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그 진한 에스프레소를 닮은 여인 미리암의 여운을 더 오래이 느끼려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난 그만 왼쪽 발을 헛딛기까지 했다.
또 놀란 건 그녀와 이 영화 속 그녀의 남편인 줄 알았던 앙드레가 바로 동거남이었다는 사실이다.암튼 경이로운 영화에의 몰입 무아지경에 스토리까지 착각하는 실수 아닌 실수까지 불사했지만,오랜만에 보는, 톡 쏘는 레몬 티 같은 영화라 나까지 그 행복감에 주저주저하고 말았다.
참 거창한 여름 휴가 아니 기막힌 여름 휴가임에 틀림 없는 것 같다.
미리암 아들로 나오는 숱기 없어 보이면서도 저으기 이성적인 십오세 미소년 닐스의 시종일관 변하지 않는 한결 같은 쿨한 눈빛 또한 새하얀 요트와 잘 매치되는 느낌이었다. 또 한 사람 나의 열여섯 시절을 연상케 하는 열두살 어린 나이지만 나이에 비해 꽤 조숙한 소녀 리비아는 결국 안타깝게 돌연사하지만, 그 나이의 여자답게 거침 없고 불안정해 보이면서도 지극히 솔직순수한 이미지를 온몸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휴가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매력완소남 빌 깅거라는 남자 또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드라마틱한 캐릭터를 완성시켜 주었다. 자유의 나라 미국의곳곳을 떠돌며 수많은 여자들과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를 그저 속물처럼 무의미하게 형성하다 지겨워져, 아니 조금은 남은 양심 덕에 요트에 빠져 사는 한 남자다. 그런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느끼게 되는 미리암은 처음엔 단지 아들애의 여자친구를 보호하려는 의도로 그에게 접근하지만 그녀 자신조차 거스를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리게 된다. 열망하듯 다가가고 자신을 속이지 않는 그녀의 일탈에 나 또한 구경꾼이 아닌, 그녀가 되어 빌이라는 톡특한 남자에게 자꾸만 빠져들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 미리암과 넘 잘 어울리는 녹음 우거진 여름 별장의 전경과 대비를 이루는 너무도 선연한 청록의 바다 위를 가르는 눈부신 화이트 요트까지 이 영화는 곧바로 날 매혹의 휴가지로 안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의 소용돌이가 폭풍우에 요동치는 바다 이상으로 거칠게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감정의 변화에 좌우됨 없이 그저 그녀 가슴 안에서 건네는 속삭임에 충실하려 했던 미리암과 함께 한 아주 특별한 외출이 쉬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믿고 싶다, 내 안의 미리암은 아직 살아숨쉬고 있음을......
미필적 고의래도 좋다. 현재에 내가 열렬히 느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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