.” 그런 말들은 사실 좀 의아하다.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대중들과 좀더 원활한 호흡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머리도 굴려보고 영화를 흥미롭기 보이고자 장르적인 요소의 최소한의 배려를 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좀 독특한 상업영화라고 봐 주시면 좋겠다.

서: 헌데, 처음부터 이러한 미스터리나 서스펜스가 느끼지는 드라마를 구상했는지 모르겠다. 시나리오가 10고까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와중에 크게 바뀐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임: 우선, 기본적으로 나의 정서가 어둡고 호러적인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많았다. 초반 시나리오는 훨씬 짧고 헤비했다. 지금도 무겁긴 하지만 그래도 상업영화라는 측면 때문에 그런 걸 가미하느라 시간도 많이 걸렸고 초반에 비하면 여러 모로 영화의 세기가 덜 한 편이다.

서: 호러 얘기가 나와서 묻는데 당신은 수년 전 영화 월간지 키노 좌담을 통해 남극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존 카펜터의 <괴물(The Thing)>을 가장 좋아하는 B무비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남극일기>와 다른 영화지만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거 같다.
임: 영향은 당연히 있을 거다. 존 카펜터의 <괴물>은 실제로 남극이 배경이고 제한적인 인물이 나오는 영화이기 때문에 참고차 여러 번 봤다. 시각적인 효과가 어떻게 영화를 운반하는지 그 점 역시 눈여겨봤고. 영화의 주제적인 면이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괴물이 나와는 영화라 참고할 게 별로 없었다. 오히려. 큐브릭의 <샤이닝>을 보며 많은 고민을 했다. 대감독의 그림자라도 따라가 볼까 욕심내보기도 하고 말이다.

서: 찍어보니 대감독의 그림자라도 따라갔던가?
임: 하하하 막상 찍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감독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게 다르더라. 찍어보니까 리듬이나 정서 자체가 되레 존 카펜터의 <괴물>이랑 비슷한 거다.

서: 어떤 면에서
임: 그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어둡고 드라이하고 영화의 사이즈도 잘 활용하면서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는 호흡을 가지고 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괴물>을 본 분들한테는 <남극일기>가 유사한 인상을 주지 않을까 싶다.

서: 결국, 샘 레이미의 <이블데드> 피터 잭슨의 <데드 얼라이브> 미이케 다카시의 <오디션> 등 끝장을 보자는 식의 비주류 정서를 박력있게 밀어붙이는 B무비들을 선호하는 마이너적인 당신의 취향이 본의 아니게 <남극일기>에 녹아나 있다 볼 수 있겠다.
임: 당연 그럴 거다. 이번 영화를 공개하면서 많이 느끼는 게 아까와 비슷한 얘기지만 서로 다른 시각에 따른 편견의 골이 생각보다 훨 깊다는 사실이다. <남극일기>를 지지해주고 재밌게 보신 분들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 굉장히 노멀하고 기존의 가치관에서 통용되는 영화를 지지하는 분들 역시 많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면 완전 무시하는, 오바해서 말하면 백인우월집단이 흑인을 보는 시각, 그런 느낌이 들 정도의 주장은 정말 불편하다.

서: 세상사 모든 게 늘 정도 문제인 거 같다. 매사 모든 문제에 있어 균형을 보이기란 정말이지 힘든 거 같다.
임: 영화라는 것 자체가 다양하고 수많은 텍스트를 함의하고 있기에 매력적인 매체다. 그런데 그러한 영화의 장점을 한 가지 시선에 맞춰 모든 재단하려는 더 넓게 보자면 문화를 다루는 사람들 중 파쇼적이라 할 수 있는 극단적 보수관을 내비칠 때가 있는데 너무 싫다.

내가 영화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존의 가치나 룰에 순응하지 못했기에 선택한 측면도 있다. 앞으로도 그러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전복적일 수 있는 시각을 유지하며 확장된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다.

● 그래서 피터 잭슨 영화가 재밌는 거다.

