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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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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의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밀애’는 늦은 오후 햇살 같은 답답함이 느껴지는 영화이다. 사랑하는 남편의 또 다른 그녀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격을 받은 후 두통에 시달리는 미흔(김윤진)과 몸만 사랑하되 마음은 절대로 사랑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게임을 즐기는 의사 인규(이종원)의 위험하고 슬픈 사랑이 분륜이란 이름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지지만 이 둘의 사랑을 분륜이 아닌 ‘내 생에 꼭 한번뿐일 특별한 사랑’이라고 하고 싶다.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것이 남아있지 않아 하찮은 일상으로만 채워진 삶을 살아가는 미흔에게 인규의 게임과도 같은 사랑은 하찮게 버려진 자신을 추스리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특별한 사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외도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미흔을 위해 남편은 시골마을로 이사를 와 새로운 삶과 새로운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미흔의 두통은 더 심해져만 가고 그녀의 하루하루는 썩은 나무뿌리가 물을 빨아올리는 것만큼 길고 지리 할 뿐이다. 웃음도 울음도 말라버려 삶에 대한 어떤 감흥도 느낄 수 없는 미흔을 보며 견딜 수 없는 남편은 미흔에게 절규하듯 묻는다.
“내가 어떡해 해야 되니?, 나도 할 만큼 했다구” “삶이 하찮아. 하찮아서 미칠 것 같애. 사람이 왜 허무해지는지 아니? 삶이 하찮기 때문이야 마음을 누를 극진한게 없기때문에…”
전경린의 소설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마음을 착 가라앉히는 이 부분이 어떻게 각색이 될지 어떤 분위기에서 연기가 될지 궁금했다. 그 부분은 김윤진의 물기를 배제한 텁텁한 목소리로 말해지며 주인공 미흔의 막막한 슬픔을 오롯이 표현해 주고 있다. 바닥에서 깨져버린 채 나뒹구는 그녀의 말들은 황혼의 붉은 빛 속에 묻히면서 둘의 마음을 막다른 골목으로 다다르게 한다. 커다란 상처를 받은 미흔의 삶보다 그 상처가 회복될 수 없다는 그녀의 말이 더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이 장면. 우울한 영화의 분위기와 주인공 미흔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장면 같아서 베스트 컷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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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8일 목요일 김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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