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목 Wedding daze는 우리 말로 해석하기도 어렵거니와 <웨딩 데이즈>라는 모호한 제목을 쓰고 개봉하기 보다는 <처음 본 그녀에게 청혼하기>라는 함축적 의미가 담긴 제목을 만들어 늦깍기 개봉을 하는 이 영화는 개봉 시점의 불운과 끝모를 궁금증을 갖게하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전형적인 미국식 코미디 (일명 화장실 유머)가 개봉해서 성공을 거두기 힘든 지금까지의 전례를 비추어 볼 때 최신작도 아닌 작품이, 하필 <프로포츠>라는 막강 전력의 영화가 개봉한 이때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그 자신감은 무엇일까...
<총알탄 사나이>를 필두로 <못말리는 비행사>, <아메리칸 파이>, <에이스 벤츄라> 그리고 <피너츠 송>등 패러디와 미국식 유머가 섞인 영화들의 계보를 잇는 정통 화장실 유머가 곳곳에 숨겨진 B급 빈티지 코믹 코드가 단연 눈에 띄입니다. 어찌보면 지저분하고 웃음을 유도하려는 대사는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합니다만 영화는 나름 진지하게 결혼의 애환과 가족의 사랑을 B급 유머와 결합시켜 최선을 다해 웃기려 노력합니다. 간혹 우리와 웃음의 코드가 달라 언제 웃어야 할 지.. 저게 웃긴가... 라는 자문을 하게도 하지만 시종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여 어떻게든 웃기려 합니다. 어찌보면 길거리 싸구려 농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유머는 미국 서민들의 정서가 담긴 생활속 유머이기에 인간적인 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그들의 정서에선 통하는 유머가 우리에겐 생소한 유머나 장면들이지만 마음을 열고 보면 숨겨진 매력이 되기도 합니다.

<프로포즈>가 화려한 배경과 많은 제작비를 들여 고급스런 코미디로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반면 <처음 만난...>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쓰레기 더미나 인물들의 슬랩스틱 액션, 말장난 (쉽게 말해 돈 안드는 것으로)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내용이나 감동은 다소 약하긴 합니다만 상황 상황, 대사 하나에 미국식 코미디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B급 미국식 코미디 영화에서 언제 웃어야 할 타이밍을 못찾는 관객이라면 목표 수준을 조금 낮춰 빈티지 코미디 한편 감상 한다는 것에 추가해 <아메리칸 파이> 이후 좀 더 성장한 '제이슨 빅스' 와 최근 급성장하는 '아일라 피셔'의 귀여운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보너스라면 아쉬움이 조금 덜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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