서: <샤이닝>의 잭 니콜슨과 <남극일기>의 최도형이 그러하듯 임필성 감독 역시 돌아버리기 딱 좋은 환경에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뉴질랜드 촬영기간 동안 당신을 돌아버리기 한 그 실체는 무엇이었나?
임: 으하하하!
뭐, 이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이상한 아우라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니까 굉장히 한정된 인물과 공간이 나오는 영화고 기술적으로 복잡해 많은 사람들의 능력이 필요한 영환데 영화의 내러티브와 마찬가지로 중반 이후 힘들어지는 과정이 있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와 한국 스텝 간의 갈등도 생겼고 시스템이 다른 데서 오는 오해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시간이 지나니까 힘들지 않더라. 더 중요한 건 영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제작비가 소모되고 중요 스텝들이 다른 영화에 가야 되는 상황이 생기면서 고통스런 순간이 온 거 같다. 가장 중요한 장면을 찍어야 할 때 정말 한계점에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몸이 너무 안 좋아지고 건강이 허락치 않으니까 만사가 귀찮아지고 모든 게 힘들게 느껴졌다.

서: <역도산>의 송해성 감독도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외국 스텝과의 협업은 충돌을 빚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역시 금방 말했듯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임: 그러니까 그런 거 같다. 한편으로는 나름 해외촬영의 경험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 썼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굉장히 상처를 받았다. 뉴질랜드 스텝들이 이런저런 나의 어려운 요구에 한국감독들이 스텝의 고생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 한국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하는 식으로 오독해서 인신공격하는 기사도 봤는데 잘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다.

서: 어떤 점이 그렇던가?
임: 그들이 나쁘다고 애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시스템과 우리의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자리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들은 일 년에 5편정도 밖에 찍지 않는다. 어떤 누군가가 제작부장을 한다면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하는 거다. 그러다 보니 미래에 대한 꿈도 없고 같은 일을 수십 년 동안 일하면서 공무원적인 마인드로 생활하는 거다.

서: 칼퇴근적인 마인드....
임: 한국은 사실 신인감독이 받을 수 있는 연봉이라는 게 박봉 수준 아닌가! 게다 4.5년에 한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나 스텝이나 열심히 하는 것은 한국은 한번 조감독이면 10년 동안 조감독 하는 게 아니잖나? 좀 더 나은 미래가 있기에 지난한 과정을 꾹 참고 견디는 거다. 최고의 위치를 가기 위한 ‘투쟁의 과정’. 그런 과정이 있기에 한국영화가 에너지틱한 지형도를 형성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다. 만약에 뉴질랜드나 일본처럼 직책의 변화 없이 일로만 안정적인 패턴이 일상화됐다면 지금처럼 힘이 넘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주목받는 한국영화는 나올 수 없다고 본다.

서: 그래도 배울 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임: 물론, 안정적인 시스템이나 철저하게 대입하며 움직이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측면이 더러 있는 우리가 배울 점이다. 근데 그 시스템이 특별하게 우수하다거나 영화를 위해서는 절실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건 그들의 시스템일 뿐이다. 한번은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라 뭘 요구했더니 그들은 되게 당혹하게 받아들이더라. 일하기가 피곤한 거다.

그러면서 말하더라 뉴질랜드에서 이렇게 영화를 찍는 감독은 피터 잭슨뿐이라고. 그래서 웃으며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피터 잭슨영화가 재밌는 거라고...

서: 하하!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임: 영화에 있어 감독의 최소한의 부분이 유지되지 않으면 파워풀하고 생동감 있는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고 본다. 감독이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하고 가도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니까!. 그걸 못 받쳐주면 예상했던 영화 이상은 나오기가 힘들다는 거다. 한국의 시스템을 피상적으로 보는 오해를 안 해줬으며 한다.

서: 비교가 될지 모르겠으나 브리짓 바르도 할매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들먹이며 야만인으로 치부하는 문화의 다름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랑 비스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 거 같다.
임: 그렇다..사실....

서: 역으로 한국에서의 촬영 중 가장 애를 먹은 점은? 거의 노가다 수준이었다고 하던데.
임: 외관상으로는 잘 분간이 안 가지만 한 신 내에 뉴질랜드에서 찍은 분량 양수리, 수원에서 찍은 장면 등 많은 장면이 섞여 있다. 그런 티를 보이지 않으려고 전 스텝과 함께 무단히 고생했다. 정말이지 스텝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완성도를 유지하고자 했던 점. 그게 힘들었다.

