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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한번 모두들, 괜찮아요?
kharismania 2006-03-29 오전 1:44:46 1464   [6]

 가족이라는 것은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특이한 공동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혈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이 예속되어야 하는 운명적인 결속감을 지닌다. 이러한 결속감은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지닐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한 유대감이다.

 

 어쨌든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삭막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안식처인 동시에 달아나고 싶어도 귀속될 수 밖에 없는 감호소와도 같다.

 

 이 영화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수용된 구성원 간의 아기자기한 일상속에서 교차되는 감정들을 세심하면서도 소박하게 잡아낸다.

 

 7년동안 준비를 거듭하고 있는 이름뿐인 감독, 실질적인 백수 상훈(김유석 역)과 무용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뒷바라지를 하는 아내 민경(김호정 역), 그리고 치매에 걸린 천진난만하신 그녀의 아버지 원조(이순재 역), 그리고 상훈과 민경의 똘똘한 아들 병국(강산 역)까지 이 4식구가 이 영화의 이야기를 꾸미는 가족의 구성원이다.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지만 개개인의 특별한 사연을 지닌 이 집안의 사정은 이 영화에 평범한 개성을 부여한다. 사실 이 영화는 다분히 현실적인 무난함을 지닌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한 가정의 묘사는 우리네 가정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일반 중산층 가정에서 보여지는 고민들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느낌이다. 오히려 그러한 현실감이 영화로써의 극적인 감정을 배제하여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입맛에 맞지 않을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감미료같은 영화의 과장된 감정 묘사에 길들여진 관객들이 그런 감미료를 쓰지 않은 순박한 영화의 맛이 입에 맞지 않음이다.

 

 또한 이 영화는 가족간의 갈등의 반목 속에서도 죽지 못하는 끈끈한 정을 과시한다. 관심이 없으면 잔소리도 안한다고 했던 어머니의 말씀. 그것은 바로 가족만이 지닐 수 있는 쓴 정을 대변하는 말이다. 가족이기에 서로 참고 견딜 수 있는 그들만의 사연을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담담함 속에 담긴 진하고 애틋한 그네들만의 정이 눈물나진 않지만 찡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화려한 배우들이 배제되었다. 브라운관에서 조연으로 낯이 익지만 스크린으로는 낯선 김유석과 몇몇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일반관객에겐 낯선 김호정, 잘 알려진 중견배우지만 스크린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이순재까지 이 영화의 캐스팅은 솔직히 영화의 홍보나 흥행에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연기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매끄러운 윤활유와도 같다. 특히나 치매를 앓는 귀여운 노신사 원조 역의 이순재는 영화의 해프닝메이커이면서도 가족간의 소통을 끌어내는 존재로써의 연기를 보여준다. 노장의 여유로운 관록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흐믓하다.

 

 또한 이 영화로 데뷔하는 남선호 감독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것도 흥미롭다. 김유석이 연기하는 상훈이라는 캐릭터는 남선호 감독의 분신과도 같다. 결론적으로 픽션의 틀을 쓴 자전적 에세이같은 영화는 그만큼 진솔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한다.

 

 가족은 아무리 미워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 그것은 혈연이 만든 가장 운명적인 만남으로 맺어진 끈끈한 인연의 굴레니까. 그것이 악연일지라도 가족이기때문에 악연앞에서도 웃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솔직하면서도 소박한 우리 가정의 자화상이며 미워할 수 없는 그들만의 사연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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