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랜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한 노래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세 아들들은 광대가 죽던 날 함께 모여 밤을 새워 웃어대었다 하죠.
웃으며 떠난 첫째 그 어느 날 웃으며 마을로 돌아와 세상의 모든 병들 그 모든 것 한 손에 고칠 수 있다고
수술을 할 때마다 벌려진 가슴속에 아무도 알지 못할 숨막힌 웃음들을 하나둘씩 심어놓고 그 날이 올 때마다 병이 나은 환자들은 커다란 고통속에 웃지
이 노랜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한 노래 그 두번째이죠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세 아들들은 광대가 죽던 날 함께 모여 밤을 새워 춤을 추었다 하죠.
춤추며 떠난 둘째 그 어느날 춤추며 마을로 돌아와 세상의 모든 마을 그 모두를 한번에 가질수 있다고
전쟁을 할 때마다 이름모를 젊음들 아무도 알지 못할 빛나는 총탄 속에 하나 둘씩 쓰러지고 그 날이 올 때마다 자식 잃은 부모들은 커다란 고통 속에 춤을
이 노랜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한 노래 이젠 마지막이죠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세 아들들은 광대가 죽던 날 함께 모여 밤을 새워 눈물 흘렸다 하죠.
울면서 떠난 셋째 그 어느날 울면서 마을로 돌아와 세상의 모든 노래 그 모두를 한 몸에 담을 수 있다고
노래를 높이 부르는 때마다 그에 취한 사람들 아무도 알지 못할 슬픔의 외침 귓 속에 남아서 하나 둘씩 귀가 멀고 그 날이 다시 돌아올 때마다 노래 잃은 청중들은 커다란 고통속에 울지
기억해 모두다 오늘 하루만은 광대의 춤사위를 세상의 어떠한 서러움 죽음도 그냥 잊히진 않네...
-패닉의 '그 어릿광대들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중...-
한바탕 놀이가 벌어지고 있는 한 양반집...
외줄타기와 마당놀이가 한바탕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한 남자와 여자로 보이는 사내가 신명나게 놀고 있다.
장생과 공길... 그들은 최고의 파트너이자 콤비였다.
하지만 양반들이 공길을 노리개용으로 사용하는데 불만을 느낀 장생은 공길과 함께 남사당패를 빠져나온다.
그리고 향한 곳은 한양... 사람은 큰 곳에서 놀아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이들은 한양의 명물인 육갑이 이끄는 남사당패에게 도전장을 걸고 한바탕 대결을 펼친다.
승리한 장생과 공길은 육갑 일행에게 제안을 하게 된다.
이 판도 작으니 더 큰 판을 벌려보자는 것...
여기도 왕, 저기도 왕... 왕(연산군)을 펌하는 백성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쩍한데 이것을 마당놀이로 해보자는 것.
그들의 풍자는 제대로 먹히고 백성들에게 큰인기를 얻었으나 이를 지켜보던 신하 처선이 그들을 의금부로 붙잡아 들인다.
절대절명의 위기... 장생은 다시 처선에게 또 다른 제안을 한다.
우리가 왕을 웃겨보겠습니다!
과연 그들은 왕을 웃겨보일 수 있을까?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노비만큼이나 천한 계급이 아마도 바로 이 광대들이 아닐까 싶다.
광대 혹은 삐에로... 서양이나 우리나 광대를 보는 시선은 높지만은 않다.
이 작품에서도 광대는 천한 사람들 중 하나이다.
이준익 감독은 연산군이라는 실존인물에 광대가 개입하는 소재를 사용하였다.
물론 이 작품은 김태웅 연출의 연극 '爾(이)'에서 일부 소재를 이용하였다.
바로 공길이란 광대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왕을 웃기라는 위험한 미션이자 게임에 참여한 이들 광대들은 연산군의 신임을 얻게되지만 신임을 얻을 수록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게 된다. 일부 간신들의 비리가 광대들의 마당놀이를 통해 밝혀지고 연산군의 어머니에 대한 죽음이 밝혀지면서 점점 궁은 피로 물들이게 된다. 거기에 왕은 처음 첩이었던 녹수에서 점점 공길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여자도 아닌 남자에게 말이다.