● <남극일기>는 돈 7000원이 분명 아깝지 않은 영화다

서: 신인이긴 하지만 차승재라는 화끈하게 밀어주는 제작사의 대표가 뒤에 있고 해서 큰 마찰은 없을 거라 예상된다. 그래도 장편에 입봉하는 감독이고 송강호 역시 당신과 막역한 사이긴 하지만 그는 후반작업시 편집실에 자주 드나드는 배우로 유명하다. 의견 차이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임: 싸이더스가 감독에게 상식이하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거나 말을 바꾸는 제작사가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감독의 요구를 백업하고 지지해준다. 서른 한편의 영화를 해오면서 작품의 퀄리티와 함께 흥행도 아슬아슬하게 지켜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나처럼 독특한 취향을 가진 감독들한테 싸이더스만큼 괜찮은 회사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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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송강호씨 경우는?
임: 강호형 같은 경우는 편집실에 자주 오고 의견도 서슴없이 내긴 하지만 자기 장면을 넣어달라고 하는 게 아니게 빼달라고 하는 스타일이다. 영화에 도움이 안 되고 연기도 별로라며 말이다. 그런 배우 흔치 않을 거다. 물론, 부담될 때도 있긴 있다. 그렇지만 그리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결과적으로 영화에 도움이 됐고 너무 좋았다.

서: <남극일기>는 마케 비용을 합쳐 80억이 넘는 대작이다. 장편영화에 입봉하는 감독으로서는 꽤나 부담되는 액수고, 신인감독으로서는 도달불능점에 가까운 고집과 패기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이렇게 단편영화에서 어렵사리 장편으로 왔는데 그 느낌을 듣고 싶다.
임: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근본적으로 같지만 매체가 갖고 있는 특성이 완전 다르니까 느낌이 확실히 다르긴 하다. 뭐 시와 장편소설, 단행본과 백과사전의 차이이라고나 할까?. 양도 양이고 질도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지만 4.5년의 과정이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서: 맞는 말이다. 사실 단편에서 끗발 나게 인정받아도 장편에 오면 죽을 쑤는 경우 허다하다.
임: 그 갭이라는 게 보는 것보다 상당히 커서 단편시절 잘 했던 감독도 장편으로 오면 힘들어 한다. 장편영화는 가장 중요한 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떤 전법을 가지고 관객을 설득시키고 싸울 건인가? 그 점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난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 거다.

서: 돈에 대한 부담이 적잖이 태클로 작용했을 텐데..
임: 예산에 대한 부담 역시 없다면 거짓말이고 단, 부담에 치어서 내가 갈 길을 잃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어떤 아수라장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내가 밑그림을 그린 대로 가고자 노력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목표는 내 영화를 본 사람 중 열에 다섯 정도는 재밌게 봤으면 한다는 거. 그 정도면 난 더없이 만족할 거 같다. 그러면서 영화적인 퀼리티를 단편감독들이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투영해 끌어올린다면 큰 예산이 들어가는 장편영화의 감독은 거기다 프로로서의 책임감도 요구된다.

돈을 내고 봤을 때 그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

● 탐험대처럼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도 재밌게 볼 수 있다고 봤다.

서: 그 의무, 일단 본 기자에게는 먹혔다. 영화의 묵직한 밀도감을 긴장감 넘치게 끝까지 지속적으로 유지시켰다는 점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말한 대로 그 남극이라는 공간에 위치해 탐험대와 함께 사투를 벌이는 체험을 했다 볼 수 있다. 이 같은 영화의 분위기를 창출하고 끌어가기 위해 가장 고심한 부분은 뭐였나?
임: 구체적으로 애기하자면 관객들이 공감각적인 감각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를 원했다. 남극의 시선이기도 하지만 관객의 시선 같은 컷들을 계속 배치했다. 보는 사람들이 탐험의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기를 바라면서 연출에 임했다. 그리고 사운드 역시 영화가 주는 고통이나 공포, 추위의 느낌을 관객이 같이 가져갔으면 해 돌비디지털 6.1채널 E.X를 택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또 남극을 뒤덮은 흰색에 다양한 색감을 넣어 변조하려 했다. 흰색이 권태로움이나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그런 요소가 있는데 그게 또 심하게 가면 아예 몰입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것 같아서 말이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그냥 흰색이 아니라 블루나 그린이 있는 흰색이 눈에 많이 밟힐 거다. 석양빛이 더 묻어나는 흰색도 있고. 그런 식으로 낭만적인 흰색만이 있는 게 존재하지 않음을 전해주려 했다.

