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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존중하는 포르노그라피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zelis 2000-12-06 오전 10:47:37 2163   [6]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흐릿한 화면으로 담아낸 오프닝부터 독특했다. 다중 노출로 겹쳐보이던 피사체는 관객으로 하여금 비교적 '편한 영화보기' 를 시작케 한다. 흐린 피사체들은 무심하고 무채색적인 느낌으로, 영화속 두 주인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듯 하다. 아니, 어쩌면 두 남녀의 개인적인 이야기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을지도 모른다. (두 남녀가 공존하는 장면의 배경들은 대부분 수직적인 구도로 표현되었다. 호텔의 복도, 그리고 방안의 모습까지. 이는, 두 남녀를 둘러싼 경직된 사회 구조를 의미하며, 결코 이 영화가 사소한 이야기일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렇게 주변으로부터 따로 떨어진 듯한 그곳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두가지 형식을 지닌다. 두 남녀를 인터뷰 하는 형식과 두 남녀의 과거회상 형식이 그것이다. 질문하는 이는 목소리를 제외하고 철저히 배제되는데, 이는 영화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카메라는 두 남녀의 기억들이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인양 포장한다. 특히, 주인공들이 묻는 말에 대답할때 카메라는 가시적이고 과장된 줌인-아웃을 사용함으로써 극의허구성을 어느정도 희석시킨다. (한편으론 줌을 사용한 것이 훔쳐보는 기분을 고조시키는데, 이는 이 영화의 촬영이 지닌 중의적인 모습이다.) 감독은 영화가 가지게 될 메시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영화를 가능한한 현실과 분간 못하도록 하는데에 주력한듯 하다. 또한 그런 노력은, 환영으로써 지니는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는선에서 행해졌다. (앞서 언급한 줌인-아웃의 촬영이 가진 중의적 의미는 이러한 부분을 뒷받침한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여주인공이 "영화에선 이렇지 않다." 는 말을 하며, 극중 인물들의 행동을 영화와 비교하는 장면이 있다는 점이다. 영화속에서'영화' 를 언급하는 것은 관객에게 묘한 희열을 줌과 동시에 그 작품이 관객과 호흡하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나리오 역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두 남녀의 만남들이며, 후반부는노부부가 개입 하면서부터다. 이 영화에선 각각의 만남들이 나름대로의 묵직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장면의 대부분이 두 남녀가 함께 있는 장소를 보여주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둘은 서로의 이름, 직업, 연락처도 모른체 만난다. 이들 사이에선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언뜻 보면 인간 관계에 늘 존재하는 결점이나 난관이 전혀 없을법한 둘의 만남은, 의외로 한없이 약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노부부의 개입은 전적으로 두 남녀만을 다루는 나머지 극에 매몰된뻔한 스토리를 건져주면서 관객을 결말로 이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사실 이렇다할 에피소드는 없기 때문에 이 영화에 일률적인 구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하다.) 캐릭터를 온전히 존중해준다. (촬영과 편집은 두 주인공 외의 피사체는 무시하는데, 이 역시 그런시나리오의 속성을 지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의 행동을 억지스러운 방법이 아닌, 두 남녀의 내면세계에 입각해 서술하고 있어, 요즘 보기 드물게 예리하며 명석한 시나리오라는 느낌을 준다. 두 남녀가 오해(물론, 두 남녀의 대사에 의하면 오해여부는 명확치 않다)로 인해 헤어지지만, 그것이 크게 안타깝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여자는 겉으론 자기 중심적인 것 같지만, 여느때와 달리 상대방에 맞춰 꼬냑을 먹을줄도 안다. 또한 남자는 진부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에게 솔직하다는 점, 서로의 얘기를 듣고 이해하며 존중해준다는 점, 그리고 강요 없이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두 캐릭터는 공통된다. 서로에게 생길수 있는 미묘한 감정(만남의 계기가 남다르니만큼)의 파문들을 비교적 진솔하게 나눌줄 알았던 캐릭터는 두 연기자의 호연으로 빛을 발한다. 두 남녀를 맡은 나탈리 베이와 세르지 로페즈의 연기는 그야말로 '끝내준다'. 대개 빈번한 클로즈업은 배우를 부담스럽게 하기 마련이다. 단순히 얼굴이 크게 나오기 때문 만이 아니라, 배경을 두 인물로 국한시키고, 이는 관객에게 영화가 아닌 실체로써 작용하기 때문이다. 클로즈업으로 채워진 장면을 보며 관객은 영화의 허구성과 현실성 사이에서혼란을 겪게 된다. 그런 관객의 심리를 모두 영화속 이야기로 앗아간 두 배우의 연기는 상당히 진지하면서도 매력적이다.


<포르노 그래픽 어페어>의 흥행여부는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 제목에 호기심을 가지고 볼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이같이 소규모로 개봉된 영화는 '찾아오는' 관객에게 기댈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명 재미있지만 대다수의 관객에게 어필할 것 같진 않다. 달콤한 사랑얘기가 아니라는 점, 유럽영화의 생경함, 배우를 비롯한 제작진의 낮은 지명도등을 그 요인으로 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의 특별함을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포르노 그래픽 어페어> 에는 포르노란 이름이 지닌 왜곡된 성적환타지의 괴물들을 한방에 날려 버릴만한 통쾌함도 담겨 있다. 물론 이는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올바른 시각으로 그동안 뒤틀려 있던 혹자의 세계관을 바로잡는 작업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두 남녀를 통해 제시하는 '인간 존중' 이 '관객 존중' 으로 변모할즈음, 영화는 막을 내린다. 어찌되었건 꽤나 기분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총 0명 참여)
"관객 존중"이라는 말이 참 와닿았네요...^^   
2005-09-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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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래픽 어페어(1999, Une Liaison Pornograph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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