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나 드림웍스의 영화를 다 보고 엔드 크레딧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한국계가 꽤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애니메이션만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헐리웃 영화의 CG담당들에도 한국계가 꽤 있으며, 더 나아가면 국내 기업들의 CG실력이나 3D실력도 전세계적으로 최상위수준이라는 것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게 이렇게 디지털기술이 발달한 국가에서 최근 몇년동안 장편 애니메이션, 특히나 메이저급 제작사에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은 거의 없다싶이했습니다. 여기에는 애니메이션을 아동용으로만 여기는 국내 풍토가 한 몫을 했겠죠. 하지만 올해 명필름에서 드디어 도전을 했습니다. 6년간에 걸친 제작끝에 바로 이 <마당을 나온 암탉>을 개봉한거죠!
이 애니메이션은 그 6년간의 제작과정이 아깝지 않은 감각적이고 색다른 영상을 보여줍니다. 캐릭터들의 실제감을 살리면서, 또 다른 주류 애니메이션 제작사(픽사, 드림웍스, 지브리 등등)과는 차별화된, 말그대로 이 영화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영상을 선보이는데요. 극의 따뜻한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 애니메이션의 작품성을 한층 끌어올리는데 공을 세웠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 애니메이션이 다른 애니들과 차이점을 가지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카메라워킹입니다. 주류 애니메이션 제작사, 특히 드림웍스쪽에서 최근 애니메이션의 카메라워킹을 애니스타일보단 좀 더 영화스타일에 가깝게 바꾸고 있는 반면에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의 특징이 살아있고 , 또 일반 애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카메라워킹을 조금씩이나마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서, 각각의 스타일에 장단점이 물론 존재하겠지만 어느정도 색다름과 이 애니만의 정서를 전달하는데 효과를 제대로 준 것 같네요.
이 애니의 또다른 장점이라 하면 바로 캐릭터 하나하나의 특징이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이 애니는 일반 동물 소재 애니에서 볼 수 없었던 말투(사투리 말투)와 톡톡튀는 캐릭터 설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는 타이밍에 맞춰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깨알같은 재미는 바로 이 훌륭한 캐릭터 설정에서 나오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것에만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내러티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편입니다. 극이 전체적으로, 특히 초반부가 상당히 빨리, 또 급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잎싹'의 초반 여정이나 '초록이'의 성장과정, 또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많이 생략된듯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것은 후반부 엔딩의 감동의 강도와도 직결되는데요. 러닝타임을 30분정도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러한 부분을 더 많이 투입시켰으면 엔딩의 감동이 더 배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애니였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단점이 분명이 확실히 존재하는 애니입니다만, 그렇다고 즐기지 못할 수준은 아닙니다. 가족끼리, 특히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 보기에 교훈이나 재미같은 면에서 올해 여름시즌영화중에서 가장 적합한 영화가 아닐까싶고요. 특히나 클라이막스 비행시퀀스의 긴장감이나 흥미도는 꽤나 우수한 편입니다. 3D효과를 남발하는 여러 영화들에서 느낄 수 없는 2D애니만의 정서가 살이있는 보기드문 이 영화를 가족나들이영화로 선택해보는것은 어떨까요?
+ 이 영화가 성공해야 앞으로 계속 애니가 만들어질텐데...
++ 이 영화의 웃음포인트에서 웃지 못할때에는 왠지 씁쓸했네요...ㅠㅠ
+++ 더빙도 괜찮은편! 특히나 박철민씨는...ㅋㅋ
++++ 사진은 언제나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