서: 그러한 영화의 분위기에 적응 못하는 관객들도 분명 있을 거다.
임: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영화 전체의 밀도감을 높이고자 한 컷 한 컷에 상당히 집요하게 집착했는데 그러한 무겁고 숨 막히는 요소에 동참을 못하고 중간에 포기해버릴 관객들이 존재할 거란 생각 분명한다. 하지만 역으로 그건 또 이 영화가 줄 수 있는 엔터테인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더 무서운 것을 찾아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남극일기> 또한 역설적으로 새로운 재미로 다가설 수 있을 거다. 그런 면에서 맘 편하게 에어콘 시원하게 나오는 극장에서 보면 더더욱 내가 생각한 느낌이 배가돼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

서: 기자회견 당시에도 나온 말이지만 사운드 문제 그게 참 난감한 문제다. 눈 밟는 소리, 바람소리, 거친 숨소리, 송강호가 배터리 씹어 먹는 소리 등 영화의 상당 부분을 후시 녹음하면서까지 신경 썼고, 다른 사운드를 죽이면서까지 노력을 기울였는데 일반시사 때도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말들이 적잖이 있더라.
임: 그 점에 있어 사운드 슈퍼바이저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전주영화제때는 극장의 환경이 좋지 않아 정상적인 관람이 힘들었고 그 이후에 나오는 말들에 대해서는 글쎄다. 기자시사 이틀 전까지 더빙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했는데...

<남극일기>는 영화교과서에 나와 있는 사운드의 볼륨법칙을 어기면서까지 잘 들리도록 배려된 영화다. 그렇다고 남극인데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안 되고. 아마도 내 생각에는 안 들리기보다 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초반에 비해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덜 나오는 편이다. 영화를 좀 더 능동적으로 보려고 하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릴 거다. 대사톤이나 억양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배우들이기도 하니까. 특히 부대장 역의 박희순의 경우는 실제로도 목소리가 작고 대사를 작게 해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TV 드라마 식으로 본다면 당연 피곤할 거다. 잘 안 들리고. 그런 기호의 문제가 존재하는 거 같다. 여튼. 기술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 또 영화의 시선의 주체에 대해 말들이 많다. 남극의 시선이냐? 제3의 시선이냐? 사실, 문제는 그러한 시선의 실체보다는 효과적으로 쓰였냐 아니냐 그게 문제일 게다.
임: 서기자가 아까 말했듯 내가 설정한 건 남극의 시선이다. 남극이라는 게 무형의 존재이기 때문에 전지적으로 하늘에서 볼 수도 있는 거고 옆에서 가까이 볼 수도 있는 거고 그건 또 한편으로는 관객의 시선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텐트 밖에서 탐험대를 바라볼 수도 있는 거고. 전지적인 위치에서도 볼 수 있는 거고....

서: 그렇게 말하니 더 헷갈린다.(웃음) 정리해서 말한다면
임: 관객들이 탐험대를 굉장히 주관적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일반적인 영화의 안정된 시선보다는 탐험대처럼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도 재밌게 볼 수 있다고 봤다. 기존 영화의 문법대로 보자면 파격이고 엇박자다.

그러니까 혼선을 빚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언어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잖나?. 오히려 관객들은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거 같다. “아 무섭다. 도대체 누가 쳐다보는 거지?” 그냥 원초적으로 바라보면 영화의 긴장감이나 공포감을 줄길 수 있는데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고 보면 역으로 많은 것을 놓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서: 같은 맥락인데 최도형의 열정이 점점 광기로 변해가는 그 실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물론, 당신의 말대로 광기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단, 이런 생각은 해봤다. 아들에 대한 죄의식을 뺐으면 낫지 않았을까?
임: 음......이 영화를 더 가깝게 이해하고 좋아해주신 분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오히려 아들의 존재를 부각시킴으로써 괜한 혼선이 생기고 영화가 주려고 했던 순수한 밀도감을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들. 분명 일리 있는 말이다.

서: 그 부분에 대해 나름 고민했다는 말인가?
임: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원래, 초반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도형이 남극에서 안달복달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고 마지막에 아들 이야기가 한번 정도 나올 뿐이다.

