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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이 넘치는 모던 살롱, 숏버스 숏버스
tadzio 2007-05-20 오후 11:52:16 1407   [0]
         

Shortbus(2006)

A John Cameron Mitchell Film


이 영화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칸 영화제에 대한 어느 영화 잡지의 보고에서였다. 존 카메론 미첼의 전작 헤드윅을 몹시 좋아한 나에게 꼭 봐야할 영화- 로 등록 된 것은 꽤나 당연하다. 그리고 대략 반년 후, 갖가지 논란과 화제성 이야기들 사이로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의 특별상영회였다. 이틀밖에 상영하지 않는데다가 내가 예매를 시도했을 무렵엔 이미 매진이어서, 현장판매밖에는 티켓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끔찍하게 추웠던 지난 29일, 나는 목도리와 모자로 무장을 하고 버스를 탔다. 현장판매 개시 시작 30분 전 쯤 도착한 나는 줄에서 한 30~40번째 였을 거다. 이 추운 날,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든 것에 신기해했다. PMP로 뮤지컬 동영상을 보니 시간을 훌쩍 갔고, 티켓부스에서 ‘만 18세’에 대한 논쟁을 조금 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티켓은 구했다.


이 영화는 뉴욕의 한 언더그라운드 클럽인 ‘Shortbus'에 모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오르가즘을 못 느끼는 섹스 테라피스트,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게이 청년, 사랑을 할 줄 모르지만 외로움만은 끔찍이 타는, 레즈비언 dominatrix(SM관계에서 지배 역할을 하는 사람)과 그들을 둘러싼, 그리고 클럽 숏버스에 모이는 소위 일반적인 사람들의 눈에게는 비정상 적인 사람들을 통해 이 영화는 외로움, 타인과의 만남, 화해, 그리고 욕망에 대해 말한다.


영화 홈페이지에서 말한대로, 부시에게 지친, 포스트-9/11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클럽은 예술, 정치, 음악, 그리고 섹스를 즐기는 살롱이다.

이 숏버스의 의미는 - 영화 속 숏버스의 마담인 져스틴 본드가 말하길 -


"You've heard of the big yellow school bus? Well, this is the short one. It's a salon for the gifted and challenged."


미국의 노랗고 큰 스쿨버스의 문화에서 숏버스란 조금 그들과는 다른, 이상한 이들을 뜻한다. 이 현대의 살롱 역시 마찬가지다. 재능 있고 독특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버스는 오르가즘을 뜻하기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뭐 나머지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이 영화는 마치, 풀어놓자면 끝도 없지만 왠지 뭉쳐놓은 그자체로 예쁜 컬러풀한 털실 뭉치 같은 느낌이다. 사실 영화를 본 30일부터 며칠간 내내 이 영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며칠동안 감기로 앓으며 하루에 20시간씩 잠을 자면서 들은 음악이 영화의 OST라는 사실도 한몫했겠지만, 어떻게 내 느낌을 적으면 좋을까 하고 고민 많이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인물들의 끊임없는 struggle, 각자가 지닌 질문과 답답함에 대한 대답과 그 해소, 귀엽고 솔직한 섹스, 미해결인 것들을 향한 그 모든 과정을 보고 같이 웃고 눈물지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 그 컬러풀하고 아름다운 숏버스의 한 명의 관객이 된 것 같았다, 는 것뿐이지 싶다.


물론 이 영화를 보러 간다기에 devilish한 영화가 아니냐는 어머니의 추궁도 들었다. 하지만 리얼 섹스가 등장한다고 하여,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섹슈얼들이 나온다고 하여 영화를 곧바로 폄하할 사람이라면 보지도 말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에겐 이 영화가 아깝다! 이 영화 속에서 섹스는 포르노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어떠한 효과도 없으며, 영화 속 Bond의 말처럼 희망은 조금 덜한 60년대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IMDB의 F&Q에서도 나온 것처럼, 이 영화 속의 섹스는 마치 뮤지컬에서의 음악처럼, 플롯을 끌어당기는 수단이다. 물론 사람들을 감각으로, 느낌으로 이어주는 수단인 것은 당연하다.

 

       

 

이 영화에서 섹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난교를 찬양하거나 욕망의 자유로움을 지지하거나 하는 문제를 떠나서, 내 눈에는 JCM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에의 사랑과 욕망의 긍정, 그리고 낙천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였다. 영화 속 섹스는 단순히 얼굴을 붉히고 소리를 죽여야 할 것이 아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 인물의 정체성을 이루고 그 인물을 대변하는 데에 섹스가 중요했을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 상태에 따라 뉴욕 시의 전기가 왔다갔다한다는 신선한 설정에서도 인물들의 feeling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인물들의 문제가 느낌과 감각, 정서에 있는 만큼 내면의 표출을 드러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더군다나 크레딧에 나오는 것처럼, JCM은 캐스트의 오디션을 거친 후 그들과 끊임없이 워크샵과 토론을 거친 후 인물들을 설정하고 plot을 썼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가 더욱 개인적이고 솔직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고 본다.

 

        

 

이들의 쉽게 해소될 수 없는 문제 거리와 집착을 아우르며 위로하는 또 다른 것은 ‘음악’이다. 어느 영화에서나 음악이 등장하지만, 이 감독은 정말 사람들이 삶 속에서 좌절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데에 음악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보였다. 라스트 신은 흡사 축제와도 가깝다. 다시 빛이 켜지고, 희망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노래할 수 있는 것. 이는 모두가 만들어내는 음악으로 뭔가 성취감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함께 음악을 만들어냄으로써 함께 힘을 낼 수 있고, 아픔이 자리하지만 다시 웃을 수 있게 되는 그런 축제였다.

 

영화를 본다면 알 수 있겠지만- alone or not의 문제에 고민하는 이들 모두의 모습의 수위는 우리나라 사정상 일반 극장에서의 개봉이 불가능할지 몰라도, 감독은 이들을 너무나 사랑스럽게, 유머 있고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인물들이 짓는 웃음과 눈물에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관객들에게도, 나에게도 그 낙천성과 아름다움이 전해져왔다.

 

        

 

마지막 숨을 쉬면, 나의 악마도 친구가 되고, 모두 끝이 옴을 알고 있기에- 내일 눈을 떴을 때 눈물이 마르지 않았더라도, 빛은 퍼져나가고, 우리를 위로할 음악이 있기에 어둡지만 밝은 살롱 숏버스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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