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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믿음 자체가 공포 리턴
seahaven 2007-08-11 오후 2:37:48 93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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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꽤 재밌게 본 영화였습니다.

좋은 영화평이 있길래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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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was, 어제 컬처 웁스 동지한테 끌려가 <리턴> 봤다.
오자마자 글 쓰려 했는데 계속 살 떨려서 걍 잤다.
그래도 좋은 스릴러 영화 보여주고 만두도 사줬으니, 고마운 웬수라고나 할까.^^

눈 감고 있느라 3분의 1쯤은 화면을 못봤지만
잘 만든, 훌륭한 스릴러인 거 알아보는 데는 문제 없었다.
현대 스릴러의 고전으로 꼽히는 <양들의 침묵>보다 더 무서웠고,
주제적으로, 특히 문명비판 측면에선 양들의 침묵보다 한 수 위다.
데뷔작이라는 데 일케 영화 잘 만드는 감독, 가~~끔 있다.^^


리턴은 스릴러 영화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킨다.

우선, 긴장을 발생시키는 근원, 즉 소재에서 설득력이 있고 참신하다.
요거는 중요한 이야기니까 뒤에 자세히 쓰고.

이야기 구조상으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성공 요인을 가지고 있다.
첫 장면에서 던진 공포 요인이 마지막 장면까지 스토리의 중심 역할을 잘 하도록 짜여졌다는 거다.

그리고 범인이 누구인가,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혐의가 가도록 요리조리 관객을 끌고 다니다가
범인을 막판에 드러내주는데 그게 말이 되고,
게다가 모든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든 사건에 연결되어 있다.
이거, 스릴러의 기본공식이지만, 기본에 충실하게 시나리오를 쓴다는 거, 쉽지 않다.

연출력 측면에서도 기본기가 충실하다.
상당수의 한국 공포영화들이 찌잉~ 파팟 꽝꽝 하는 사운드로 관객 놀래켜온 것과 달리
(아우 짜증나.. 극장 뛰쳐나가고 싶어..)
리턴은 이야기 자체, 씬의 구성 자체, 카메라 워크, 그리고 적절한 사운드가 함께 모여서 긴장을 발생시킨다.

씬 하나를 예로 들어본다.

당신 마누라 죽여버리겠다고 주인공을 협박하던 주변인물 하나가
오늘은 주인공에게 염장 지르는 전화를 건다.
'당신 마누라가 오늘 낮에 바람 피는 거 봤어.'
그럴 리가 없음을 철썩같이 확신하는 우리 주인공, 퇴근길에 아파트 입구에서 마누라에게 핸드폰을 때린다.
그런데 이 놈의 마누라, 전화를 안받는 것이다.

환한 얼굴로 집안에 들어서서 마누라 이름을 연거푸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웃음이 점점 사라지고 어딘가 미심쩍어지는 남자의 얼굴.
집 안을 은근히 둘러본다. 살짝 열려 있는 안방문..
저 안에 혹시 외간 남자와 함께?? 아니면, 이미 범인이 왔다갔나??
의심과 불안이 주인공과 관객 머리 속에 사악~ 교차하지.
요때 카메라는 주인공 움직임과 시선을 반영하는 핸드헬드, 즉 손으로 들고  찍는 흔들리는 카메라 워크 되신다.

방문을 열자 잠에 취했다가 멍한 얼굴로 일어나는 이쁜 마누라.
아하~ 주인공과 우리의 얼굴은 급 미소.
스릴러 속에 일상을 가미하여 스릴러의 잔재미와 여백미를 보완했구나.

근데 이 마누라 약간 이상한 소리를 한다.
낮에 공원에서 벌에 쏘인 듯 하다는 둥, 이사를 가자는 둥..
급격히 감정이 이완된 주인공, 별 신경 안쓰고 약간 짜증스럽게 이사는 뭔 이사냐고 면박을 준다.

그런데! 바로 이 벌 사건, 이사를 가고 싶어하는 마누라의 신경불안..
요것이 나중에 커~다란 사건, 즉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로 연결되는 단서다.
이 커트(cutt)는 그녀의 얼굴 클로즈업으로 고정하여 끝난다.
우리는 눈치챈다. 그래 뭔가 벌어졌고 벌어지겠구나.

하나의 씬에서 이처럼 여러 개의 감정과 기능을 깜찍하게 해낼 때
우리는 그것을 잘 만든 씬, 퀄리티가 있는 씬이라고 부른다.
시나리오 한 편 쓰는 것이 대형 빌딩 내지 종합 주거지 하나를 설계하는 것이라면,
백 여 개의 씬 하나하나는 작은 건물이나 방 하나를 짓는 것처럼 요모조모 잘 짜여야 한다.
좋은 시나리오 한 편 쓰려면 평균 2년 걸린다는 게 요런 이유다.


이제부터 중요한 본론.

리턴의 출발점은 의료 사고다.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몰라도, 실제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데,
그런 일 진짜 당한다면 너무너무너무 무섭고,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아플 것이다.
(헉.. 심장 쪼여...)