서: 그럼 왜 다시금 아들의 존재를 부각시켰나?
임: 남극의 무형의 시선이 도형의 아들일 수도 있다는 구체적인 트라우마를 보여주자. 뭐 그런 계산이었다. 관객들에게 조금 더 전반적인 힌트를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선택이었다. 도형에게는 가장 큰 공포가 남극 자체고 남극은 그의 아들이기도 하고 그런 연상을 하길 바란 것이다. 하지만 장르영화의 전형적인 장치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느낀 분들한테는 부수적인 면으로 와 닿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 <소름>의 윤종찬 감독이랑 대담을 했는데 그분 역시 그런 말을 하더라. “전체적으로 영화를 좋게 봤는데 오히려 그러한 장르에 대한 배려들이 더 무섭지 않더라. 평범한 순간들이 더 무섭고 좋았다”고. 그런 지적들은 나한테 좋은 자극이 된다. 조금 더 내가 끝까지 밀고 나가야 되지 않았을까? 그러면 그게 더 도형의 광기를 그리는 데 있어 세련된 게 아닌가? 하는 생산적인 고민을 끝없이 하게 하니까 말이다.

● 눈물을 머금고 과감하게 들어냈다.

서: 좀 민망한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찍은 장면 중에 가장 필이 꽂히는 장면이 있다면
임: 끝부분에 민재가 도달불능점에 도착해 혼자 있는 장면이다. 그 촬영장소가 위험한 지역이었고. 지형적으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아 해가 지기를 한없이 기다리면서 고생고생하며 찍은 장면이다. 영화의 대표적인 이미지라 생각한다. 인간의 고독이나 외로움을 보여주는 이미지. 그리고 막내 민재의 심정이 나한테 너무도 절실하게 와 닿았다. 그 장면을 찍은 것만으로도 뉴질랜드에서의 고생을 보상 받았다고 생각할 정도다.

서: 그렇다면 그 장면...
임: 아!, 말 끊어서 미안한데 저건 애착이 가는 장면이고 좋아하는 장면은 따로 있다.

서: 괜찮다. 뭔가?
임: 강호형이랑 유지태가 싸우는 장면이다. 액션장면이 아닌 굉장히 슬픈 감정적인 장면이라 본다. 오래 찍지 않고 배우들의 집중력에 의해 몇 번에 완성됐다. 강호형의 놀라운 연기나 해석 같은 게 굉장히 좋았다.

서: 사실 그 장면은 질문에 있었다. <전설의 고향>의 “내 다리 내놔!”에 버금갈 만큼 모골이 송연해지는 섬뜩한 대사이자 순간이었다고. 그렇다면 역으로 가장 필이 생각대로 꽂히지 않은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뭐가 있겠는가?
임: 아쉬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많은 장면이 있다. 영화 마지막에 민재가 도달불능점에서 깨어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전에 서울을 배경으로 한 전 대원이 나오는 꿈 장면이 있다. 남극이랑은 비교되는 공간에서 모든 대원들이 살아있는 몽환적인 신이었는데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들어내지 않다가 어쩔 수 없이 나중에 들어냈다.

서: 왜?
임: 일단, 회사에서 영화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러더라! 물론, 난 처음엔 반대했다. 그러다 한번 빼봤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괜찮은 거다. 그 장면이 굉장한 위력을 발휘할 만큼 임팩트가 강한 것도 아니고 되레 감정의 융합이 안 되는 측면이 있어.....
6년 동안 간직한 장면임에도 눈물을 머금고 과감하게 들어냈다.

서: 개인적으로 후회하지는 않나?
임: 지금으로선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왜 좀 더 연출을 잘 하지 못했을까? 대가다운 연출력이 필요했던 부분인데...내 내공의 부족에 대해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서: DVD광이라고 알고 있는데 <남극일기> DVD 판에는 그 장면 외에도 스페셜한 영상을 이것저것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임: DVD 버전을 위해 미리 편집을 해 놨다. 아마도 영화를 풍성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부가 영상들에 만족할 거다. 극장판보다 더 자세한 스토리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 등 각종 정보를 넣을 생각이다.

● 6년 동안 사귀다가 합의 이혼하는 기분이다.

