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멋진 영상들로 가득채워져 있었으나 사실 기대에 못 미쳐 왠지 씁쓸했다.
1년여를 기다린 캐리비안의 모습은 그만큼의 가치를 내지 못했다.
사실 상영시간이 긴 것은 대환영이다.
조금이라도 캐리비안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크나큰 기쁨인데, 왜 그 기쁨의 시간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졌는지, 내 머릿속에 지루하다 라는 생각이 몇대번은 스쳐갔다.
어쩌면 내가 지루했던 것은 이 편의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고 흡수하지 못해서가 제일 큰 이유 같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닌 다른 관객들마저 지루했던건 역시 나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럼 이 안타까운 문제는 짧은 이해력과 몰입력의 관객이 아닌 영화에 있단 것이다.
내 나름대로 느꼈던 건 분명히 전편에서 내가 본 인물들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 인물이 어떤 인물이고 어떤 역할이고 어떤 존재이고 어떤 성격인지 떠오르지 않아서 그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또 이해하기엔 너무나 많은 인물들이었다.
전편, <블랙펄의저주> , <망자의 함>에서 봤던 인물들이 총 출동해서 난잡한 모습이었다.
거기다 추가된 인물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니 지치고 벅찰 수 밖에.
또, 내가 생각해 왔던 인물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보인 그 인물의 행동이나 성격 ,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들이 많아서,
3편은 감독이나 작가가 바뀌었나. ? 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며 많이 들었다.
제일 컸던건 바다의 왕과도 같던 "데비 존스"였다.
그는 바다의 엄청난 괴물인 크라켄의 주인이며 바다는 그의 손과 생각에 의해 좌지우지 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막대했는데, 왜인지 이번편에서는 맨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냥 인간.
우리같은 그냥 인간들에게 맥을 못 추리고 그들에게 압력을 받는 모습만이 나왔다.
같은 감독과 작가라면 왜 한 인물을 통일성있게 그리지 못했나. 그것 또한 우리에게 혼란을 주는데 플러스 요인이 톡톡히 되었다.
내가 이정도였는데, 1편 2편 모두를 극장에서 챙겨본 내가 이렇게 이해가 안됬는데, 3편으로 캐리비안의 해적이라는 영화를 처음 접한 이들은 정말 어땠을까.
어쩌면 그 기쁨의 시간이 그들에겐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아 그리고, 세상의 끝에서라는 이 편만의 멋진 부제목을 걸어놓고, 왜 그것을 완벽한 주제로 잡지 못했는지 너무나 아쉽다.
이야기들이 너무나 복잡하고 난잡해서 예전의 단순했던 캐리비안의 해적이 굉장히 그리웠다.
블랙펄의 저주, 망자의 함 들은 제목에 걸맞는 이야기로 영화의 모든 것을 채웠다.
하지만 이번엔 정작 세상의 끝에서 일어난 일보다 이곳에서 저곳에서 그저 부딪치고 뭐 그냥 그런 모습들이 꽉 자리잡고 있었다. 또한 이 영화를 제일 사랑하는 이유와도 같은 잭 스패로우의 활약 역시 저조하고 잭 스패로우의 특색은 그리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극장을 나설 때 딱 들던 생각은 슬프게도 "지루했었다"였다. 내가 캐리비안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나나 그 누구나 알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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