현대의학은
신경을 포함한 육체의 모든 것을 동시에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철썩같이 갖고 있다.

몸과 신경-의식이 따로 놀 수 있는 가능성은?
영화는 그게 실제로 일어나버리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멈췄더라면, 즉 의료사고를 숨기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야기로 넘어갔다면
영화는 <하얀 거탑> 부류가 되었을 것이고,
원한에 사무쳐 죽은 귀신이 병동을 떠돈다면 병원 괴담쯤 되었을 것이다.

리턴은 공포-스릴러로 한 발 더 나아가는데
여기서 공포의 진짜 원인은 사건 자체가 아니다.
의료진들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믿어버린다는 점,
그 확신, 신앙과도 같은 확신에 기초해서
절박하고 고통에 찬 환자의 진술을 환상이나 정신병으로 취급해버렸다는 데 있다.

주인공은 성장하면서 괴물로 돌변한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마비되고 복수심에 시달리며 그것도 잔혹한 방법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안 그런 척 연기하는 데에도 익숙해진다.
자신이 의사들로부터 배운 그대로.

이것과 병행하여, 새로운 의학적 신념 하나가 소개된다.
최면이다.
육체가 아닌 정신에 말을 걺으로써 육체를 통제할 수 있고 정신 속에 깊이 잠자고 있는 것들을 일깨울 수 있다는
일종의 대체적인 의료 행위이다.

현실의 주류 의학계는 대체로 이것조차도 거부한다.
설혹 유용한 사례를 눈으로 본다 할지라도
시스템 안으로 도입하기를 주저하고,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반면에 주인공은 최면을 외과 수술에 과감하게 도입해서 성공을 거둔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열려 있고 용감한 의사다.
(때로는 명예욕이 한 건 해낼 때도 있지.)

그런데!!
범인이 이 틈새를 파고 든다.
그는 주인공에게 의사이자 남편.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지독한 마음의 고통을 안기는데
주인공의 바로 그 믿음과 용기, 실력을 활용해 먹는다.

칼을 들어 육체를 다루고 정신을 통해 육체를 컨트롤 하려는 행위의 특성 때문에
그러한 기능의 붕괴는 곧바로
환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끔찍한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주류 의학의 믿음과 기술, 대체적인 의료행위의 가능성까지
송두리째 와장창 무너지는 찰나지간!
그 틈새로 영화 리턴의 공포가 번뜩이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몇몇 무책임한 의사나 정신이상자의 잘못이냐.
Etwas의 견해는 No, No 되시겠다.

영화 리턴이 내뿜는 공포의 진정한 원인은
현대 의학의 믿음 체계 자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현대 의학만 의심스럽냐.
이것도 Never, Never다.

지금과 같은 의학을 성립시킨 토대, 즉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 자체가 의심스럽다.

뭔 말이냐고?
당신이나 내가 지금 생각하는,
육체란 이런 것이고, 정신은 이런 것이고, 영적인 거는 믿거나 말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몫이고..
모 이렁거 있잖은가.

그것은 서구 근대에 탄생하고 확립되고 퍼뜨린 인간관이다.
즉 우리의 믿음 체계는 지구상의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정교한 시스템이라는 주장 되신다.
하나라는 데 따옴표 찍은 건,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가능하다는 야그지.
(아, 심한 친절..)

이러한 믿음 체계가 의학에만 깔려 있겠어?
학문, 철학, 종교, 인생관, 가치관, 의식주 체계, 경제 시스템, 정치 시스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설계, 외계와 우주에 대한 인식...
(흐이구.. 나 못 살아..)

이 영화 제목, 프로이드의 유명한 표현으로부터 온 거 가트다.
'억압된 것의 귀환.'
(The Return of the Repressed, 요런 표현 어디서 본 거 가터.. 잘난 척 한번 해주는 센스~)

눌러놓은 건 되돌아 온다.
의학적 신념으로 누르든, 최면으로 누르든, 종교나 학문으로, 힘으로, 돈으로, 권력으로 누르든.
누르는 게 너무 심하면 괴물처럼 변형되서라도 꼭 되돌아온다.


골치 아프니 여기서 접고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면,
원래부터 겁많은 Etwas, 오늘 부로 확고한 결심 하나 만들었다.

병원에 무조건 들이대는 것보다는
미리미리 내 몸과 질병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 바꿔먹어보기로.


요기 공룡양호실에 있는 화타의 오두막,
맨날 그런 거 갈쳐준다.
고맙수, 오두막지기님들~


ps.
공포-스릴러 영화, 또 봐야 되는 거야?

ps 2.
육체적 심리적 불안에 대해 어려서부터 신경증적인 공포 갖고 있는 나,
뭘 억누르고 있는 거쥐?
기억의 장막으로 덮어 놓은 괴물이라도 튀어나오는 거 아냐?
이게 진짜 공포네..  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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