사실 이 작품은 그래서 동성애 논란이 어느정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동성애가 목적이 아니라 혼란했던 연산군의 독재시절을 공길과 장생의 눈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이 이 영화의 목적이다.
이준익 감독은 전작 '황산벌'에서도 이미 코믹과 역사를 제대로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투리와 욕설로 이루어지는 대사속에서 진지함을 얼마나 찾아 볼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전작 '황산벌' 보다는 웃음의 강도는 줄이고 대신 허구와 실존 역사를 적당히 이용하였다.
영화에서는 조선시대 외줄타기라던가 마당놀이 예전 방식으로 제대로 재연하였다.
내시들의 움직임을 우습게 형상화하거나 신성한 왕의 모습을 과장되어 표현한 것은 마당놀이 특징 중 하나인 풍자성을 잘 이용한 대목이다. 또한 장생과 공길이 보여주는 외줄타기는 보는 관객으로써는 아찔한 긴장감을 보여주기도 하다.
'황산벌'이 역사성 보다는 웃음에 중점을 둔 것처럼 보인다면 '왕의 남자'는 웃음보다는 진지함을 주무기로 한다.
광끼에 사로잡힌 연산군 역을 맡은 장진영은 영화속에서 잠시 코믹함을 보이지만 역시 광끼에 사로잡힌 연산군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한 연산군 역시 고독한 인물이었음을 보여주는 장면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는데 명장면이라면 연산군이 공길에게 보여준 그림자 놀이였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신임을 얻지 못한 연산군은 극도로 신경질적인 히스테리를 보였고 그것은 바로 연산군을 광끼에 사로잡힌 왕으로 만들게 만든 것이다. 또한 어머니의 그리움은 결국 경극장면에서와 같이 처참한 상황까지 연출하게 된다.
장생역을 맡은 감우성은 정말로 조선시대 광대 다운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점차 드라마에서 영화로 연기영역을 펼치는 배우들 가운데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배우들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던 사람은 공길 역의 이준기이다. 섬세한 모습을 보여주어 정말 여성이 아닌가 의심스러웠을테지만 남자 맞으며 현재 드라마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면서 앞으로의 기대주로도 뽑히고 있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들 강성연까지 포함해서 네 명이지만 진짜 주목할 배우 두 명이 더 있는데 장항선과 유해진이다.
장항선은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 감초연기로 여러 곳에서 감독들에게 적지 않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중견배우이다.
장항선은 여기서도 선 굵은 연기를 펼치는데 그가 맡은 신하 처선은 원로 내시이다. 내시라면 호돌갑스럽고 무개감이 없는 것이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내시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여기서 장항선이 보여주는 처선의 모습은 공길과 장생에게 게임을 제안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연산군의 독제정치를 막으려고 애를 쓰는 충신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유해진의 경우도 분명 영화에서는 감초역활이지만 이 작품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 네티즌은 유해진이 맡은 육갑이야 말로 광대중의 광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코믹함으로 무장하여 관객들을 웃음을 주지만 그 속에서 관객들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져주는 인물이기도 때문이다. (검색을 해보면 유해진 역시 연극무대를 통해 데뷔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광대 맞다!)
장생과 공길이 양반들의 노리개 감으로 활용된데 불만을 느끼고 한양으로 떠나기전 두 사람이 장님 연기를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가 여기고. 여기가 거기인 듯한 느낌의 장님연기는 그렇게 쉬운 연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녹수의 음모로 인해 진짜 장님이 된 장생은 진짜 장님이 되고 나니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렸을 때는 남사당패가 노는것을 보고 그거에 미쳐 눈이 멀고, 왕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파트너를 사랑하는 것을 보고, 그리고 맘이 멀어지는 것에 그것을 못보니 그 만큼 슬픈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앞에 인용한 패닉의 '그 어릿광대들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는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보여지고 이는 우리들도 슬픔을 감추고 웃음을 보이려는 하나의 그저 평범한 광대들이라는 것이다.
그래, 너도 광대, 나도 광대... 우리도 모두 광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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