서: 본 기자는 이 영화를 보고난 후 어느 존재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더 나아가 내 안에 있는 어떤 존재에 대한 두려움 역시 생겼고. 그러한 광기에는 슬픔 역시 공존하고 있다는 것 역시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면 임필성 감독은 <남극일기>를 통해 뭘 느끼고 배웠나?
임: 음음음................이렇게 영화를 이 정도로 힘들게 찍어서는 안 되겠다. 우하하하!

나한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될 거다.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완성을 했다는 점에서 되게 시원섭섭하다. 강호형도 얘기했지만 정말 내 내공이 모자라 할 수 없는 것 외에는 다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어쨌든, 이렇게 공개를 할 수 있는 날이 온 게 나한텐 행복한 일이다. 그럼으로써 다음 작품도 할 수 있게 됐고.

6년 동안 정말 진하게 사귀다가 합의 이혼하는 거 같은 기분이다. 그런 점에서 잊을 수 없는 작품이고 재산에 남는 작업이었다 본다.

서: 이른 질문이긴 하지만 차기작은 어떤 영화가 될 거 같은가?
임: <남극일기>를 진행하면서 틈틈이 생각해봤는데 센 불랙코미디부터 아주 헤비한 훨씬 더 장르적인 면이 강한 호러까지 서너 작품을 생각하고 있다. 단편영화 시절 성장영화를 다룬 적이 있지만 정말 따뜻한 낭만적인 성장영화도 떠올리고 있고. 준비되는 대로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이다.

서: 그나저나 이번에는 좀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한다.
임: 물론이다. 이번에는 아무리 오래 걸려도 3년 안에 볼 수 있도록 할 거다.

서: <남극일기>를 보러 올 친구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무 말이나 좋으니 한 멘트 부탁드린다.
임: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남극일기>는 분명히 돈 7000원이 아깝지 않은 영화다.
극장에 오셔서 그간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남극일기>의 풍광도 보시고 공포와 서스펜스를 공감각적으로 줄기셨으면 한다. 송강호를 비롯한 뛰어난 배우들의 호연도 보시고 말이다. 여기에 더해 마지막에 내가 하려고 했던 얘기 메시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다.

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당신에게 “임필성 감독님은 어떤 감독이세요?”라고 물어본다면 뭐라 답하겠는가?
임: 하하하!! 정말 난감한 질문이다.
난 그냥......좋은 감독!

서: 좋은 감독?
임: 어렸을 때 좋은 예술가 감독보다는 좋은 사람이 일단 되자!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이게 굉장히 아이러니한 거다. 연출하는 입장에서 좋은 감독이 되지 못하면 좋은 사람도 못되는 거 같더라.
내가 고생고생 연출하면서 스텝한테 늘 말했던 게..

“현장에서 편하고 기분 좋게 작업하는 감독보다는 결과를 보고 보람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라 본다. 그래야 담에 또 작업할 수 있고 웃으면서 만나수 있지 않냐! 지금 웃으면서 편하게 진행시킬 수 있겠지만 나중에 결과가 비참하면 서로가 만나지 못하는 게 우리의 관계니 잘해보자!”
이렇게 말했다.

서: 음.....멋들어진 멘트다.
임: 그래서 좋은 감독, 동시에 볼 만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 좀 이상하지만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는 감독. 이렇게 말하고 싶고 그렇게 되고자 한다.

서: 도달불능점도 아니고 6년 동안 생 노가다에 다름 아닌 과정을 겪었으니 충분히 그 지점에 도달하리라 본다. 우좌지간 장시간 동안 수고 많으셨고,,,,,마지막으로 스틸 컷 촬영차 몇 가지 포즈 부탁드린다.
임: 하하하! 별 말씀을...그나저나 사진은 어디 가서 찍죠!.....

서: 마땅히 장소가 없으니 그냥 여기 문 입구에 서 주시면 될 듯하다.
임: 원하는 표정이나 포즈 있으면 주저 없이 말해 달라!

싸이더스 픽쳐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왁자, 발랄, 진지 모드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더랬다.

인터뷰: 서대원 기자
사진: 이한욱
영상: 권영탕

17 )
taewoo1000
그래 잘만들었다는건 인정한다... 하지만 지루하다... 어떤장르에도 속하지 못했다... 올해의 라즈베리라고 하고 싶다   
2005-05-2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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